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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시간]㊸ 부모 같은 누나의 칼 같은 가계부?…정경심 남매의 계산법
입력 2020.09.14 (07:00) 수정 2020.09.14 (07:05) 취재K
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변호인, 2019.12.31.)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 '누나 돈' 3종, 제대로 구분하고 있나요?

"제 말 한번 잘 들어보세요. '누나 돈', 그리고 '누나에게 줄 돈', 마지막으로 '누나를 위해서 보관하고 있는 돈', 이 세 개의 개념을 지금 머릿속에 명확히 구분해서 증언하고 있는 건가요?" (변호인)
"같은 말로…" (증인)
"다 비슷한 거 같나요?" (변호인)
"네, 저는 다 비슷한 거 같습니다." (증인)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29번째 공판에는 정 교수의 남동생 정 모 씨가 변호인 측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정 씨는 줄곧 정 씨 계좌를 드나들었던 '누나 돈'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돈이 여러 차례 오간 것은 분명한데, 이 돈이 누나가 준 돈인지, 누나에게 빌린 돈인지, 잠시 누나 돈을 맡아준 건지, 그것도 아니면 아예 누나가 관리하던 돈인지를 밝혀내는 게 쟁점이었죠.

이는 동생 정 씨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정 교수의 혐의와 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정 교수가 정 씨 명의로 '허위 컨설팅 계약'을 체결해 코링크PE 회삿돈 1억 5천여만 원을 횡령했다는 혐의, 다른 하나는 ▲남편의 민정수석 취임 이후에도 정 교수가 정 씨 명의의 증권 계좌로 주식 투자 등을 계속해왔다는 혐의인데요.

두 혐의 모두 '범행 의도'가 있었는지가 유무죄를 가를 핵심입니다. 정 교수가 이렇게 허위 컨설팅 계약을 체결해 회삿돈을 받는 게 횡령이라는 걸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가담했는지, 그리고 공직자윤리법상 재산등록의무와 백지신탁의무를 피하고자 탈법 목적으로 차명 계좌를 이용했는지를 가려내야 하는 거죠. 그러려면 컨설팅 계약의 당사자이자, 계좌의 주인인 정 씨의 생각도 중요하겠죠.

■ "이자만 받으면 됐다"는 동생…계약서 속 '자필 메모'로 맞선 검찰

우선, 코링크PE와의 컨설팅 계약 상황을 살펴볼까요. 정 씨는 코링크PE에 건넨 10억 원은 투자가 아닌 '대여'였다고 강조했습니다. 당시 조범동 씨가 이런저런 설명을 했지만 정확히 이해하진 못했고, 그냥 빌려준 돈에 대해 이자만 꼬박꼬박 받으면 된다고 생각해 서류조차 꼼꼼히 읽지 않았다는 겁니다. 또 계약을 맺은 상대방은 조범동 씨 개인이 아니라 코링크PE라는 회사였다고도 답했습니다. 거래의 형식과 실질이 다른 면은 있지만, 투자 수익을 챙기거나 회사에 손해를 끼친 건 아니라는 정 교수 측 입장과 정확히 일치하는 셈입니다.

특히 정 씨는 누나 정 교수 그리고 조범동 씨와 함께 문제의 경영 컨설팅 계약을 맺던 2017년 2월엔 그 계약서를 보지 못했고, 사건이 터지고 나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야 알았다고 밝혔는데요. 자신이나 정 교수가 먼저 계약서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한 적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검찰 반대신문에선, 조금 다른 정황이 제시됐습니다. 컨설팅 계약서 상단에 정 씨가 자필로 계좌번호와 돈을 받기로 한 날을 적어둔 사실이 드러난 겁니다.

검사는 "이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본 적이 없다는 계약서에 왜 증인 이름과 계좌번호가 자필로 적혀 있느냐"고 물었고, 정 씨는 "이자 10%를 주기 위해 코링크PE에서 서류를 작성할 때 도장이 필요하다고 해서 도장을 가져갔고, 직원이 도장을 찍어준 거라 제가 이 부분에 대해 몰랐다"며 "돈을 부치는 것에 대해 계좌번호를 적어달라고 해서 적어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재차 묻는 질문에도 자신의 글씨가 맞긴 하지만, 어쨌거나 계약서를 본 기억은 없다고 답했죠.

