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핵심 전력 빼고도 ‘역전 드라마’

입력 2009.10.14 (22:23)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티는 프로야구 SK의 토털야구가 3년 연속 가을 잔치에서 두산에 또 한번 뼈아픈 패배를 안겼다.
특히 에이스 김광현과 12승 투수 송은범, 마무리 투수 전병두와 최고 안방마님 박경완 등 전력의 핵심이 부상으로 빠졌지만 2패 후 3연승이라는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 의미가 값졌다.
상황은 달랐으나 이기는 과정은 3년 연속 비슷했다.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 2패를 당한 뒤 4연승을 거뒀던 SK는 2008년 한국시리즈에서도 1패 후 4연승을 올려 두산에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이어 14일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맹공을 퍼부어 14-3으로 대승, 1996년 현대 유니콘스 이후 역대 두 번째로 2패 후 3연승을 거두며 두산에 지긋지긋한 징크스를 남기고 광주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장기로 따지면 '차'와 '포'를 떼고도 SK가 3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던 원동력은 빈틈을 찾기 어려운 벌떼 마운드와 지뢰밭 타선으로 요약된다.
김성근 SK 감독은 12승을 거둔 기둥투수 김광현이 지난 8월2일 두산과 경기에서 김현수의 타구에 맞아 왼쪽 손등 골절 부상으로 나가떨어지자 "3승을 손해 본 것으로 여기겠다"며 계투진 개편에 승부를 걸었다.
이승호-고효준-정우람-전병두로 이어지는 보기 드문 왼손 불펜 4총사 시대를 열었고 잔여 게임이 벌어진 9월 19연승(1무 포함)을 내달리며 막판까지 KIA와 치열한 선두다툼을 이끌었다.
든든한 마무리 투수로 8승4패 8세이브를 올리며 19연승에 크게 힘을 보탠 전병두와 제2선발 송은범이 각각 왼쪽과 오른쪽 어깨 통증으로 플레이오프에도 나설 수 없었지만 김성근 감독은 오른쪽 팔꿈치 통증으로 시즌 막판에서야 합류한 채병용을 선발로 돌리는 히든카드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게리 글로버-카도쿠라 켄-채병용으로 선발진을 구성한 김 감독은 검증된 고효준과 정대현을 더블 스토퍼로, 이승호와 윤길현을 좌우 셋업맨으로 기용했고 톱니바퀴 같은 절묘한 조합을 이루면서 2차전부터 진행된 계투전에서 두산에 판정승을 거뒀다.
한편 만년 후보였던 정상호는 성숙한 볼 배합과 투수 리드로 포도대장 박경완의 공백을 메웠다.
박경완이 지난 6월 말 KIA와 경기에서 왼쪽 아킬레스를 다쳐 시즌을 접었지만 정상호가 말끔히 우려를 씻었다. 결정적인 순간 벤치의 사인을 봐야 하는 처지이나 정상호는 그동안 갈고닦은 볼 배합을 유감없이 선보이며 철벽 계투진과 앙상블을 이뤘다.
정규시즌에서 자신감을 터득한 정상호는 2001년 데뷔 후 처음으로 마스크를 쓴 포스트시즌에서도 안정적인 리드로 뒤집기 승리에 힘을 보탰다.
톱타자와 해결사가 동시에 가능한 정근우를 축으로 곳곳에서 터진 지뢰밭 타선도 웅담 타선을 눌렀다.
실전 감각이 떨어진 탓에 1, 2차전에서 두산의 왼손 투수 금민철과 후안 세데뇨에게 당했던 SK는 3차전에서 조명탑의 도움을 받아 기사회생했고 11일 4차전에서 11안타를 터뜨리며 감각을 회복했다.
이어 14일 홈런 6방 포함, 장단 19안타를 폭죽처럼 터뜨려 두산 마운드를 초토화했다.
김재현과 이호준이 부진했지만 박정권이 플레이오프에서 홈런 3방과 순도 높은 결정타로 4번 몫을 해내고 슈퍼스타로 우뚝 섰다.
김광현, 송은범, 전병두가 여전히 등판할 수 없는 한국시리즈에서도 SK가 KIA를 상대로 어떻게 승리 해법을 찾아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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