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보셨습니까? ⑩ 일본 주장에 호응하는 외교부 “비엔나 협약”이 뭐길래?

입력 2017.03.29 (15:20) 수정 2019.08.1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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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냐 왜(倭)교부냐 하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부산 일본 총영사관 담벼락 옆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 즉 ‘소녀상’ 철거 때문입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지난 1월 국회 현안보고에서 “외교 공관 앞에 조형물 설치가 국제 예양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입장”이라고 말한 데 이어, 외교부에서는 부산시와 부산동구청, 부산시의회 세 곳에 공문을 발송해 ‘소녀상 이전’을 압박했다는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 소녀상이 일본 영사관의 안녕에 위협?

외교적으로 쓰이는 말은 참 알아듣기 힘듭니다. 그렇다는 건지 아니라는 건지.
그간 한일 위안부 합의문에서 명시된 ‘서울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 문제와 관련해 외교부는 “그동안 자치단체나 시민들이 설치하는 조형물을 이래라 저래라 할 입장이 아니다”고 사실상 방임 입장을 고수해왔습니다. 그런데 부산 일본 총영사관 길가에 설치된 소녀상 문제에 대해서 갑자기 입장을 바꿉니다. 영사관의 안녕과 존엄을 지켜야 하는 국제예양에 어긋나기 때문에 다른 장소로 옮겨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때는 괜찮고 지금은 안된다니 어떻게 된 영문일까요?
외교부가 드는 근거는 '비엔나 협약'입니다.

■ 외교부, ‘비엔나협약’ 논란 몰랐나?

KBS데이터저널리즘팀이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소녀상 혹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한국과 일본 양국의 외교부(일본 외무성)의 공식 문건과 기자회견 전문을 분석해봤습니다. 분석 결과, 우리 외교부의 입장이 선회한 것은 2016년 12월 30일 부산의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와 관련해, 일본이 보도 자료를 발표한 직후로 나타났습니다.

일본 정부는 부산 소녀상 설치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소녀상을 즉시 철거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소녀상 철거에 대한 논리로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비엔나협약 위반. 현재 우리 외교부가 소녀상 이전이 필요하다며 들고 있는 이유와 같습니다.


그렇다면 외교부는 그간 비엔나협약에 대해서 몰랐을까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2016년 1월 26일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한 일본 기자가 외교부 대변인에게 묻습니다.

"부산의 일본 총영사관 앞에 소녀상이 설치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비엔나 조약 위반 아닙니까?”
외교부 대변인은 곧 맞받아칩니다.
“민간에서 추진하고 있는 일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사항이 아닙니다.”

부산 소녀상이 논란 속에 철거됐다 다시 설치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재설치 불과 사흘 전인 2016년 12월 27일 정례 브리핑에서도 “관련 법령에 따라 해당 지자체에서 판단할 일이다”고 외교부는 밝혔습니다. 그런데 30일 일본 측 보도자료 이후, 외교부가 돌연 입장을 바꿨다는 지적에 대해, 외교부 대변인은 “정부의 입장은 일관됐었다”고 주장합니다.

■ 정말 일관됐었나? 한-일 외교 메시지 타임라인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일본 외무성의 기시다 외무상이 기자회견이나 정례 브리핑에서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소녀상 문제를 거론한 것은 모두 27차례였습니다. 이 가운데 24번은 기시다 일본 외무상의 정례 기자회견, 임시 기자회견 1차례, 나머지는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를 규탄하는 보도 자료에서 언급됐습니다.
우리나라는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37차례에 걸쳐 소녀상 문제가 거론됐습니다.

타임라인으로 한국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의 메시지를 훑어보시죠.변화가 보입니다.


2015년 12월 28일 일본 외무상은 ‘소녀상 이전’이 위안부 재단 출연금 거출의 선결조건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한일 합의문’에 나와있다”며 “한국 정부에 성실한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고 완곡하게 소녀상 이전을 촉구합니다. 반면, 한국 외교부 대변인은 “소녀상 이전은 위안부 재단 출연의 필요조건이 아니다”고 강하게 부인해왔습니다.
일본 측의 메시지는 일관된 반면, 우리나라 외교부의 메시지는 어느 순간 달라집니다. 일본의 논리를 좇아가는 모양새로 말입니다.
일본 극우단체가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의 위안부 소녀상을 철거해달라며 낸 소송에 대해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28일 '안된다'고 최종 결정한 판결에 대해서도, 외교부는 "우리 정부에서 의견을 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노코멘트로 입을 굳게 다물었습니다.

