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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시간]㉖‘윈윈’ 외친 당숙모 정경심, 조범동에 선 긋기?
입력 2020.06.14 (07:00) 수정 2020.08.17 (13:11) 취재K
"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변호인, 2019.12.31.)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 '조 대표'와 '정 교수님', 우리 사이는 '윈윈(win-win)'

지난 11일과 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17, 18차 공판에는 조국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가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첫날엔 검찰의 주신문이, 다음날엔 변호인의 반대신문이 이뤄졌는데요. '사모펀드 의혹'의 핵심 증인인 만큼, 검찰과 변호인은 조 씨에게 이틀 내내 수많은 질문과 답변을 쏟아냈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일들이 하나하나 들춰졌습니다.

둘은 서로를 '조 대표'와 '정 교수님'으로 불렀습니다. 고등학교만 졸업했지만 주식 투자로 성공을 거두고 관련 책까지 출간한 조범동 씨, 그리고 '유명인' 조국 전 장관의 아내이자 집안 경제를 책임지고 운용하던 정경심 교수는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였습니다. "우리 다 윈윈해서 옛날얘기 합시다(정경심)", "네, 젊고 기운 좋은 저랑 한 5~10년 같이 가시죠(조범동)". 이내 두 사람 사이에 돈이 오가기 시작했습니다.


세 번의 거래는 모두 재판의 쟁점이 됐습니다. 정 교수 측은 2015년 12월 조 씨에게 5억 원을 개인적으로 빌려줬고, 2017년 2월엔 조 씨가 대표로 있는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에 5억 원을 대여했다고 주장합니다. 2017년 7월엔 14억 원가량을 사모펀드 '블루코어밸류업1호'에 투자했다고 했습니다.

■ 검찰 "'금전소비대차계약서'는 가짜…투자 수익을 컨설팅료로"

지난 공판에서 재판부가 '투자냐, 대여냐'는 더 이상 쟁점이 아니라고 짚어줬던 것, 기억하실 겁니다. 그동안 정 교수는 조 씨에게 건넨 돈이 대여금이라고 주장해왔고, 검찰은 투자금이라고 보고 있는데요. 이견은 여전하지만, 일단 관심은 정 교수가 코링크PE로부터 '컨설팅비' 명목으로 받은 돈이 횡령이 맞는지에 쏠렸습니다.

정 교수는 동생 명의로 조범동 씨를 통해 코링크PE와 '경영 컨설팅 계약'을 맺고 2017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매달 860만 원씩 모두 1억5천7백만 원을 받았습니다. 검찰은 여기에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정 교수가 맺은 컨설팅 계약이 완전히 가짜라고 본 겁니다. 허위 계약을 꾸며 조 씨 개인에게 빌려줬던 돈에 대한 이자를 코링크PE 회삿돈으로 받았다면 횡령이라는 거죠.


앞서 정 교수 측은 조 씨에게 돈을 빌려줬다는 증거로 '금전 소비대차 계약서'를 제시했었는데 검찰은 이 서류의 진위에도 의문을 표했습니다. 특히 계약서에 적힌 연도가 2015년과 2016년으로 혼재돼있는 부분을 지적했습니다. 조 씨는 '오타'라고 설명했지만 검찰의 의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조 씨에게 계약서를 작성한 일시, 장소, 참석자, 작성 부수를 기억나는 대로 말해보라고 하더니, 정 교수 휴대전화에 저장돼있던 사진 2장을 증거로 제시했습니다. 2017년 11월 22일 23시 29분과 32분에 각각 찍힌 사진인데, 한 장은 대여인란이 비어있었고 다른 한 장은 대여인란이 제대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검찰은 "2015년에 작성한 계약서라면서, 어떻게 2017년 11월 22일 23시까지 서명을 안 한 계약서가 있을 수 있느냐"고 조 씨를 추궁했습니다.

쉽게 말해 정 교수가 처음부터 투자 목적으로 코링크PE에 돈을 넣은 건데, 나중에 와서 마치 대여 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조 씨 아내 명의로 계약서를 꾸며냈다는 겁니다. 그 투자 수익금을 컨설팅비라는 방식으로 받았다는 거고요. 2017년 11월 말,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정 교수의 남편 조국 전 장관은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채권 5억 원에 대한 소명자료 제출을 요구받은 상태였습니다.

