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창조 코리아] ‘하우스푸어’ 250만 가구…탈출구는?

입력 2015.01.15 (21:13) 수정 2015.01.15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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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금 보시는 이 그림.

어떤 것이 느껴지시는지요?

집 한 채를 등에 업고 힘겨워하는 장면을 묘사한 건데, 바로 '하우스푸어'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번듯한 '내 집'이 있지만 무리한 대출과 집값 하락까지 겹쳐 이제는 '집'이 '짐'이 된 사람들입니다.

소득에서 대출금 상환 비율이 20%를 넘으면 하우스푸어로 볼 수 있는데요.

전국적으로 248만 가구 정도라는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서민경제의 현실을 진단하는 KBS의 연속기획, 오늘은 주택문제입니다.

먼저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 고통을 겪고 있는 하우스푸어의 하소연을 박진영 기자가 직접 들어봤습니다.

▼“집 산 뒤 너무 힘들어요”▼

<리포트>

<녹취> 박모 씨(회사원) : "내 집이라는 게 생겼을 때는 이 집에서 평생 살 수 있겠구나라는 기분. 되게 기분 이 좋았었는데 (대출때문에 )생각보다는 가계부담이 상당이 큰 거예요 서민들이 살 수 있는 곳이 필요한데 그러기엔 너무 현실적으로 어렵고 가격이 너무 비싼 것 같아요"

7년 전 집값의 절반이 넘는 1억 원을 대출받아 수도권의 아파트를 구입한 박모 씨의 얘기입니다.

신혼집을 마련하기 위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았는데, 지금까지 빚을 갚느라 허덕이고 있습니다.

대출원금과 이자비용으로 지출되는 금액은 90만 원정도.

월급 320만 원의 30%가까이를 빚 갚는 데 쓰고 있는 셈입니다.

<녹취> 박모 씨(회사원) : "자식한테는 조금 투자하게 되잖아요, 더 좋은 거 해주고 싶고 그런데 그 돈을 많이 못 쓰는 게...(아쉽죠.)"

집값도 당시 구입했을때보다 2천만 원 정도 떨어져 박 씨는 전형적인 하우스푸어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녹취> 박모 씨(회사원) : "전세는 어떻게 보면 원금이 보장되잖아요? 그래서 차라리 전세로 갈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집을 팔면 집값 하락분에 그동안 낸 대출 이자와 세금까지 합쳐 4천만 원 이상 손해 보는 상황.

박 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집 값 하락으로 서민들 부의 증식 공식 깨져▼

<기자 멘트>

이렇게 집을 샀다 낭패를 본 경우, 박 씨 만의 얘기는 아닐 겁니다.

KBS가 경기도 분당의 한 아파트 단지 한 개 동을 분석했는데요.

전체 64가구 가운데 대출을 받은 곳이 33가구로 절반을 넘었습니다.

대출 총액은 62억 원, 1가구에 평균 1억 9천만 원 정도의 빚을 지고 있는데요.

아파트값은 2006년의 분양가 7억 원과 비교하면 2억 원 이상 빠진 상태입니다.

집값은 이렇게 떨어졌는데 은행 빚은 갚아야 하니 한숨이 커질 수밖에 없겠죠.

과거에는 서민들이 전세자금에 은행대출을 더해 집을 사도 이렇게 집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에 빚을 갚고도 남았습니다.

그래서 또 대출을 받아 집을 더 넓혀갈 수 있었죠.

집값 상승기 서민들이 재산을 늘려가는 일반적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치솟기만 하던 집값이 오히려 떨어지면서 이런 공식이 깨진 건데요.

집값이 떨어지는데도 원리금은 갚아야 하니까 열심히 일해도 빚 갚기에 바쁜 서민들의 좌절감이 커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주택담보대출은 갈수록 늘고 있고 400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주택 경기가 반짝 살아날 기미를 보이면서 빚을 내서 집을 사는 사람들이 계속 생기고 있는 겁니다.

하우스푸어를 위한 대책, 살펴봤습니다.

▼하우스푸어 출구 열어줘야▼

<리포트>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전체 3200가구 가운데 지난달부터 지금까지 거래된 건은 단 2건에 불과합니다.

<녹취> 김모 씨(주택 매매 희망) : "(집을)내놓고 한 10개월, 9개월 되니까 한 사람 봤는데 (그 뒤에)아직까지 보러 오는 사람도 없어요."

9·1 대책 이후 늘어나던 거래가 다시 주춤해지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달 전국의 주택 거래량은 9만 천 건으로 1년 전보다 2% 이상 줄었습니다.

<인터뷰> 김용일(공인중개사) : "집을 팔아달라고 하는 사람 중 어떤 분들은 와서 아주 간곡하게 부탁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심지어는 중개수수료를 배를 드리겠다…."

주택을 사려는 사람들이 늘어야 집을 팔고 싶은 하우스푸어들에게 탈출구가 생긴다는 얘기입니다.

이 때문에 주택 매매가 활성화될 때까지는 정부가 하우스푸어의 집을 사들인 뒤 임대주택으로 운용하는 희망임대주택 리츠사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인터뷰> 박원갑(KB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 "부동산 시장의 미래가 여전히 불투명하고 최근 들어서는 거래량까지 다시 줄고 있기 때문에 하우스푸어에 대한 구제책을 당분간 유지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기존 하우스 푸어에 대한 구제책과 함께 하우스푸어 증가를 막기 위한 대책도 필요합니다.

