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마라도나 재회’ 감독 맞대결

입력 2010.06.14 (17:55)

수정 2010.06.14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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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어 감독으로 재회



`24년 전의 패배를 결코 잊지 않았다’



허정무(55)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디에고 마라도나(50)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과 선수로 맞붙었던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24년 만에 사령탑으로 다시 격돌한다.



한국은 17일 오후 8시30분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스타디움에서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B조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1차전에서 승리한 양팀의 감독이 조 1위 자리를 놓고 맞붙기 때문에 사령탑 지략 대결과 경기 결과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한국은 1차전에서 발칸반도의 복병 그리스를 2-0으로 완파했고 아르헨티나는 1차전 상대였던 나이지리아에 1-0 진땀승을 거둬 나란히 승점 3점씩을 확보했다. 하지만 한국이 골득실에서 앞서 B조 선두를 달리고 있다.



객관적인 상대 전력에서는 한국이 아르헨티나에 훨씬 뒤지는 게 사실이다. 두 차례(1978. 1986년)나 월드컵 우승컵을 차지했던 아르헨티나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통산랭킹 4위에 올라 있는 반면 2002년 한일 대회에서 4강 진출에 성공했던 한국은 30위다. 현재 FIFA 랭킹도 한국이 47위로 밀려 있으나 아르헨티나는 7위로 무려 40계단이나 높다.



양팀 역대 A매치 상대전적도 아르헨티나가 2전 전승으로 앞서 있다.



흥미로운 건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허정무 감독의 마라도나 감독과 악연이다.



허정무 감독은 한국이 1954년 스위스 대회 이후 무려 32년 만에 본선 무대를 밟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마라도나를 선수로 처음 만났지만 아쉬운 기억으로 남았다.



당시 김정남 한국프로축구연맹 부회장이 지휘봉을 잡았던 한국은 허정무 감독을 비롯해 차범근 SBS 해설위원, 김주성 대한축구협회 국제국장, 최순호 강원FC 감독, 박경훈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 박창선, 조민국, 정용환 등을 1차전 상대인 아르헨티나와 경기 선발로 내세웠다.



조광래 경남FC 감독과 조영증 축구협회 기술교육국장, 김종부, 변병주가 벤치를 지켰을 정도로 한국의 멤버는 화려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벽은 높았고 `축구 영웅’ 마라도나가 전력의 중심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허정무 감독은 `진돗개’라는 별명답게 끈질기고 거친 수비로 마라도나를 막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한국은 전반 발다노, 루게리에게 연속 골을 헌납했고 후반에도 발다노에게 다시 골을 내줘 0-3으로 크게 뒤졌다.



후반 28분 박창선이 상대 페널티지역 외곽에서 25m짜리 중거리 슈팅을 성공시켜 한 골을 만회했지만 결국 1-3으로 졌다.



한국은 월드컵 1호골에 위안을 삼아야 했고 1무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허정무 감독은 당시 개인기를 앞세워 돌진하던 마라도나 감독을 수비하다가 볼을 거둬낸다는 게 마라도나의 왼쪽 허벅지를 찼다. 마라도나는 왼쪽 다리를 잡고 뒹굴었고, 허정무 감독은 달려오는 심판과 상대 선수들을 향해 손으로 동그랗게 모으며 미안한 표정으로 ’볼을 차려 했다’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 때문에 허 감독의 태클은 ’태권 축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마라도나 감독도 이를 의식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허정무 감독을 잘 기억하고 있다. 1986년 한국 선수들은 우리를 상대로 축구라기보다 태권도를 했다"며 비꼬았고 허정무 감독은 이에 대해 "아직도 어린 티를 못 벗은 것 같다. 24년이 지난 이야기이다. 엄연히 경기에 주심이 있고 심판이 경기 운영을 하고 우리로선 최선을 다한 경기였다"며 일축하는 등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 24년이 지났고 허정무 감독은 한국의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위업을 이룬 뒤 남아공 월드컵 1차전에서 그리스를 꺾는 이변을 지휘했다.



마라도나 감독은 지도력 논란에도 리오넬 메시, 카를로스 테베스, 곤살로 이과인, 디에고 밀리토 등 화려한 공격진을 앞세워 우승을 노리고 있다.



선수에서 이번에는 감독으로 운명의 맞대결을 펼치는 둘의 희비가 어떻게 교차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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