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시간]⑩ 정경심의 ‘빨간 인주’ 녹취록
입력 2020.04.09 (15:51)
수정 2020.04.2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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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변호인, 2019.12.31.)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법정에 울려 퍼진 정경심-동양대 관계자 통화
정경심 교수의 재판에서 새로운 사실들이 점점 많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검찰 수사 때 공개되지 않았던 이야기들도 많습니다. 어제(8일) 열린 9차 공판에서는 지난해 검찰 수사 당시 정경심 교수와 동양대 교원인사팀장 박 모 씨가 통화한 내용이 공개됐습니다. 검찰은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고, 일부 내용은 "어감이 중요하다"라며 통화 녹음 파일을 법정에서 틀기도 했습니다. 박 씨는 어제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정경심은 왜 직인 얘기를 먼저 꺼냈을까?
지난해 9월 3일 KBS에서 동양대 표창장 의혹이 보도되자, 정 교수는 박 씨에게 전화를 걸어 딸 조민 씨가 받은 표창장에 대해 해명을 합니다. 학생들이 영어 에세이를 쓰면 평가해줄 사람이 필요해 조민 씨가 자원봉사를 했다는 겁니다. 녹취록에 따르면 정 교수는 "그거를 우리 딸이 해준 거예요. Volunteer를, 봉사를 해준 거예요"라며, 당시 행정 업무를 담당했던 오 모 계장의 추서로 조민 씨가 상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다음날인 9월 4일 다시 전화를 건 정 교수는 박 씨에게 동양대 위임 전결 규정을 찾아달라고 부탁합니다. 정 교수는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에게도 전화를 걸어 "표창장 발급 권한을 내게 위임해주신 걸로 해달라"는 요구를 한 적 있습니다.
재판에서 주목 받은 건 그 다음 대화입니다. 9월 5일 통화에서 정 교수는 박 씨에게 갑자기 총장 직인 이야기를 먼저 꺼냅니다. 이때는 표창장의 총장 직인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입니다. 정 교수는 "총장님 직인 있잖아요"라고 말을 꺼내며, "그걸 상장에 찍을 때 뭐에다 찍어요, 어떻게 찍어요?" 라고 묻습니다. 박 씨는 "상장 용지를 가져다놓고 (직인을) 상장에 찍게 되고, 우리가 직인을 사용하게 되면 직인대장에다가 뭐뭐를 한다라고 이제 옆에 그 기재하는 거죠"라고 설명합니다.
'인주'로만 찍는 총장 직인
직인에 대해 물어보던 정 교수는 "(직인) 이미지를 갖다가 상장 위에 얹어서 찍을 가능성은 없죠?"라고 묻습니다. 공교롭게도 정 교수가 스스로 언급한 이 방식은 검찰이 기소한 정 교수의 표창장 위조 방식과 거의 동일합니다. 정 교수는 아들 표창장 그림파일에서 총장 직인 부분을 컴퓨터로 오려내 딸의 표창장에 붙여넣는 방식으로 위조한 혐의로 기소됐죠. 이해를 돕기 위해 법정에서 공개된 녹취록을 공개합니다.
교원인사팀장 박 씨는 동양대에서 발급되는 모든 상장에는 총장 직인을 '인주'로 찍는다고 설명합니다. 표창장 위조 혐의의 핵심, '인주'가 등장하는 대목입니다. 컬러프린터로 직인을 인쇄하는 게 아니라, '손으로 문지르면 번지는' 인주를 이용해 직인을 찍는다는 설명입니다. 박 씨는 '여자들 바르는, 루주 같은 인주'라고 재차 강조합니다.
"우리 애가 받은 건 인주가 안 번지는데..."
인주로 직인을 찍는 게 맞는지 물어보는 정 교수에게 박 씨는 무슨 일 때문이냐고 묻고, 잠시 침묵하던 정 교수는 "우리 집에 수료증 하나가 있는데 인주가 번지지 않는다"라는 말을 털어놓습니다. 컬러프린트로 인쇄된 수료증이라는 겁니다.
