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호, 나이지리아전 ‘필승 조건’은?

입력 2010.06.21 (07:20)

수정 2010.06.21 (07:27)

KBS 뉴스 이미지
<앵커 멘트>



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을 노리는 우리 축구 대표팀이 나이지리아와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그리스를 완파하며 기대감이 부풀었지만 아르헨티나에 대패하면서 16강 진출 여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16강에 합류하기 위해선 반드시 넘어야 할 일전, 나이지리아 전의 필승 전략을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확연한 전력 차이를 보였던 아르헨티나 전은 결국 대량 실점을하며 패했습니다. 실력도 실력이었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은 경기였습니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이 우리를 아주 저버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뒤이어 벌어진 경기에서 우리의 마지막 상대, 나이지리아의 불운은 더 지독했습니다.



주력 선수의 퇴장과 왼쪽 수비 자원의 잇따른 부상으로 나이지리아는 우리나라와의 경기에서 최상의 전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됐습니다.



무엇보다도 두 경기 연속 패배로 나이지리아의 사기는 크게 떨어졌습니다. 때문에 나이지리아전의 전망은 밝은 편, 16강 진출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습니다.



<녹취> 허정무(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 : "우리가 처음부터 16강 진출이란 것이 그렇게 쉽게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고, 이제 마지막 한판 승부를 남겨두고 있는데 정말 대한민국 이름으로, 대한민국 축구의 이름으로 ’破釜沈舟’의 심정으로 준비를 하자고 얘기를 했습니다."



우리가 속한 B조는 아르헨티나가 2승으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우리나라와 그리스가 나란히 1승 1패로 승점 3점씩을 확보했습니다.



골득실차가 같지만 다득점에서 우리나라가 한 골 앞서 근소한 차이로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의 마지막 경기 결과가 그리스보다 좋으면 16강 진출은 무조건 성공합니다.



반대로 그리스의 마지막 경기 결과가 우리보다 좋을 경우엔 그리스가 16강 진출팀이 됩니다.



우리와 그리스가 똑같이 이기거나 비기면 골득실차, 나아가 다득점과 상대 전적으로 우열을 가리게 됩니다.



두 팀 모두 졌을 땐 나이지리아가 16강 티켓을 가져갑니다.



물론, 상대적인 조건은 우리가 유리합니다. 우리는 상황이 좋지 않은 나이지리아를 상대하게 된 반면, 그리스는 최강팀 아르헨티나와 싸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나이지리아에 이기면 그리스가 아르헨티나에 두 골차 이상 승리를 거두지 않는 한 16강에 안착합니다.



우리와 그리스가 모두 마지막 경기에서 무승부를 거둘 경우 골을 누가 많이 넣었느냐로 16강 진출팀이 가려집니다.



다득점에서마저 동률을 이루면 승자승 원칙이 적용되는데 우리가 그리스를 이겼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유리합니다.



최선은 나이지리아를 이기고 보는 것, 비기더라도 반드시 골을 넣어야 합니다.



한국 축구는 이번 월드컵에서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스 전에서 터진 이정수의 첫 골, 그동안 훈련에서 세트피스를 집중적으로 연마하고 다듬었던 결과로, 완벽히 계획된 골이었습니다.



박지성의 쐐기골은 중원에서의 적극적인 압박으로 그리스 수비진의 실수를 유도한 결과였습니다. 상대 지역에서부터 협력 수비를 통해 가하는 강한 압박은 상대를 당황하게 하고 실수를 이끌어 냈습니다.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이청용의 만회 골도 적극적인 압박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전방에서의 지능적인 공간 활용 능력도 돋보였습니다.



모두 조금만 다듬으면 상대에 치명타를 줄 수 있는 것들입니다. 다만 아르헨티나 전에서 노출된 상대의 빠른 역습 때 수비 전환이 더딘 점은 반드시 고쳐야 할 점입니다.



우리 중앙 수비진이 빠르게 휘젓고 다니는 상대 선수들에게 취약한 점을 보이는 점도 걱정되는 대목입니다.



<녹취> 박찬하(KBS N Sports 축구 해설위원) : "우리나라 대표팀이 아르헨티나 전에서 보여줬던 수비, 상대의 빠른 공격에 당황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인다면 우리나라 대표팀이 또다시 어려운 경기를 할 수 있습니다."



2패를 하긴 했지만 나이지리아는 여전히 쉽지 않은 상대입니다. 특히 아프리카 축구는 최근 들어 번번이 한국 축구의 발목을 잡아 온 이력이 있습니다.



지난해 나란히 청소년 월드컵 8강에 올랐던 20세 이하 대표팀과 17세 이하 대표팀은, 각각 가나와 나이지리아에 지면서 4강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민첩하고 유연한 움직임으로 우리 선수들을 압도하는 아프리카 축구는 최근 들어 한국 축구의 새로운 천적으로 떠올랐습니다.