■ 정경심 "이자 처리는 회사가 알아서…우리 책임은 아냐"

하지만 정 교수 변호인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먼저 2015년에 조 씨에게 빌려줬던 5억 원에 대한 이자는 2016년에 1천만 원, 2017년에 4천9백만 원을 따로 받고 모두 정산됐다고 말합니다. 다만 원금 5억 원은 당장 돌려받기 어려운 상황이라, 이후 2017년 2월 코링크PE에 5억 원을 새로 대여할 때 얹어져서 같이 회사로 넘어갔다는 겁니다. 롤 오버(Roll-Over) 개념으로, 대여 만기가 연장됐다는 설명입니다.

이어 2017년에 빌려줬던 5억 원에 대해선 코링크PE로부터 매달 컨설팅비를 받긴 했지만, 이건 애초부터 조범동 씨가 아니라 코링크PE에 빌려준 돈이라서 회삿돈을 빼돌렸다는 횡령죄는 성립할 수가 없다는 게 변호인 주장입니다.

변호인은 "횡령죄는 기본적으로 회사에 이익이 되느냐 손해가 되느냐를 보는 것"이라며 "컨설팅비로 회삿돈이 나갔다니 회사 손해 같지만, 사실은 솔로 플레이를 한 게 아니라 들어온 돈에 대한 대가가 나간 거니까 전체적인 구조가 회사에는 이득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17년 당시 코링크PE는 자금이 필요했고 이때 정 교수가 돈을 지급해줬던 거니, 그에 대한 이자를 조금씩 내야 하더라도 회사 입장에서 손해가 되는 장사는 아니라는 말입니다.

변호인은 또 이 과정에서 조 씨와 정 교수의 형사 책임 영역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허위 컨설팅 계약'이라 하더라도 이것까지 정 교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일단 정 교수는 선의로 회사에 돈을 꿔줬던 거고, 이자 처리를 어떻게 할지는 회사에서 알아서 하는 거라 정 교수로선 '그런가 보다'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거죠.

실제로 조 씨는 변호인 신문 과정에서 정 교수가 먼저 컨설팅 서류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한 적은 없으며 관련 자료를 정 교수에게 보여준 적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유상증자와 컨설팅료 지급 방식을 제안한 것도 자신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정 교수 측이 '빌려준 돈에 대한 이자를 받으면 금융소득에 대한 세금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걱정하자, 먼저 방법을 제시했다는 겁니다.

지난해 9월 2일, 조국 전 장관 후보자의 국회 기자간담회지난해 9월 2일, 조국 전 장관 후보자의 국회 기자간담회

■ '블라인드 펀드'가 뭐길래…뒤바뀐 보고서의 진실은?

이번엔 세 번째 거래, 2017년 7월의 사모펀드 투자를 살펴보겠습니다. 조국 전 장관은 후보자 시절이던 지난해 9월 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모펀드 의혹에 대해 이런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저는 물론이고 제 처도 이 사모펀드의 구성이든 운용이든 등등의 과정에 대해서 알 수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관여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 점은 문제의 사모펀드 회사가 공식적 입장으로 입장을 발표한 바가 있습니다. (운용 보고서에) '본 펀드의 방침상 투자 대상에 대해서 알려드릴 수 없다'라고 돼 있고 상세한 내용에도 어디에 투자했는지 자체가 적혀있지 않습니다. 그게 이른바 '블라인드 펀드'라고 합니다. 전 이 '블라인드 펀드'란 말 자체를 이번에 알았는데 애초에 그 펀드의 운용상 이 펀드가 어디에 투자되는 것인지를 투자자에게 알려주지 않도록 설계돼 있고 그것을 알려주면 불법인 것입니다. 따라서 모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정 교수가 투자한 사모펀드가 '블라인드 펀드'라 어느 종목에 투자하는지 사전에 알 수 없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블루코어밸류업1호 펀드의 운용현황보고서의 한 대목을 증거로 제시했습니다. 만약 투자처를 모르는 블라인드 방식의 투자가 아니라면, 주식 '직접투자'를 금지한 공직자윤리법에 어긋날 수 있습니다.

