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 잇단 주루사’ 6점 차 승리 날렸다

입력 2013.03.06 (00:40)

수정 2013.03.06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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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가 타이완보다 주루와 수비에서 앞선다는 말은 앞으로 함부로 할 수 없다.

한국은 5일 타이완 타이중 인터컨티넨탈 구장에서 끝난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세 번째 경기에서 타이완에 3-2로 승리했다.

그러나 6점차 이상 이기지 못해 타이완, 네덜란드에 득·실점 차에서 밀려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한국은 공격, 수비, 주루에서 매끄럽지 못한 장면이 나와 6점 이상 승리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4강·결승이 열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AT&T 파크로 가겠다던 한국 선수들의 도전도 막을 내렸다.

방망이 실력에서는 한국,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나 수비·주루 기량이 떨어져 아시아 3위권에 머물던 타이완 야구가 환골탈태했다.

타이완은 이날 자로 잰 듯한 송구와 과감한 주루로 한국을 주눅이 들게 했다.

반면 정근우(SK)의 두 차례 주루사는 한국에 치명타를 안겼다.

메이저리그에는 선두 타자 또는 투아웃 이후 타석에 들어서 안타를 때렸을 때 3루에서 죽지 말라는 격언이 있다.

선두 타자로 나와 3루에서 잡히면 공격의 맥을 스스로 끊는 결과를 낳고 투아웃 이후 3루에서 아웃되면 상대팀의 기만 살려주는 꼴이기 때문이다.

정근우는 이날 두 번이나 이 격언을 어겼다.

선취점이 절실한 1회 1사 후 볼넷으로 출루한 정근우는 2사 후 이대호 타석 때 2루를 훔쳤다.

포수의 송구가 외야로 흐른 사이 정근우는 2루에서 주춤했다가 계속 달려 3루를 파고들었으나 간발의 차로 아웃됐다.

호주와의 경기에서 안타를 양산하고 페이스를 끌어올린 4번 이대호 타석이었기에 발 빠른 정근우는 2루나 3루 어디에 있든 안타가 나오면 얼마든지 홈에 들어올 수 있었다.

또한 1점 승부가 아니라 대량 득점이 필요했기에 무리한 주루플레이를 펼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정근우는 무리하게 3루로 달리다가 찬물을 끼얹었다.

0-2로 끌려가던 5회 3루수 실책으로 1루를 밟은 정근우는 2사 후 이대호의 우중간 2루타 때 또 홈을 향해 전력 질주했으나 포수 블로킹에 막혀 홈플레이트를 찍지 못하고 아웃됐다.

주자를 모아 타이완 마운드를 계속 압박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나 1점에 집착한 나머지 무리한 주루 플레이로 기회를 날렸다.

이는 반대로 정근우의 빠른 발을 정확한 송구로 두 번이나 잡아낸 타이완 외야진의 승리이기도 했다.

0-0이던 3회 선취점을 타이완에 헌납한 과정은 가장 아쉬운 장면이다.

2사 1루에서 린즈성은 중견수 앞에 빗맞은 안타를 날렸다.

앞으로 달려와 공을 잡으려던 중견수 전준우(롯데)가 이를 더듬은 사이 1루 주자 양다이강이 3루를 돌아 홈으로 쇄도했다.

뒤늦게 공을 잡은 전준우는 커트맨 손시헌(두산)에게 공을 던졌으나 이마저도 부정확한 탓에 양다이강은 여유 있게 홈을 밟았다.

전준우가 침착하게 타구를 처리했다면 2사 1,3루에 주자를 묶고 실점하지 않은 채 이닝을 마칠 수도 있었다.

팽팽하던 균형이 깨지자 타이완 팬들은 일방적인 응원으로 분위기를 주도했다.

양다이강이 4회 2사 2루에서 노경은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받아쳐 중전 적시타를 날린 반면 한국 중심 타자들은 집중력을 잃어 대조를 이뤘다.

3회 2사 1,2루에서 '해결사' 이승엽(삼성)이 높은 볼에 방망이를 내 3루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났고, 0-2이던 4회 2사 만루 절호의 찬스에서 대타 김태균(한화)이 볼 3개 만에 중견수 뜬공으로 잡히는 등 한국 타선은 대량 득점이 필요한 초반 응집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1∼2회 WBC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예선을 거쳐 3회 대회 본선에 오른 타이완은 명예회복을 단단히 별렀다.

작년 11월 말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를 타이중에서 개최한 타이완은 대표팀을 4개나 꾸리며 최고의 선수를 뽑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한국을 제치고 8강 진출이라는 값진 성과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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