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절대 강자 없다’ 한국 야구 자존심 상처

입력 2013.03.06 (00:23)

수정 2013.03.06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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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된 경사에 세계 야구의 중심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던 한국 야구의 콧대가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상대적으로 '변방'에 있다고 치부하던 경쟁자들에 무참히 꺾였다.

한국은 5일 타이완 타이중에서 막을 내린 대회 B조 1라운드에서 조 3위에 그쳐 2라운드 진출이 좌절됐다.

1~2회 대회에서 4강 진출과 준우승을 달성해 이번에는 왕좌에 오르겠다던 야심은 간 곳 없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고 망신을 당했다.

대회 시작부터 승리를 자신하던 상대에 변명의 여지 없는 완패를 당했다.

당초 3연승으로 가볍게 1라운드를 통과하겠다던 한국은 네덜란드와의 1차전에 극심한 빈공 끝에 0-5로 영봉패를 당하는 수모를 맛봤다.

네덜란드가 복병이 될 수 있다면서도 승리는 거둘 수 있으리라던 예상과 달리 투·타와 수비 등 모든 면에서 완패했다.

타이완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선다는 자신감이 있었으나 결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한국은 타이완과의 마지막 경기에서도 무기력한 타선에 발목이 잡혀 경기 막판까지 답답한 경기를 했다.

게다가 타이완은 한국을 꺾은 네덜란드에도 8-3으로 승리하고 다음 라운드에 진출해 이번 대회에서만큼은 한국에 '판정승'을 거뒀다.

한 수 아래라 생각하던 상대에 연달아 한국 야구의 자존심이 짓밟힌 셈이다.

한국 야구는 그동안 안팎으로 발전을 거듭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후반 들어 매년 최다 관중 기록을 새로 쓰더니 지난해 사상 최초로 700만 관중을 넘기는 등 최고 인기의 프로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NC 다이노스의 창단에 이어 KT까지 팀 창단에 나서면서 10구단 체제의 문을 활짝 열었다.

바깥으로는 2006년과 2009년 WBC에서 놀라운 성적을 거뒀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기세등등했다.

이렇게 거듭된 경사는 이제 한국 야구가 세계의 중심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확신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메이저리그가 선수 수급을 위해 전 세계로 눈을 돌리고, 야구 세계화를 위한 노력이 거듭되면서 한 수 아래라 생각했던 나라들 역시 성장하고 있었다.

네덜란드와 타이완은 미국·일본 프로야구를 경험한 선수들을 다수 엔트리에 포함해 B조에서 한국을 따돌리고 가장 탄탄한 전력으로 '약진'에 성공했다.

반면 해외파라고는 이대호(오릭스) 한 명뿐이던 한국은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특유의 탄탄함이 사라진 허술한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대한 우려의 시선에도 한국은 "타선만큼은 역대 최강"이라며 오히려 자존심을 세웠으나 결과는 이런 호언장담과는 딴판이었다.

같은 시기 열린 1라운드 A조에서도 세계 야구의 평준화가 진행되는 흐름이 보인다.

야구 변방국으로 치부되던 브라질은 일본을 혼쭐냈고 쿠바에도 큰 점수 차로 지지 않았다.

그리고 앞서 쿠바에 콜드게임패를 당한 중국이 브라질을 잡고 조 3위에 올랐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절대 강자와 약자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음에도 한국은 지난 몇 년간의 영광에 도취해 자신을 냉정히 돌아보지 못한 셈이다.

이런 흐름을 민감하게 포착하지 못한 한국 야구는 한 수 아래라 치부하던 상대들에게 연달아 덜미를 잡히면서 최악의 실패를 겪고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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