검찰은 정 교수가 당시 펀드의 실제 투자처를 알고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 펀드가 '웰스씨앤티'라는 가로등 점멸기 생산 업체를 거쳐 '익성'의 음극재 사업에 투자한다는 설명을 듣고 펀드 출자를 결정했다는 건데요. 정 교수 측은 'W사'라는 설명만 들었을뿐, 그게 어떤 회사인지는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또 최초로 작성됐던 보고서에는 '블라인드 펀드'와 관련한 내용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코링크PE가 지난해 8월 중순 정 교수 측의 요청으로 블라인드 펀드라는 내용을 보고서에 추가하고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는 겁니다.


검찰은 원래 보고서엔 "초고속 모바일 인터넷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국내 비상장 기업"이라는 투자처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이 적혀 있었는데, 수정된 보고서엔 이 내용이 삭제되고 "다만 사전에 고지해 드린 바와 같이 본 PEF(사모펀드)의 방침상 투자대상에 대하여 알려드릴 수 없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추가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이 무렵 필리핀에 있었던 조 씨가 이상훈 코링크PE 대표와 여러 차례 통화를 나눈 내역을 제시하며, 운용현황보고서와 관련해 수정 작업을 협의한 것이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조 씨는 이에 대해 "잘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이 운용현황보고서는 조국 전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준비단에 그대로 제출됐습니다. 정 교수 변호인은 "보고서가 만들어질 때 어떤 수정 과정을 거쳤는지 그건 저희가 모르겠고 저희는 받은 대로 낸 기억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변호인은 또 '블라인드 펀드'의 정의는 업계에서도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원칙적으로는 아직 사업이 시작되기 전 미정인 상태에서 이뤄지는 투자를 의미하는데, 그게 뭔가를 가리고 안 가르쳐주는 것으로 생각하니까 혼선이 생기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혐의를 다투는 데 중요한 건 '당시 조범동 씨가 블라인드 펀드를 어떻게 이해했느냐'라고 했습니다. 만약 조 씨가 블라인드 펀드의 정의를 잘못 이해한 거라면 조 전 장관이 간담회에서 해명한 부분이 일반적인 블라인드 펀드 관련 설명과 좀 다르다고 해서 거짓말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는 겁니다.

■ 주식은 타이밍…"조범동 몰래 우리끼리"

정경심 교수는 조 씨와의 돈거래뿐 아니라 코링크PE가 인수한 코스닥 상장사 WFM의 주식을 여러 차례 매수하며 자산 불리기에 나섰습니다. 문제가 된 건 타이밍이었습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조 씨로부터 시장에 공개되지 않은 '호재성 정보'를 듣고 2018년 1월과 2월, 11월 모두 7억여 원 상당의 WFM 주식을 매수했다고 보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 교수와 동생은 2018년 1월 '조 씨 몰래' WFM 주식을 장내매수 하기도 했습니다. 조 씨는 검찰 신문 과정에서 "제 기억엔 정 교수 동생이 이때 당시 코링크PE에 실제로는 대여지만 명목상 주주로 0.9% 정도 지분을 두고 있었다"며 "그런데 장내에서 주식을 사면 코링크PE가 WFM을 인수하고 있어 엮일 수 있으니까 장내에서 매매하지 말라고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조 씨가 장내매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자, 정 교수와 동생은 원래 WFM 12만 주를 장외에서 매수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주식 가격이 많이 오를 것 같자 마치 소통에 오류가 있었던 것처럼 숨기고 장내매수에도 나선 겁니다.


