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라운드도 통과하지 못한 채 짐을 싼 한국 대표팀의 류중일(50·삼성) 감독은 "내 역량이 부족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류 감독은 5일 타이완 타이중의 인터컨티넨탈 구장에서 열린 타이완과의 1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대회를 일찍 마무리하는 아쉬움을 전했다.
이날 한국은 타이완에 3-2로 역전승해 2승1패를 만들었으나 팀 퀄리티밸런스(TQB)에서 뒤져 타이완, 네덜란드에 2라운드 진출권을 내줬다.
한국은 최소한 타이완에 5점 이상의 차이로 승리를 거뒀어야 2라운드 진출을 바라볼 수 있었다.
어두운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류 감독은 "제1회 대회 4강, 제2회 대회 준우승으로 한국 프로야구의 위상이 높아졌는데 아쉽게 이번에는 2라운드에 오르지 못했다"면서 "국민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을 꺼냈다.
그는 "5점차를 내야 한다는 것이 내게나 선수들에게나 모두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면서 "너무 늦게 (타선이) 터진 것이 아쉽다"고 경기를 복기했다.
이날 3루수 최정이 결장한 데 대해서는 "연습 도중 왼 허벅지를 다쳤다"면서 "최정이 있었다면 공격이 좋았을 수도 있지만 다친 선수를 억지로 내보낼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중압감이 큰 경기에서 베테랑 포수 진갑용을 활용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2차전 선발 송승준과 3차전 선발 장원준이 모두 강민호와 오랫동안 롯데에서 배터리로 호흡을 맞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격 흐름에 찬물을 끼얹은 정근우의 두 차례 주루사를 두고는 "정근우의 실수도 있었으나 타이완의 송구가 좋았다"면서 "과거보다 타이완이 짜임새 있는 야구를 하는 것 같다"고 평했다.
류 감독은 이번 대회 대표팀이 선수들의 잦은 이탈로 제대로 꾸려지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없다"고 단호히 밝혔다.
그는 "패장이 무슨 말을 하겠느냐"면서 "최고의 선수들을 데리고 대회를 치렀고, 내 역량이 부족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류 감독은 "1라운드에서 공부를 많이 하고 간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한층 발전하는 프로야구가 되길 희망한다"고 마지막 소회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