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 성공 뒷얘기] 모스크바 ‘빅딜’ 소문만

입력 2007.03.28 (13:44)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에 성공한 대구 유치위원회 대표단은 한낮 35℃가 넘는 케냐 동부해안 관광도시 몸바사에서 뜨거운 전투를 치르며 적잖은 뒷얘기를 남겼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도발에 엄청난 위협을 느낀 때도 있었고 대표단 전체가 불안감에 휩싸였던 것도 사실이다.

◇모스크바 '빅딜' 결국 설(說)에 그쳐

대구를 가장 긴장케 한 부분이 모스크바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과 모종의 빅딜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IAAF 집행이사회가 열린 몸바사 화이트샌즈호텔에는 지난 25일부터 갖가지 설이 난무했다.
가장 유력한 루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천만 달러라는 거액을 IAAF에 직접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27일(이하 한국시간) 진행된 모스크바의 최종 프리젠테이션(PT)에서 깜짝 놀랄 만한 제안은 없었던 것으로 입증됐다.
그럼에도 대국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와 일전을 치른다는 게 대구로서는 상당한 부담이었다.
유종하 유치위원장은 "어떤 이벤트 유치전에서 서울이 모스크바에 이겨도 뉴스인데 대구가 이겼다니 빅 뉴스 중의 빅 뉴스 아니냐"고 말했다.

◇디악 회장의 영향력을 줄여라

IAAF 집행이사회를 이끌고 있는 세네갈 출신의 라민 디악 IAAF 회장은 대구보다는 모스크바 쪽에 우호적인 성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대구의 득표 전략은 디악 회장의 영향력을 줄이는 데 모아졌다.
정원 28명으로 구성된 집행이사회 멤버들은 숙소에서 수시로 만남을 갖고 의견을 조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디악 회장도 8월 오사카 세계육상에 앞선 IAAF 총회에서 재신임 투표를 받게 돼 있어 예상보다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디악 회장의 압박은 '독자적 투표'를 고집한 집행이사들의 힘에 밀리고 말았다.

◇한때 유치위 해산도 고민

유종하 유치위원장이 대구의 유치 확정 이후 내뱉은 말 중 그동안의 고생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 "한때 유치위 해산을 검토했었다"는 대목이다.
유치위는 작년 3월 모나코 IAAF 본부에 유치의향서를 제출한 직후 쟁쟁한 9개 도시가 경쟁에 뛰어들었는데 지명도에서 대구가 가장 밀리는데다 선뜻 나서겠다는 스폰서까지 나타나지 않자 이럴 바에야 차리리 포기하는 게 낫다는 견해도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기에서 더 빛을 발한 대구의 끈기는 결국 '몸바사의 신화'를 만들어냈다.

◇달구벌에만 오면 우리 편

28일 화이트샌즈호텔에서 열린 대구 승리 자축연에는 그동안 대구를 지지해온 '친한파' 집행이사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달 IAAF의 실사 당시 이례적으로 호평을 했던 세사르 모레노 브라보(멕시코) 기술임원과 헬무트 디겔(독일) 부회장 등이 주인공이다.
그 중에는 이번 이사회를 개최한 케냐의 이샤야 키플라가트 이사도 눈에 띄었다.
대구 유치위의 한 관계자는 "키플라가트 이사도 대구를 다녀간 적이 있는데 어떻게 대접을 했는지 달구벌에 다녀가기만 하면 우리 편이 되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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