이에 대해 정 교수 변호인은 "미공개 정보 이용 부분은 서증조사 때부터 계속 얘기가 됐지만, 주식에 대한 관심이 있는 상태에서 매수가 이뤄졌던 것뿐"이라며 "전혀 아니다, 절대 아니라는 주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제 막 첫 발을 뗀 정 교수의 사모펀드 의혹 관련 증인신문, 다음 [법원의 시간]에서는 법무부 청문회준비단 신상팀장을 지낸 김 모 씨와 코링크PE 대표이사 이상훈 씨에 대한 신문 내용을 충실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 [법원의 시간]㉖‘윈윈’ 외친 당숙모 정경심, 조범동에 선 긋기?
    • 입력 2020-06-14 07:00:41
    • 수정2020-08-17 13:11:51
    취재K
"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변호인, 2019.12.31.)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 '조 대표'와 '정 교수님', 우리 사이는 '윈윈(win-win)'

지난 11일과 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17, 18차 공판에는 조국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가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첫날엔 검찰의 주신문이, 다음날엔 변호인의 반대신문이 이뤄졌는데요. '사모펀드 의혹'의 핵심 증인인 만큼, 검찰과 변호인은 조 씨에게 이틀 내내 수많은 질문과 답변을 쏟아냈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일들이 하나하나 들춰졌습니다.

둘은 서로를 '조 대표'와 '정 교수님'으로 불렀습니다. 고등학교만 졸업했지만 주식 투자로 성공을 거두고 관련 책까지 출간한 조범동 씨, 그리고 '유명인' 조국 전 장관의 아내이자 집안 경제를 책임지고 운용하던 정경심 교수는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였습니다. "우리 다 윈윈해서 옛날얘기 합시다(정경심)", "네, 젊고 기운 좋은 저랑 한 5~10년 같이 가시죠(조범동)". 이내 두 사람 사이에 돈이 오가기 시작했습니다.


세 번의 거래는 모두 재판의 쟁점이 됐습니다. 정 교수 측은 2015년 12월 조 씨에게 5억 원을 개인적으로 빌려줬고, 2017년 2월엔 조 씨가 대표로 있는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에 5억 원을 대여했다고 주장합니다. 2017년 7월엔 14억 원가량을 사모펀드 '블루코어밸류업1호'에 투자했다고 했습니다.

■ 검찰 "'금전소비대차계약서'는 가짜…투자 수익을 컨설팅료로"

지난 공판에서 재판부가 '투자냐, 대여냐'는 더 이상 쟁점이 아니라고 짚어줬던 것, 기억하실 겁니다. 그동안 정 교수는 조 씨에게 건넨 돈이 대여금이라고 주장해왔고, 검찰은 투자금이라고 보고 있는데요. 이견은 여전하지만, 일단 관심은 정 교수가 코링크PE로부터 '컨설팅비' 명목으로 받은 돈이 횡령이 맞는지에 쏠렸습니다.

정 교수는 동생 명의로 조범동 씨를 통해 코링크PE와 '경영 컨설팅 계약'을 맺고 2017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매달 860만 원씩 모두 1억5천7백만 원을 받았습니다. 검찰은 여기에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정 교수가 맺은 컨설팅 계약이 완전히 가짜라고 본 겁니다. 허위 계약을 꾸며 조 씨 개인에게 빌려줬던 돈에 대한 이자를 코링크PE 회삿돈으로 받았다면 횡령이라는 거죠.


앞서 정 교수 측은 조 씨에게 돈을 빌려줬다는 증거로 '금전 소비대차 계약서'를 제시했었는데 검찰은 이 서류의 진위에도 의문을 표했습니다. 특히 계약서에 적힌 연도가 2015년과 2016년으로 혼재돼있는 부분을 지적했습니다. 조 씨는 '오타'라고 설명했지만 검찰의 의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조 씨에게 계약서를 작성한 일시, 장소, 참석자, 작성 부수를 기억나는 대로 말해보라고 하더니, 정 교수 휴대전화에 저장돼있던 사진 2장을 증거로 제시했습니다. 2017년 11월 22일 23시 29분과 32분에 각각 찍힌 사진인데, 한 장은 대여인란이 비어있었고 다른 한 장은 대여인란이 제대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검찰은 "2015년에 작성한 계약서라면서, 어떻게 2017년 11월 22일 23시까지 서명을 안 한 계약서가 있을 수 있느냐"고 조 씨를 추궁했습니다.

쉽게 말해 정 교수가 처음부터 투자 목적으로 코링크PE에 돈을 넣은 건데, 나중에 와서 마치 대여 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조 씨 아내 명의로 계약서를 꾸며냈다는 겁니다. 그 투자 수익금을 컨설팅비라는 방식으로 받았다는 거고요. 2017년 11월 말,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정 교수의 남편 조국 전 장관은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채권 5억 원에 대한 소명자료 제출을 요구받은 상태였습니다.

