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심 잃은 몸싸움, 패배만 남는다

입력 2009.10.19 (22:12)

수정 2009.10.19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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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던 신경전 양상이 결국 그라운드로 번졌다.
1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KIA와 SK 양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출동, 짧은 시간 대치했다.
SK가 4-0으로 앞선 4회초 공격 때 정근우의 땅볼을 잡은 KIA 투수 서재응(32)이 1루에 토스하다 1루로 뛰던 정근우(27)와 언쟁을 벌였고 감정싸움으로 치닫더니 갑자기 양팀 선수단이 쏟아져 나왔다.
서재응은 후배 정근우의 입 모양을 보고 먼저 시비를 걸었고 정근우도 '왜요'라고 맞받아치면서 싸움이 격해질 뻔했다.
지난달 8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정규 시즌 경기에서 서재응이 정근우의 옆구리를 맞혔고 이때 감정이 상한 둘이 40여일 만에 장소를 바꿔 한 번 더 맞붙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생사가 걸린 위협구 문제도 아니었던 만큼 이날 KIA가 신경전을 벌인 것은 분위기 다잡기로 보인다.
한국시리즈에서 2연승을 달렸지만 계속 선수단의 긴장을 높여 끝까지 방심하지 않고 우승을 일구겠다는 각오다.
KIA는 1~2차전에서 SK 전력분석팀의 사인 지시, 사인 훔쳐보기 등 외곽 때리기로 기싸움에서 절대 밀리지 않겠다는 뜻을 보였다. 이날은 경기 중 신경전을 벌여 투지를 자극했다.
거듭된 KIA의 흔들기에 반응을 삼갔던 SK는 그라운드에서만큼은 뒤지지 않겠다는 듯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가을 잔치의 고전'이라는 한국시리즈에서 집단 몸싸움은 2007년에도 있었다.
두산 주포 김동주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SK 투수 채병용의 몸쪽 위협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났다.
두산은 2차전 승리를 가져갔으나 3차전 이후에도 SK의 몸쪽 승부에 지나치게 흥분한 나머지 페이스를 잃어 2승 후 4연패했던 아픈 추억이 있다.
신경전이 큰 경기에서 단기적으로 팀의 단결력과 사기를 높이는 데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평상심을 지닌 팀을 넘어서긴 어려울 수 있다는 좋은 예다.
1승을 만회한 김성근 SK 감독은 이번 승부를 7차전까지 보고 있다. 2승1패로 앞선 KIA의 조범현 감독은 2승을 보태 최대한 일찍 사제대결을 마치고 싶어한다.
분명한 건 흥분하지 않고 고유의 야구 색깔을 지켜가는 팀이 이긴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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