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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시간]㉗ “디테일 빠졌다”…정경심 공소장에 그어진 빨간 줄
입력 2020.06.22 (06:03) 수정 2020.08.17 (13:11) 취재K
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변호인, 2019.12.31.)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 '검은 손'이 됐느냐, '검은 손'을 만들었느냐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19번째 공판에서 재판부는 갑작스럽게 '무죄'를 언급했습니다. 이대로라면 정 교수가 '증거위조 교사' 혐의로 처벌받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긴 건데요. 재판부는 검찰이 쓴 공소장에 아주 중요한 몇 가지 내용이 빠져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 교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범행을 숨기기 위해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로 하여금 증거를 위조하도록 교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8월 21일 청문회준비단에 제출된 '2019년 2분기 펀드운용현황보고서'가 그렇게 위조된 증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여기서 재판부는 두 가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우선, 정 교수 또는 조 전 장관이 대체 ①언제(어디서) ②누구에게 ③어떠한 방법으로 ④어떠한 지시를 내려 허위 내용의 보고서를 만들도록 교사했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코링크PE 관계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고서를 고쳐달라고 했다는 건지 공소장만으로는 알 수 없다는 판단입니다. 청문회준비단의 요청에 따라, 또는 코링크PE의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보고서를 제출하기로 하고 그 내용을 결정했을 수도 있다는 거죠.

게다가 재판부는 정 교수가 이 보고서를 위조하도록 지시한 '교사범'이 아니라 '공범'이 될 수도 있다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보고서 위조 작업을 하면서 코링크PE 관계자들과 끊임없이 상호 협의를 했다면 범행 전반에 관여한 공범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사실 '교사범이냐, 공범이냐'는 죄의 성립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기준입니다. 언뜻 보면 잘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는데요.


우리 형법에서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대해서만 적용됩니다. 정 교수가 만약 교사범이 아닌 공범이라면, 자신의 형사사건 증거를 인멸한 것이라 '무죄'가 됩니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범인 자신이 한 증거인멸의 행위는 피고인의 형사소송에서의 방어권을 인정하는 취지와 상충하므로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방어권 차원에서 내게 불리한 증거에 손을 대는 일은 허용된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남의 손을 더럽히는 일은 죄가 됩니다.

재판부는 "정 교수 또는 조국 전 장관이 코링크PE 관계자에게 해명자료 내용에 관해 지시하고, 코링크 관계자들에 의해 기재 내용이 수정·추가된 운용현황보고서를 검토하고 승인했다면 이들이 코링크PE 관계자들에 대한 교사범에 해당하는지, 공동정범에 해당하는지를 설명해달라"고 검찰에게 요구했습니다. 그러면서 "교사범이면 처벌하는데, 공동정범이면 처벌이 안 된다"라고 명시적으로 말했습니다.

■ 처음부터 끝까지, 정경심이 짜놓은 틀 안에서?

재판부의 지적에 검찰은 범행 구조를 다시 한번 설명했습니다. 보고서 위조는 처음부터 정 교수가 짜놓은 대응 방향의 큰 틀 안에서 이뤄졌다, 즉 '포괄적이고 계속된 교사'가 있었다는 게 검찰의 주장입니다.


또 보고서 위조 작업이 하루로 끝난 게 아니고, 지난해 8월 14일 이미 정 교수가 지시한 내용에 기반을 둬 이뤄졌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간중간 정 교수에게 수정 사항을 알리고 승인받은 것도 전부 정 교수 측의 사전 지시에 따른 거라 교사의 범위에 들어간다고도 밝혔습니다.