이틀 뒤인 9월 7일 언론에 처음으로 '총장 직인'과 관련된 보도가 나오자, 정 교수는 박 씨에게 다시 전화를 겁니다. 박 씨에게 '디지털 직인파일'도 있다는 해명을 하는 겁니다. 인주로 찍지 않아도 되는, 컴퓨터 파일로 된 도장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박 씨는 단호하게 '디지털 직인파일'은 없다고 말합니다.
"왜 녹음했죠?"...."정경심 동의 받았는데요"
변호인들은 박 씨가 정 교수와의 통화를 녹음한 과정을 문제 삼았습니다. 박 씨는 앞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국회나 교육부에서 요구하는 자료제출과 관련해 정 교수의 구두 동의를 받기 위해 녹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면 동의를 받기엔 당시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는 겁니다. 점점 사안이 민감해지니 답변해준 내용이 사실과 다르게 보도되거나 할 경우엔 곤란해질 것 같아 녹음을 했다고도 했습니다. 처음 통화 당시 정 교수도 녹음에 동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변호인은 이에 대해 "누군가로부터 별도 지시를 받아서 의도적으로 녹음한 건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특히 정 교수와 통화하기 전 최성해 전 총장과 미리 통화를 한 것은 아닌지, 또 정 교수와의 통화 내용을 최 전 총장에게 보고한 것은 아닌지도 물었습니다.
박 씨는 모두 "그런 적 없다"고 답했습니다. 녹음과 관련된 이야기를 계속 물어보자 재판부는 "피고인(정경심)은 동의한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 동의 여부만 6번을 계속 물어보시는데"라며 변호인을 제지하기도 했습니다.
왜 이렇게 통화 녹음 동의 여부를 집요하게 물어봤을까요? 재판이 끝난 뒤 정 교수의 변호인인 김칠준 변호사가 취재진과 한 인터뷰를 보면 변호인단의 생각을 보다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김 변호사는 "정경심 교수와 통화하기 이틀 전에 (박 씨가) 최성해 총장으로부터 어떤 얘기를 들었단 얘기도 있었다"며 "단순히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동의를 확인할 목적으로 녹음을 했다고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 어떤 의도 하에서 대화를 녹음하지 않았나 라는 의심을 갖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또 "검찰이 녹음 내용을 과도하게 오해하거나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한 게 많이 있지 않았나"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여전히 수사기관 이전부터 의도를 갖고 접근해 녹음하지 않았나 라는 의구심을 여전히 강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도 했습니다.
녹취록 공개와 변호인의 악전고투
정 교수 측이 절대 증거로 동의하지 않았던 녹취록이 박 씨의 증인신문과 함께 법정에서 공개되면서, 변호인단은 어제 재판에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갔습니다. 오후 재판에는 조민 씨를 KIST 인턴으로 추천한 장본인인 KIST 이 모 박사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다음 [법원의 시간]에서는 이 모 박사의 증언 내용을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법정에 울려 퍼진 정경심-동양대 관계자 통화
정경심 교수의 재판에서 새로운 사실들이 점점 많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검찰 수사 때 공개되지 않았던 이야기들도 많습니다. 어제(8일) 열린 9차 공판에서는 지난해 검찰 수사 당시 정경심 교수와 동양대 교원인사팀장 박 모 씨가 통화한 내용이 공개됐습니다. 검찰은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고, 일부 내용은 "어감이 중요하다"라며 통화 녹음 파일을 법정에서 틀기도 했습니다. 박 씨는 어제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정경심은 왜 직인 얘기를 먼저 꺼냈을까?
