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23)가 세계선수권대회 복귀전에서 명품 연기를 재연해 '성공의 걸림돌'을 우려하던 시선을 잠재웠다.
지난해 12월 독일 NRW트로피에서 이미 201.61점이라는 기록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터라 이번 대회에서도 김연아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의심하는 이는 별로 없었다.
그러나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큰 무대는 2011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오랫동안 국제대회에서 포인트를 따내지 못해 항상 경기를 치르던 경기 후반이 아니라 앞 조에 편성되면서 이런 시선은 더욱 커졌다.
심판들의 관심 역시 후반부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도 이를 거들었다.
하지만 14일(현지시간) 열린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가 애절한 표정으로 몸을 움직이는 순간,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경기장을 메운 9천여 관중은 숨소리조차 죽인 채 김연아의 카리스마에 빨려 들어갔고, 연기를 마치자 이번에는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조 추첨 직후 "확실하게 기억에 남도록 연기하겠다"던 말대로 순서와 상관없이 이날 경기장의 주인공은 김연아였다.
경기장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경기가 열린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 버드와이저 가든스는 원래 아이스하키 전용 링크로 조성된 곳이어서 일반 빙상장보다 가로 폭은 1m가 길고 세로 폭은 4m 정도 좁게 설계됐다.
빙판을 넓게 이용해 빠르고 커다란 점프를 구사하는 김연아에게는 좁은 경기장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훈련 때부터 연달아 '클린 점프'를 선보이며 아랑곳없이 날아오르던 김연아는 실전에서도 전혀 부담스러워하는 기색 없이 침착하게 연기를 마쳤다.
김연아가 실전에 나서지 않는 동안 점프의 회전수 부족 판정을 세분화하는 등 바뀐 규정도 '피겨 여왕'의 걸림돌이 될 수는 없었다.
이미 지난해 NRW트로피와 올해 1월 종합선수권대회 등 소규모 대회를 거치며 적응을 마친 김연아는 누구보다도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 감탄을 자아냈다.
전체적인 연기의 질에 비하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 결과였지만 출전 선수 중 가장 높은 69.97점을 줘 심판들도 이를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