<녹취> 이광종(당시 17세이하 청소년 대표팀 감독) : "17세 어린 선수들 답지않게 스피드면이라든가 개인기술이 거의 성인 수준에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개인 능력에서 우리가 많이 불리했죠."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리는 경기에서 아프리카 팀을 상대해야 하는 것도 불리한 요소입니다. 기후나 환경에 대한 적응력 면에서도 그렇지만, 홈과 다름없는 일방적인 응원 분위기는 우리 선수들이 싸워야 할 또 다른 적입니다.



나이지리아는 빠르고 개인기가 좋지만 조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월드컵을 불과 3개월여 앞두고 감독을 교체한 것도 조직력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시켰습니다.



때문에 나이지리아의 본선 경쟁력에 대해선 회의적인 평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 달랐습니다.



아르헨티나 전에서의 인상적인 선전, 그리고 그리스와의 경기에서도 한 명이 퇴장당하기 전까지는 선취점을 올리며 좋은 경기력을 보였습니다.



아프리카 선수 특유의 개인기에 유럽의 조직력이 접목하면서 예상을 넘는 경기력을 보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녹취> 박찬하(KBS N Sports 축구 해설위원) : "앞선 두 경기를 통해서 어느정도 조직력이 갖춰졌다고 봤을 때 세 번째 경기에는 그 이전 경기보다는 훨씬 더 좋은 경기를 펼칠 공산이 큽니다. 그렇다면 나이지리아의 조직력 문제는 우리가 더 이상 상대의 약점이라고 보기 어려운데..."



나이지리아의 주 포메이션은 4-4-2, 빠른 선수들로 상대 진영을 휘젓는 공격적인 포메이션입니다. 최전방 공격수 야쿠부는 경계 대상 1호입니다. 힘이 좋아 몸싸움에도 능한데다 스피드도 있어 돌파를 잘 하기 때문입니다.



오바시, 오빈나, 마르틴스, 오뎀윙기는 주전과 벤치 멤버를 막론하고 하나같이 빠른 스피드가 강점입니다. 개인기도 좋은데다 중거리 슈팅 능력도 있습니다.



<녹취> 이용수(KBS 축구 해설위원) : "나이지리아 팀은 미드필드 지역에서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해서 중거리슛, 그리고 최전방에 야쿠부, 마르틴스 또는 오뎀윙기 선수의 슈팅과 돌파력이 좋은 선수들인데..."



두 경기에서 MVP로 뽑힌 에니에아마 골키퍼도 반드시 골을 넣어야 하는 우리에겐 부담스러운 존재입니다.



그렇지만 나이지리아에게도 파고들 허점이 많습니다. 수비력이 좋은 카이타는 그리스전에서 퇴장당해 출전하지 못합니다. 왼쪽 전문 수비 자원은 모두 부상을 당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이지리아도 16강 진출을 위해 수비보다는 공격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입장입니다.



<녹취> 박찬하(KBS N Sports 축구 해설위원) : "나이지리아도 마지막 경기에 반드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면 측면 미드필더로 공격적 성향을 갖춘 선수를 출전시킬 공산이 크거든요. 그럼 왼쪽에 우체 오른쪽에 우바시라든가 이런 빠른 선수들을 기용하면서 한국전에 필승전략으로 나설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가 앞선 두 경기에서 보여준 강한 압박 전술은 나이지리아 전의 필승 카드입니다. 상대적으로 약해진 나이지리아의 중앙 미드필드진을 상대로 한 강도 높은 압박은 상대의 공격 전개를 막고 역습 기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녹취> 이용수(KBS 축구 해설위원) : "나이지리아도 공격의 출발점은 중앙 미드필더인 하루나 선수나 에투후 선수에서 연결이 되거든요. 이걸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면 역시 미드필드 지역에서의 압박이 우선적으로 돼야 합니다."



공격하느라 엷어진 측면 수비의 뒷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수비 라인을 한번에 무너뜨리면서 득점할 수 있습니다.



<녹취> 이용수(KBS 축구 해설위원) : "가급적이면 중앙으로 크로스 연결되는 것을 한 박자 빠르게 나이지리아 중앙 수비수인 요보 선수나 쉬투 선수가 커버를 하러 나오는 그 타이밍에 중앙으로 연결한다면 나이지리아의 수비를 흔들어 놓을 수 있습니다."



공중볼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 에니에아마 골키퍼에게는 낮고 빠른 땅볼 슈팅으로 공략하는 것도 골문을 여는 방법입니다.



<녹취> 이용수(KBS 축구 해설위원) : "순발력 어떻게 보면 거의 동물적인 반사 능력을 보이면서 잘 막아냈는데요. 의외로 어이 없는 바운드가 되는 바로 골키퍼 앞에서 바운드가 되는 것에 실수를 했는데 그만큼 골키퍼 앞에서 골이 바운드가 된다는 것은 골의 속도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라질 수 있습니다."



여전히 장담할 수는 없지만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분명합니다. 나이지리아를 잡고 월드컵 새 역사를 써내려갈 수 있을지, 온 국민의 염원 속에서 결전의 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뉴스 이미지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