지난해 9월 3일 KBS에서 동양대 표창장 의혹이 보도되자, 정 교수는 박 씨에게 전화를 걸어 딸 조민 씨가 받은 표창장에 대해 해명을 합니다. 학생들이 영어 에세이를 쓰면 평가해줄 사람이 필요해 조민 씨가 자원봉사를 했다는 겁니다. 녹취록에 따르면 정 교수는 "그거를 우리 딸이 해준 거예요. Volunteer를, 봉사를 해준 거예요"라며, 당시 행정 업무를 담당했던 오 모 계장의 추서로 조민 씨가 상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다음날인 9월 4일 다시 전화를 건 정 교수는 박 씨에게 동양대 위임 전결 규정을 찾아달라고 부탁합니다. 정 교수는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에게도 전화를 걸어 "표창장 발급 권한을 내게 위임해주신 걸로 해달라"는 요구를 한 적 있습니다.
재판에서 주목 받은 건 그 다음 대화입니다. 9월 5일 통화에서 정 교수는 박 씨에게 갑자기 총장 직인 이야기를 먼저 꺼냅니다. 이때는 표창장의 총장 직인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입니다. 정 교수는 "총장님 직인 있잖아요"라고 말을 꺼내며, "그걸 상장에 찍을 때 뭐에다 찍어요, 어떻게 찍어요?" 라고 묻습니다. 박 씨는 "상장 용지를 가져다놓고 (직인을) 상장에 찍게 되고, 우리가 직인을 사용하게 되면 직인대장에다가 뭐뭐를 한다라고 이제 옆에 그 기재하는 거죠"라고 설명합니다.
'인주'로만 찍는 총장 직인
직인에 대해 물어보던 정 교수는 "(직인) 이미지를 갖다가 상장 위에 얹어서 찍을 가능성은 없죠?"라고 묻습니다. 공교롭게도 정 교수가 스스로 언급한 이 방식은 검찰이 기소한 정 교수의 표창장 위조 방식과 거의 동일합니다. 정 교수는 아들 표창장 그림파일에서 총장 직인 부분을 컴퓨터로 오려내 딸의 표창장에 붙여넣는 방식으로 위조한 혐의로 기소됐죠. 이해를 돕기 위해 법정에서 공개된 녹취록을 공개합니다.
교원인사팀장 박 씨는 동양대에서 발급되는 모든 상장에는 총장 직인을 '인주'로 찍는다고 설명합니다. 표창장 위조 혐의의 핵심, '인주'가 등장하는 대목입니다. 컬러프린터로 직인을 인쇄하는 게 아니라, '손으로 문지르면 번지는' 인주를 이용해 직인을 찍는다는 설명입니다. 박 씨는 '여자들 바르는, 루주 같은 인주'라고 재차 강조합니다.
"우리 애가 받은 건 인주가 안 번지는데..."
인주로 직인을 찍는 게 맞는지 물어보는 정 교수에게 박 씨는 무슨 일 때문이냐고 묻고, 잠시 침묵하던 정 교수는 "우리 집에 수료증 하나가 있는데 인주가 번지지 않는다"라는 말을 털어놓습니다. 컬러프린트로 인쇄된 수료증이라는 겁니다.
이틀 뒤인 9월 7일 언론에 처음으로 '총장 직인'과 관련된 보도가 나오자, 정 교수는 박 씨에게 다시 전화를 겁니다. 박 씨에게 '디지털 직인파일'도 있다는 해명을 하는 겁니다. 인주로 찍지 않아도 되는, 컴퓨터 파일로 된 도장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박 씨는 단호하게 '디지털 직인파일'은 없다고 말합니다.
"왜 녹음했죠?"...."정경심 동의 받았는데요"
변호인들은 박 씨가 정 교수와의 통화를 녹음한 과정을 문제 삼았습니다. 박 씨는 앞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국회나 교육부에서 요구하는 자료제출과 관련해 정 교수의 구두 동의를 받기 위해 녹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면 동의를 받기엔 당시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는 겁니다. 점점 사안이 민감해지니 답변해준 내용이 사실과 다르게 보도되거나 할 경우엔 곤란해질 것 같아 녹음을 했다고도 했습니다. 처음 통화 당시 정 교수도 녹음에 동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변호인은 이에 대해 "누군가로부터 별도 지시를 받아서 의도적으로 녹음한 건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특히 정 교수와 통화하기 전 최성해 전 총장과 미리 통화를 한 것은 아닌지, 또 정 교수와의 통화 내용을 최 전 총장에게 보고한 것은 아닌지도 물었습니다.
