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부사장, 보직 내려놓고 연봉은 수억 원?

입력 2014.12.10 (12:07)

수정 2014.12.1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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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회항' 사건의 장본인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기내 서비스 총괄 업무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하지만 부사장 직함과 등기이사 지위는 유지한다고 밝혀, 일각에서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무늬만 퇴진'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론의 반발을 의식해 잠시 보직만 내려놓은 것이지, 여론이 잠잠해지면 다시 원래 업무로 돌아오기 위해 가능성을 열어둔 '꼼수'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부사장 직함과 등기이사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 조 부사장은 회사의 급여를 계속 받게 된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하는 일 없이, 월급만 받는 '진정한 특진'이라고 꼬집기도 한다.

그렇다면 조 부사장이 부사장과 등기이사를 맡으면서 받는 급여는 얼마나 될까. 또 그가 대표이사를 받고 있는 칼(KAL)호텔네트워크를 비롯해 항공종합서비스, 왕산레저개발, 한진관광 등에서의 경영 활동은 어땠을까.



◆ 보직 내려놓고 연봉은 수억원?

대한항공 3분기 보고서를 살펴보면 대략이나마 가늠해볼 수 있다. 대한항공은 3분기 누적으로 등기이사 6명에게 총 34억원 정도의 보수를 지급했다. 대한항공의 등기이사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지창훈 총괄 대표, 이상균 부사장, 이태희 법률고문,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부사장과 장녀인 조현아 부사장이다.

이중 조 회장이 수령한 21억원을 제외하면, 총 13억원이 남는다. 등기이사 5명이 1인당 약 2억6000만원 정도 수령했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작년 기준으로 보면, 대한항공은 총 6명의 등기이사에게 42억원을 지급했다. 이중 조 회장과 지 대표가 32억원을 수령했고, 나머지 4명이 총 10억원을 받았다면, 1인당 2억5000만원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올 연말 인사에서 조 부사장이 맡던 기내서비스 및 호텔사업부문 총괄본부장을 선임할 것으로 보인다. 조 부사장의 등기이사 임기 만료일은 내년 3월까지인데, 여론이 상당히 악화한 점에 비춰봤을때 내년 정기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커보인다.

다만 재계에서는 보직만 내려놨다는 건, 향후 업무 복귀를 전제로 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여론의 질타에 업무에서 물러나지만, 시간이 지나 이번 일이 국민의 관심에서 사라지면 다시 업무를 맡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조 부사장 경영 성과는 어떨까

조 부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계열사의 경영 성과는 어떨까. 인천 그랜드하얏트호텔과 제주KAL호텔, 서귀포KAL호텔, 미국 로스앤젤레스 월셔 그랜드호텔을 운영하는 칼호텔네트워크는 작년 매출액 855억원, 영업이익 87억원, 당기순이익 53억원을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부진을 겪는 호텔업계에서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매출액의 30%인 320억원 정도가 내부 거래에서 나왔다. 한진그룹 계열사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던 셈이다. 조 부사장은 지난 2009년 3월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조 부사장은 2011년 11월 또다른 계열사로, 새롭게 설립된 왕산레저개발의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왕산레저개발은 대한항공의 100% 자회사로 요트·유람선 운영업을 한다. 이 회사는 아직까지 매출이 없다. 대한항공은 이 회사 유상증자에 참여, 지난 9월과 3월 각각 300억, 140억원을 쏟아부었다. 지난 2012년 3월에도 300억원을 출자했다. 조 부사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진 별다른 경영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여행 사업을 하는 한진관광에서는 올 3월 조 부사장이 대표 자리에 올랐다. 권오상 대표와 각자대표 체제인데, 이 회사는 작년 매출액 259억원, 영업손실 24억원, 당기순손실 19억원을 기록했다. 또 조 부사장은 호텔 운영 대행업 등을 하는 항공종합서비스라는 계열사에도, 지난 2008년 11월부터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회사 역시 작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 국토부 조사 + 참여 연대 고발 '진행중'

조 부사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인천행 KE086 여객기에 탑승한 뒤 승무원의 서비스를 문제 삼아 이륙 준비 중인 여객기를 탑승구로 후진시켜 논란을 빚었다. 이 여객기는 사무장을 내린 후 다시 출발했고 10여 분 연착했다. 조 부사장은 땅콩 등 견과류(마카다미아너트)를 접시에 담아서 내와야 하는데 봉지째 갖다준 게 매뉴얼과 다르다고 문제 삼았다.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은 대한항공은 8일 "승무원에 대한 서비스 지적은 당연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비난 여론은 더 커졌다. 조 부사장은 결국 다음날 임원회의에서 "본의 아니게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고객과 국민 여러분에게 죄송스러우며 저 때문에 상처를 입으신 분이 있다면 너그러운 용서를 구한다"면서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대한항공의 모든 보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일로 국토교통부가 항공 법규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며, 참여연대가 조 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혀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위기에 몰렸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해야 한다"면서도 "그에 기초해 만약 법이나 규정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면 그에 따라 엄정히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항공기라는 중요한 교통수단에서 안전과 중요 서비스와 관련한 사항이 규정·시스템·상식에 따르지 않고 총수 일가라는 우월적 지위에 의해 간단하게 무력화된 사건"이라며 "재벌 총수와 그 일가들의 '갑(甲)질'과 횡포를 향후 예방한다는 차원에서라도 조 부사장의 불법행위를 묵과해선 안된다"고 고발 취지를 설명했다.

1974년생인 조 부사장은 미국 코넬대학교 호텔경영학을 공부하고, 남가주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를 졸업했다. 1999년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부로 입사 후 2006년 대한항공 기내식사업본부 부본부장(상무보)으로 승진, '기업의 별'인 임원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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