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땅콩 리턴' 사태로 거센 난기류를 만나 흔들리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맏딸로 이번 사건의 장본인인 조현아 전 부사장이 관련업무에서 손을 떼고 사표까지 제출, 수리됐지만 사태가 진정되기는커녕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대한항공은 11일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받았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은 이날 오후 강서구 공항동 본사와 인천공항 사무실에 수사관을 보내 이번 사건과 관련한 자료를 압수했다.
회사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예상하지 못한 일로 당황스럽다"면서 "1999년 탈세사건으로 압수수색받은 뒤로는 압수수색을 당한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은 항공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서 조사받을 처지가 됐다.
그는 검찰 조사에 앞서 당장 12일에는 국토교통부로부터 사실관계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국토부는 조 전 부사장의 고성이나 욕설 여부와 램프리턴(비행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는 일) 경위, 승무원이 비행기에서 내리게 된 경위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재벌 3세가 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 방식을 문제 삼아 이륙 전의 비행기를 되돌리고 사무장을 내리게 한 일에 대해 여론이 들끓으면서 대한항공은 큰 시련을 맞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일로 오너 일가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면서 대한항공의 이미지는 쉽게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었다.
뉴욕타임스, BBC, 가디언, AP, AFP, 블룸버그 등 세계 주요 언론이 큰 관심을 두고 보도한 탓에 이번 일은 외국에서도 조롱거리가 됐다.
대한항공이 직원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으며 후진적 관리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을 노동조합으로부터 받기도 했다.
대한항공의 숙원 사업인 경복궁 옆 '7성호텔' 건설 프로젝트는 주변 학교의 면학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 반대론을 비롯해 여러 난관이 있었는데 이번 일까지 겹쳐 짙은 먹구름이 끼었다.
우선 관광진흥법 개정이라는 문턱부터 넘어야 하는데 정부와 여당이 재벌특혜 시비에다 대한항공에 대한 싸늘한 여론까지 무릅쓰고 완강히 반대하는 야당을 설득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번 사태는 대한항공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유가 하락에 따른 수혜 기대감으로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번 주 들어 경쟁사 아시아나항공보다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적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빨리 인식해 진솔하게 사과부터 했어야 하는데 질질 끌면서 떠밀려 마지못해 하는 식으로 대응해 일이 커졌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 사건과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공교롭게도 이틀 사이 기체 이상으로 인한 회항과 지연 출발이 연이어 발생했다.
10일 오후 7시 35분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호주 브리즈번으로 향하던 KE123편 항공기는 부산 상공에서 엔진 관련 이상이 감지돼 인천으로 회항했다. 승객 138명은 다른 항공기를 갈아타고 가느라 4시간 30분을 허비했다.
9일(현지시간)에는 미국 애틀랜타공항에서 출발 예정이던 KE036편(승객 329명)에서 전기계통의 결함이 발견돼 6시간 30분가량 이륙이 늦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