박 씨는 모두 "그런 적 없다"고 답했습니다. 녹음과 관련된 이야기를 계속 물어보자 재판부는 "피고인(정경심)은 동의한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 동의 여부만 6번을 계속 물어보시는데"라며 변호인을 제지하기도 했습니다.
왜 이렇게 통화 녹음 동의 여부를 집요하게 물어봤을까요? 재판이 끝난 뒤 정 교수의 변호인인 김칠준 변호사가 취재진과 한 인터뷰를 보면 변호인단의 생각을 보다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김 변호사는 "정경심 교수와 통화하기 이틀 전에 (박 씨가) 최성해 총장으로부터 어떤 얘기를 들었단 얘기도 있었다"며 "단순히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동의를 확인할 목적으로 녹음을 했다고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 어떤 의도 하에서 대화를 녹음하지 않았나 라는 의심을 갖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또 "검찰이 녹음 내용을 과도하게 오해하거나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한 게 많이 있지 않았나"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여전히 수사기관 이전부터 의도를 갖고 접근해 녹음하지 않았나 라는 의구심을 여전히 강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도 했습니다.
녹취록 공개와 변호인의 악전고투
정 교수 측이 절대 증거로 동의하지 않았던 녹취록이 박 씨의 증인신문과 함께 법정에서 공개되면서, 변호인단은 어제 재판에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갔습니다. 오후 재판에는 조민 씨를 KIST 인턴으로 추천한 장본인인 KIST 이 모 박사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다음 [법원의 시간]에서는 이 모 박사의 증언 내용을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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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0-04-09 15: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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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변호인, 2019.12.31.)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법정에 울려 퍼진 정경심-동양대 관계자 통화
정경심 교수의 재판에서 새로운 사실들이 점점 많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검찰 수사 때 공개되지 않았던 이야기들도 많습니다. 어제(8일) 열린 9차 공판에서는 지난해 검찰 수사 당시 정경심 교수와 동양대 교원인사팀장 박 모 씨가 통화한 내용이 공개됐습니다. 검찰은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고, 일부 내용은 "어감이 중요하다"라며 통화 녹음 파일을 법정에서 틀기도 했습니다. 박 씨는 어제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정경심은 왜 직인 얘기를 먼저 꺼냈을까?
지난해 9월 3일 KBS에서 동양대 표창장 의혹이 보도되자, 정 교수는 박 씨에게 전화를 걸어 딸 조민 씨가 받은 표창장에 대해 해명을 합니다. 학생들이 영어 에세이를 쓰면 평가해줄 사람이 필요해 조민 씨가 자원봉사를 했다는 겁니다. 녹취록에 따르면 정 교수는 "그거를 우리 딸이 해준 거예요. Volunteer를, 봉사를 해준 거예요"라며, 당시 행정 업무를 담당했던 오 모 계장의 추서로 조민 씨가 상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다음날인 9월 4일 다시 전화를 건 정 교수는 박 씨에게 동양대 위임 전결 규정을 찾아달라고 부탁합니다. 정 교수는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에게도 전화를 걸어 "표창장 발급 권한을 내게 위임해주신 걸로 해달라"는 요구를 한 적 있습니다.