다만 검찰은 수사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검찰은 "2019년 8월 21일 펀드운용현황보고서를 특정해 사전에 지시했다는 부분은, 저희가 수사 과정에서 지시가 있었는지를 수사했으나 명확하게 입증이 안 된 상태는 맞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가 검찰에게 석명을 요구한 사항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우선 금융위원회에 사모펀드 관련 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정 교수가 정확히 어떤 일자에 어떤 행위를 분담했는지 보충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코링크PE의 운용 주체도 대표자도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관여 정도에 따라 자본시장법상 거짓 변경보고 혐의 성립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또 입시비리 의혹과 관련해 정 교수 공소장과 조 전 장관 공소장의 세부 내용이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딸 조민 씨가 발급받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와 부산 모 호텔 인턴십 확인서의 작성 주체와 확보 경위 등을 설명해달라고 검찰과 변호인 모두에게 요구했습니다. 조국 전 장관 공소장에는 조 전 장관이 정 교수와 상의한 후 자신의 서울대 교수실 컴퓨터로 직접 작성한 것으로 돼 있지만 정 교수 공소장에는 이 내용이 빠져있다는 겁니다.

큰 틀뿐 아니라 디테일까지 정리해달라, 재판부가 검찰에게 숙제를 남긴 셈입니다.

■ 조국 손에 들어간 펀드보고서, 대체 어디로 갔을까?

이날 오후에는 이상훈 전 코링크PE 대표이사가 증인석에 앉았습니다. 앞서 얘기했던 수정된 펀드보고서는 증인 신문에서도 쟁점이 됐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8월 16일 코링크PE가 정 교수 요청에 따라 1차 펀드운용현황보고서를 작성한 뒤 조국 전 장관에게 전달했지만, 이 보고서가 청문회준비단에 전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대신 5일 뒤인 8월 21일, 청문회준비단 사모펀드 담당자가 코링크PE에 직접 보고서를 요구했고 이때 수정된 2차 보고서가 제출됐다고 말합니다.

대략적인 투자처가 기재됐던 1차 보고서와 달리 2차 보고서에는 "사전에 고지해 드린 바와 같이 본 PEF(사모펀드)의 방침상 투자대상에 대하여 알려드릴 수 없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추가됐고, 이는 범행 은폐를 위해 '블라인드 펀드'라는 점을 강조한 위조 보고서라는 게 검찰의 시각입니다.


검찰은 두 가지 의심스러운 지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먼저 정 교수가 이 전 대표에게 1차 보고서를 청문회준비단에 곧바로 제출해달라고 얘기했다가 말을 바꿔 집으로 보내달라고 얘기한 부분, 그리고 5일 뒤 이미 보고서가 전달됐다는 점을 전혀 몰랐다는 듯 청문회준비단이 다시 보고서를 요청한 부분입니다. 정 교수가 청문회준비단마저 믿지 못해 속였다는 거죠.

그래서 검찰은 보고서 전달을 담당했던 이 전 대표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미 조국 전 장관에게 보고서를 전달했다는 사실을 청문회준비단에는 얘기하지 않았느냐", "'며칠 전에 받아갔는데 왜 또 달라고 하나'라는 얘기를 하지 않았느냐", "후보자 본인한테까지 직접 전달해줬는데 며칠 뒤에 보고서를 또 달라고 한다면 당연히 물어볼 법한데 기억이 안 나느냐", 꼬치꼬치 캐물었죠.

하지만 이 전 대표,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당시 언론에서 의혹 보도가 쏟아지고, 사무실에 기자들이 진을 치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다만 최초에 작성된 보고서 초안에는 웰스씨앤티(투자처), 5G, WIFI 등의 단어가 들어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정 교수 측이 직접 요청한 것은 아니지만, 해당 펀드가 '블라인드 펀드'이기 때문에 그런 내용이 보고서에 들어가면 좋지 않을 것 같아 추후 수정을 했다는 겁니다.

■ "블라인드 펀드 맞다"…정경심 손 들어준 코링크PE 대표

지난 재판에서 계속 쟁점이 됐던 '블라인드 펀드', 이번 재판에서도 여러 번 언급됐습니다. 과연 정 교수가 투자했던 펀드가 블라인드 펀드인지 아닌지에 따라 혐의 성립 여부가 결정되겠죠. 이번에는 재판부가 직접 증인에게 질문했는데요.

