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한다’ 보다 못한 ‘희망고문’…우리는 어디까지?

입력 2020.12.04 (21:31) 수정 2020.12.04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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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안전과 관련해 현재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크게 4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산업안전에 대한 기본 골격인 '생명안전기본법안'.

그 가운데 가장 큰 줄기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

특히, 택배 노동자 보호 방안을 담은 '생활물류서비스 산업발전법안'.

그리고 이른바 '특수고용 노동자' 보호와 관련된 법안입니다.

그럼 이 법안들, 얼마나 논의되고 있는지 언제쯤 통과되는 건지 류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역사상 처음으로 '생명'과 '안전'을 기본권으로 규정한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안.

구체적으로 국가가 안전사고의 원인과 대응 등이 적절했는지 규명하기 위한 '독립적 조사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김훈/'생명안전 시민넷' : "이 법안은 오랜 세월 동안 거듭된 죽음과 절망을 통과해 온 시련의 산물이며, 고통의 아우성입니다."]

하지만 우원식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내 일부와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 등이 공동 발의한 것입니다.

[우원식/더불어민주당의원/국회 생명안전포럼 : "아직 당론은 아니지만 시대정신에 맞춰서 반드시 당론으로 만들고, 통과시켜야 합니다."]

국민의힘 측은 상임위에서 논의해 본다는 입장입니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어디쯤 와 있을까요?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11월 17일 : "중대재해에 대해서 인명피해가 날 것 같으면 거기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나 한동안 진척이 없다 이달 1일 국민의힘도 관련 법안을 발의, 여야 4개 법안이 심사 대기 중입니다.

고의 또는 중대한 잘못으로 노동자가 사망하거나 장애가 생긴 경우, 원청의 책임도 묻고 경영책임자 등을 형사처벌할 수 있게 하자는 게 핵심입니다.

민주당은 사실상 당론, 국민의힘은 김종인 위원장이 힘을 싣고 있지만 만만치 않습니다.

가장 먼저 발의된 정의당 안에 대해 법사위 전문위원은 사실상 법안 대부분을 부정하는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형사처벌 대상에 법인의 대표이사와 이사를 포함하는 것은 과잉 입법 우려가 있고, '실질적 영향력', '위험방지 의무'라는 개념도 모호한데 법정형은 과도하다는 등입니다.

지난 2일 열렸던 공청회에서 경총은 판박이 논리로 법안을 반대했습니다.

[임우택/한국경영자총협회 안전보건본부장 : "선진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과도한 형벌규정과 경영자에게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유해·위험방지의무를 부과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은미/정의당 원내대표/중대재해개업처벌법 발의 : "호주도 우리가 이번에 법안을 발의한 것처럼 포괄적인 책임을 지우고 있고요. 영국은 징역형은 없지만 대신에 벌금형이 상한이 정해지지 않았어요."]

지난 9월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

[이낙연/민주당 대표/교섭단체연설/9월 7일 : "불행을 이제 막아야 합니다. '생명안전기본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그 시작입니다."]

그러나 산업안전법과 중대재해법 사이에서 이견을 조율하지 못했고,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 전달된 뒤 중대재해법으로 흐름을 잡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11월 17일 : "건설현장 사망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올해 하반기 11월까지 361명이 노동현장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가 잇따르자 정치권은 노동 조건을 개선하는 법을 만들겠다고 앞다투었지만, '올해 안 처리'라는 다짐만 있습니다.

소비자가 내는 2천5백 원이 택배 노동자에게는 8백 원만 돌아가는 구조는 손도 못 대고 있습니다.

그 외 특수고용, 이른바 특고 노동자의 고용보험과 산재 적용 법안은 이번 정기국회는 물론 올해 내 통과도 불투명합니다.

이렇게 산업안전 법안들에 대한 논의가 더디게 진행되는 사이 우리의 엄마, 아빠, 아들, 딸들이 일하다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KBS 뉴스 류란입니다.