재판에서 주목 받은 건 그 다음 대화입니다. 9월 5일 통화에서 정 교수는 박 씨에게 갑자기 총장 직인 이야기를 먼저 꺼냅니다. 이때는 표창장의 총장 직인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입니다. 정 교수는 "총장님 직인 있잖아요"라고 말을 꺼내며, "그걸 상장에 찍을 때 뭐에다 찍어요, 어떻게 찍어요?" 라고 묻습니다. 박 씨는 "상장 용지를 가져다놓고 (직인을) 상장에 찍게 되고, 우리가 직인을 사용하게 되면 직인대장에다가 뭐뭐를 한다라고 이제 옆에 그 기재하는 거죠"라고 설명합니다.
'인주'로만 찍는 총장 직인
직인에 대해 물어보던 정 교수는 "(직인) 이미지를 갖다가 상장 위에 얹어서 찍을 가능성은 없죠?"라고 묻습니다. 공교롭게도 정 교수가 스스로 언급한 이 방식은 검찰이 기소한 정 교수의 표창장 위조 방식과 거의 동일합니다. 정 교수는 아들 표창장 그림파일에서 총장 직인 부분을 컴퓨터로 오려내 딸의 표창장에 붙여넣는 방식으로 위조한 혐의로 기소됐죠. 이해를 돕기 위해 법정에서 공개된 녹취록을 공개합니다.
교원인사팀장 박 씨는 동양대에서 발급되는 모든 상장에는 총장 직인을 '인주'로 찍는다고 설명합니다. 표창장 위조 혐의의 핵심, '인주'가 등장하는 대목입니다. 컬러프린터로 직인을 인쇄하는 게 아니라, '손으로 문지르면 번지는' 인주를 이용해 직인을 찍는다는 설명입니다. 박 씨는 '여자들 바르는, 루주 같은 인주'라고 재차 강조합니다.
"우리 애가 받은 건 인주가 안 번지는데..."
인주로 직인을 찍는 게 맞는지 물어보는 정 교수에게 박 씨는 무슨 일 때문이냐고 묻고, 잠시 침묵하던 정 교수는 "우리 집에 수료증 하나가 있는데 인주가 번지지 않는다"라는 말을 털어놓습니다. 컬러프린트로 인쇄된 수료증이라는 겁니다.
이틀 뒤인 9월 7일 언론에 처음으로 '총장 직인'과 관련된 보도가 나오자, 정 교수는 박 씨에게 다시 전화를 겁니다. 박 씨에게 '디지털 직인파일'도 있다는 해명을 하는 겁니다. 인주로 찍지 않아도 되는, 컴퓨터 파일로 된 도장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박 씨는 단호하게 '디지털 직인파일'은 없다고 말합니다.
"왜 녹음했죠?"...."정경심 동의 받았는데요"
변호인들은 박 씨가 정 교수와의 통화를 녹음한 과정을 문제 삼았습니다. 박 씨는 앞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국회나 교육부에서 요구하는 자료제출과 관련해 정 교수의 구두 동의를 받기 위해 녹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면 동의를 받기엔 당시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는 겁니다. 점점 사안이 민감해지니 답변해준 내용이 사실과 다르게 보도되거나 할 경우엔 곤란해질 것 같아 녹음을 했다고도 했습니다. 처음 통화 당시 정 교수도 녹음에 동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변호인은 이에 대해 "누군가로부터 별도 지시를 받아서 의도적으로 녹음한 건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특히 정 교수와 통화하기 전 최성해 전 총장과 미리 통화를 한 것은 아닌지, 또 정 교수와의 통화 내용을 최 전 총장에게 보고한 것은 아닌지도 물었습니다.
박 씨는 모두 "그런 적 없다"고 답했습니다. 녹음과 관련된 이야기를 계속 물어보자 재판부는 "피고인(정경심)은 동의한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 동의 여부만 6번을 계속 물어보시는데"라며 변호인을 제지하기도 했습니다.
