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2라운드에 진출할 '필요조건'을 충족시킨 한국이 마지막 고비를 넘으려면 마지막으로 타선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네덜란드에 완패해 탈락 위기에 몰린 한국은 4일 호주를 6-0으로 격파하면서 희망을 찾았다.
개막 전 연습 경기부터 꽉 막혀 답답하던 타선이 감각을 찾은 것이 무엇보다도 큰 소득이다.
호주와의 경기 전까지 팀 타율이 0.138에 그쳐 경기를 치른 8개국 중 7위에 머물러 있던 한국의 타격은 이날 경기를 마치고 3위인 0.227로 뛰어올랐다.
이승엽(삼성)과 이대호(롯데)가 나란히 3안타 1타점을 기록하고 김현수(두산)가 1안타, 이용규(KIA)가 2안타를 때리는 등 테이블세터와 클린업 트리오가 일제히 힘을 냈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은 남는다.
한국은 이날도 몇 차례의 추가 득점 기회가 있었으나 이를 살리지 못해 더 많은 점수를 낼 기회를 잃었다.
호주보다 한 수 위로 평가받는 타이완과의 경기에서 최소한 5점 차는 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만족할 만한 공격력은 아니다.
게다가 타이완 역시 한국에 큰 점수 차이로 진다면 초반 2연승하고도 2라운드 진출이 무산되는 처지이다 보니 불펜을 총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총력전으로 수성에 나서는 타이완의 '방패'를 뚫으려면 한국의 '창'을 더욱 예리하게 다듬어야 한다.
허무하게 기회를 날려버리지 않도록 타선이 일제히 불을 뿜어 줘야 하지만, 여전히 한국 타선은 상당한 불균형을 보이는 형편이다.
두 경기에서 6명의 선수가 2안타 이상을 때린 반면 5명은 아예 1안타도 기록하지 못했다.
먼저 테이블세터 사이에서 심한 편차가 보인다.
쾌조의 타격감을 선보인 이용규에 비해 정근우(SK)의 방망이가 침묵하는 탓에 중심타선 앞에 푸짐한 밥상을 차려 주기가 어렵다.
적극적으로 초구를 건드리는 등 톱타자치고는 공격적인 성향이 있는 정근우는 몇 차례 좋은 타구를 날리기도 했으나 거푸 야수 정면으로 향하면서 감각을 끌어올릴 기회를 놓쳤다.
류중일 감독은 여전히 정근우를 "한국 최고의 2루수"라고 평하며 타이완전에서도 중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클린업 트리오의 컨디션이 괜찮은 만큼, 정근우의 스윙이 얼마나 날카로움을 되찾느냐에 따라 한국이 얻어낼 점수도 차이를 보일 전망이다.
공격의 흐름을 이어줄 하위타선도 더 살아나야 한다.
네덜란드전에서 2안타를 친 최정(SK) 외에 안타는커녕 출루 한 번도 하지 못한 하위타선은 11안타가 쏟아진 호주전에서도 2안타를 보태는 데 그쳤다.
두 차례 사구를 맞아 제 실력을 보여주기 어려웠던 최정이 6번 타순에서 어떤 역할을 해주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다.
여전히 돌아오지 않는 장타력도 타이완전에서는 살아나야 한다.
타율 3위인 한국은 장타율은 0.258로 브라질(0.273)에게도 밀려 호주와 공동 4위로 떨어진다.
두 경기를 통틀어 장타라곤 이승엽의 2루타 두 방밖엔 없었다.
단숨에 여러 점수를 뽑아낼 수 있는 효율적인 무기인 만큼 장타가 살아나야 점수 쟁탈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
특히 맞상대인 타이완이 두 경기에서 홈런 2개와 2루타 5개를 터뜨려 장타율 0.467을 찍은 만큼, 거포 대결에서 밀리지 않는 힘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전날 활약으로 타이완전에서도 전진 배치될 것으로 보이는 이승엽과 이대호의 어깨가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