재판부는 "헷갈려서 그러는데 만약 '블라인드 펀드'라고 했을 때 투자자들에게 알려주지 말아야 할 것이 웰스씨앤티라는 회사의 이름인가, 아니면 이 펀드가 결국 음극재 사업에 대해 투자한다는 것이냐"라고 물었고, 이 전 대표는 "투자 대상 기업을 말하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정 교수 변호인 측의 주장처럼, 투자자들이 웰스씨앤티라는 회사명을 사전에 알지 못했으니 블라인드 펀드가 맞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재차 "그럼 음극재 사업에 투자한다는 건 알려줘도 되느냐"라고 질문했고 이 전 대표는 이번에도 "투자 대상 기업을 알려주지 않는 것은 특정 기업의 유망함을 알고 투자해서 다른 LP(유한책임사원)의 권리 침해를 막으려는 것"이라며 "투자하는 사업(음극재 사업)을 안다고 해서 대상 업체를 알 수 있는 게 아니니 괜찮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또 정 교수에게 해당 펀드가 블라인드 펀드가 맞다고 설명해왔으며, 정 교수가 투자 회사인 웰스씨앤티를 몰랐을 것이라고도 증언했습니다. 정 교수가 가족의 투자 사실을 숨기기 위해 사모펀드 정관에서 투자자 명단과 간인을 지운 뒤 청문회준비단에 제출하도록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의 공소사실에 반하는 증언을 내놨는데요. 투자자 명단은 원래 삭제하고 보내는 게 원칙이며 간인을 통해 이름이 드러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정 교수가 원칙에 맞게 이를 수정하도록 요청한 것뿐이라는 겁니다. 정 교수가 코링크PE 내부에 보관된 특정 자료를 삭제하거나 폐기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이상훈 전 코링크PE 대표는 정 교수 손을 들어준 셈인데요. 다음 공판에는 펀드보고서 수정에 관여했던 코링크PE 이사 2명이 증인으로 출석합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어떨까요? 다음 [법원의 시간]에서 충실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 [법원의 시간]㉗ “디테일 빠졌다”…정경심 공소장에 그어진 빨간 줄
    • 입력 2020-06-22 06:03:21
    • 수정2020-08-17 13:11:51
    취재K
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변호인, 2019.12.31.)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 '검은 손'이 됐느냐, '검은 손'을 만들었느냐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19번째 공판에서 재판부는 갑작스럽게 '무죄'를 언급했습니다. 이대로라면 정 교수가 '증거위조 교사' 혐의로 처벌받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긴 건데요. 재판부는 검찰이 쓴 공소장에 아주 중요한 몇 가지 내용이 빠져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 교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범행을 숨기기 위해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로 하여금 증거를 위조하도록 교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8월 21일 청문회준비단에 제출된 '2019년 2분기 펀드운용현황보고서'가 그렇게 위조된 증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여기서 재판부는 두 가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우선, 정 교수 또는 조 전 장관이 대체 ①언제(어디서) ②누구에게 ③어떠한 방법으로 ④어떠한 지시를 내려 허위 내용의 보고서를 만들도록 교사했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코링크PE 관계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고서를 고쳐달라고 했다는 건지 공소장만으로는 알 수 없다는 판단입니다. 청문회준비단의 요청에 따라, 또는 코링크PE의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보고서를 제출하기로 하고 그 내용을 결정했을 수도 있다는 거죠.

게다가 재판부는 정 교수가 이 보고서를 위조하도록 지시한 '교사범'이 아니라 '공범'이 될 수도 있다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보고서 위조 작업을 하면서 코링크PE 관계자들과 끊임없이 상호 협의를 했다면 범행 전반에 관여한 공범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사실 '교사범이냐, 공범이냐'는 죄의 성립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기준입니다. 언뜻 보면 잘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는데요.


