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비정규직법 처리 안했나? 못했나?

입력 2009.07.01 (07:19)

여야간 이견으로 비정규직법 처리가 30일 끝내 무산된 것과 관련, 한나라당이 과연 비정규직법을 처리할 의지가 있었는 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외연상 이날 하루 비정규직법 처리를 위해 전력투구하는 모양새였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추미애 국회 환노위원장을 찾아가 상임위 상정을 요구하고, 또 김형오 국회의장에게는 직권상정을 거듭 촉구하며 백방의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인 것.
그러나 비정규직법 처리를 위한 결속력 누수 현상은 곳곳에서 목격됐다.
첫 출발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였다. 전날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하며 `단독처리' 의사까지 내비쳤던 한나라당의 모습은 의총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비정규직법 처리의 향배를 결정할 의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총에 참석한 의원은 전체 169명 가운데 고작 100여명에 불과했다. `비상 대기령'이라는 원내지도부의 방침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본회의 처리를 의도했다면 최소한 재적의원 과반인 150명은 의원총회에 참석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게 정치권 일각의 지적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일탈 현상은 이날 박근혜 전 대표의 몽골 출국에서도 이어졌다.
비상대기라는 당초 방침에도 불구하고, 친박계 의원을 비롯해 30여명의 의원들이 소위 `박근혜 출국행사'에 대거 참석한 것.
특히 비정규직법 협상의 총대를 메고 있는 국회 환노위 한나라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마저 인천공항을 찾았다. 한나라당의 `30일 데드라인'이라는 방침은 단순한 구호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나아가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대량 해고사태를 막기 위해 이날 자정까지 마라톤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한나라당은 밤 10시부로 사실상 `상황 종료'를 선언하고 의원들의 비상대기령을 해제했다.
원내지도부는 이날 저녁 10시께 소속 의원들에게 `오늘 상황은 종료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할 때 한나라당이 애초부터 6월 말 비정규직법을 처리할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당이 사실상 국회의장에게만 공을 넘겼을 뿐, 직권상정에 이어 본회의 처리를 위해 실질적으로 행동한 것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론을 제기하고 있다.
물론 한나라당의 이같은 `소극적 대처'가 향후 최대 쟁점인 미디어법 처리를 앞두고 비정규직법 강행처리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또 여야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끝까지 거부하는 상황에서 별다른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는 `한계론'도 나온다.
한 핵심관계자는 "두 차례에 나눠 직권상정이 이뤄지는 것은 한나라당으로서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며 "결국 미디어법과 비정규직법을 함께 처리하는 방안이 강구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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