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한’ 발효 첫날…해고 우려 현실로

입력 2009.07.01 (17:39)

기간제법(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상 비정규직 고용기간 제한이 1일부터 실질적으로 적용돼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고용 불안이 현실로 다가왔다.
노동부는 이날 하루 전국 5개 사업장에서 28명이 해고된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며 유사 사례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노동계와 함께 정치권에 정부가 제시한 대책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오후 한나라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 등 소속 의원 8명만이 참석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어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기습 상정했다.
◇ 고용기간 만료 근로자 해고 속출 = 기간제법에서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는 조항이 이날부터 적용됐다.
따라서 2007년 7월 이후 새로 계약하거나 계약을 갱신한 기간제 근로자를 2년 이상 고용하면 자동으로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이날 5개 사업장이 28명을 해고하는 등 기업이 사용기간이 끝난 근로자에게 속속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경기 성남 소재 한 유통업체는 이날 고용한 지 2년이 된 판매직 10명을 계약해지한데 이어 연말까지 계약이 끝나는 244명도 사용기간 연장 등의 후속 대책이 없는 한 다른 비정규직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경기 수원의 한 연구기관도 비정규직 4명을 해고했으며, 연말까지 130명에게 같은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실정임을 설명했다고 노동부는 전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한국산재의료원 33명, 보훈병원 23명 등 56명의 비정규직이 해고된 것으로 파악했다.
노동부는 향후 1년간 정규직 전환과 계약해지의 기로에서 고용불안을 겪을 근로자가 70만∼1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비정규직법 기습상정…야당 반발 = 국회 환노위의 비정규직법 개정안 상정은 민주당 소속 추미애 위원장과 야당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야당의 격렬한 반발이 뒤따랐다.
기습상정은 `여야 6인 회담'에서 조속한 비정규직법 타결을 유도하기 위한 대야(對野) 압박용이자, 여야간 합의가 끝내 불발될 경우에 대비,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앞서 정치권은 비정규직 해법 모색을 위한 논의를 계속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통로나 기구를 통해 대화를 할지 등에 대해선 합의하지 못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3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이 참석하는 `6인 회담'을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열어 협상을 재개하자고 야당 측에 공식 제안했다.
그러나 민주당 우제창 원내대변인은 "노동계를 제외하고 정치권끼리 합의하고 야합하자는 것으로, 양대 노총이 반드시 의견을 개진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만 비정규직 문제의 현실적 대안을 만들 수 있다"고 반대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3당 간사간 협의도 안되는데 6인회담이 되겠느냐.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려 해서는 안되며, 근본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노동계, 정부.정치권 압박 = 노동계는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을 내놓는 데 실패한 정치권을 질타하고 해고사태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산하 사업장의 비정규직 근로자 10여명은 이날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정부가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와 정치권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와 기회가 있었음에도 수수방관하면서 비정규 노동자들을 해고의 벼랑 끝에 몰아넣었다"며 "앞으로 벌어질 해고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는 1일 비정규직법의 고용기간 제한 조항이 적용되면서 해고를 통보받은 비정규직 근로자도 참석했다.
민주노총은 4일과 11일 대규모 결의대회를 여는 한편 사용사유 제한 등을 담아 비정규직법을 개정할 것을 정치권에 계속 요구할 계획이다.
◇ 노동부, 정치권 논의 재개 촉구 =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권과 노동계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비정규직 사태에 대한 논의 재개를 촉구했다.
이 장관은 "정부는 법률 개정안을 4월1일 국회에 제출했으나 상임위원장의 상정 거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버렸다"며 "정규직 중심의 양대 노총도 정규직 전환만 주장할 뿐 당장 일자리를 잃을 비정규직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비정규직 근로자의 추가 실직 사태를 막을 수 있게 고용기간 연장 등의 조치를 마련해달라고 정치권에 거듭 촉구했다.
노동부는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지방 노동청의 근로감독관과 고용지원센터의 상담원을 동원해 비정규직 고용동향을 파악, 실업자들의 신속한 재취업을 돕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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