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큰절’ 젊은 한국, 특별한 세리머니

입력 2009.10.03 (08:48)

수정 2009.10.0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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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에 복 많이 받으세요”

200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출전한 젊은 태극전사들이 3일(한국시간) 세 차례나 골 폭죽을 쏘아올리며 16강 진출을 자축하는 독특한 골 세리머니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한국-미국 간 대회 조별리그 C조 최종전이 펼쳐진 이집트 수에즈 무바라크 스타디움.
1무1패로 `죽음의 C조'에서 최하위로 밀려 미국을 반드시 꺾어야 16강에 오를 수 있는 한국은 기선을 잡을 수 있는 선제골이 절실했다.
0-2 패배를 당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던 카메룬과 개막전에 이어 극적인 1-1 무승부를 이끌어냈던 독일과 2차전에서도 잇달아 선제골을 헌납하며 어렵게 경기를 풀어나갔던 기억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카메룬을 4-1로 대파하는 막강 화력을 뽐냈던 미국은 쉽지 않은 상대였지만 반드시 이겨야 한다며 배수진을 친 한국 선수들의 투지 앞에서 `종이 호랑이'나 다름없었다.
한국이 전반 23분 오른쪽 코너킥 상황에서 수비수 김영권(전주대)이 왼발 슈팅으로 애타게 기다리던 선제골을 터뜨렸다.
선수들은 미리 약속한 대로 홍명보 감독 등 코칭스태프가 있는 벤치 쪽으로 달려가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렸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를 맞아 깊은 믿음을 보여줬던 코치진과 무바라크 스타디움을 찾아 응원해준 붉은 악마 및 현지 교민, TV를 통해 새벽까지 시청한 축구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것이다.
애초 선수들은 서정원 코치의 의견에 따라 TV 카메라를 향해 절을 하기로 계획했지만 함께 고생했던 코칭스태프와 대∼한민국을 힘차게 외쳐준 원정 응원단에게 하기로 뜻을 모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붉은악마 응원단 20여명과 재이집트한인회 소속 교민 400여명도 태극전사들의 큰절 세리머니에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두 번째 골은 `왼달 달인' 김보경(홍익대)의 발끝에서 터졌다. 김보경은 애초 큰절 세리머니를 하고 싶었지만 이미 선제골 때 나왔기 때문에 딱히 준비한 게 없었다.
김보경은 어쩔 수 없이 붉은악마 응원단이 바라보이는 벤치 앞으로 달려가 바이올린을 켜는 세리머니를 했다. 왼쪽 무릎을 꿇은 김보경은 오른손으로 바이올린을 잡고 왼쪽 손으로 연주를 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탈리아 축구대표팀의 간판 골잡이인 알베르토 질라르디노가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미국과 E조 조별리그 2차전 때 했던 세리머니를 그대로 흉내 낸 것이다.
하지만 `캡틴' 구자철(제주)의 골 세리머니는 달랐다.
구자철은 후반 30분 상대 진영에서 상대 수비수의 퇴장을 유도하면서 페널티킥을 얻어낸 뒤 직접 키커로 나서 침착하게 3-0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그는 골을 넣고 나서 양쪽 팔을 크게 벌리고 비행기가 날아가는 듯한 포즈를 취한 채 카메라 기자들을 향해 질주했다. 홍명보 감독이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스페인과 8강에서 승부차기의 마지막 키커로 나서 4강 진출을 확정한 뒤 환한 모습으로 달려가던 모습과 비슷한 장면이었다.
구자철로서는 16강을 확정했다는 기쁨의 표시였다. 한가위 축포를 축하하는 큰절과 바이올린을 켜는 우아한 장면, 16강을 자축하는 비행 세리머니까지 태극전사들로서는 16강 숙원을 푼 기분 좋은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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