우리 형법에서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대해서만 적용됩니다. 정 교수가 만약 교사범이 아닌 공범이라면, 자신의 형사사건 증거를 인멸한 것이라 '무죄'가 됩니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범인 자신이 한 증거인멸의 행위는 피고인의 형사소송에서의 방어권을 인정하는 취지와 상충하므로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방어권 차원에서 내게 불리한 증거에 손을 대는 일은 허용된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남의 손을 더럽히는 일은 죄가 됩니다.

재판부는 "정 교수 또는 조국 전 장관이 코링크PE 관계자에게 해명자료 내용에 관해 지시하고, 코링크 관계자들에 의해 기재 내용이 수정·추가된 운용현황보고서를 검토하고 승인했다면 이들이 코링크PE 관계자들에 대한 교사범에 해당하는지, 공동정범에 해당하는지를 설명해달라"고 검찰에게 요구했습니다. 그러면서 "교사범이면 처벌하는데, 공동정범이면 처벌이 안 된다"라고 명시적으로 말했습니다.

■ 처음부터 끝까지, 정경심이 짜놓은 틀 안에서?

재판부의 지적에 검찰은 범행 구조를 다시 한번 설명했습니다. 보고서 위조는 처음부터 정 교수가 짜놓은 대응 방향의 큰 틀 안에서 이뤄졌다, 즉 '포괄적이고 계속된 교사'가 있었다는 게 검찰의 주장입니다.


또 보고서 위조 작업이 하루로 끝난 게 아니고, 지난해 8월 14일 이미 정 교수가 지시한 내용에 기반을 둬 이뤄졌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간중간 정 교수에게 수정 사항을 알리고 승인받은 것도 전부 정 교수 측의 사전 지시에 따른 거라 교사의 범위에 들어간다고도 밝혔습니다.

다만 검찰은 수사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검찰은 "2019년 8월 21일 펀드운용현황보고서를 특정해 사전에 지시했다는 부분은, 저희가 수사 과정에서 지시가 있었는지를 수사했으나 명확하게 입증이 안 된 상태는 맞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가 검찰에게 석명을 요구한 사항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우선 금융위원회에 사모펀드 관련 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정 교수가 정확히 어떤 일자에 어떤 행위를 분담했는지 보충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코링크PE의 운용 주체도 대표자도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관여 정도에 따라 자본시장법상 거짓 변경보고 혐의 성립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또 입시비리 의혹과 관련해 정 교수 공소장과 조 전 장관 공소장의 세부 내용이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딸 조민 씨가 발급받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와 부산 모 호텔 인턴십 확인서의 작성 주체와 확보 경위 등을 설명해달라고 검찰과 변호인 모두에게 요구했습니다. 조국 전 장관 공소장에는 조 전 장관이 정 교수와 상의한 후 자신의 서울대 교수실 컴퓨터로 직접 작성한 것으로 돼 있지만 정 교수 공소장에는 이 내용이 빠져있다는 겁니다.

큰 틀뿐 아니라 디테일까지 정리해달라, 재판부가 검찰에게 숙제를 남긴 셈입니다.

■ 조국 손에 들어간 펀드보고서, 대체 어디로 갔을까?

이날 오후에는 이상훈 전 코링크PE 대표이사가 증인석에 앉았습니다. 앞서 얘기했던 수정된 펀드보고서는 증인 신문에서도 쟁점이 됐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8월 16일 코링크PE가 정 교수 요청에 따라 1차 펀드운용현황보고서를 작성한 뒤 조국 전 장관에게 전달했지만, 이 보고서가 청문회준비단에 전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대신 5일 뒤인 8월 21일, 청문회준비단 사모펀드 담당자가 코링크PE에 직접 보고서를 요구했고 이때 수정된 2차 보고서가 제출됐다고 말합니다.

대략적인 투자처가 기재됐던 1차 보고서와 달리 2차 보고서에는 "사전에 고지해 드린 바와 같이 본 PEF(사모펀드)의 방침상 투자대상에 대하여 알려드릴 수 없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추가됐고, 이는 범행 은폐를 위해 '블라인드 펀드'라는 점을 강조한 위조 보고서라는 게 검찰의 시각입니다.


