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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 보셨습니까? ⑨ ‘소녀상 옮겨야’…국제예양 어긋나니 지혜를 모으자?
입력 2017.03.23 (16:24) 수정 2017.03.23 (16:27) 데이터룸
소녀상 보셨습니까? ⑨ ‘소녀상 옮겨야’…국제예양 어긋나니 지혜를 모으자?
토요일이었던 지난 18일 오후, 부산 일본영사관 옆 평화의 소녀상에 사람들이 찾아들었습니다. 길을 가다 잠시 발걸음을 멈춘 행인, 아이 손을 잡고 나온 학부모, 친구들과 함께 온 학생, 그리고 일본인들까지, 여러 사람들이 소녀상 앞에 멈춰 섰습니다. 이들은 소녀상 의자에 앉아 보기도 하고, 소녀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고, 함께 온 사람들과 소녀상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부산시 주한 일본영사관 후문 옆에 설치된 소녀상부산시 주한 일본영사관 후문 옆에 설치된 소녀상

■ 'CCTV 설치 뒤 평온... 쓰레기 투기·행패 못 봤다'

부산 소녀상 건립 뒤 지킴이겸 해설가로 나선 김상금 씨(68세)는 소녀상 건립 초기에는 극히 일부이지만 쓰레기를 버리거나 소녀상을 치우라고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3월 9일 CCTV가 설치된 뒤에는 그런 사람들이 크게 줄어들었다면서, 이제는 소녀상이 평화로워진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부산 일본 영사관 옆 소녀상 지킴이겸 해설가로 나선 김상금 씨부산 일본 영사관 옆 소녀상 지킴이겸 해설가로 나선 김상금 씨

부친이 일제 강점기 때 징용을 당해 갖은 고통을 겪었다는 김상금 씨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보면 남의 일 같지 않다며, 부산 소녀상을 찾는 사람들에게 소녀상의 의미를 전달해 줄 수 있어서 보람이 크다고 했습니다. 김 씨는 통역가이드와 함께 온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소녀상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왜 이곳에 소녀상을 세웠는지에 대해 설명을 해 준 적도 있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소녀상을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 외교부의 공문, '부산 소녀상 이전 방안 지혜 모아야'

하지만 외교부는 일본 영사관 후문 옆 소녀상의 위치가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지난 2월 소녀상을 옮기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부산시의회의장과 부산시장, 부산 동구청장 앞으로 공문을 보냈습니다.

2017년 2월 외교부가 부산시의회의장, 부산시장, 부산동구청장 앞으로 보낸 공문2017년 2월 외교부가 부산시의회의장, 부산시장, 부산동구청장 앞으로 보낸 공문

부산시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고 시작된 이 공문은, '주부산일본총영사관 후문 옆에 설치된 소녀상의 위치가 외교공관의 보호와 관련된 국제예양과 관행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소녀상을 옮기는 방안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 시민단체 등이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부산시와 시의회, 부산 지역 시민단체들이 소녀상 이전의 필요성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는 뜻을 전한 겁니다.

■ 1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일 아니다'

1년 전, 정부의 입장은 어떠했을까? 한일 위안부 합의가 있고 나서 보름여 뒤인 지난 2016년 1월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소녀상에 대해 정부가 관여할 일은 아니라는 취지로 발언을 합니다.

◎ 박근혜 전 대통령 (2016년 1월 13일)
"소녀상 이전 문제와 관련해서 한일 외교장관 공동 회견에서 발언한 내용이 있지 않습니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거기에 나와 있는 그대로가 다이고, 정부가 소녀상 갖고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그런 문제도 아니거든요."

[연관기사] [영상] 박 대통령, “소녀상 이전,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못해”

외교부도 브리핑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이 언급했던 '이래라저래라 할 일이 아니다'라는 표현을 되풀이해서 쓰며, 소녀상 문제에 대해 정부가 뭐라 할 문제가 아니라고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습니다.

■ 2016년 외교부, '소녀상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일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일이 아니다' 발언이 있고 나서 10여일 뒤인 2016년 1월 26일 외교부 정례 브리핑 자리, 외교부는 민간에서 추진하는 소녀상에 대해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입장이 아니라고 다시 한 번 밝혔습니다.

◎ 2016년 1월 26일 외교부 정례 브리핑
<질문> 이번 부산 소녀상에 대해서 한국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하실 예정이신지, 등 정부의 입장을 알고 싶습니다. (요미우리신문 OOO 기자)
<답변> 정부의 입장은 일관됩니다. 소녀상 설치 문제는 민간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외교부는 일본 자민당의 소녀상 철거 촉구 등에 대해서도 대응할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일본 정치권에서 뭐라고 하건 간에, 이 또한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던 겁니다.