검사는 한 발 더 들어가, 계약서를 작성하는 자리에서 이자를 받는 방법으로 '컨설팅 계약'을 논의했는지도 추궁했는데, 정 씨는 조범동 씨가 그런 얘기를 하긴 했다고 대답했습니다. 또 빌려준 돈인데 코링크PE가 왜 '이자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부담하기로 했냐는 질문에는, 서류 처리는 회사 측에서 알아서 했고 자신은 이자만 받는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동생이 줄 돈' 꼼꼼히 적어 둔 누나…"빌려준 돈 vs 차명 투자"

정 교수가 2017년 5월 남편 조국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이후 자신이 직접 주식 투자를 할 수 없게 되자, 동생 증권계좌 3개를 동원해 투자에 나섰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이에 대해 정 씨는 일관되게 "누나에게 빌린 돈"이라고 증언했는데요.


이번엔 정 교수의 휴대전화 메모장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평소 정 교수가 동생에게 받을 돈을 천 원 단위까지 정확하게 적어둔 데다, 매수한 주식까지 꼼꼼하게 기재해뒀기 때문이죠. 검찰은 시기에도 주목했는데요. 2017년 5월 정 교수의 남편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임명되면서 공직자 재산등록을 하게 되자, 잠깐 동생에게 돈을 받지 않고 '홀딩'한 뒤 나중에 챙겨 받으려고 한 것 아니냐는 겁니다.

검사는 정 교수가 본인 소유 재산으로 WFM 주식을 적어놓았다며, 이는 결국 동생 정 씨에게 돈을 보내 차명으로 주식을 산 것이 아니냐고 캐물었습니다. 정 씨는 "원래 누나가 저한테 지원해주는 부분이 조금씩 있었다"며 "본인이 나중에 정산해서 동생한테 얼마를 줘야겠다는 계산이 있는 거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도 의문을 표했습니다. 김선희 부장판사는 "아까는 정 교수가 증인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증인이 줄 것도 안 받았다고 했는데, 정 교수가 적은 메모를 보면 증인 말과 달리 증인이 정 교수에게 줄 돈이 굉장히 자세히 적혀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정 씨는 "네, 꼼꼼하네요"라고만 답했습니다.

김 부장판사는 또 "정 교수가 45,096,000원을 다 자신 몫으로 생각한 거 같은데 그건 증인 생각과 다르지 않으냐"고 물었고, 정 씨는 "저렇게 해서 (누나가) 저한테 달라고 한 적이 없었다"며 "이건 누나 성향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두 사람이 나눈 문자도 차명 투자의 근거로 제시됐습니다. 정 교수는 2018년 1월 동생에게 '잔고 45,096,000원(내 계산)', '상세 정산은 나중에 하자', '잔고 전량 4505에 주문 걸어줘' 등의 문자를 보냈는데요.

검사는 "통상 '내 계산'이라고 얘기하면 저 돈은 피고인의 돈이다, 피고인 소유의 돈이다, 증인 명의로 주식 거래가 이뤄지지만 이 돈은 내 돈이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문자"라며 "이건 빌려준 게 아니라 단지 증인 명의로 주식을 사라고 한 취지로 보이는데 어떻냐"고 물었습니다. 정 씨는 이에 대해 "저희 누나가 공(公)과 사(私)가 있는 편"이라며 "자기 나름의 계산을 갖고 있겠지만 저는 빌린 게 맞다"고 대답했습니다.

검사는 정 씨가 검찰 수사 과정에선 이날 증언과 180도 다른 진술을 내놨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사실 정 씨는 이미 검찰에서 "누나가 내게 모바일 주식거래 계좌를 만들어 달라고 해서 만들었다", "누나가 본인 휴대전화에 해당 주식거래 앱을 설치해 주식 거래를 한 것이다", "결국 누나가 내 명의를 빌려서 주식 거래를 해온 것이다", "돈과 주식 모두 누나 것이다", "누나가 본인 명의로 주식거래를 못 하고 내 명의로 한 것은 누나 남편이 공직자이기 때문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죠.

