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유니콘스, 출범 12년 만에 ‘굿바이’

입력 2007.12.27 (10:08)

수정 2007.12.27 (10:49)

1996년 창단된 프로야구 현대 유니콘스는 네 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낸 명문구단이지만 재정난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KT에 매각되면서 12년 만에 간판을 내리게 됐다.
새 주인을 맞게 된 현대는 어느 구단보다 우여곡절이 많았고 출범 후 26년의 성년기에 접어든 한국 프로야구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대기업으로는 뒤늦은 1995년 9월 인천.경기.강원을 프랜차이즈로 하는 태평양 돌핀스를 470억원에 인수하며 프로야구에 뛰어든 현대는 팬들의 공모를 거쳐 `유니콘스'로 출발했다.
1996년 창단과 함께 김재박 감독을 사령탑으로 영입한 현대는 막강한 자금력과 아마추어팀 현대 피닉스의 조직력을 동원해 `괴물 신인' 박재홍과 톱타자 전준호 등을 끌어와 강팀 토대를 마련했다.
현대는 데뷔 첫해 30홈런-30도루 위업을 이룬 박재홍과 김재박 감독의 지지 아래 호수비를 펼친 신인 유격수 박진만을 앞세워 그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신생팀 돌풍을 일으켰다.
1997년 말에는 쌍방울에 9억원을 주고 당대 최고 포수로 발돋움한 박경완(현 SK)을 데려와 안방을 맡겼고 정민태와 정명원, 위재영을 주축으로 `투수왕국'의 기초를 다졌다.
1998년 다시 쌍방울에 현금 6억원을 주고 좌완 조규제를 보강한 현대는 정규 시즌을 1위로 마친 뒤 그해 가을잔치에서 인천 연고 팀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프로 원년 구단이자 최대 라이벌인 삼성이 1985년 통합우승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 정상에 서지 못했음에도 현대가 창단 3년 만에 대업을 이룬 것은 상당한 충격이었다.
현대는 정민태, 김수경, 임선동 등 18승 투수를 세 명이나 배출한 2000년에도 정규시즌 역대 한 시즌 최다승 91승(2무40패)을 이룬 여세를 몰아 두 번째 한국시리즈 정상을 밟았다.
그러나 현대는 2000년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해 '왕자의 난'을 통해 그룹이 쪼개졌고 모기업 하이닉스가 2001년 채권단에 넘어가면서 화통했던 자금 지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자금난에 놓인 현대는 새 연고지로 택한 서울에 들어올 54억원이 없어 결국 수원에 눌러 앉았고 2002년 이후 6년간 신인 1차 지명을 하지 못했다. 유망주로 전력을 끌어올릴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부자가 망해도 3년 간다'는 말처럼 '일각수 부대'는 흙속의 진주를 발굴해 조용준(2002년)-이동학(2003년)-오재영(2004년)으로 이어지는 신인왕을 3년 연속 배출하며 2001~2002년 연속 4강권에 올랐고 2003년과 2004년에는 각각 SK와 삼성을 꺾고 한국시리즈 2연패로 `V4'을 달성해 명가 반열에 올랐다.
한국시리즈 2연패는 KIA의 전신인 해태(1986~1989, 1996~1997년) 이후 처음이었고 한국시리즈 네 차례 우승도 해태의 9차례 제패 다음으로 많은 것이다.
현대는 2005년 명 유격수 박진만과 거포 심정수를 거액에 삼성에 팔아넘겼지만 지난해 끈끈한 조직력 하나로 정규 시즌 2위에 뛰어 오르는 작은 이변까지 연출했다.
11년을 지휘한 김재박 감독을 LG로 보내고 터줏대감 김시진 감독이 사령탑에 앉은 올해는 인수 기업으로 떠올랐던 농협과 STX가 끝내 발을 빼면서 시즌 막판에는 농협에서 130여억원의 빚을 내면서까지 긴급 자금 수혈로 힘겹게 구단 생명을 연장해왔다.
현대는 지난 10월5일 한화와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56승1무69패, 6위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고 12년 통산 834승37무682패, 승률은 0.550의 기록을 남긴 채 역사 뒤편으로 사라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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