◎ 2016년 1월 26일 외교부 정례 브리핑
<질문> 외신에 자민당이 소녀상 조기 철거를 강하게 촉구하라고 정부에 요구하는 결의안을 마련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이것에 대한 정부 입장 있으시면 말씀 부탁드릴게요. (TV조선 OOO 기자)
<답변> 예.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일본의 정당 차원의 결의안에 대해서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거듭 말씀드립니다만, 소녀상은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설치된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합니다.

외교부는 2016년 8월 25일 정례 브리핑에서도 부산 소녀상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사안이 아니라고 같은 취지의 답변을 했습니다.

◎ 2016년 8월 25일 외교부 정례 브리핑
<외교부 답변> 그것 먼저 답변을 해드리겠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소녀상 문제는 합의에 분명히 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합의문 그 문구에 나타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제가 좀 아까 말씀드렸듯이 이것은 상당히 우리 국내적으로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또 민간단체에서 세운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 위안부 합의문 Q&A, '소녀상 이전 합의한 것 아니다'

외교부는 한일 위안부 합의문 Q&A에서도 소녀상 이전에 합의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 외교부의 위안부 합의문 Q&A
따라서, 우리 정부가 소녀상을 이전하기로 합의하였다거나, 소녀상 이전을 조건으로 10억 엔을 받기로 하였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 일본 정부도 ‘15.12.28 양국 정부가 합의하여 대외 발표한 내용 이외에 별도의 합의는 없다는 점, 즉 소녀상 이전에 합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여러 차례에 걸쳐 분명히 하였습니다.

  

■ 2017년... 외교부, '소녀상 옮기는 방안에 대해 지혜를 모아보자'

외교부는 이처럼 지속적으로 소녀상 이전에 대해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일이 아니라고 말해왔지만, 2016년 12월 부산에 소녀상이 설치되고 2017년 1월 이에 항의해 주한 일본대사가 한국을 떠나 일본으로 돌아가자, 부산시와 시의회, 부산 동구청에 공문을 보냈습니다. 소녀상을 옮기는 방안에 대해 지혜를 모아보자는 뜻을 부산시와 시의회, 부산 동구청에 전달한 겁니다.

외교부는 공문에서 현재의 부산 소녀상 위치가 외교공관의 보호와 관련된 국제예양과 관행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 국제예양이란?

행정용어사전은 국제예양에 대해 '국제사회에 있어서 일반적으로 행하여지는 풍습·예의·편의·호의 등에 의하는 관례를 말한다. 이러한 관례에 대한 위반은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 즉, 국제법상의 의무로서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고 기술해 놓고 있습니다.

공문에 밝힌 외교부의 설명대로라면 부산 소녀상이 국제법적으로 불법행위는 아니나, 풍습이나 예의, 호의 등에 의하는 관례에는 맞지 않는다는 얘기인데, 외교부 관계자는 소녀상이 외교공관의 보호에 어떤 해를 끼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편의 문제를 비롯해 여러가지 면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부산 일본 영사관 옆 소녀상, 영사관 내 일본 국기가 게양돼 있다.부산 일본 영사관 옆 소녀상, 영사관 내 일본 국기가 게양돼 있다.

■ 외교부, '이랬으면 좋겠다는 의미, 이래라저래라는 아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부산 소녀상 이전 관련 공문에 대해 말 바꾸기는 아니라며, '부산 소녀상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일은 아니다'라는 정부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공문은 외교부가 지자체에 보낸 의견일 뿐, 강압이나 지시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 같은 공문을 또 보낼 것인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 시민단체, '역사의 교훈으로 오래 기억... 더 적절한 장소는 없다'

시민단체들은 외교부가 소녀상 이전 관련 공문을 보낸 데 대해 격분하고 있습니다.