정 씨는 입장을 번복하게 된 경위에 대해 "당시 제가 약을 먹어서 상태가 안 좋았다"며 "변호사가 중간에 영장 청구가 가능하다고 해 압박을 많이 받고 있어서 제가 진술하는 데 있어서 조금 서툰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 엄격하지 않았던 남매의 지갑?…변호인 "탈법 목적은 없었다"

이 밖에도 검찰은 오빠와의 과거 재산 분쟁으로 이제 남매 사이에도 '확실하게' 거래하겠다고 말하던 정 교수가, 동생 정 씨와의 거래에선 매번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작성하거나 변제기를 정해두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여러모로 대여라고 보기엔 석연찮은 거래들이 보인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정 씨는 누나와의 우애와 신뢰 관계를 강조했는데요. 20년 정도 주식 투자를 해오면서 실패도 많이 겪고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았던 자신을, 상대적으로 여유 있던 누나 정 교수가 여러 차례 챙겨줬다는 겁니다. 집을 구하는 데 수천만 원을 보태주거나 수억 원을 빌려주는가 하면, 주식 투자를 해보라며 수천만 원을 건네기도 했다고 설명했죠. 그 이유에 대해선 "동생 잘 되기를 바라는 거로 알고 있다"고 정 씨는 밝혔습니다. "오누이지만 누나가 꼭 부모 같은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정 교수 변호인은 이날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엄격하게 말하기 어려운 관계를 엄격하게 말하고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상황에 따라 차명으로 봐야 하는 거래가 있을 수 있어도 탈법 목적은 아니다"라고 거듭 설명했습니다.

정 교수와 동생 사이에 차명 거래로 의심받을 수 있는 금전 관계가 있을 순 있지만, 두 사람 사이 거래가 그렇게 칼로 무 자르듯이 딱딱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는 취진데요. 향후 있을 서증조사 과정에서 이 부분을 더 명확히 입증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정 교수 남매의 행위가 법적으로 처벌 대상이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 [법원의 시간]에서는 이보다 앞서 지난 8일 28번째 공판에 나왔던 동양대 관계자들의 증언 내용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이번에도 쟁점이 된 건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이었는데요. 동양대 교수와 조교, 원어민 교수의 3인 3색 증언을 자세히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법원의 시간]㊸ 부모 같은 누나의 칼 같은 가계부?…정경심 남매의 계산법
    • 입력 2020-09-14 07:00:29
    • 수정2020-09-14 07:05:29
    취재K
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변호인, 2019.12.31.)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 '누나 돈' 3종, 제대로 구분하고 있나요?

"제 말 한번 잘 들어보세요. '누나 돈', 그리고 '누나에게 줄 돈', 마지막으로 '누나를 위해서 보관하고 있는 돈', 이 세 개의 개념을 지금 머릿속에 명확히 구분해서 증언하고 있는 건가요?" (변호인)
"같은 말로…" (증인)
"다 비슷한 거 같나요?" (변호인)
"네, 저는 다 비슷한 거 같습니다." (증인)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29번째 공판에는 정 교수의 남동생 정 모 씨가 변호인 측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정 씨는 줄곧 정 씨 계좌를 드나들었던 '누나 돈'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돈이 여러 차례 오간 것은 분명한데, 이 돈이 누나가 준 돈인지, 누나에게 빌린 돈인지, 잠시 누나 돈을 맡아준 건지, 그것도 아니면 아예 누나가 관리하던 돈인지를 밝혀내는 게 쟁점이었죠.

이는 동생 정 씨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정 교수의 혐의와 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정 교수가 정 씨 명의로 '허위 컨설팅 계약'을 체결해 코링크PE 회삿돈 1억 5천여만 원을 횡령했다는 혐의, 다른 하나는 ▲남편의 민정수석 취임 이후에도 정 교수가 정 씨 명의의 증권 계좌로 주식 투자 등을 계속해왔다는 혐의인데요.

두 혐의 모두 '범행 의도'가 있었는지가 유무죄를 가를 핵심입니다. 정 교수가 이렇게 허위 컨설팅 계약을 체결해 회삿돈을 받는 게 횡령이라는 걸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가담했는지, 그리고 공직자윤리법상 재산등록의무와 백지신탁의무를 피하고자 탈법 목적으로 차명 계좌를 이용했는지를 가려내야 하는 거죠. 그러려면 컨설팅 계약의 당사자이자, 계좌의 주인인 정 씨의 생각도 중요하겠죠.

