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임 현장] 축구 산타, 희망의 슛

입력 2008.12.26 (08:44)

수정 2008.12.26 (10:29)

<앵커 멘트>

바로 어제였죠. 성탄절을 맞이해 국내 유명한 축구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홍명보, 황선홍 등 90년대 이름을 날린 스타 선수들부터 현역 선수들이 모여 자선 축구 경기를 펼쳤는데요.

홍명보 장학 재단에서 주최한 자선 축구 경기가 올해로 6회째를 맞이했죠. 올해는 예년과 다른 특별한 이벤트도 준비했다죠?

이동환 기자, 어떤 내용인가요?

<리포트>

소아암 어린이와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해마다 자선 축구 경기가 열렸는데요. 올해는 관중들과 함께 캐럴을 부르는 깜짝이벤트가 펼쳐졌습니다.

세계 기네스 신기록에 도전하기 위해서인데요.

축구장을 찾은 팬들과 장애우 합창단, 그리고 선수단이 함께한 자리여서 더욱 뜻 깊은 행사였습니다.

축구 선수들이 쏘아올린 희망의 축포로 물든 상암경기장을 찾았습니다.

서울 상암동에 자리한 월드컵경기장.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추운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축구장을 찾았습니다.

<인터뷰> 문혜숙(경기 부천시): "크리스마스가 되면서 여러 사람이 모여 같이 나눔 행사로 알고 있거든요."

경기도 어렵다고 하지만 자그만 성금을 모아서라도 다른 분들에게 나눔을 같이 했으면…….

경기장 입구에서부터 산타 모자와 캐럴 악보를 하나씩 나눠줍니다. 경기 중간에 펼쳐질 기네스 신기록에 도전하기 위해선데요.

<인터뷰> 황희선(자선 축구 경기 관계자): "중간휴식 시간에요. (모자를) 나눠주고 캐럴 부르는 기네스 도전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산타 모자 3만 개 정도 준비했어요."

경쟁 관계에 있는 현역 축구 선수들이 먼저 모습을 보입니다.

<인터뷰> 이근호 선수(대구 FC): "모든 어린이가 축구를 보고 희망을 품고 좀 더 밝게 생활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정조국 선수(FC 서울): "선수들이 이렇게 보답해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선에서 은퇴한 뒤 한동안 그라운드에서 볼 수 없었던 올드 보이들도 차례차례 모습을 드러내는데요. 몸은 예전 같지 않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청춘입니다.

<인터뷰> 김태영(축구 해설가/은퇴선수): "3년 만에 경기장 나왔는데 쉽지 않았고 마음만은 정말 경기장에서 열심히 뛰어주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 드려야겠다……."

오늘 경기를 위해 초청된 특별 선수도 있습니다. 해마다 관중석에서 응원만 했던 오세훈 서울 시장도 선수자격으로 그라운드에 섰습니다.

<인터뷰> 오세훈(서울 시장): "좋은 일 한다고 해서 나왔는데요. 이렇게 떨릴 줄 몰랐네요. 그동안 축구연습을 전혀 못해서 몇 번 넘어지고 헛발질하고 그럴 거예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선수들이 운동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옵니다. 성탄절답게 선수들 모두 산타복으로 단장했습니다..

오늘 출전한 선수들은 90년대에 명성을 떨쳤던 올드 스타 20명과 현역에서 활약 중인 17명.

드디어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선수들은 사랑팀과 희망팀으로 나눠 본격적인 경기에 돌입했습니다. 오늘 경기에는 한국여자축구 사상 최연소로 A매치 데뷔 기록을 가진 홍일점 지소연 선수와 아마추어 축구 선수 개그맨 이수근씨 그리고 가수 김 C도 참가해 평소 갈고 닦은 실력을 마음껏 뽐냈습니다.

지난 2003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한 홍명보 자선 축구 경기.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티켓 한 장 값은 오천 원으로 입장료는 전액 소아암 어린이와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사용되는데요.

지금까지 모은 성금 중 일부는 약 40명의 소아암 환우 치료비로 사용됐고, 나머지 금액은 전국에 있는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쓰였습니다.

작년 12월, 뼈에 종양이 발생하는 희귀소아암에 걸린 여섯 살, 예원이는 병원비로 500 만원을 지원받았는데요. 지원받은 비용으로 두 차례 수술을 받은 후,왼쪽 팔뼈에 생긴 종양을 모두 제거했습니다.

<인터뷰> 김영자(소아 환우 어머니): "경제적으로 힘든데 아이도 아프고 마음에 부담이 갔었는데 그런 거 걱정 안 하니까 좋아요."

예원이는 바깥나들이가 쉽지 않은 터라 축구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인터뷰> 김예원(6살/희귀소아암 완치): (축구장 와본 적 있어요?) "없어요." (와보니까 어때?) "좋아요."

자선 경기인 만큼 치열한 경쟁보다 재밌는 플레이로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합니다. 골을 넣을 때마다 단체로 준비해온 세리머니가 빛을 발하는데요. 그동안 그늘진 생활을 해왔던 어린 환자들과 그 가족들도 오랜만에 웃음을 되찾았습니다.

<현장음> "골 넣자 환호하는 골이야~ 골~ 와~~"

3-2로 사랑팀이 1점 앞선 상태로 전반전이 종료되고, 드디어 중간휴식시간에는 캐럴 부르기 기네스 도전이 시작됐습니다. 관중과 선수들, 장애우 어린이 합창단 모두 캐럴을 부르기에 동참했는데요.

15분 동안 8곡을 부르면서 경기장을 찾은 이 모두 하나가 됐습니다. 이번 기네스 도전은 한국 기네스 협회의 집계를 통해 2주 후에 결과가 나올 예정인데요. 예전 기네스 기록은 지난 2007년 11월 미국 시카고에서 만 4천 7백 50명이 함께 캐럴을 부른 것입니다. 이번 경기는 기네스 기록을 떠나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모든 이들이 함께 했기에 그 기쁨은 더 큽니다.

<인터뷰> 이수근(개그맨): "매우 좋았죠. 평소에 축구를 좋아했는데 뜻깊은 의미를 가지고 함께 운동을 하고 많은 시민 분들 앞에서 나름대로 즐거움을 준다고 많이 노력했는데……."

마침내 후반전 휘슬이 울리고 4 대 3으로, 한 골을 더 넣은 사랑팀이 우승하며 70분간의 경기가 모두 끝났습니다.

<인터뷰> 홍명보(홍명보 장학재단 이사장): "6번 경기를 치르면서 올해가 가장 감동적인 해가 아닌가라고 생각해요. 많은 팬이 매우 추운 날씨에도 찾아와 주셨고……."

지금보다 더 많은 일을 해서 아이들한테 혜택이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다 어렵다하는 2008년의 성탄절 날. 녹색 잔디에서 펼쳐진 한판 승부는, 꼭 이겨야만 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주인공인 사랑과 나눔의 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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