부산겨레하나의 김미진 운영위원장은 외교부가 공문을 보내놓고 압력이 아니다, 단순 의견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은 바르지 못한 태도라고 지적했습니다. 김미진 운영위원장은 또 외교부는 공문에서 '위안부 문제를 역사의 교훈으로 오래 기억하기에 더 적절한 장소로 소녀상을 옮기는 방안에 대해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지만, 현재의 자리보다 더 적절한 장소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부산시의회·부산시·동구청, '외교부 공문에 답변 필요성 못 느껴'

외교부의 공문에 대해 부산시의회와 부산시, 부산 동구청은 예외없이 답변을 보내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 부산시의회
부산시의회 의장 비서실 관계자는 소녀상으로 인해 한일 두 나라 사이에 갈등이 커지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전이나 철거는 고려의 대상이 아닌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외교부의 공문에 대해서는 따로 답변을 보내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 부산시
부산시 관계자도 외교부의 공문에 대해 답변을 보내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일차적으로 부산 동구청의 일인데다가 굳이 답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 부산 동구청
부산 동구청 관계자 또한 외교부가 보낸 공문에 대해 답을 보내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동구청 관계자는 이와 함께 소녀상을 이전하거나 철거할 계획은 없다며, 외교부에 답을 보낼 생각도 없고, 외교부 의견을 따를 계획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부산시의회의 정명희 의원은 지난 2월 27일 '부산광역시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했습니다. 이 조례안은 일본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지원 방안과 함께 '피해자에 관한 조형물‧동상 등 기념물 설치‧지원 및 관리사업'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정명희 의원은 조례안이 통과 되면 소녀상을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보호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일본 외무성, '윤병세 장관이 일 외무상에게 소녀상 위치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부산 지역 자치단체들이 외교부의 공문에 직접적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외교부는 부산시와 동구청 등에 공문을 보낸 것은 물론, 일본측에도 사실상 같은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보입니다.

부산 소녀상과 관련해 일본 외무성은 지난 2월 17일 독일 본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기시다 외무상이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부산 영사관 옆 소녀상에 대해 극히 유감이라고 말을 하고, 철거돼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전했습니다.

일본 외무성은 또 '윤병세 외교 장관이 이에 답하기를, 소녀상이 일본 대사관이나 영사관 앞에 설치되는 것은 국제 관행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외교 장관이 일본 외무상을 만나서 부산 동구청에 보낸 공문에 나온 얘기와 사실상 같은 얘기를 했다는 게 일본 정부의 말입니다. 일본 외무성은 여기에 더 해 윤병세 장관이 기시다 외무상에게 '한국 측이 (소녀상 이전 조치와 관련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설명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국내 공식 석상에서는 대통령도 외교부도 정부가 소녀상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사안이 아니라고 강조를 해왔으나, 한국 외교 장관이 일본 외무상을 만나 한국 측의 조치 내용에 대해 설명까지 해줬다는 게 일본 외무성의 설명인 겁니다.

◎ 일본 외무성이 공개한 한국과 일본의 외교 장관 회담 자료
... Minister Kishida expressed deep regret at the installation of a comfort woman statue on the sidewalk in front of Japan’s Consulate-General in Busan at the end of last year and strongly requested its removal. In response, Minister Yun commented that it is not appropriate in light of international protocol to build a comfort woman statue in front of an embassy or a consulate and explained measures being taken by the ROK side. ...

[관련 링크]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 2017.2.17. 한일 외교 장관 회담 보고

한일 외교장관 회담, 독일 본 (2017.02.17)한일 외교장관 회담, 독일 본 (2017.02.17)

하지만 당시 외교부가 낸 보도자료에서는 이 같은 구체적 내용은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외교부는 2월 17일 국내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윤병세 장관과 기시다 장관이 만나 부산 소녀상 문제 등 민감 현안이 양국 관계의 대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상호 노력하자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간략히 표현했을 뿐입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의 발표처럼 윤병세 장관이 정말로 기시다 장관에게 그와 같은 말을 한 것이 사실인지에 대해서 따로 답변할 사안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경기도 부천시 안중근공원에 세워진 소녀상, 기념비에 ‘우린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경기도 부천시 안중근공원에 세워진 소녀상, 기념비에 ‘우린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한국 외교부가 부산의 일본 영사관 옆 소녀상을 옮겨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는 가운데, 부산 위안부 소녀상 설치에 대한 항의로 두 달 넘게 일본에 머물고 있는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 대사는 지난 15일 자신의 귀임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한국이 위안부합의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나가미네 대사는 이날 여당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해 '(한국에서) 어떤 정권이 되더라도 (집권해도) 약속(위안부 합의)을 지키도록 호소해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나가미네 대사는 한국 정부의 대응에 대해 '외교부 장관이 부산시 등에 (소녀상) 이전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낸 것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고, 자신의 귀임 시기에 대해서는 발언하지 않았습니다. 일본 정부는 부산의 일본 총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설치에 항의하며 지난 1월 9일 나가미네 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 부산 총영사를 소환한 뒤 귀임시키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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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녀상 보셨습니까? ⑨ ‘소녀상 옮겨야’…국제예양 어긋나니 지혜를 모으자?
    • 입력 2017.03.23 (16:24)
    • 수정 2017.03.2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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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 보셨습니까? ⑨ ‘소녀상 옮겨야’…국제예양 어긋나니 지혜를 모으자?
토요일이었던 지난 18일 오후, 부산 일본영사관 옆 평화의 소녀상에 사람들이 찾아들었습니다. 길을 가다 잠시 발걸음을 멈춘 행인, 아이 손을 잡고 나온 학부모, 친구들과 함께 온 학생, 그리고 일본인들까지, 여러 사람들이 소녀상 앞에 멈춰 섰습니다. 이들은 소녀상 의자에 앉아 보기도 하고, 소녀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고, 함께 온 사람들과 소녀상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부산시 주한 일본영사관 후문 옆에 설치된 소녀상부산시 주한 일본영사관 후문 옆에 설치된 소녀상