■ "이자만 받으면 됐다"는 동생…계약서 속 '자필 메모'로 맞선 검찰

우선, 코링크PE와의 컨설팅 계약 상황을 살펴볼까요. 정 씨는 코링크PE에 건넨 10억 원은 투자가 아닌 '대여'였다고 강조했습니다. 당시 조범동 씨가 이런저런 설명을 했지만 정확히 이해하진 못했고, 그냥 빌려준 돈에 대해 이자만 꼬박꼬박 받으면 된다고 생각해 서류조차 꼼꼼히 읽지 않았다는 겁니다. 또 계약을 맺은 상대방은 조범동 씨 개인이 아니라 코링크PE라는 회사였다고도 답했습니다. 거래의 형식과 실질이 다른 면은 있지만, 투자 수익을 챙기거나 회사에 손해를 끼친 건 아니라는 정 교수 측 입장과 정확히 일치하는 셈입니다.

특히 정 씨는 누나 정 교수 그리고 조범동 씨와 함께 문제의 경영 컨설팅 계약을 맺던 2017년 2월엔 그 계약서를 보지 못했고, 사건이 터지고 나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야 알았다고 밝혔는데요. 자신이나 정 교수가 먼저 계약서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한 적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검찰 반대신문에선, 조금 다른 정황이 제시됐습니다. 컨설팅 계약서 상단에 정 씨가 자필로 계좌번호와 돈을 받기로 한 날을 적어둔 사실이 드러난 겁니다.

검사는 "이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본 적이 없다는 계약서에 왜 증인 이름과 계좌번호가 자필로 적혀 있느냐"고 물었고, 정 씨는 "이자 10%를 주기 위해 코링크PE에서 서류를 작성할 때 도장이 필요하다고 해서 도장을 가져갔고, 직원이 도장을 찍어준 거라 제가 이 부분에 대해 몰랐다"며 "돈을 부치는 것에 대해 계좌번호를 적어달라고 해서 적어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재차 묻는 질문에도 자신의 글씨가 맞긴 하지만, 어쨌거나 계약서를 본 기억은 없다고 답했죠.

검사는 한 발 더 들어가, 계약서를 작성하는 자리에서 이자를 받는 방법으로 '컨설팅 계약'을 논의했는지도 추궁했는데, 정 씨는 조범동 씨가 그런 얘기를 하긴 했다고 대답했습니다. 또 빌려준 돈인데 코링크PE가 왜 '이자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부담하기로 했냐는 질문에는, 서류 처리는 회사 측에서 알아서 했고 자신은 이자만 받는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동생이 줄 돈' 꼼꼼히 적어 둔 누나…"빌려준 돈 vs 차명 투자"

정 교수가 2017년 5월 남편 조국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이후 자신이 직접 주식 투자를 할 수 없게 되자, 동생 증권계좌 3개를 동원해 투자에 나섰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이에 대해 정 씨는 일관되게 "누나에게 빌린 돈"이라고 증언했는데요.


이번엔 정 교수의 휴대전화 메모장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평소 정 교수가 동생에게 받을 돈을 천 원 단위까지 정확하게 적어둔 데다, 매수한 주식까지 꼼꼼하게 기재해뒀기 때문이죠. 검찰은 시기에도 주목했는데요. 2017년 5월 정 교수의 남편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임명되면서 공직자 재산등록을 하게 되자, 잠깐 동생에게 돈을 받지 않고 '홀딩'한 뒤 나중에 챙겨 받으려고 한 것 아니냐는 겁니다.

검사는 정 교수가 본인 소유 재산으로 WFM 주식을 적어놓았다며, 이는 결국 동생 정 씨에게 돈을 보내 차명으로 주식을 산 것이 아니냐고 캐물었습니다. 정 씨는 "원래 누나가 저한테 지원해주는 부분이 조금씩 있었다"며 "본인이 나중에 정산해서 동생한테 얼마를 줘야겠다는 계산이 있는 거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도 의문을 표했습니다. 김선희 부장판사는 "아까는 정 교수가 증인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증인이 줄 것도 안 받았다고 했는데, 정 교수가 적은 메모를 보면 증인 말과 달리 증인이 정 교수에게 줄 돈이 굉장히 자세히 적혀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정 씨는 "네, 꼼꼼하네요"라고만 답했습니다.