왜 이렇게 통화 녹음 동의 여부를 집요하게 물어봤을까요? 재판이 끝난 뒤 정 교수의 변호인인 김칠준 변호사가 취재진과 한 인터뷰를 보면 변호인단의 생각을 보다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김 변호사는 "정경심 교수와 통화하기 이틀 전에 (박 씨가) 최성해 총장으로부터 어떤 얘기를 들었단 얘기도 있었다"며 "단순히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동의를 확인할 목적으로 녹음을 했다고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 어떤 의도 하에서 대화를 녹음하지 않았나 라는 의심을 갖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또 "검찰이 녹음 내용을 과도하게 오해하거나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한 게 많이 있지 않았나"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여전히 수사기관 이전부터 의도를 갖고 접근해 녹음하지 않았나 라는 의구심을 여전히 강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도 했습니다.
녹취록 공개와 변호인의 악전고투
정 교수 측이 절대 증거로 동의하지 않았던 녹취록이 박 씨의 증인신문과 함께 법정에서 공개되면서, 변호인단은 어제 재판에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갔습니다. 오후 재판에는 조민 씨를 KIST 인턴으로 추천한 장본인인 KIST 이 모 박사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다음 [법원의 시간]에서는 이 모 박사의 증언 내용을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법정에 울려 퍼진 정경심-동양대 관계자 통화
정경심 교수의 재판에서 새로운 사실들이 점점 많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검찰 수사 때 공개되지 않았던 이야기들도 많습니다. 어제(8일) 열린 9차 공판에서는 지난해 검찰 수사 당시 정경심 교수와 동양대 교원인사팀장 박 모 씨가 통화한 내용이 공개됐습니다. 검찰은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고, 일부 내용은 "어감이 중요하다"라며 통화 녹음 파일을 법정에서 틀기도 했습니다. 박 씨는 어제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정경심은 왜 직인 얘기를 먼저 꺼냈을까?
지난해 9월 3일 KBS에서 동양대 표창장 의혹이 보도되자, 정 교수는 박 씨에게 전화를 걸어 딸 조민 씨가 받은 표창장에 대해 해명을 합니다. 학생들이 영어 에세이를 쓰면 평가해줄 사람이 필요해 조민 씨가 자원봉사를 했다는 겁니다. 녹취록에 따르면 정 교수는 "그거를 우리 딸이 해준 거예요. Volunteer를, 봉사를 해준 거예요"라며, 당시 행정 업무를 담당했던 오 모 계장의 추서로 조민 씨가 상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다음날인 9월 4일 다시 전화를 건 정 교수는 박 씨에게 동양대 위임 전결 규정을 찾아달라고 부탁합니다. 정 교수는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에게도 전화를 걸어 "표창장 발급 권한을 내게 위임해주신 걸로 해달라"는 요구를 한 적 있습니다.
재판에서 주목 받은 건 그 다음 대화입니다. 9월 5일 통화에서 정 교수는 박 씨에게 갑자기 총장 직인 이야기를 먼저 꺼냅니다. 이때는 표창장의 총장 직인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입니다. 정 교수는 "총장님 직인 있잖아요"라고 말을 꺼내며, "그걸 상장에 찍을 때 뭐에다 찍어요, 어떻게 찍어요?" 라고 묻습니다. 박 씨는 "상장 용지를 가져다놓고 (직인을) 상장에 찍게 되고, 우리가 직인을 사용하게 되면 직인대장에다가 뭐뭐를 한다라고 이제 옆에 그 기재하는 거죠"라고 설명합니다.
'인주'로만 찍는 총장 직인
직인에 대해 물어보던 정 교수는 "(직인) 이미지를 갖다가 상장 위에 얹어서 찍을 가능성은 없죠?"라고 묻습니다. 공교롭게도 정 교수가 스스로 언급한 이 방식은 검찰이 기소한 정 교수의 표창장 위조 방식과 거의 동일합니다. 정 교수는 아들 표창장 그림파일에서 총장 직인 부분을 컴퓨터로 오려내 딸의 표창장에 붙여넣는 방식으로 위조한 혐의로 기소됐죠. 이해를 돕기 위해 법정에서 공개된 녹취록을 공개합니다.