검찰은 두 가지 의심스러운 지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먼저 정 교수가 이 전 대표에게 1차 보고서를 청문회준비단에 곧바로 제출해달라고 얘기했다가 말을 바꿔 집으로 보내달라고 얘기한 부분, 그리고 5일 뒤 이미 보고서가 전달됐다는 점을 전혀 몰랐다는 듯 청문회준비단이 다시 보고서를 요청한 부분입니다. 정 교수가 청문회준비단마저 믿지 못해 속였다는 거죠.

그래서 검찰은 보고서 전달을 담당했던 이 전 대표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미 조국 전 장관에게 보고서를 전달했다는 사실을 청문회준비단에는 얘기하지 않았느냐", "'며칠 전에 받아갔는데 왜 또 달라고 하나'라는 얘기를 하지 않았느냐", "후보자 본인한테까지 직접 전달해줬는데 며칠 뒤에 보고서를 또 달라고 한다면 당연히 물어볼 법한데 기억이 안 나느냐", 꼬치꼬치 캐물었죠.

하지만 이 전 대표,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당시 언론에서 의혹 보도가 쏟아지고, 사무실에 기자들이 진을 치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다만 최초에 작성된 보고서 초안에는 웰스씨앤티(투자처), 5G, WIFI 등의 단어가 들어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정 교수 측이 직접 요청한 것은 아니지만, 해당 펀드가 '블라인드 펀드'이기 때문에 그런 내용이 보고서에 들어가면 좋지 않을 것 같아 추후 수정을 했다는 겁니다.

■ "블라인드 펀드 맞다"…정경심 손 들어준 코링크PE 대표

지난 재판에서 계속 쟁점이 됐던 '블라인드 펀드', 이번 재판에서도 여러 번 언급됐습니다. 과연 정 교수가 투자했던 펀드가 블라인드 펀드인지 아닌지에 따라 혐의 성립 여부가 결정되겠죠. 이번에는 재판부가 직접 증인에게 질문했는데요.

재판부는 "헷갈려서 그러는데 만약 '블라인드 펀드'라고 했을 때 투자자들에게 알려주지 말아야 할 것이 웰스씨앤티라는 회사의 이름인가, 아니면 이 펀드가 결국 음극재 사업에 대해 투자한다는 것이냐"라고 물었고, 이 전 대표는 "투자 대상 기업을 말하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정 교수 변호인 측의 주장처럼, 투자자들이 웰스씨앤티라는 회사명을 사전에 알지 못했으니 블라인드 펀드가 맞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재차 "그럼 음극재 사업에 투자한다는 건 알려줘도 되느냐"라고 질문했고 이 전 대표는 이번에도 "투자 대상 기업을 알려주지 않는 것은 특정 기업의 유망함을 알고 투자해서 다른 LP(유한책임사원)의 권리 침해를 막으려는 것"이라며 "투자하는 사업(음극재 사업)을 안다고 해서 대상 업체를 알 수 있는 게 아니니 괜찮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또 정 교수에게 해당 펀드가 블라인드 펀드가 맞다고 설명해왔으며, 정 교수가 투자 회사인 웰스씨앤티를 몰랐을 것이라고도 증언했습니다. 정 교수가 가족의 투자 사실을 숨기기 위해 사모펀드 정관에서 투자자 명단과 간인을 지운 뒤 청문회준비단에 제출하도록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의 공소사실에 반하는 증언을 내놨는데요. 투자자 명단은 원래 삭제하고 보내는 게 원칙이며 간인을 통해 이름이 드러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정 교수가 원칙에 맞게 이를 수정하도록 요청한 것뿐이라는 겁니다. 정 교수가 코링크PE 내부에 보관된 특정 자료를 삭제하거나 폐기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이상훈 전 코링크PE 대표는 정 교수 손을 들어준 셈인데요. 다음 공판에는 펀드보고서 수정에 관여했던 코링크PE 이사 2명이 증인으로 출석합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어떨까요? 다음 [법원의 시간]에서 충실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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