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체질 ‘강화’ 투자 의욕 ‘위축’

입력 2007.10.12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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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외환위기 이후 달라진 우리경제를 살펴보는 연속기획, 세번째 순서입니다.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으며 살아남은 기업들은 체질이 강화되긴 했지만 투자는 지나칠정도로 신중한 모습입니다.

김석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시장점유율 세계 1위의 한국 조선산업.

전 세계에서 밀려드는 일감에 조선업계는 요즘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외환위기 때조차도 멈추지 않았던 공격적인 설비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인터뷰>김광국(현대중공업 홍보팀장): "현재 수주해 놓은 물량이 321척에 달합니다. 이는 4년 후인 2011년까지 건조해야 하는 물량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과잉투자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외형 키우기에만 급급했던 수많은 기업들은 외환위기를 계기로 오히려 몰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덩치만 크면 망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대마불사'의 신화는 지난 1997년 1월 한보철강 부도를 계기로 여지없이 깨지고 맙니다.

이후 기아자동차와 대우 등 30대 그룹 가운데 16곳이 차례로 무너졌습니다.

<인터뷰>한창수(삼성경제연구소): "한마디로 지나친 성장일변도의 경영방식이 낳은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높은 차입률, 낮은 이익률 같은 것이 그 당시에는 일반화돼 있었던 것입니다."

반면, 외환위기는 우리 기업들의 체질을 변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업종들은 외환위기 이후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경쟁력 있는 주력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도 크게 좋아졌습니다.

외환위기 당시 평균 4백 퍼센트에 이르렀던 부채비율은 10년이 지난 지금 80퍼센트까지 낮아졌고, 차입금 의존도 역시 20퍼센트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인터뷰>김상조(한성대 교수): "우리나라 기업들의 재무구조나 사업구조는 이른바 글로벌기업에 비견될 정도로 많이 발전했습니다. 이것이 한국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정말 축복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구조조정과 개방의 파고 속에 대내외 여건 변화에 민감해진 기업들의 투자 의욕은 크게 위축됐습니다.

지난 6월 말 현재 주요 대기업의 자본금 대비 잉여금 비율, 즉 유보율은 천 퍼센트가 넘습니다.

자본금의 10배가 넘는 현금을 그대로 쌓아두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인터뷰>송태정(LG경제연구원):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상당히 보수화되고 안정성을 추구하면서 우리 경제의 다이나믹성, 활력이 떨어진 게 큰 문제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10년. 우리 기업들의 체질과 경쟁력은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투자 효율성 제고를 통해 우리 경제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한 외환위기 극복은 절반의 성공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KBS 뉴스 김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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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 체질 ‘강화’ 투자 의욕 ‘위축’
    • 입력 2007-10-12 21:25:31
    뉴스 9
<앵커 멘트> 외환위기 이후 달라진 우리경제를 살펴보는 연속기획, 세번째 순서입니다.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으며 살아남은 기업들은 체질이 강화되긴 했지만 투자는 지나칠정도로 신중한 모습입니다. 김석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시장점유율 세계 1위의 한국 조선산업. 전 세계에서 밀려드는 일감에 조선업계는 요즘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외환위기 때조차도 멈추지 않았던 공격적인 설비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인터뷰>김광국(현대중공업 홍보팀장): "현재 수주해 놓은 물량이 321척에 달합니다. 이는 4년 후인 2011년까지 건조해야 하는 물량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과잉투자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외형 키우기에만 급급했던 수많은 기업들은 외환위기를 계기로 오히려 몰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덩치만 크면 망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대마불사'의 신화는 지난 1997년 1월 한보철강 부도를 계기로 여지없이 깨지고 맙니다. 이후 기아자동차와 대우 등 30대 그룹 가운데 16곳이 차례로 무너졌습니다. <인터뷰>한창수(삼성경제연구소): "한마디로 지나친 성장일변도의 경영방식이 낳은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높은 차입률, 낮은 이익률 같은 것이 그 당시에는 일반화돼 있었던 것입니다." 반면, 외환위기는 우리 기업들의 체질을 변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업종들은 외환위기 이후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경쟁력 있는 주력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도 크게 좋아졌습니다. 외환위기 당시 평균 4백 퍼센트에 이르렀던 부채비율은 10년이 지난 지금 80퍼센트까지 낮아졌고, 차입금 의존도 역시 20퍼센트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인터뷰>김상조(한성대 교수): "우리나라 기업들의 재무구조나 사업구조는 이른바 글로벌기업에 비견될 정도로 많이 발전했습니다. 이것이 한국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정말 축복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구조조정과 개방의 파고 속에 대내외 여건 변화에 민감해진 기업들의 투자 의욕은 크게 위축됐습니다. 지난 6월 말 현재 주요 대기업의 자본금 대비 잉여금 비율, 즉 유보율은 천 퍼센트가 넘습니다. 자본금의 10배가 넘는 현금을 그대로 쌓아두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인터뷰>송태정(LG경제연구원):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상당히 보수화되고 안정성을 추구하면서 우리 경제의 다이나믹성, 활력이 떨어진 게 큰 문제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10년. 우리 기업들의 체질과 경쟁력은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투자 효율성 제고를 통해 우리 경제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한 외환위기 극복은 절반의 성공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KBS 뉴스 김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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