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17 태극소녀들의 유쾌한 해단식

입력 2010.09.29 (17:37)

수정 2010.09.2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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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우승컵을 안고 금의환향한 U-17 여자월드컵 축구대표팀의 해단식이 열린 29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축구관계자를 비롯해 대표팀 가족들까지 한 데 모인 이날 해단식은 태극소녀들의 정식 환영연을 겸한 자리였다.

로비 한쪽에 전시된 자랑스러운 딸들의 월드컵 사진을 배경으로 가족들은 환하게 웃으며 플래시를 밝혔고, 최덕주 대표팀 감독은 축하 악수를 받느라 손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옆에 서 있던 조광래 남자 대표팀 감독과 최인철 여자 대표팀 감독 역시 17세 이하 태극소녀들이 이뤄낸 축구 경사에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인사를 나눴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어디선가 흰색 셔츠와 짧은 밤색 주름치마에 검정타이즈로 뽐낸 앳된 소녀군단이 나타났다.

태극소녀들은 U-17 여자축구 대표팀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마지막으로 뭉치는 만큼 특별히 귀여운 여학생 정장차림을 하고 환영파티 하객들을 맞았다.

마이크를 잡은 태극소녀들은 그라운드 뿐만 아니라 '무대 체질'이기도 했다.

주장 김아름은 이번 대회를 치르며 '아버지 리더십'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최덕주 감독이 이날 아침 언론과 인터뷰에서 "아버지 보단 오빠라는 소리가 듣고 싶다"는 말을 한 것을 두고 "오빠도, 아버지도 아닌 할아버지 같다"는 말로 장내 웃음바다를 터뜨렸다.

이어 "감독님은 사투리 때문에 발음이 안 좋아요. 벌을 주실 때 '엎드려'를 매번 '엎더려'라고 말씀하셔서 웃음을 참았다니까요"라는 우스갯 말을 곁들였다.

또 결승전 당시 베컴의 등장에 몹시 놀랐다며 "베컴과 악수하다 경기 시작도 전에 혼이 다 빠져 버렸다"라는 말로 당시 기억을 전했다.

이번 월드컵의 '히로인' 여민지는 최근 언론을 통해 공개된 초등학교 시절 노란 머리 스타일을 다시 해 볼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랬다간 머리 다 뜯긴다"며 좌중을 집중시키더니 이내 "아직 고등학생이니까 단정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외국에 나가면 랍스터도 먹고 마음껏 쇼핑도 하고 싶었다"며 다행히 우승해 실컷 먹고 쇼핑도 다 했다며 17세 소녀다운 앙증맞은 모습을 보였다.

태극소녀들은 한데 모여 장기자랑도 선보였다.

주장 김아름은 '캡틴'답게 노래 무대를 주도했다.

가수 마야의 '나를 외치다'가 울려 퍼진 무대에서 김아름은 홀로 마이크를 쥔 채 코러스로 나선 나머지 선수들 얼굴을 하나하나 바라보며 열창했다.

댄스 뽐내기도 이어졌다. 선수들은 함께 박자에 맞춰 노래를 따라 부르며 무대 위에 선 동료를 응원했다.

동생들의 재롱을 대견한 듯 바라보던 두 언니가 무대에 올라섰다.

U-20 여자대표팀의 주인공 지소연과 김혜리는 "동생들이 우리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둬 우리보고 벌써 한물갔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계신다"는 말로 축하의 말을 대신했다.

밝은 갈색 파마머리를 하고 무대에 선 지소연은 "이제 사람들이 많이 알아봐 예전처럼 트레이닝복을 입고 다니기 불편하다. 미용실도 다니고 옷에도 신경쓴다"며 유명세를 인정했다.

이날 해단식은 거창하고 비장한 결의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한 잔치 분위기를 이어갔다.

한껏 웃어젖힌 대표팀 선수들은 해단식을 마치고 그토록 그리던 가족들 품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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