클릭! 타임라인으로 보는 ‘소녀상’ 한-일 외교 메시지

   URL : http://dj.kbs.co.kr/resources/2017-03-29/

■ 법적으로 ‘비엔나 협약’ 위배 맞나?

소녀상 문제가 일본에서 제기하는 비엔나협약 위반이 국제법상 정말 맞는지에 대해서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일반적으로 비엔나협약은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1961년 채택, 1971년 한국 가입)과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1963년 채택 1977년 한국 가입)으로 나뉩니다. 두 협약이 영문으로는 똑같은데 우리 외교부나 국제법 교과서에 보면 번역문에 약간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조진구 교수는 소녀상이 여기에 해당되는 것인지는 좀 면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1996년 7월 도쿄에 있는 한국대사관에 일본 우익이 차를 가지고 돌진한 사건이나 2012년 7월 서울에 있는 일본대사관에 한국인이 차량을 돌진했던 사건은 명백하고 중대한 비엔나협약의 위반이지만 사실상 소녀상이 공관의 안녕이나 영사관의 평온에 대해서 교란시키는 지 의문이 제기된다는 겁니다. 조 교수는 오히려 일본이 비엔나협약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위안부 문제를 덮기 위한 시도는 아닌지 의도를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창록 교수 역시 외교부가 소녀상에 대해서 “소녀상이라는 것은 민간 차원에서 설치한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수십 번 수백 번 반복돼 이야기를 해놓고 지금 와서 국제 예양 및 관행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고 사실상 말을 바꾼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 교수는 외교부 입장에서 봤을 때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방어할 수 없다는 것을 외교부가 고백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국제적으로 한국 비난하는 일본 vs. '굴종외교' 한국

부산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 이후, 일본의 대응 속도와 태세는 한층 공격적으로 변합니다. 주한 일본 대사와 총영사를 소환시키고, 연일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눈여겨볼 대목은 국제사회에 던지고 있는 메시지입니다.


오다와라 기요시 일본 외무부 정무관(우리 외교 차관급)은 1월 28일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에 “아시아 안보의 새로운 장애물”라는 제목의 공식 기고문을 실으며 “한국이 일본과 맺은 역사적인 위안부 합의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비난합니다. 오다와라 정무관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합의를 맺었음에도, 한국은 부산의 일본 총영사관 앞에 새로운 소녀상을 설치해 한일 위안부 합의에 있어 대단히 유감이고, 이는 비엔나협약에도 문제가 된다”며 “일본은 대사 소환이라는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고 되레 피해자가 된 듯한 입장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미국까지 닿을 수 있는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아시아 지역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한국-일본-미국의 협조가 절실하다”며 “일본은 한국의 협조 하에서 국제 사회의 안정과 평화를 지속적으로 지키고자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이준규 주일 대사 기고문/일본 아사히 신문. 2017.3.이준규 주일 대사 기고문/일본 아사히 신문. 2017.3.

이에 반해, 한국 외교부의 대외 메시지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윤병세 장관과 차관, 국립외교원장의 대외 연설, 인터뷰, 기고문 가운데 일본의 위안부 관련 망언과 비엔나 협약의 문제점 등에 대해 비판한 내용은 단 한 건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이준규 주일 한국 대사의 '망언'이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이준규 대사는 일본 유력지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부산의 일본 총영사관 앞의 소녀상 설치는 유감이다”라고 사과의 뜻을 밝히고, "비엔나협약에 따라 적절한 장소로 옮겨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일본의 논리를 그대로 옮기고 있습니다. "한국 측의 잘못으로 국제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는 일본 입장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미국과 국제사회를 들먹이며, 한국의 약속 파기를 공격하는 일본과 수년 간 고수하던 입장을 뒤엎고 ‘소녀상’을 이전해야 한다는 한국 외교부. 미국 연방법원이 글렌데일의 소녀상 철거는 '못한다'고 최종 판결을 내렸는데도 "노코멘트"로 일관하는 대한민국 외교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서 일본 측의 재단 설립 비용 거출과 소녀상 이전은 완전히 별개의 사안이고, 누차 말씀드렸듯, 민간단체에서 자발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정부가 이래라 저래 라 할 수 없다”더니.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외교부의 정체성은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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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녀상 보셨습니까? ⑩ 일본 주장에 호응하는 외교부 “비엔나 협약”이 뭐길래?
    • 입력 2017-03-29 15:20:03
    • 수정2019-08-13 14:2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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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냐 왜(倭)교부냐 하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부산 일본 총영사관 담벼락 옆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 즉 ‘소녀상’ 철거 때문입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지난 1월 국회 현안보고에서 “외교 공관 앞에 조형물 설치가 국제 예양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입장”이라고 말한 데 이어, 외교부에서는 부산시와 부산동구청, 부산시의회 세 곳에 공문을 발송해 ‘소녀상 이전’을 압박했다는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 소녀상이 일본 영사관의 안녕에 위협?

