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민지 득점 폭발’ 한국 축구 새역사

입력 2010.09.17 (08:30)

수정 2010.09.1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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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여민지였다.

2010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여자 월드컵을 통해 차세대 대형 스트라이커로 거듭나고 있는 여민지(17.함안대산고)가 한국 선수로서 FIFA 주관대회 역대 최다 골인 4골을 터뜨리는 가공할 득점력을 과시하며 4강 진출에 앞장섰다.

여민지는 17일(한국 시각) 오전 트리니다드토바고 산페르난도 마라벨라의 매니 램존 스타디움에서 열린 나이지리아와 대회 8강전에서 4골 1도움을 기록하며 한국의 대회 첫 4강 진출을 이끌었다.

특히 여민지는 한국 축구 선수로는 FIFA 주관대회에서 한 경기 최다 골 기록을 새로 작성하며 한국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종전까지는 여자 축구의 간판 스트라이커 지소연(19.한양여대)이 지난 7월 U-20 여자 월드컵 스위스와 조별리그 첫 경기(4-0 승)에서 기록한 3골이 한국 선수의 FIFA 대회 최초 해트트릭이자 최다골이었다.

여민지는 또한 남아공과 1차전의 1골1도움과 멕시코와 2차전 2골을 포함해 이번 대회에서 치른 4경기에서 모두 7골2도움을 기록, 득점 순위에서도 독일의 키이라 말리노프스키(4경기 7골)을 단번에 뛰어 넘어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여민지는 이날 8강 상대 나이지리아를 맞아 지난 13일 독일과 조별리그 경기에서 잠시 침묵했던 득점포를 그야말로 `폭발'시켰다.

경기 시작 3분 만에 2골이나 허용한 불리한 상황에서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골을 넣으며 경기 흐름을 바꿔놓는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2골 실점 직후인 전반 5분에 시도한 위협적인 왼발 슈팅으로 침체한 분위기를 한순간에 바꿔놓더니 전반 15분에는 과감한 왼쪽 측면 돌파에 이은 절묘한 크로스로 이금민(16.현대정과고)의 첫 골을 도와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어 전반 23분에는 페널티 지역 왼쪽 코너 외곽에서 김나리(17.현대정과고)가 올린 왼발 크로스를 놓치지 않고 슬라이딩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가르며 2-2 동점을 만들어냈다.

후반전과 이어진 연장 혈투에서 여민지의 `공격 본능'은 절정을 이뤘다.

나이지리아의 추가골로 2-3으로 끌려가던 후반 23분 이금민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승부를 3-3 원점으로 되돌렸다.

후반 42분에는 하프라인 인근에서 들어온 스루패스를 단독 찬스로 살려내 오른발로 침착하게 골망을 갈라 4-3으로 역전시켰다. 나이지리아 골키퍼와 수비수가 손쓸 틈조차 없었다.

이 골로 해트트릭을 기록한 여민지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김아름(17.포항여전자고)의 결승골로 5-4로 앞선 연장 전반 8분 코너킥 상황에서 강력한 헤딩슛으로 4번째 골을 빚어내 승부에 쐐기를 꽂은 동시에 역대 남녀 대표팀을 통틀어 FIFA 주관 대회 한 경기 개인 최다골까지 기록까지 만들어냈다.

여민지는 특히 이날 독일-북한의 8강전에서 독일이 0-1로 패해 탈락하면서 말리노프스키의 득점 행진이 7골로 멈추게 되는 바람에 득점왕 경쟁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현재 득점왕 순위에서는 1위를 달리고 있는 여민지 아래로 10위권내 선수 대부분이 8강에서 탈락한 독일과 나이지리아 선수다.

일본의 쿠미 요코야마(3경기 4골1도움)와 북한의 김금종(4경기 4골)가 각각 7위와 8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부상에서 회복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여민지의 기세를 넘어서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회 직전 "세계 무대에 `여민지'가 누구인지 보여주겠다"던 다짐을 차근차근 실현해가고 있는 여민지가 바람대로 우승컵과 득점왕을 모두 거머쥐며 한국 축구에 또다른 새 역사를 쓸 수 있을지. 오는 22일 4강전이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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