일본처럼 싼 금리로 집값을 30년 이상 나눠내는 장기주택상품을 도입해 빚을 지지 않고도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KBS 뉴스 박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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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망창조 코리아] ‘하우스푸어’ 250만 가구…탈출구는?
    • 입력 2015-01-15 21:17:58
    • 수정2015-01-15 22: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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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금 보시는 이 그림.

어떤 것이 느껴지시는지요?

집 한 채를 등에 업고 힘겨워하는 장면을 묘사한 건데, 바로 '하우스푸어'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번듯한 '내 집'이 있지만 무리한 대출과 집값 하락까지 겹쳐 이제는 '집'이 '짐'이 된 사람들입니다.

소득에서 대출금 상환 비율이 20%를 넘으면 하우스푸어로 볼 수 있는데요.

전국적으로 248만 가구 정도라는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서민경제의 현실을 진단하는 KBS의 연속기획, 오늘은 주택문제입니다.

먼저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 고통을 겪고 있는 하우스푸어의 하소연을 박진영 기자가 직접 들어봤습니다.

▼“집 산 뒤 너무 힘들어요”▼

<리포트>

<녹취> 박모 씨(회사원) : "내 집이라는 게 생겼을 때는 이 집에서 평생 살 수 있겠구나라는 기분. 되게 기분 이 좋았었는데 (대출때문에 )생각보다는 가계부담이 상당이 큰 거예요 서민들이 살 수 있는 곳이 필요한데 그러기엔 너무 현실적으로 어렵고 가격이 너무 비싼 것 같아요"

7년 전 집값의 절반이 넘는 1억 원을 대출받아 수도권의 아파트를 구입한 박모 씨의 얘기입니다.

신혼집을 마련하기 위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았는데, 지금까지 빚을 갚느라 허덕이고 있습니다.

대출원금과 이자비용으로 지출되는 금액은 90만 원정도.

월급 320만 원의 30%가까이를 빚 갚는 데 쓰고 있는 셈입니다.

<녹취> 박모 씨(회사원) : "자식한테는 조금 투자하게 되잖아요, 더 좋은 거 해주고 싶고 그런데 그 돈을 많이 못 쓰는 게...(아쉽죠.)"

집값도 당시 구입했을때보다 2천만 원 정도 떨어져 박 씨는 전형적인 하우스푸어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녹취> 박모 씨(회사원) : "전세는 어떻게 보면 원금이 보장되잖아요? 그래서 차라리 전세로 갈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집을 팔면 집값 하락분에 그동안 낸 대출 이자와 세금까지 합쳐 4천만 원 이상 손해 보는 상황.

박 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집 값 하락으로 서민들 부의 증식 공식 깨져▼

<기자 멘트>

이렇게 집을 샀다 낭패를 본 경우, 박 씨 만의 얘기는 아닐 겁니다.

KBS가 경기도 분당의 한 아파트 단지 한 개 동을 분석했는데요.

전체 64가구 가운데 대출을 받은 곳이 33가구로 절반을 넘었습니다.

대출 총액은 62억 원, 1가구에 평균 1억 9천만 원 정도의 빚을 지고 있는데요.

아파트값은 2006년의 분양가 7억 원과 비교하면 2억 원 이상 빠진 상태입니다.

집값은 이렇게 떨어졌는데 은행 빚은 갚아야 하니 한숨이 커질 수밖에 없겠죠.

과거에는 서민들이 전세자금에 은행대출을 더해 집을 사도 이렇게 집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에 빚을 갚고도 남았습니다.

그래서 또 대출을 받아 집을 더 넓혀갈 수 있었죠.

집값 상승기 서민들이 재산을 늘려가는 일반적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치솟기만 하던 집값이 오히려 떨어지면서 이런 공식이 깨진 건데요.

집값이 떨어지는데도 원리금은 갚아야 하니까 열심히 일해도 빚 갚기에 바쁜 서민들의 좌절감이 커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주택담보대출은 갈수록 늘고 있고 400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주택 경기가 반짝 살아날 기미를 보이면서 빚을 내서 집을 사는 사람들이 계속 생기고 있는 겁니다.

하우스푸어를 위한 대책, 살펴봤습니다.

▼하우스푸어 출구 열어줘야▼

<리포트>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전체 3200가구 가운데 지난달부터 지금까지 거래된 건은 단 2건에 불과합니다.

<녹취> 김모 씨(주택 매매 희망) : "(집을)내놓고 한 10개월, 9개월 되니까 한 사람 봤는데 (그 뒤에)아직까지 보러 오는 사람도 없어요."

9·1 대책 이후 늘어나던 거래가 다시 주춤해지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달 전국의 주택 거래량은 9만 천 건으로 1년 전보다 2% 이상 줄었습니다.

<인터뷰> 김용일(공인중개사) : "집을 팔아달라고 하는 사람 중 어떤 분들은 와서 아주 간곡하게 부탁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심지어는 중개수수료를 배를 드리겠다…."

주택을 사려는 사람들이 늘어야 집을 팔고 싶은 하우스푸어들에게 탈출구가 생긴다는 얘기입니다.

이 때문에 주택 매매가 활성화될 때까지는 정부가 하우스푸어의 집을 사들인 뒤 임대주택으로 운용하는 희망임대주택 리츠사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인터뷰> 박원갑(KB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 "부동산 시장의 미래가 여전히 불투명하고 최근 들어서는 거래량까지 다시 줄고 있기 때문에 하우스푸어에 대한 구제책을 당분간 유지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기존 하우스 푸어에 대한 구제책과 함께 하우스푸어 증가를 막기 위한 대책도 필요합니다.

일본처럼 싼 금리로 집값을 30년 이상 나눠내는 장기주택상품을 도입해 빚을 지지 않고도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KBS 뉴스 박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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