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의 최대 격전이 될 한국과 타이완의 결전이 다가오면서 장외 신경전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관중이 입장하기 시작한 5일 저녁 타이완 타이중의 인터컨티넨탈 구장 앞에서는 유별난 응원 문구가 적힌 신문지 크기의 종이가 배포되기 시작했다.
현지 신문인 '빈과일보'의 제호가 찍혀 있는 이 종이에는 '고려를 두들기자'(棒打高麗)는 글씨가 커다랗게 찍혀 있다.
아래로는 전차를 탄 타이완 선수가 배추 형상의 한국 선수를 깔고 도쿄 방향으로 이동하는 그림이 들어갔다.
타이완 국기를 얼굴에 그려 넣은 팬들은 현지 방송 카메라 앞에서 "한국을 두들기자"(棒打韓國)거나 "승리를 달라"(給我勝利)고 외치는 등 경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뜨거운 응원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한국을 누르고 2라운드에 진출할 기회를 잡은 타이완 대표팀도 이번에는 반드시 자존심 대결에서 승리하려는 듯 경계심을 늦추지 않은 표정이었다.
타이완 대표팀의 셰창헝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 개의 질문만 받은 채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셰 감독은 "우리가 우위에 있으나 최종 결과까지 장담할 수는 없다"며 "한국과 맞설 좋은 기회가 왔으며 기다려온 선수 모두가 준비를 마쳤다"고 강한 승리욕을 드러냈다.
한국은 이날 경기에서 최소한 5점 이상의 점수 차이로 타이완을 꺾지 못하면 처음으로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당한다.
반면 최근 주요 국제대회에서 한국의 벽을 넘지 못하던 타이완은 이날 크게 지지만 않으면 처음으로 2라운드에 올라 자존심을 세울 좋은 기회다.
서로의 자존심이 걸린 자리이다 보니 한국 대표팀의 류중일 감독의 기자회견장에서도 현지 언론에서 현지 음식과 날씨가 한국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는지 질문하는 등 곳곳에서 신경전이 벌어지는 모습이었다.
한국의 사직구장 못지않게 일방적이고 우렁찬 응원 문화를 자랑하는 현지 관중도 2만 석을 가득 메우고 열기를 뿜어낼 전망이다.
열광적인 분위기에 선수들이 주눅이 들지 않도록 한국에서 찾아온 400여명의 원정 응원단도 1루측 관중석 한쪽에 자리잡고 기운을 불어넣을 채비를 마쳤다.
400명과 2만명의 일방적인 싸움이지만, 응원단은 4일 호주전에도 국내 프로야구 특유의 응원 문화를 뽐내며 선수들에게 힘을 준 바 있다.
류 감독은 "5~6점차 이상으로 이기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