■ 'CCTV 설치 뒤 평온... 쓰레기 투기·행패 못 봤다'

부산 소녀상 건립 뒤 지킴이겸 해설가로 나선 김상금 씨(68세)는 소녀상 건립 초기에는 극히 일부이지만 쓰레기를 버리거나 소녀상을 치우라고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3월 9일 CCTV가 설치된 뒤에는 그런 사람들이 크게 줄어들었다면서, 이제는 소녀상이 평화로워진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부산 일본 영사관 옆 소녀상 지킴이겸 해설가로 나선 김상금 씨부산 일본 영사관 옆 소녀상 지킴이겸 해설가로 나선 김상금 씨

부친이 일제 강점기 때 징용을 당해 갖은 고통을 겪었다는 김상금 씨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보면 남의 일 같지 않다며, 부산 소녀상을 찾는 사람들에게 소녀상의 의미를 전달해 줄 수 있어서 보람이 크다고 했습니다. 김 씨는 통역가이드와 함께 온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소녀상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왜 이곳에 소녀상을 세웠는지에 대해 설명을 해 준 적도 있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소녀상을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 외교부의 공문, '부산 소녀상 이전 방안 지혜 모아야'

하지만 외교부는 일본 영사관 후문 옆 소녀상의 위치가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지난 2월 소녀상을 옮기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부산시의회의장과 부산시장, 부산 동구청장 앞으로 공문을 보냈습니다.

2017년 2월 외교부가 부산시의회의장, 부산시장, 부산동구청장 앞으로 보낸 공문2017년 2월 외교부가 부산시의회의장, 부산시장, 부산동구청장 앞으로 보낸 공문

부산시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고 시작된 이 공문은, '주부산일본총영사관 후문 옆에 설치된 소녀상의 위치가 외교공관의 보호와 관련된 국제예양과 관행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소녀상을 옮기는 방안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 시민단체 등이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부산시와 시의회, 부산 지역 시민단체들이 소녀상 이전의 필요성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는 뜻을 전한 겁니다.

■ 1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일 아니다'

1년 전, 정부의 입장은 어떠했을까? 한일 위안부 합의가 있고 나서 보름여 뒤인 지난 2016년 1월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소녀상에 대해 정부가 관여할 일은 아니라는 취지로 발언을 합니다.

◎ 박근혜 전 대통령 (2016년 1월 13일)
"소녀상 이전 문제와 관련해서 한일 외교장관 공동 회견에서 발언한 내용이 있지 않습니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거기에 나와 있는 그대로가 다이고, 정부가 소녀상 갖고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그런 문제도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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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도 브리핑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이 언급했던 '이래라저래라 할 일이 아니다'라는 표현을 되풀이해서 쓰며, 소녀상 문제에 대해 정부가 뭐라 할 문제가 아니라고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습니다.

■ 2016년 외교부, '소녀상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일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일이 아니다' 발언이 있고 나서 10여일 뒤인 2016년 1월 26일 외교부 정례 브리핑 자리, 외교부는 민간에서 추진하는 소녀상에 대해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입장이 아니라고 다시 한 번 밝혔습니다.

◎ 2016년 1월 26일 외교부 정례 브리핑
<질문> 이번 부산 소녀상에 대해서 한국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하실 예정이신지, 등 정부의 입장을 알고 싶습니다. (요미우리신문 OOO 기자)
<답변> 정부의 입장은 일관됩니다. 소녀상 설치 문제는 민간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외교부는 일본 자민당의 소녀상 철거 촉구 등에 대해서도 대응할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일본 정치권에서 뭐라고 하건 간에, 이 또한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던 겁니다.

