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에 약한 도약…위기 다시 없나?

입력 2007.10.18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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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외환위기 이후 10년, 우리경제는 한단계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부의 작은 충격에도 쉽게 흔들리는 취약점도 보이고 있는데요.

외환위기 이후 달라진 우리경제를 되짚어보는 연속기획, 오늘은 마지막으로 한국 경제의 위상을 점검해봤습니다.

민필규 기자 입니다.


<리포트>

지난 2005년 2월22일, 은행의 외환거래실에 갑자기 긴장이 감돌았습니다.

미국 달러화의 가치가 폭락했기 때문입니다.

발단은 외환보유액 투자 대상 통화를 다변화하겠다는 한국은행의 국회 보고서, 그 내용이 외신을 타고 국제 금융시장에 퍼지면서 이른바 '한국은행 발 쇼크'가 일어났던 것입니다.

<인터뷰>구길모(외환은행 선임 딜러): "우리 중앙은행이 외환보유고를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국제 외환시장이 크게 영향을 받는 우리 위상이 높아진 상징적 사건이었습니다."

지난 15일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는 2천572억 달러, 세계 다섯 번째입니다.

그만큼 국제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우리 경제의 비중은 커졌습니다.

금융기관과 기업의 위기관리능력도 10년 새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한 은행의 대출심사팀.

아무리 사소한 건이라도 종합 검토를 거쳐 집단 심사를 통과해야만 대출 승인이 떨어집니다.

<인터뷰>이기만(우리은행 여신정책팀 부장): "회사의 종합적인 경영상태, 사업성 등을 고려해서 채무상환능력을 분석한 후에 여신의사 결정을 하고 있습니다."

은행 빚을 얻어서 분별없이 투자하는 기업들의 관행도 거의 사라졌습니다.

<인터뷰>김석동(재경부 제1차관): "기업부문에서 보면 부채비율이 크게 하락해서 재무구조가 건실화되고 회계시스템이나 지배구조를 아주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는 점이 달라졌습니다."

그러나 시장이 개방되면서 금융시스템은 외부 충격에 더 쉽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지난 8월 미국의 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문제가 불거지자 주가가 폭락하고 금리가 뛴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인터뷰>신용상(한국금융연구원 실장): "모든 금융시장들이 외환시장을 비롯해서 주식시장이니 채권시장 등이 개방돼 있기 때문에 그것에 따른 세계경제와 맞물려 다른 나라 경제의 충격을 바로 받는 구조가 돼 있죠."

게다가 충격을 줄이기 위해 금리와 환율 조정하더라도 시장 개방으로 그 효과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권순우(삼성경제연구소 금융팀장): "금융정책이 효과적으로 유효하게 이뤄지지 않고 외부적 힘에 의해 희석이 되고 정책효과가 왜곡되거나 반감되는 그런 경향이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외환위기 10년, 우리 경제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한 단계 도약했습니다.

그러나 개방의 대가로 외부 충격에 취약해지고 거시정책의 실효성마저 떨어지면서 위기 재발을 막기 위한 국제 공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KBS 뉴스 민필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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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격에 약한 도약…위기 다시 없나?
    • 입력 2007-10-18 21:24:17
    뉴스 9
<앵커 멘트> 외환위기 이후 10년, 우리경제는 한단계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부의 작은 충격에도 쉽게 흔들리는 취약점도 보이고 있는데요. 외환위기 이후 달라진 우리경제를 되짚어보는 연속기획, 오늘은 마지막으로 한국 경제의 위상을 점검해봤습니다. 민필규 기자 입니다. <리포트> 지난 2005년 2월22일, 은행의 외환거래실에 갑자기 긴장이 감돌았습니다. 미국 달러화의 가치가 폭락했기 때문입니다. 발단은 외환보유액 투자 대상 통화를 다변화하겠다는 한국은행의 국회 보고서, 그 내용이 외신을 타고 국제 금융시장에 퍼지면서 이른바 '한국은행 발 쇼크'가 일어났던 것입니다. <인터뷰>구길모(외환은행 선임 딜러): "우리 중앙은행이 외환보유고를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국제 외환시장이 크게 영향을 받는 우리 위상이 높아진 상징적 사건이었습니다." 지난 15일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는 2천572억 달러, 세계 다섯 번째입니다. 그만큼 국제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우리 경제의 비중은 커졌습니다. 금융기관과 기업의 위기관리능력도 10년 새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한 은행의 대출심사팀. 아무리 사소한 건이라도 종합 검토를 거쳐 집단 심사를 통과해야만 대출 승인이 떨어집니다. <인터뷰>이기만(우리은행 여신정책팀 부장): "회사의 종합적인 경영상태, 사업성 등을 고려해서 채무상환능력을 분석한 후에 여신의사 결정을 하고 있습니다." 은행 빚을 얻어서 분별없이 투자하는 기업들의 관행도 거의 사라졌습니다. <인터뷰>김석동(재경부 제1차관): "기업부문에서 보면 부채비율이 크게 하락해서 재무구조가 건실화되고 회계시스템이나 지배구조를 아주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는 점이 달라졌습니다." 그러나 시장이 개방되면서 금융시스템은 외부 충격에 더 쉽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지난 8월 미국의 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문제가 불거지자 주가가 폭락하고 금리가 뛴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인터뷰>신용상(한국금융연구원 실장): "모든 금융시장들이 외환시장을 비롯해서 주식시장이니 채권시장 등이 개방돼 있기 때문에 그것에 따른 세계경제와 맞물려 다른 나라 경제의 충격을 바로 받는 구조가 돼 있죠." 게다가 충격을 줄이기 위해 금리와 환율 조정하더라도 시장 개방으로 그 효과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권순우(삼성경제연구소 금융팀장): "금융정책이 효과적으로 유효하게 이뤄지지 않고 외부적 힘에 의해 희석이 되고 정책효과가 왜곡되거나 반감되는 그런 경향이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외환위기 10년, 우리 경제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한 단계 도약했습니다. 그러나 개방의 대가로 외부 충격에 취약해지고 거시정책의 실효성마저 떨어지면서 위기 재발을 막기 위한 국제 공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KBS 뉴스 민필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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