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형 이운재 ‘성룡아 기회를 잡아라!’

입력 2010.06.14 (22:26)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에서 유쾌한 도전을 하는 축구대표팀이 미디어데이 행사를 마련한 14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남아공 루스텐버그의 헌터스레스트 호텔.



모처럼 대표팀 숙소에서 태극전사들과 한국 취재진이 자유롭게 인터뷰할 30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포지션별로 2-3명씩 테이블에 앉다 보니 공교롭게도 골키퍼 이운재(37.수원)와 김영광(27.울산), 정성룡(25.성남)이 한 테이블을 차지했다.



지난 12일 그리스와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맏형' 이운재를 제치고 막내 골키퍼 정성룡이 출전 기회를 잡아 2-0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골키퍼는 웬만해선 바꾸지 않는 자리라 남은 경기에서도 정성룡이 골문을 지킬 가능성이 커졌다.



정성룡은 고등학생 시절인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대선배 이운재가 펄펄 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언젠가는 나도 저 자리에 올라서겠다'는 꿈을 키웠다. 결국 8년 만에 그 꿈을 이뤘다.



이운재는 그리스와 경기에 나선 정성룡의 모습을 잘 봤다면서 "어린 나이에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의 첫 경기였는데 무난히 잘 치렀다"고 말했다.



칭찬을 하면서도 바로 앞에 정성룡이 있어서인지 멋쩍은 듯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운재는 "영광이와 성룡이에게는 훌륭한 점이 많다. 매 경기 누구를 내보낼 것인지는 감독에게 달렸다. 경기장에 못 나온다고 해서 패배자는 아니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운재는 후배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달라고 부탁하자 "내 이야기가 정답은 아니다.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다. 그대로 담담하게 하면 된다"면서 "나도 8년 전 그렇게까지 많은 팬의 사랑을 받게 될지는 몰랐다. 나는 최선을 다했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성룡이도 자신에게 온 기회를 잡은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올라가기는 쉬울지 몰라도 지키기는 쉽지 않다. 성룡이도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이제 많은 역경이 올 텐데 잘 이겨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인적으로 네 번째 월드컵(1994, 1998, 2002, 2010년)을 맞은 이운재는 우리 목표를 이루기 전까지는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며 대표팀을 위해서도 한마디 했다.



이운재는 "그리스와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앞으로 치를 조별리그 두 경기는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가 16강으로 나아가도록 쉽사리 문을 열어줄 팀은 없다. 우리가 첫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상대도 더 준비를 많이 할 것"이라면서 목표를 위해 끝까지 온 힘을 쏟아붓자고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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