■ 정경심 "이자 처리는 회사가 알아서…우리 책임은 아냐"

하지만 정 교수 변호인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먼저 2015년에 조 씨에게 빌려줬던 5억 원에 대한 이자는 2016년에 1천만 원, 2017년에 4천9백만 원을 따로 받고 모두 정산됐다고 말합니다. 다만 원금 5억 원은 당장 돌려받기 어려운 상황이라, 이후 2017년 2월 코링크PE에 5억 원을 새로 대여할 때 얹어져서 같이 회사로 넘어갔다는 겁니다. 롤 오버(Roll-Over) 개념으로, 대여 만기가 연장됐다는 설명입니다.

이어 2017년에 빌려줬던 5억 원에 대해선 코링크PE로부터 매달 컨설팅비를 받긴 했지만, 이건 애초부터 조범동 씨가 아니라 코링크PE에 빌려준 돈이라서 회삿돈을 빼돌렸다는 횡령죄는 성립할 수가 없다는 게 변호인 주장입니다.

변호인은 "횡령죄는 기본적으로 회사에 이익이 되느냐 손해가 되느냐를 보는 것"이라며 "컨설팅비로 회삿돈이 나갔다니 회사 손해 같지만, 사실은 솔로 플레이를 한 게 아니라 들어온 돈에 대한 대가가 나간 거니까 전체적인 구조가 회사에는 이득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17년 당시 코링크PE는 자금이 필요했고 이때 정 교수가 돈을 지급해줬던 거니, 그에 대한 이자를 조금씩 내야 하더라도 회사 입장에서 손해가 되는 장사는 아니라는 말입니다.

변호인은 또 이 과정에서 조 씨와 정 교수의 형사 책임 영역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허위 컨설팅 계약'이라 하더라도 이것까지 정 교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일단 정 교수는 선의로 회사에 돈을 꿔줬던 거고, 이자 처리를 어떻게 할지는 회사에서 알아서 하는 거라 정 교수로선 '그런가 보다'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거죠.

실제로 조 씨는 변호인 신문 과정에서 정 교수가 먼저 컨설팅 서류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한 적은 없으며 관련 자료를 정 교수에게 보여준 적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유상증자와 컨설팅료 지급 방식을 제안한 것도 자신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정 교수 측이 '빌려준 돈에 대한 이자를 받으면 금융소득에 대한 세금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걱정하자, 먼저 방법을 제시했다는 겁니다.

지난해 9월 2일, 조국 전 장관 후보자의 국회 기자간담회지난해 9월 2일, 조국 전 장관 후보자의 국회 기자간담회

■ '블라인드 펀드'가 뭐길래…뒤바뀐 보고서의 진실은?

이번엔 세 번째 거래, 2017년 7월의 사모펀드 투자를 살펴보겠습니다. 조국 전 장관은 후보자 시절이던 지난해 9월 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모펀드 의혹에 대해 이런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저는 물론이고 제 처도 이 사모펀드의 구성이든 운용이든 등등의 과정에 대해서 알 수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관여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 점은 문제의 사모펀드 회사가 공식적 입장으로 입장을 발표한 바가 있습니다. (운용 보고서에) '본 펀드의 방침상 투자 대상에 대해서 알려드릴 수 없다'라고 돼 있고 상세한 내용에도 어디에 투자했는지 자체가 적혀있지 않습니다. 그게 이른바 '블라인드 펀드'라고 합니다. 전 이 '블라인드 펀드'란 말 자체를 이번에 알았는데 애초에 그 펀드의 운용상 이 펀드가 어디에 투자되는 것인지를 투자자에게 알려주지 않도록 설계돼 있고 그것을 알려주면 불법인 것입니다. 따라서 모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정 교수가 투자한 사모펀드가 '블라인드 펀드'라 어느 종목에 투자하는지 사전에 알 수 없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블루코어밸류업1호 펀드의 운용현황보고서의 한 대목을 증거로 제시했습니다. 만약 투자처를 모르는 블라인드 방식의 투자가 아니라면, 주식 '직접투자'를 금지한 공직자윤리법에 어긋날 수 있습니다.

