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신인드래프트 파행

입력 2009.10.26 (10:45)

수정 2009.10.26 (11:32)

27일로 예정됐던 남자 프로배구 신인 드래프트가 파행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한국배구연맹(KOVO)에 따르면 남자 신인드래프트는 대학배구연맹측에서 요구한 팀별 2명씩 의무 지명을 구단들이 거부해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애초 이번 남자 드래프트에서는 신생 구단인 우리캐피탈이 창단 때 약속받았던 신인지명권 4장을 먼저 행사하고 나머지 구단이 돌아가면서 선수를 뽑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캐피탈이 기량이 뛰어난 선수를 싹쓸이하자 남은 선수 중에서만 뽑아야 하는 구단들은 의무 지명을 약속할 수 없다고 버티면서 드래프트 자체가 무산될 상황에 놓였다.
한 구단 관계자는 "선수 수급 문제는 시장 논리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좋은 선수가 있으면 드래프트에서 뽑지 말라고 해도 구단들이 뽑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 두 명을 의무적으로 뽑으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학연맹조정위원장인 이경석 경기대 감독은 "지난해까지 프로구단들이 선수를 몇 명 뽑는다고 약속했다"며 "그런데 올해만 그렇게 안 하겠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감독은 "이번에 우리캐피탈이 좋은 선수 4명을 먼저 데려가자 다른 구단들이 우리캐피탈의 전력만 보강될 것으로 판단해 선수를 뽑지 않는 것 같은데 구단의 욕심대로 하면 대학 배구 존립 자체가 어려워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구단들은 또 대학 졸업생을 새로 뽑으면 정원(14-15명)에 걸리기 때문에 실력이 좋은 기존 선수들을 은퇴시켜야 한다며 의무지명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이전에 좋은 선수가 있을 때는 그렇게 하지 않았느냐"며 "자기들이 필요할 때는 그렇게 하더니 이제는 그렇게 못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드래프트가 무산되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 우리캐피탈의 김덕윤 사무국장은 "대학배구연맹이 약속을 받지 않으면 선수를 못 내놓겠다는 것은 집단 이기주의다"며 "우리캐피탈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11명의 선수로 이번 시즌을 치러야 한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배정두 KOVO 사무국장은 "구단들이 어느 정도 선수들을 충분히 확보하면서 예전만큼 시즌 개막전에 신인 선수를 보충할 필요성을 덜 느끼는 것 같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프로 종목처럼 시즌이 끝난 뒤 드래프트를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여자 프로배구 신인 드래프트는 예정대로 왕년의 스타 장소연 등 20명의 선수가 참가한 가운데 27일 서울 청담동 리베로호텔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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