외교적으로 쓰이는 말은 참 알아듣기 힘듭니다. 그렇다는 건지 아니라는 건지.
그간 한일 위안부 합의문에서 명시된 ‘서울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 문제와 관련해 외교부는 “그동안 자치단체나 시민들이 설치하는 조형물을 이래라 저래라 할 입장이 아니다”고 사실상 방임 입장을 고수해왔습니다. 그런데 부산 일본 총영사관 길가에 설치된 소녀상 문제에 대해서 갑자기 입장을 바꿉니다. 영사관의 안녕과 존엄을 지켜야 하는 국제예양에 어긋나기 때문에 다른 장소로 옮겨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때는 괜찮고 지금은 안된다니 어떻게 된 영문일까요?
외교부가 드는 근거는 '비엔나 협약'입니다.

■ 외교부, ‘비엔나협약’ 논란 몰랐나?

KBS데이터저널리즘팀이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소녀상 혹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한국과 일본 양국의 외교부(일본 외무성)의 공식 문건과 기자회견 전문을 분석해봤습니다. 분석 결과, 우리 외교부의 입장이 선회한 것은 2016년 12월 30일 부산의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와 관련해, 일본이 보도 자료를 발표한 직후로 나타났습니다.

일본 정부는 부산 소녀상 설치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소녀상을 즉시 철거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소녀상 철거에 대한 논리로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비엔나협약 위반. 현재 우리 외교부가 소녀상 이전이 필요하다며 들고 있는 이유와 같습니다.


그렇다면 외교부는 그간 비엔나협약에 대해서 몰랐을까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2016년 1월 26일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한 일본 기자가 외교부 대변인에게 묻습니다.

"부산의 일본 총영사관 앞에 소녀상이 설치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비엔나 조약 위반 아닙니까?”
외교부 대변인은 곧 맞받아칩니다.
“민간에서 추진하고 있는 일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사항이 아닙니다.”

부산 소녀상이 논란 속에 철거됐다 다시 설치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재설치 불과 사흘 전인 2016년 12월 27일 정례 브리핑에서도 “관련 법령에 따라 해당 지자체에서 판단할 일이다”고 외교부는 밝혔습니다. 그런데 30일 일본 측 보도자료 이후, 외교부가 돌연 입장을 바꿨다는 지적에 대해, 외교부 대변인은 “정부의 입장은 일관됐었다”고 주장합니다.

■ 정말 일관됐었나? 한-일 외교 메시지 타임라인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일본 외무성의 기시다 외무상이 기자회견이나 정례 브리핑에서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소녀상 문제를 거론한 것은 모두 27차례였습니다. 이 가운데 24번은 기시다 일본 외무상의 정례 기자회견, 임시 기자회견 1차례, 나머지는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를 규탄하는 보도 자료에서 언급됐습니다.
우리나라는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37차례에 걸쳐 소녀상 문제가 거론됐습니다.

타임라인으로 한국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의 메시지를 훑어보시죠.변화가 보입니다.


2015년 12월 28일 일본 외무상은 ‘소녀상 이전’이 위안부 재단 출연금 거출의 선결조건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한일 합의문’에 나와있다”며 “한국 정부에 성실한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고 완곡하게 소녀상 이전을 촉구합니다. 반면, 한국 외교부 대변인은 “소녀상 이전은 위안부 재단 출연의 필요조건이 아니다”고 강하게 부인해왔습니다.
일본 측의 메시지는 일관된 반면, 우리나라 외교부의 메시지는 어느 순간 달라집니다. 일본의 논리를 좇아가는 모양새로 말입니다.
일본 극우단체가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의 위안부 소녀상을 철거해달라며 낸 소송에 대해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28일 '안된다'고 최종 결정한 판결에 대해서도, 외교부는 "우리 정부에서 의견을 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노코멘트로 입을 굳게 다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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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RL : http://dj.kbs.co.kr/resources/2017-03-29/

■ 법적으로 ‘비엔나 협약’ 위배 맞나?