◎ 2016년 1월 26일 외교부 정례 브리핑
<질문> 외신에 자민당이 소녀상 조기 철거를 강하게 촉구하라고 정부에 요구하는 결의안을 마련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이것에 대한 정부 입장 있으시면 말씀 부탁드릴게요. (TV조선 OOO 기자)
<답변> 예.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일본의 정당 차원의 결의안에 대해서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거듭 말씀드립니다만, 소녀상은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설치된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합니다.

외교부는 2016년 8월 25일 정례 브리핑에서도 부산 소녀상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사안이 아니라고 같은 취지의 답변을 했습니다.

◎ 2016년 8월 25일 외교부 정례 브리핑
<외교부 답변> 그것 먼저 답변을 해드리겠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소녀상 문제는 합의에 분명히 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합의문 그 문구에 나타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제가 좀 아까 말씀드렸듯이 이것은 상당히 우리 국내적으로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또 민간단체에서 세운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 위안부 합의문 Q&A, '소녀상 이전 합의한 것 아니다'

외교부는 한일 위안부 합의문 Q&A에서도 소녀상 이전에 합의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 외교부의 위안부 합의문 Q&A
따라서, 우리 정부가 소녀상을 이전하기로 합의하였다거나, 소녀상 이전을 조건으로 10억 엔을 받기로 하였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 일본 정부도 ‘15.12.28 양국 정부가 합의하여 대외 발표한 내용 이외에 별도의 합의는 없다는 점, 즉 소녀상 이전에 합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여러 차례에 걸쳐 분명히 하였습니다.

  

■ 2017년... 외교부, '소녀상 옮기는 방안에 대해 지혜를 모아보자'

외교부는 이처럼 지속적으로 소녀상 이전에 대해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일이 아니라고 말해왔지만, 2016년 12월 부산에 소녀상이 설치되고 2017년 1월 이에 항의해 주한 일본대사가 한국을 떠나 일본으로 돌아가자, 부산시와 시의회, 부산 동구청에 공문을 보냈습니다. 소녀상을 옮기는 방안에 대해 지혜를 모아보자는 뜻을 부산시와 시의회, 부산 동구청에 전달한 겁니다.

외교부는 공문에서 현재의 부산 소녀상 위치가 외교공관의 보호와 관련된 국제예양과 관행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 국제예양이란?

행정용어사전은 국제예양에 대해 '국제사회에 있어서 일반적으로 행하여지는 풍습·예의·편의·호의 등에 의하는 관례를 말한다. 이러한 관례에 대한 위반은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 즉, 국제법상의 의무로서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고 기술해 놓고 있습니다.

공문에 밝힌 외교부의 설명대로라면 부산 소녀상이 국제법적으로 불법행위는 아니나, 풍습이나 예의, 호의 등에 의하는 관례에는 맞지 않는다는 얘기인데, 외교부 관계자는 소녀상이 외교공관의 보호에 어떤 해를 끼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편의 문제를 비롯해 여러가지 면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부산 일본 영사관 옆 소녀상, 영사관 내 일본 국기가 게양돼 있다.부산 일본 영사관 옆 소녀상, 영사관 내 일본 국기가 게양돼 있다.

■ 외교부, '이랬으면 좋겠다는 의미, 이래라저래라는 아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부산 소녀상 이전 관련 공문에 대해 말 바꾸기는 아니라며, '부산 소녀상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일은 아니다'라는 정부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공문은 외교부가 지자체에 보낸 의견일 뿐, 강압이나 지시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 같은 공문을 또 보낼 것인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 시민단체, '역사의 교훈으로 오래 기억... 더 적절한 장소는 없다'

시민단체들은 외교부가 소녀상 이전 관련 공문을 보낸 데 대해 격분하고 있습니다.