촬영:송상엽/편집:이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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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 한다’ 보다 못한 ‘희망고문’…우리는 어디까지?
    • 입력 2020-12-04 21:31:18
    • 수정2020-12-04 22: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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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안전과 관련해 현재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크게 4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산업안전에 대한 기본 골격인 '생명안전기본법안'.

그 가운데 가장 큰 줄기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

특히, 택배 노동자 보호 방안을 담은 '생활물류서비스 산업발전법안'.

그리고 이른바 '특수고용 노동자' 보호와 관련된 법안입니다.

그럼 이 법안들, 얼마나 논의되고 있는지 언제쯤 통과되는 건지 류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역사상 처음으로 '생명'과 '안전'을 기본권으로 규정한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안.

구체적으로 국가가 안전사고의 원인과 대응 등이 적절했는지 규명하기 위한 '독립적 조사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김훈/'생명안전 시민넷' : "이 법안은 오랜 세월 동안 거듭된 죽음과 절망을 통과해 온 시련의 산물이며, 고통의 아우성입니다."]

하지만 우원식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내 일부와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 등이 공동 발의한 것입니다.

[우원식/더불어민주당의원/국회 생명안전포럼 : "아직 당론은 아니지만 시대정신에 맞춰서 반드시 당론으로 만들고, 통과시켜야 합니다."]

국민의힘 측은 상임위에서 논의해 본다는 입장입니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어디쯤 와 있을까요?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11월 17일 : "중대재해에 대해서 인명피해가 날 것 같으면 거기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나 한동안 진척이 없다 이달 1일 국민의힘도 관련 법안을 발의, 여야 4개 법안이 심사 대기 중입니다.

고의 또는 중대한 잘못으로 노동자가 사망하거나 장애가 생긴 경우, 원청의 책임도 묻고 경영책임자 등을 형사처벌할 수 있게 하자는 게 핵심입니다.

민주당은 사실상 당론, 국민의힘은 김종인 위원장이 힘을 싣고 있지만 만만치 않습니다.

가장 먼저 발의된 정의당 안에 대해 법사위 전문위원은 사실상 법안 대부분을 부정하는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형사처벌 대상에 법인의 대표이사와 이사를 포함하는 것은 과잉 입법 우려가 있고, '실질적 영향력', '위험방지 의무'라는 개념도 모호한데 법정형은 과도하다는 등입니다.

지난 2일 열렸던 공청회에서 경총은 판박이 논리로 법안을 반대했습니다.

[임우택/한국경영자총협회 안전보건본부장 : "선진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과도한 형벌규정과 경영자에게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유해·위험방지의무를 부과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은미/정의당 원내대표/중대재해개업처벌법 발의 : "호주도 우리가 이번에 법안을 발의한 것처럼 포괄적인 책임을 지우고 있고요. 영국은 징역형은 없지만 대신에 벌금형이 상한이 정해지지 않았어요."]

지난 9월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

[이낙연/민주당 대표/교섭단체연설/9월 7일 : "불행을 이제 막아야 합니다. '생명안전기본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그 시작입니다."]

그러나 산업안전법과 중대재해법 사이에서 이견을 조율하지 못했고,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 전달된 뒤 중대재해법으로 흐름을 잡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11월 17일 : "건설현장 사망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올해 하반기 11월까지 361명이 노동현장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가 잇따르자 정치권은 노동 조건을 개선하는 법을 만들겠다고 앞다투었지만, '올해 안 처리'라는 다짐만 있습니다.

소비자가 내는 2천5백 원이 택배 노동자에게는 8백 원만 돌아가는 구조는 손도 못 대고 있습니다.

그 외 특수고용, 이른바 특고 노동자의 고용보험과 산재 적용 법안은 이번 정기국회는 물론 올해 내 통과도 불투명합니다.

이렇게 산업안전 법안들에 대한 논의가 더디게 진행되는 사이 우리의 엄마, 아빠, 아들, 딸들이 일하다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KBS 뉴스 류란입니다.

촬영:송상엽/편집:이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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