소녀상 문제가 일본에서 제기하는 비엔나협약 위반이 국제법상 정말 맞는지에 대해서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일반적으로 비엔나협약은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1961년 채택, 1971년 한국 가입)과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1963년 채택 1977년 한국 가입)으로 나뉩니다. 두 협약이 영문으로는 똑같은데 우리 외교부나 국제법 교과서에 보면 번역문에 약간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조진구 교수는 소녀상이 여기에 해당되는 것인지는 좀 면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1996년 7월 도쿄에 있는 한국대사관에 일본 우익이 차를 가지고 돌진한 사건이나 2012년 7월 서울에 있는 일본대사관에 한국인이 차량을 돌진했던 사건은 명백하고 중대한 비엔나협약의 위반이지만 사실상 소녀상이 공관의 안녕이나 영사관의 평온에 대해서 교란시키는 지 의문이 제기된다는 겁니다. 조 교수는 오히려 일본이 비엔나협약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위안부 문제를 덮기 위한 시도는 아닌지 의도를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창록 교수 역시 외교부가 소녀상에 대해서 “소녀상이라는 것은 민간 차원에서 설치한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수십 번 수백 번 반복돼 이야기를 해놓고 지금 와서 국제 예양 및 관행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고 사실상 말을 바꾼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 교수는 외교부 입장에서 봤을 때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방어할 수 없다는 것을 외교부가 고백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국제적으로 한국 비난하는 일본 vs. '굴종외교' 한국

부산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 이후, 일본의 대응 속도와 태세는 한층 공격적으로 변합니다. 주한 일본 대사와 총영사를 소환시키고, 연일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눈여겨볼 대목은 국제사회에 던지고 있는 메시지입니다.


오다와라 기요시 일본 외무부 정무관(우리 외교 차관급)은 1월 28일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에 “아시아 안보의 새로운 장애물”라는 제목의 공식 기고문을 실으며 “한국이 일본과 맺은 역사적인 위안부 합의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비난합니다. 오다와라 정무관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합의를 맺었음에도, 한국은 부산의 일본 총영사관 앞에 새로운 소녀상을 설치해 한일 위안부 합의에 있어 대단히 유감이고, 이는 비엔나협약에도 문제가 된다”며 “일본은 대사 소환이라는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고 되레 피해자가 된 듯한 입장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미국까지 닿을 수 있는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아시아 지역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한국-일본-미국의 협조가 절실하다”며 “일본은 한국의 협조 하에서 국제 사회의 안정과 평화를 지속적으로 지키고자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이준규 주일 대사 기고문/일본 아사히 신문. 2017.3.
이에 반해, 한국 외교부의 대외 메시지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윤병세 장관과 차관, 국립외교원장의 대외 연설, 인터뷰, 기고문 가운데 일본의 위안부 관련 망언과 비엔나 협약의 문제점 등에 대해 비판한 내용은 단 한 건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이준규 주일 한국 대사의 '망언'이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이준규 대사는 일본 유력지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부산의 일본 총영사관 앞의 소녀상 설치는 유감이다”라고 사과의 뜻을 밝히고, "비엔나협약에 따라 적절한 장소로 옮겨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일본의 논리를 그대로 옮기고 있습니다. "한국 측의 잘못으로 국제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는 일본 입장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미국과 국제사회를 들먹이며, 한국의 약속 파기를 공격하는 일본과 수년 간 고수하던 입장을 뒤엎고 ‘소녀상’을 이전해야 한다는 한국 외교부. 미국 연방법원이 글렌데일의 소녀상 철거는 '못한다'고 최종 판결을 내렸는데도 "노코멘트"로 일관하는 대한민국 외교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서 일본 측의 재단 설립 비용 거출과 소녀상 이전은 완전히 별개의 사안이고, 누차 말씀드렸듯, 민간단체에서 자발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정부가 이래라 저래 라 할 수 없다”더니.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외교부의 정체성은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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