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법원의 시간]㉓ 정경심에 계좌 내준 미용사…조국한테 들은 말은?
입력 2020.06.02 (07:03) 수정 2020.06.02 (07:04) 취재K
"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변호인, 2019.12.31.)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 세상 얘기, 가족 얘기, 그리고 투자 얘기

지난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15차 공판에는 정 교수 가족의 단골 미용사 구 모 씨가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구 씨는 정 교수 어머니 소개로 처음 알게 된 2003년쯤부터 10년 넘게 정 교수와 조국 전 장관, 딸 조민 씨 등 가족들의 머리를 손질해준 인물입니다.

법정에서 변호인은 정 교수와 구 씨가 평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며 시시콜콜한 가족 이야기까지 격의 없이 나눠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주식 투자' 또한 이들의 단골 대화 소재였고 어느 회사에 투자했더니 돈을 벌었다, 여긴 그저 그렇더라 대화를 나누던 중 전기자동차 배터리 회사의 전망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정 교수는 자신이 마침 아는 회사가 하나 있다며, 구 씨에게 WFM 주식을 추천해줬다고 합니다. WFM은 잘 알려진 것처럼, 조국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가 관여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가 인수한 회사입니다. 이 무렵 정 교수 역시 조범동 씨 중개로 동생 정 모 씨와 함께 WFM 주식 12만 주를 매수했는데요. 구 씨에게 조만간 주가가 오를 만한 소식이 있다는 '호재성 정보'도 알렸습니다.

실제로 2018년 2월 초부터 구 씨는 갖고 있던 다른 주식을 팔고 자신의 신한금융투자 계좌와 한화투자증권 계좌를 이용해 WFM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검찰이 주목한 건 구 씨의 삼성증권 계좌입니다. 구 씨는 평소 이 계좌를 사용하지 않았는데요. 이 무렵 삼성증권 계좌로도 WFM 주식 거래가 이뤄졌고, 검찰은 정 교수가 구 씨 계좌를 빌려 '차명 투자'를 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정 교수가 2018년 2월 12일 구 씨 명의의 삼성증권 계좌를 빌려 2천1백여만 원을 입금하고, 직접 WFM 주식 3천여 주를 매수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습니다. 미공개 호재성 정보를 이용한 부분에 대해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차명계좌로 투자를 한 부분에 대해선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 "그 정도로 돈 벌 수 있겠어요?"…민정수석 배우자의 제안

구 씨 증언을 종합해보면 당시 상황은 이렇습니다. 구 씨가 정 교수의 종목 추천 이후 '가진 돈이 없어서 WFM 주식을 조금만 샀다', '500만 원도 안 된다'고 말하자 정 교수가 '그 정도로 돈을 벌 수 있겠느냐'며 통 큰 제안을 했다는 겁니다. 자신이 직접 여윳돈을 빌려줄 테니 주식을 좀 더 사보라는 제안이었습니다.

하지만 부담스러웠던 구 씨는 이 제안을 거절합니다. 대신 안 쓰던 자신 명의의 삼성증권 계좌를 정 교수에게 빌려주기로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 교수가 자신은 '민정수석의 배우자'라 주식 거래를 못 한다면서, 직접 계좌를 빌려달라고 부탁했다고도 법정에서 진술했습니다.


계좌를 빌린 정 교수는 이후 삼성증권 계좌와 연동된 구 씨 명의의 국민은행 계좌에 투자금을 입금하며 본격적으로 WFM 주식 매수에 나섭니다. 검찰은 정 교수가 구 씨에게 구체적인 매수 지시를 내렸다고 보고 있습니다. 구 씨 역시 정 교수 지시대로 WFM 주식을 매수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다만 정 교수가 구체적인 수량이나 금액까지 지정해준 건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 갤럭시 쓰는 미용사 계좌에 찍힌 '정경심 아이폰'

구 씨는 첫 거래 이후에는 아예 정 교수에게 계정을 알려줘 직접 주식을 매매하도록 조치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구 씨는 2018년과 2019년에 삼성 갤럭시노트 휴대전화를 사용했고, 직접 주식 거래를 했던 신한과 한화 계좌에는 안드로이드 기기로 거래를 한 내역이 찍혀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의 삼성증권 계좌에는 2018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전부 iOS 기기로 매매를 한 내역이 나와 있습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자신의 아이폰으로 거래를 했기에 이렇게 나오는 게 아니냐고 구 씨에게 물었고, 구 씨는 맞는다고 대답했습니다.