부산겨레하나의 김미진 운영위원장은 외교부가 공문을 보내놓고 압력이 아니다, 단순 의견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은 바르지 못한 태도라고 지적했습니다. 김미진 운영위원장은 또 외교부는 공문에서 '위안부 문제를 역사의 교훈으로 오래 기억하기에 더 적절한 장소로 소녀상을 옮기는 방안에 대해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지만, 현재의 자리보다 더 적절한 장소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부산시의회·부산시·동구청, '외교부 공문에 답변 필요성 못 느껴'

외교부의 공문에 대해 부산시의회와 부산시, 부산 동구청은 예외없이 답변을 보내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 부산시의회
부산시의회 의장 비서실 관계자는 소녀상으로 인해 한일 두 나라 사이에 갈등이 커지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전이나 철거는 고려의 대상이 아닌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외교부의 공문에 대해서는 따로 답변을 보내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 부산시
부산시 관계자도 외교부의 공문에 대해 답변을 보내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일차적으로 부산 동구청의 일인데다가 굳이 답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 부산 동구청
부산 동구청 관계자 또한 외교부가 보낸 공문에 대해 답을 보내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동구청 관계자는 이와 함께 소녀상을 이전하거나 철거할 계획은 없다며, 외교부에 답을 보낼 생각도 없고, 외교부 의견을 따를 계획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부산시의회의 정명희 의원은 지난 2월 27일 '부산광역시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했습니다. 이 조례안은 일본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지원 방안과 함께 '피해자에 관한 조형물‧동상 등 기념물 설치‧지원 및 관리사업'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정명희 의원은 조례안이 통과 되면 소녀상을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보호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일본 외무성, '윤병세 장관이 일 외무상에게 소녀상 위치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부산 지역 자치단체들이 외교부의 공문에 직접적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외교부는 부산시와 동구청 등에 공문을 보낸 것은 물론, 일본측에도 사실상 같은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보입니다.

부산 소녀상과 관련해 일본 외무성은 지난 2월 17일 독일 본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기시다 외무상이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부산 영사관 옆 소녀상에 대해 극히 유감이라고 말을 하고, 철거돼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전했습니다.

일본 외무성은 또 '윤병세 외교 장관이 이에 답하기를, 소녀상이 일본 대사관이나 영사관 앞에 설치되는 것은 국제 관행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외교 장관이 일본 외무상을 만나서 부산 동구청에 보낸 공문에 나온 얘기와 사실상 같은 얘기를 했다는 게 일본 정부의 말입니다. 일본 외무성은 여기에 더 해 윤병세 장관이 기시다 외무상에게 '한국 측이 (소녀상 이전 조치와 관련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설명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국내 공식 석상에서는 대통령도 외교부도 정부가 소녀상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사안이 아니라고 강조를 해왔으나, 한국 외교 장관이 일본 외무상을 만나 한국 측의 조치 내용에 대해 설명까지 해줬다는 게 일본 외무성의 설명인 겁니다.

◎ 일본 외무성이 공개한 한국과 일본의 외교 장관 회담 자료
... Minister Kishida expressed deep regret at the installation of a comfort woman statue on the sidewalk in front of Japan’s Consulate-General in Busan at the end of last year and strongly requested its removal. In response, Minister Yun commented that it is not appropriate in light of international protocol to build a comfort woman statue in front of an embassy or a consulate and explained measures being taken by the ROK side. ...

[관련 링크]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 2017.2.17. 한일 외교 장관 회담 보고

한일 외교장관 회담, 독일 본 (2017.02.17)한일 외교장관 회담, 독일 본 (2017.02.17)

하지만 당시 외교부가 낸 보도자료에서는 이 같은 구체적 내용은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외교부는 2월 17일 국내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윤병세 장관과 기시다 장관이 만나 부산 소녀상 문제 등 민감 현안이 양국 관계의 대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상호 노력하자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간략히 표현했을 뿐입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의 발표처럼 윤병세 장관이 정말로 기시다 장관에게 그와 같은 말을 한 것이 사실인지에 대해서 따로 답변할 사안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경기도 부천시 안중근공원에 세워진 소녀상, 기념비에 ‘우린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경기도 부천시 안중근공원에 세워진 소녀상, 기념비에 ‘우린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한국 외교부가 부산의 일본 영사관 옆 소녀상을 옮겨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는 가운데, 부산 위안부 소녀상 설치에 대한 항의로 두 달 넘게 일본에 머물고 있는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 대사는 지난 15일 자신의 귀임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한국이 위안부합의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나가미네 대사는 이날 여당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해 '(한국에서) 어떤 정권이 되더라도 (집권해도) 약속(위안부 합의)을 지키도록 호소해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나가미네 대사는 한국 정부의 대응에 대해 '외교부 장관이 부산시 등에 (소녀상) 이전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낸 것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고, 자신의 귀임 시기에 대해서는 발언하지 않았습니다. 일본 정부는 부산의 일본 총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설치에 항의하며 지난 1월 9일 나가미네 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 부산 총영사를 소환한 뒤 귀임시키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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