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호 객원 해설위원]
지난 5일 대한항공 부사장이 막 출발한 여객기를 탑승구로 되돌리고 승객 250명의 서비스를 책임진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했습니다. 회장의 맏딸인 부사장의 그 오만방자한 행동은 국민의 분노를 자아내고 외국 언론의 조롱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최첨단 기술의 집합체인 비행기 안에서 낡아빠진 기업문화가 작동한 사건이었습니다.
부끄러운 것은 그것이 단순히 한 자질 없는 중역의 철없는 실수가 아니라 한국 사회와 기업문화의 한 단면이란 사실입니다. 기업을 개인이나 가문의 소유처럼 착각하며 회사 직원들을 하인 취급하는 일부 기업의 전근대적 사고방식이 그대로 반영된 것입니다. 지위와 권한에 도취되어 기업이 국민의 세금으로 형성되고 보수되는 기반시설과 직원들의 자발적인 임무수행으로 유지된다는 사실을 완전히 무시하고 망각한 것입니다.
한국은 경제, 기술, 학문, 연예 등 여러 분야에서 크게 성취했는데도 국민의 행복지수가 매우 낮습니다. 그 원인 가운데 하나는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을”에 대한 “갑”의 횡포입니다. 지위, 권한, 기회가 조금만 더 높고 많아도 약한 “을”을 억울하게 이용하고, 그 “을”은 그 보다 더 약한 “을”을 또 다시 이용하는 연쇄착취의 악습이 건재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존엄성, 타인의 권리, 사회 전체의 이익은 입으로만 외치고, 실제로는 모든 권한과 지위를 자신의 이익과 쾌락에만 이용하는 것입니다.
지난 번 소위 “라면 상무” 사건 때 조부사장은 “승무원이 겪었을 당혹감과 수치심이 얼마나 컸을지 안타깝다” 했다 합니다. 다른 사람의 눈에 있는 티 끌은 보되 자신 눈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는 그의 무지는 우리자신의 것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 자신도 돌을 맞아야 할 “갑”이 아닌지 반성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