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한나라당으로부터 수사의뢰를 받은 지 만 하루 만에 당측 대리인인 김재원 법률지원단장을 조사하기로 한 데 이어 이틀 뒤에는 의혹 폭로 당사자인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을 소환키로 하는 등 '속전속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이번 사건이 정치권 전반에 가해질 파장이 엄청난 데다 총선을 불과 3개월 남겨둔 상황이라 가능한 단기간에 사건을 마무리 짓겠다는 검찰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일단 검찰은 고 의원에 대한 조사가 의혹을 풀어나가는 출발점이자 관건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고 의원이 직접 돈 봉투를 받았다가 돌려줬다고 주장한 만큼 어느 후보 측에서 건넸는지, 건넨 당사자가 누구인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폭로자인 고 의원이 조사에 성실히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만큼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검찰은 고 의원의 진술을 토대로 돈을 직접 건넨 것으로 지목된 인사에 대한 조사를 선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인사를 상대로 당시 전대 후보로부터 금품을 살포하라는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파악해 후보를 '직접' 조사할지를 검토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만일 돈을 건넨 것으로 지목된 당사자가 윗선과 무관하게 '단독범행'을 주장할 경우 해당 후보 측에 대한 조사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야권에서 벌써 '제2의 디도스' 사건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꼬리 자르기'를 의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고 부실수사 비판을 면하기 위해선 어떤 형태로든 대표 후보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게 정치권과 검찰 안팎의 기류다.
문제는 특정 후보가 거명됐을 때의 '조사 방법론'이다.
당장 수사 선상에는 18대 국회 들어 전당대회를 통해 대표로 선출된 박희태 국회의장과 안상수 의원이 올라 있다.
가장 최근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당 대표는 아니라고 고 의원이 이미 밝혔기 때문에 홍준표 의원은 일단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고 의원이 검찰에서 특정 후보를 거명하면 해당 인사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해진다.
특히 박 의장이 지목된다면 검찰로서는 곤혹스러울 수 있다. 예우 등을 고려할 때 의혹만으로 현직 국회의장을 소환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하거나 방문 및 서면조사 등 다른 방식이 거론될 수 있다.
지난 2008년 2월 BBK 의혹을 수사하던 정호영 특별검사팀은 당선인 신분이던 이명박 대통령을 서울시내 모처에서 피내사자 신분으로 3시간가량 조사한 바 있다.
안 의원으로 의혹의 화살이 쏠릴 때는 직접 불러 조사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박 의장과 안 의원 모두 당시 전대에서 여론조사 득표율에서는 2위 후보에게 밀렸고, 현장 대의원 투표에서 역전해 선출된 만큼 대의원을 관리하는 당협위원장 등에 대한 접촉 필요성은 있었던 것으로 보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조사 대상자의 진술 여하에 따라 돈 봉투를 추가로 받은 당내 인사가 무더기로 공개될 수 있어 이번 사건은 총선을 앞두고 '뇌관'이 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돈 봉투를 건넨 것으로 지목된 인사나 해당 후보가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검찰이 물증확보에 실패하면 자칫 미제로 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