교원인사팀장 박 씨는 동양대에서 발급되는 모든 상장에는 총장 직인을 '인주'로 찍는다고 설명합니다. 표창장 위조 혐의의 핵심, '인주'가 등장하는 대목입니다. 컬러프린터로 직인을 인쇄하는 게 아니라, '손으로 문지르면 번지는' 인주를 이용해 직인을 찍는다는 설명입니다. 박 씨는 '여자들 바르는, 루주 같은 인주'라고 재차 강조합니다.
"우리 애가 받은 건 인주가 안 번지는데..."
인주로 직인을 찍는 게 맞는지 물어보는 정 교수에게 박 씨는 무슨 일 때문이냐고 묻고, 잠시 침묵하던 정 교수는 "우리 집에 수료증 하나가 있는데 인주가 번지지 않는다"라는 말을 털어놓습니다. 컬러프린트로 인쇄된 수료증이라는 겁니다.
이틀 뒤인 9월 7일 언론에 처음으로 '총장 직인'과 관련된 보도가 나오자, 정 교수는 박 씨에게 다시 전화를 겁니다. 박 씨에게 '디지털 직인파일'도 있다는 해명을 하는 겁니다. 인주로 찍지 않아도 되는, 컴퓨터 파일로 된 도장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박 씨는 단호하게 '디지털 직인파일'은 없다고 말합니다.
"왜 녹음했죠?"...."정경심 동의 받았는데요"
변호인들은 박 씨가 정 교수와의 통화를 녹음한 과정을 문제 삼았습니다. 박 씨는 앞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국회나 교육부에서 요구하는 자료제출과 관련해 정 교수의 구두 동의를 받기 위해 녹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면 동의를 받기엔 당시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는 겁니다. 점점 사안이 민감해지니 답변해준 내용이 사실과 다르게 보도되거나 할 경우엔 곤란해질 것 같아 녹음을 했다고도 했습니다. 처음 통화 당시 정 교수도 녹음에 동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변호인은 이에 대해 "누군가로부터 별도 지시를 받아서 의도적으로 녹음한 건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특히 정 교수와 통화하기 전 최성해 전 총장과 미리 통화를 한 것은 아닌지, 또 정 교수와의 통화 내용을 최 전 총장에게 보고한 것은 아닌지도 물었습니다.
박 씨는 모두 "그런 적 없다"고 답했습니다. 녹음과 관련된 이야기를 계속 물어보자 재판부는 "피고인(정경심)은 동의한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 동의 여부만 6번을 계속 물어보시는데"라며 변호인을 제지하기도 했습니다.
왜 이렇게 통화 녹음 동의 여부를 집요하게 물어봤을까요? 재판이 끝난 뒤 정 교수의 변호인인 김칠준 변호사가 취재진과 한 인터뷰를 보면 변호인단의 생각을 보다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김 변호사는 "정경심 교수와 통화하기 이틀 전에 (박 씨가) 최성해 총장으로부터 어떤 얘기를 들었단 얘기도 있었다"며 "단순히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동의를 확인할 목적으로 녹음을 했다고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 어떤 의도 하에서 대화를 녹음하지 않았나 라는 의심을 갖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또 "검찰이 녹음 내용을 과도하게 오해하거나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한 게 많이 있지 않았나"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여전히 수사기관 이전부터 의도를 갖고 접근해 녹음하지 않았나 라는 의구심을 여전히 강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도 했습니다.
녹취록 공개와 변호인의 악전고투
정 교수 측이 절대 증거로 동의하지 않았던 녹취록이 박 씨의 증인신문과 함께 법정에서 공개되면서, 변호인단은 어제 재판에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갔습니다. 오후 재판에는 조민 씨를 KIST 인턴으로 추천한 장본인인 KIST 이 모 박사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다음 [법원의 시간]에서는 이 모 박사의 증언 내용을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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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기자 easynew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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