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영장 강제수색 위법여부 놓고 법조계 해석 분분

입력 2013.12.23 (20:04)

수정 2013.12.23 (20:07)

경찰이 철도노조 간부 검거를 위해 민주노총 본부에 강제 진입한 것과 관련해 위법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경찰과 검찰은 체포영장 만으로도 건물 수색은 물론이고 이를 가로막을 경우 잠긴 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강제 진입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잠김장치 해제 등의 행위는 구속영장 집행 때만 허용되므로 체포영장의 의거한 경찰의 강제 진입은 현행법 위반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경찰은 물론 사건을 지휘 중인 검찰 역시 지난 22일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 대해 "적법하게 발부받은 (체포) 영장을 집행한 것으로 일련의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행 형사소송법 216조에 따르면 피의자를 체포 또는 구속하기 위해 필요한 때에는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나 가옥, 건조물, 항공기 등에서 압수, 수색, 검증이 가능하다.

아울러 형소법 120조는 압수·수색 시 열쇠나 잠금장치 등을 열거나 개봉, 기타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이 (민노총 진입 과정에서 유리창을 깨뜨리고 건물에 강제 진입한 것은) 형소법상 '기타 필요한 처분'에 해당한다"면서 "다만 기타 필요한 처분이 아무 때나 가능한 것은 아니고 미리 고지를 한 뒤에도 동의를 얻지 못한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0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 A씨를 검거하기 위해 주거지에서 잠복하던 경찰은 A씨가 아파트 내에 있다고 판단, 강제로 시건장치를 연 뒤 집안을 수색했다가 A씨가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철수했다.

A씨는 경찰이 수색영장없이 자신의 아파트를 침입한 것은 주거침입에 의한 인권침해라고 보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인권위는 "경찰관이 아파트의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들어가 수색한 것은 형소법 216조에 근거한 것으로 적법하지만 형소법 123조에 따라 아파트 관리책임자 등을 참여시켜야 했다"면서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수색을 진행한 것은 헌법상 적법절차에 관한 권리를 침해했다"고 결정한 바 있다.

형소법 123조는 타인의 주거, 간수자 있는 가옥, 건조물, 항공기 등에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때는 주거자나 간수자 또는 이에 준하는 자를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인권위 결정은 주거자 등에게 미리 동의를 구하도록 한 뒤 계속해서 거부하면 필요한 처분으로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라며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남대문경찰서장이 계속해서 "문을 열어달라"는 고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원들이 막아선 만큼 강제 진입한 행위 자체가 위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반면 노동계측은 강제 시건장치 해제는 구속영장 발부 시에만 가능한 것으로 현행법상 체포영장으로는 수색은 가능해도 잠긴 문을 부수거나 유리문을 깨는 등의 행위는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형소법 200조의6에 의하면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에 구속영장의 집행에 관한 규정을 준용할 수 있지만 잠금장치를 해제·제거할 수 있는 근거규정은 준용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민주노총 법률원 신인수 변호사는 "현행법상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타인의 건물을 수색할 수는 있지만 잠긴 문을 부수거나 유리문을 깨며 수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며 "잠금장치 해제 등의 행위는 구속영장 집행 때만 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은 경찰의 강제진입과 관련해 국가와 경찰청장, 서울지방경찰청장, 남대문경찰서장 등을 상대로 형사고소와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하겠다고 밝혀 향후 법정에서 적법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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