김 부장판사는 또 "정 교수가 45,096,000원을 다 자신 몫으로 생각한 거 같은데 그건 증인 생각과 다르지 않으냐"고 물었고, 정 씨는 "저렇게 해서 (누나가) 저한테 달라고 한 적이 없었다"며 "이건 누나 성향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두 사람이 나눈 문자도 차명 투자의 근거로 제시됐습니다. 정 교수는 2018년 1월 동생에게 '잔고 45,096,000원(내 계산)', '상세 정산은 나중에 하자', '잔고 전량 4505에 주문 걸어줘' 등의 문자를 보냈는데요.

검사는 "통상 '내 계산'이라고 얘기하면 저 돈은 피고인의 돈이다, 피고인 소유의 돈이다, 증인 명의로 주식 거래가 이뤄지지만 이 돈은 내 돈이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문자"라며 "이건 빌려준 게 아니라 단지 증인 명의로 주식을 사라고 한 취지로 보이는데 어떻냐"고 물었습니다. 정 씨는 이에 대해 "저희 누나가 공(公)과 사(私)가 있는 편"이라며 "자기 나름의 계산을 갖고 있겠지만 저는 빌린 게 맞다"고 대답했습니다.

검사는 정 씨가 검찰 수사 과정에선 이날 증언과 180도 다른 진술을 내놨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사실 정 씨는 이미 검찰에서 "누나가 내게 모바일 주식거래 계좌를 만들어 달라고 해서 만들었다", "누나가 본인 휴대전화에 해당 주식거래 앱을 설치해 주식 거래를 한 것이다", "결국 누나가 내 명의를 빌려서 주식 거래를 해온 것이다", "돈과 주식 모두 누나 것이다", "누나가 본인 명의로 주식거래를 못 하고 내 명의로 한 것은 누나 남편이 공직자이기 때문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죠.

정 씨는 입장을 번복하게 된 경위에 대해 "당시 제가 약을 먹어서 상태가 안 좋았다"며 "변호사가 중간에 영장 청구가 가능하다고 해 압박을 많이 받고 있어서 제가 진술하는 데 있어서 조금 서툰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 엄격하지 않았던 남매의 지갑?…변호인 "탈법 목적은 없었다"

이 밖에도 검찰은 오빠와의 과거 재산 분쟁으로 이제 남매 사이에도 '확실하게' 거래하겠다고 말하던 정 교수가, 동생 정 씨와의 거래에선 매번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작성하거나 변제기를 정해두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여러모로 대여라고 보기엔 석연찮은 거래들이 보인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정 씨는 누나와의 우애와 신뢰 관계를 강조했는데요. 20년 정도 주식 투자를 해오면서 실패도 많이 겪고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았던 자신을, 상대적으로 여유 있던 누나 정 교수가 여러 차례 챙겨줬다는 겁니다. 집을 구하는 데 수천만 원을 보태주거나 수억 원을 빌려주는가 하면, 주식 투자를 해보라며 수천만 원을 건네기도 했다고 설명했죠. 그 이유에 대해선 "동생 잘 되기를 바라는 거로 알고 있다"고 정 씨는 밝혔습니다. "오누이지만 누나가 꼭 부모 같은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정 교수 변호인은 이날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엄격하게 말하기 어려운 관계를 엄격하게 말하고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상황에 따라 차명으로 봐야 하는 거래가 있을 수 있어도 탈법 목적은 아니다"라고 거듭 설명했습니다.

정 교수와 동생 사이에 차명 거래로 의심받을 수 있는 금전 관계가 있을 순 있지만, 두 사람 사이 거래가 그렇게 칼로 무 자르듯이 딱딱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는 취진데요. 향후 있을 서증조사 과정에서 이 부분을 더 명확히 입증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정 교수 남매의 행위가 법적으로 처벌 대상이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 [법원의 시간]에서는 이보다 앞서 지난 8일 28번째 공판에 나왔던 동양대 관계자들의 증언 내용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이번에도 쟁점이 된 건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이었는데요. 동양대 교수와 조교, 원어민 교수의 3인 3색 증언을 자세히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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