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23)가 14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의 버드와이저 가든스에서 열린 2013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한 이면에는 착실한 준비, 강력한 동기부여, 치밀한 전략이 숨어 있다.
2011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 2위 이후 긴 공백기를 거친 김연아가 1년 8개월 만의 복귀전으로 삼은 무대는 작년 말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열린 NRW 트로피였다.
NRW 트로피는 주로 어린 선수들이 국제대회 경험을 쌓으려고 출전하는 B급 대회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주관하는 그랑프리와는 격이 다르다. 세계 최정상급의 기량을 자랑하는 김연아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무대였다.
하지만 김연아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앞서 중요한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 NRW 트로피 출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2년 전 2011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 당시 실전 무대에 적응하지 않고 곧바로 대회에 직행했다가 흔치 않은 실수를 저지르며 2위에 그쳤던 경험 때문이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출전을 꺼리는 이 대회를 통해 김연아는 경쟁에 대한 큰 부담감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실전 감각을 쌓을 수 있었다.
당시 김연아는 비슷한 시기에 개최된 NRW 트로피와 골드 스핀 자그레브 두 대회 중 어느 대회를 출전할지 고민하다 NRW 트로피를 택했다.
골드 스핀 자그레브는 현재 세계 랭킹 1위인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가 참가해 가볍게 우승을 차지했다.
김연아가 코스트너의 출전 정보를 사전에 알고 NRW 트로피를 선택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결과적으로 탁월한 결정이었다.
NRW 트로피(201.61점) 우승으로 자신감을 쌓은 김연아는 올해 1월 국내 종합선수권대회(210.77점)에서 정상에 오르며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티켓을 따냈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세계선수권대회를 착실하게 준비한 셈이다.
김연아는 큰 대회를 앞두고 캐나다나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던 과거와는 달리 국내의 태릉 빙상장에서 하루 6시간의 강훈련에 몰두했다.
기술적으로는 완성된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 김연아에게는 심리적인 부분이 더 중요했는데, 그는 국내에서 후배들과 연습하며 안정감을 찾았다.
아울러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목적의식을 갖지 못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대회를 앞두고 강력한 동기를 스스로 부여하게 됐다.
내년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최선의 결과를 내 후배들이 성장할 기회를 만들어주자는 것이었다.
실제로 김연아는 이날 쇼트프로그램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도 이번 대회 목표를 묻는 질문에 개인적인 성취보다는 후배들을 먼저 내세웠다.
그는 "후배들이 잘하든 못하든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다"면서 "올림픽 티켓 2장 이상을 따는 것이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여기에다 치밀한 전략도 김연아의 고득점을 뒷받침했다.
김연아는 경기 장소인 버드와이저 가든스가 아이스하키 전용 경기장이라 세로 폭이 일반 빙상장에 비해 4m 정도 좁게 설계됐다는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고 치밀하게 대비했다.
김연아는 한국에서 일주일 동안 링크의 세로 폭을 작게 해서 맞춤 훈련을 소화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김연아 자신의 노력이 없었다면 결실을 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김연아는 심지어 생애 한 번뿐인 대학 졸업식에도 불참할 정도로 어느 때보다 더 의욕적으로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김연아는 혹독한 훈련을 통해 더욱 단단해진 모습으로 프리스케이팅에서 다시 한번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