검찰은 정 교수가 당시 펀드의 실제 투자처를 알고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 펀드가 '웰스씨앤티'라는 가로등 점멸기 생산 업체를 거쳐 '익성'의 음극재 사업에 투자한다는 설명을 듣고 펀드 출자를 결정했다는 건데요. 정 교수 측은 'W사'라는 설명만 들었을뿐, 그게 어떤 회사인지는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또 최초로 작성됐던 보고서에는 '블라인드 펀드'와 관련한 내용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코링크PE가 지난해 8월 중순 정 교수 측의 요청으로 블라인드 펀드라는 내용을 보고서에 추가하고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는 겁니다.


검찰은 원래 보고서엔 "초고속 모바일 인터넷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국내 비상장 기업"이라는 투자처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이 적혀 있었는데, 수정된 보고서엔 이 내용이 삭제되고 "다만 사전에 고지해 드린 바와 같이 본 PEF(사모펀드)의 방침상 투자대상에 대하여 알려드릴 수 없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추가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이 무렵 필리핀에 있었던 조 씨가 이상훈 코링크PE 대표와 여러 차례 통화를 나눈 내역을 제시하며, 운용현황보고서와 관련해 수정 작업을 협의한 것이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조 씨는 이에 대해 "잘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이 운용현황보고서는 조국 전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준비단에 그대로 제출됐습니다. 정 교수 변호인은 "보고서가 만들어질 때 어떤 수정 과정을 거쳤는지 그건 저희가 모르겠고 저희는 받은 대로 낸 기억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변호인은 또 '블라인드 펀드'의 정의는 업계에서도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원칙적으로는 아직 사업이 시작되기 전 미정인 상태에서 이뤄지는 투자를 의미하는데, 그게 뭔가를 가리고 안 가르쳐주는 것으로 생각하니까 혼선이 생기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혐의를 다투는 데 중요한 건 '당시 조범동 씨가 블라인드 펀드를 어떻게 이해했느냐'라고 했습니다. 만약 조 씨가 블라인드 펀드의 정의를 잘못 이해한 거라면 조 전 장관이 간담회에서 해명한 부분이 일반적인 블라인드 펀드 관련 설명과 좀 다르다고 해서 거짓말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는 겁니다.

■ 주식은 타이밍…"조범동 몰래 우리끼리"

정경심 교수는 조 씨와의 돈거래뿐 아니라 코링크PE가 인수한 코스닥 상장사 WFM의 주식을 여러 차례 매수하며 자산 불리기에 나섰습니다. 문제가 된 건 타이밍이었습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조 씨로부터 시장에 공개되지 않은 '호재성 정보'를 듣고 2018년 1월과 2월, 11월 모두 7억여 원 상당의 WFM 주식을 매수했다고 보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 교수와 동생은 2018년 1월 '조 씨 몰래' WFM 주식을 장내매수 하기도 했습니다. 조 씨는 검찰 신문 과정에서 "제 기억엔 정 교수 동생이 이때 당시 코링크PE에 실제로는 대여지만 명목상 주주로 0.9% 정도 지분을 두고 있었다"며 "그런데 장내에서 주식을 사면 코링크PE가 WFM을 인수하고 있어 엮일 수 있으니까 장내에서 매매하지 말라고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조 씨가 장내매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자, 정 교수와 동생은 원래 WFM 12만 주를 장외에서 매수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주식 가격이 많이 오를 것 같자 마치 소통에 오류가 있었던 것처럼 숨기고 장내매수에도 나선 겁니다.


이에 대해 정 교수 변호인은 "미공개 정보 이용 부분은 서증조사 때부터 계속 얘기가 됐지만, 주식에 대한 관심이 있는 상태에서 매수가 이뤄졌던 것뿐"이라며 "전혀 아니다, 절대 아니라는 주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제 막 첫 발을 뗀 정 교수의 사모펀드 의혹 관련 증인신문, 다음 [법원의 시간]에서는 법무부 청문회준비단 신상팀장을 지낸 김 모 씨와 코링크PE 대표이사 이상훈 씨에 대한 신문 내용을 충실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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