‘악조건 이겨낸’ 6년 만의 U-20 16강!

입력 2009.10.03 (07:02)

수정 2009.10.03 (07:34)

‘선수 차출의 어려움과 관심 부족 등 각종 악조건을 딛고 일궈낸 값진 성과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3일(한국시간) 200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C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 상대였던 미국을 3-0으로 완파하고 6년 만에 16강 진출 꿈을 이뤘다. 16강 진출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기에 의미가 더욱 크다.
한국은 올해로 16회째를 맞은 U-20 월드컵에서 이번 대회까지 11차례 본선 무대를 밟았지만 조별리그 관문을 통과한 것은 네 번뿐이다.
앞서 지난 1983년 멕시코 대회에서 박종환 감독의 지휘 아래 4강 신화를 창조했고 남북 단일팀으로 참가한 1991년 포르투갈 대회 8강 진출에 이어 2003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에서 박성화 감독이 16강 진출을 견인했다.
이어 홍명보 감독이 이끈 젊은 태극전사들이 2003년 UAE 대회 이후 끊겼던 16강 진출의 명맥을 이은 것이다.
지난 3월 한국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나 다름없는 홍명보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출발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은 고려대 재학 때 A대표팀에 발탁돼 1990년 이탈리아 대회부터 2002년 한.일 대회까지 4회 연속 월드컵에 출전하며 한.일 월드컵 때는 스페인과 8강에서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나서 4강 진출을 확정했던 스타 플레이어 출신.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감독은 한국과 미국, 일본 프로축구를 두루 경험했고 A매치 135경기에 출전해 9골을 뽑았다.
또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 코치를 맡아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보좌하고 2007년 아시안컵 대표팀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 대표팀 때 각각 핌 베에벡 감독과 박성화 감독 아래서 지도자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이 사령탑으로 선임되자 `초등학교 감독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대표팀을 이끄나'라는 시기가 질투가 섞인 비아냥거림이 쏟아졌다.
그보다 홍 감독을 더욱 어렵게 한 것은 선수단 운영상의 문제였다. 프로 선수들은 대표팀에 차출되거나 K-리그 일정 때문에 차출 자체가 어려워 대학생 위주로 팀을 꾸려야 했다.
또 같은 나이 또래의 선수들과 세계적인 무대에서 기량을 겨뤄보고 싶었던 한국 축구의 간판 미드필더 기성용(20.서울)은 `A대표팀에 전념하라'는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청소년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은 1급 지도자 자격증이 없다는 이유로 출범 초기 대표팀 코칭스태프에 들어오지 못한 채 기술분석관 역할을 했던 서정원 코치와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함께했던 김태영 코치, 철벽 수문장으로 이름을 날렸던 신의손 골키퍼 코치, 맞춤형 훈련을 지도하는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트레이너와 힘을 모아 선수들을 조련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체력 훈련을 중요성을 배운 홍명보 감독은 선수들이 유럽 선수들과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는 체력을 갖도록 했고 철저한 선수 특성 파악과 상대팀 분석으로 결전을 준비했다.
대회 2주 전까지 프로 선수들은 K-리그 경기 출전을 위해 파주 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를 들락날락하느라 정상적인 훈련은 UAE 두바이 전지훈련 열흘을 포함해 20일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무더운 두바이에서 담금질하며 날씨와 시차에 적응해 결전을 대비했고 이집트에서 그 결실을 봤다.
첫 경기에서 카메룬에 0-2로 덜미를 잡혀 불안하게 출발했으나 우승 후보로 꼽히는 유럽의 강호 독일을 상대로 값진 1-1 무승부를 이끌어내면서 자신감을 충전했다. 카메룬 때 뛰었던 베스트 11 가운데 선발 라인업을 무려 5명이나 바꾸는 초강수를 두면서까지 독일의 약점을 파고들어 16강 진출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홍명보 감독은 미국과 경기에서 3-0 완승을 지휘해 한국은 마침내 16강에 올랐다. `축구천재' 박주영의 출전으로 관심을 끌었던 2005년 네덜란드 대회와 `황금세대'로 불렸던 2007년 캐나다 대회보다 이름값이 떨어지는 선수들로 구성했음에도 강한 팀 조직력을 바탕으로 얻어낸 16강 티켓이기에 더욱 값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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