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칼’ 외자…약인가, 독인가?

입력 2007.10.17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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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외환위기 이후 10년동안의 우리경제를 진단해보고 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자본이 도입되면서 기업투명성 강화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지만, 우려와 경계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오늘은 외국인 투자, 그 허와 실을 짚어봅니다.
김태욱 기자입니다.


<리포트>

조흥은행까지 인수하며 금융계 강자 자리에 오른 신한은행, 10년 전 외환위기 때의 어려움을 외자유치를 통해 극복하고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았습니다.

<인터뷰>장동기(신한은행 재무기획부 팀장): "99년 해외 DR 발행에 성공함으로써 국제적 신인도를 높이고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외화 한 푼이 아쉬웠던 당시 상황에서 외국자본은 그 자체로 구세주 같은 존재였습니다.

자의반 타의반 자본시장의 빗장을 푼 지 10년, 이제 우리 주식시장의 외국인 보유 비율은 30~40%대에 이릅니다.

외국인 지분이 5% 이상인 기업도 전체 상장사의 30%를 넘어섰습니다.

덕분에 외국인 주주의 경영 감시가 강화되면서 기업들은 재무 건정성과 회계 투명성이 높아졌습니다.

<인터뷰>허경욱(재경부 국제정책관): "돈만 오는 게 아니라 기술, 경영, 시장을 다 같이 갖고 들어오기 때문에 그런 돈이 그 나라에 많이 들어온다면 그건 축복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우리 경제가 겪은 외국자본의 폐해와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해외 투기자본이 들어와 단기간에 막대한 이익만 챙긴 뒤 떠나는 이른바 '먹튀 논란'이 대표적입니다.

뉴브리지캐피털은 제일은행을, 칼라일은 한미은행을 되팔아 천문학적인 단기차익을 남기고도 조세피난처를 통해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한국시장을 떠났습니다.

<인터뷰>장화식(투기감시센터 정책위원장): "오히려 고용이 줄어들고 있고, 선진기법이 도입되는 것이 아니라 선진 투기기법이 난무하는 판이 됐습니다."
더구나 국내 30대 기업 가운데 외국인 지분이 국내 최대주주보다 많은 기업이 모두 17곳, SK에 대한 소버린의 경영 간섭과 칼 아이칸의 KT&G 인수 시도에서 보듯이 주요 기업들이 외국자본의 적대적 M&A에 노출돼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기업들이 정작 설비투자나 기술개발보다는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오히려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인터뷰>권순우(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수비경영, 보수경영으로 갈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성장률을 낮추고, 미래 성장동력을 찾는데 상당히 어렵게 만들고 있다."

국가부도 위기에 맞서 외자유치에 매달린 지 10년, 이제 한국 경제는 투기자본의 병폐를 줄이면서 동시에 자본시장의 국제 경쟁력을 높여야 할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KBS 뉴스 김태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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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날의 칼’ 외자…약인가, 독인가?
    • 입력 2007-10-17 21:23:36
    뉴스 9
<앵커 멘트> 외환위기 이후 10년동안의 우리경제를 진단해보고 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자본이 도입되면서 기업투명성 강화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지만, 우려와 경계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오늘은 외국인 투자, 그 허와 실을 짚어봅니다. 김태욱 기자입니다. <리포트> 조흥은행까지 인수하며 금융계 강자 자리에 오른 신한은행, 10년 전 외환위기 때의 어려움을 외자유치를 통해 극복하고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았습니다. <인터뷰>장동기(신한은행 재무기획부 팀장): "99년 해외 DR 발행에 성공함으로써 국제적 신인도를 높이고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외화 한 푼이 아쉬웠던 당시 상황에서 외국자본은 그 자체로 구세주 같은 존재였습니다. 자의반 타의반 자본시장의 빗장을 푼 지 10년, 이제 우리 주식시장의 외국인 보유 비율은 30~40%대에 이릅니다. 외국인 지분이 5% 이상인 기업도 전체 상장사의 30%를 넘어섰습니다. 덕분에 외국인 주주의 경영 감시가 강화되면서 기업들은 재무 건정성과 회계 투명성이 높아졌습니다. <인터뷰>허경욱(재경부 국제정책관): "돈만 오는 게 아니라 기술, 경영, 시장을 다 같이 갖고 들어오기 때문에 그런 돈이 그 나라에 많이 들어온다면 그건 축복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우리 경제가 겪은 외국자본의 폐해와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해외 투기자본이 들어와 단기간에 막대한 이익만 챙긴 뒤 떠나는 이른바 '먹튀 논란'이 대표적입니다. 뉴브리지캐피털은 제일은행을, 칼라일은 한미은행을 되팔아 천문학적인 단기차익을 남기고도 조세피난처를 통해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한국시장을 떠났습니다. <인터뷰>장화식(투기감시센터 정책위원장): "오히려 고용이 줄어들고 있고, 선진기법이 도입되는 것이 아니라 선진 투기기법이 난무하는 판이 됐습니다." 더구나 국내 30대 기업 가운데 외국인 지분이 국내 최대주주보다 많은 기업이 모두 17곳, SK에 대한 소버린의 경영 간섭과 칼 아이칸의 KT&G 인수 시도에서 보듯이 주요 기업들이 외국자본의 적대적 M&A에 노출돼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기업들이 정작 설비투자나 기술개발보다는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오히려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인터뷰>권순우(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수비경영, 보수경영으로 갈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성장률을 낮추고, 미래 성장동력을 찾는데 상당히 어렵게 만들고 있다." 국가부도 위기에 맞서 외자유치에 매달린 지 10년, 이제 한국 경제는 투기자본의 병폐를 줄이면서 동시에 자본시장의 국제 경쟁력을 높여야 할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KBS 뉴스 김태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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