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우승 후보’ 프로배구 흥미진진

입력 2009.10.28 (09:41)

수정 2009.10.28 (09:47)

2009-2010 프로배구 V리그 정규 시즌이 각 구단 간 전력 평준화로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는 춘추전국시대를 예고했다.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 지속했던 삼성화재-현대캐피탈(남자부), 흥국생명-GS칼텍스(여자부)간 양강체제가 무너지고 복병들이 힘을 내 다자 대결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지난 시즌 우승팀인 삼성화재와 흥국생명 모두 주포 안젤코 추크와 김연경을 각각 일본으로 보내면서 공백이 생겨 나머지 팀이 이를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파고드느냐에 따라 판도가 요동칠 것으로 점쳐진다.

◇남자부

2005년 프로배구 출범 후 삼성화재(2005년, 2007-2008, 2008-2009)와 현대캐피탈(2005-2006, 2006-2007)이 양분했던 구도는 대한항공, LIG손해보험, 우리캐피탈, KEPCO45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깨질 공산이 커졌다.
삼성화재는 세터 최태웅과 살림꾼 석진욱 등이 건재하나 공격의 절반 이상을 해결했던 안젤코가 일본으로 자리를 옮기고 라이트 공격수 장병철이 은퇴하면서 공격에서 누수가 생겼다.
언제나 조직력으로 이를 극복해왔던 '지장' 신치용 감독이 어떤 용병술을 펼칠지 관심이 쏠린다. 캐나다 출신 가빈 찰스 슈미트가 '해결사' 안젤코의 공백을 얼마나 메워줄지도 관건이다.
키가 2m7인 슈미트는 안젤코보다 수비와 블로킹 능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아 기대감은 큰 편이다.
높이와 블로킹 벽이 우세한 현대캐피탈은 기존 멤버가 탄탄한데다 용병 매튜 앤더슨도 한국 배구 2년째를 맞아 적응력이 높아졌을 것으로 예상돼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힌다.
그러나 지난달 주포 박철우가 대표팀 훈련 중 구타 파문을 폭로하면서 소속팀 감독이자 대표팀 사령탑이었던 김호철 감독과 껄끄러운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게 변수다.
성장세가 두드러진 팀은 대한항공이다.
특히 세터 한선수가 월드리그와 세계선수권대회 예선을 거치며 대표팀 주축 세터로 성장했고 볼 배분 능력도 좋아졌다.
지난 시즌 쿠바 용병 칼라가 해결해 줘야 할 어려운 볼을 계속 실수하면서 고전했던 대한항공은 불가리아 대표 출신 다나일 밀류세프를 영입, 공격에만 전념토록 했다. 라이트 공격수 밀류세프는 키가 2m로 스파이크할 때 3m58까지 점프할 수 있다.
지난 7월 부산 IBK 기업은행 국제배구대회에서 3위에 올라 달라진 면을 보였던 LIG손보는 지난달 말 독일 출신 크리스티안 팜펠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베네수엘라 대표 라이트 공격수 카를로스 테헤다를 데려왔다.
키가 2m로 파워가 돋보이는 테헤다는 국내에서는 스페인어로 해적을 뜻하는 '피라타'라는 이름으로 뛴다.
상무에서 레프트 공격수 임동규가 돌아왔고 김요한과 피라타가 이끌 삼각편대는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다만 고질적인 서브 리시브 범실과 세터 황동일과 공격수 간 호흡이 얼마나 개선됐느냐가 열쇠를 쥐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세터 블라도 페트코비치(세르비아)를 데려온 우리캐피탈은 센터 신영석(키 198㎝)을 필두로 레프트 공격수 안준찬(193㎝), 최귀엽(190㎝) 등 젊은 피와 블라도의 색다른 토스를 앞세운 '빠른 배구'로 돌풍을 주도할 전망.
우리캐피탈은 부산컵대회에서 LIG 손보와 공동 3위에 올라 파란을 일으켰다.
아시아의 거포 강만수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KEPCO45도 군에서 제대한 세터 김상기, 외국인 선수 브룩 빌링스(미국), 돌아온 거미손 방신봉 등 새 얼굴 삼총사로 이변을 노린다.
조직력과 공격력, 수비력이 모두 나아져 우리캐피탈과 함께 가장 무서운 다크호스로 꼽힌다.

◇여자부

김연경이 일본 JT 마베라스로 이적하면서 황연주, 카리나와 이뤘던 흥국생명의 삼각편대는 무너졌다.
김연경의 공백을 한송이가 얼마나 잘 메워주느냐에 따라 흥국생명의 명암이 갈릴 것으로 관측된다.
김연경이 빠졌지만 흥국생명의 조직력은 여전히 세다.
황현주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퇴, 후임 이승현 감독의 중도 사퇴 등으로 지난 시즌 팀이 두 번이나 휘청거렸지만 흥국생명은 챔피언결정전에서 GS칼텍스를 제치고 통산 세 번째 우승컵을 안았다.
센터 정대영이 출산 휴가에 들어가고 공격의 절반 이상을 해냈던 데라크루즈가 빠진 GS칼텍스는 센터 지정희와 새 외국인 선수 이브 메히아(도미니카공화국)로 시즌을 맞는다.
이브의 나이가 고작 18살인데다 외국에서 뛰는 건 처음이어서 우려가 크지만 GS칼텍스는 2008년 도미니카 리그에서 이브가 득점상과 블로킹상을 수상했고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KT&G에서 온 지정희와 도로공사에서 새 둥지로 옮긴 오현미는 중앙과 레프트에서 속공으로 활력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흥국생명에서 두 번이나 우승을 일군 황현주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앉힌 현대건설도 경계할 팀이다.
지난 시즌 4위에 그쳤지만 현대건설은 부산컵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명가 부활을 알렸다. 황 감독이 특유의 카리스마를 발휘, 패배주의를 없애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북돋으면서 팀이 달라졌다.
5년 만에 코트에 돌아온 '주부센터' 장소연과 김세영, 마델라이네 몬타뇨(콜롬비아)를 앞세운 KT&G는 여자부에서 높이의 배구를 선사할 팀이다.
특히 지난해 급격한 체력 저하로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던 마리안(헝가리)과 달리 몬타뇨는 탄력 넘친 점프력과 빠른 발로 힘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신만근 감독을 새로 영입한 도로공사는 선수들의 의지는 강하나 뚜렷한 보강이 없어 고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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