이 삼성증권 계좌는 지난해 9월 20일, 그러니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가 한창일 무렵 해지됐습니다. 전날인 9월 19일부터 다수 언론에서 정 교수의 WFM 주식 차명 매입 의혹이 제기되고 있었죠. 구 씨는 삼성증권 계좌를 해지하면서 갖고 있던 WFM 주식을 모두 팔았고, 신한과 한화 계좌 주식 역시 한꺼번에 매도했습니다.

구 씨는 정 교수가 "지금과 같은 계좌는 없애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며, 정 교수 부탁으로 계좌를 정리했다고 법정에서 밝혔습니다. 또 처음에는 삼성증권 계좌로 매수한 주식을 신한이나 한화 계좌로 이관하려 했지만, 너무 힘들어서 그냥 다 팔아버리고 계좌 이체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 "빌려준 돈"이라던 미용사 진술, 나흘 만에 180도 달라진 사연

시간이 흘러 같은 해 11월 1일, 미용사 구 씨는 첫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그날은 구 씨 자택이 압수수색을 당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정 교수는 이미 그보다 일주일 전쯤 구속된 상태였죠.

당황한 구 씨는 첫 조사에서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했습니다. 정 교수에게 돈을 빌려 주식을 샀고, 이자를 내고 갚을 돈이라고 거짓말을 한 겁니다. 그러다가 나흘 뒤 두 번째 조사에서 말을 완전히 바꿔 "사실대로 진술하지 못한 것이 있고, 가족들과 상의 후에 사실대로 진술하기로 했다"며 정 교수에게 돈을 빌린 게 아니라 차명 계좌를 빌려준 게 맞는다고 시인했습니다.


구 씨가 이렇게 진술을 바꾼 배경엔 조국 전 장관과의 통화가 있었습니다. 첫 조사를 받고 돌아온 구 씨는 놀란 마음에 조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했는데요. 조 전 장관이 이를 듣고 전혀 몰랐다는 듯 깜짝 놀라며 "사실대로 차명계좌를 빌려준 게 맞는다고 검찰에서 말하라"고 했다는 겁니다.

검찰은 또 구 씨가 처음에 허위 진술을 한 게 정 교수 측 요청 때문이 아니냐고 캐물었지만, 구 씨는 완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먼저 정 교수 측에 '문제가 되면 돈을 빌린 것으로 이야기하겠다', '삼성증권 계좌는 제가 사용한 걸로 말하겠다'는 취지로 제안했다는 게 구 씨 주장입니다. 구 씨 역시 차명계좌를 빌려주는 게 불법이란 건 잘 알고 있었고, 당시 조국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청문회 등에서 문제가 될까 봐 걱정됐다는 설명입니다.

■ "여동생처럼 챙겨주고 싶어서"…도움과 투자 사이

이처럼 구 씨가 차명계좌를 빌려준 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 정 교수에게 불리한 상황이 됐는데요. 정 교수 측은 반대신문에서 우선 구 씨와 가족이나 다름없는 가까운 사이였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차명계좌를 사용했더라도 위법한 목적은 아니었고, 그저 구 씨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정 교수 변호인은 "당시 정 교수가 여자 형제가 없어서 증인을 여동생처럼 챙겨주고 싶다 했다는데 맞느냐"고 물었고, 구 씨는 "네"라고 답했습니다. 정 교수가 항상 서서 일하는 구 씨를 위해 신발을 사주기도 했고 주식 투자로 수익이 나면 구 씨 아들의 학비로 쓰면 되겠다, 가족처럼 함께 가자는 말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2018년 3월, 예상과 달리 WFM 주가가 내려가자 정 교수가 미안해하며 구 씨에게 "이 주식이 가기는 확실히 가는 주식인데 선생님은 종일 서서 일하니 제가 직접 계좌를 운영해서 손해를 만회해야겠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구 씨도 그 대화가 기억이 난다며, 자신이 주식 투자로 손해를 크게 입은 걸 알자 정 교수가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신한과 한화 계좌에서 손해가 난 걸 직접 메워주겠다고 언급했다고도 했습니다.


변호인은 또 삼성증권 계좌를 통한 투자액이 모두 법적으로 허용된 규모라 굳이 차명계좌를 빌릴 필요도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정에서 구 씨에게 "혹시 공직자 가족이라도 3천만 원 미만의 주식 투자는 제한 없이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알고 있느냐"고 물었고, 구 씨는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고위공직자는 가진 주식을 모두 매각하거나 백지신탁 해야 하지만, 3천만 원 이하 규모에서는 자유가 보장된다는 겁니다.

정 교수가 구 씨 계좌로 한 WFM 주식 거래는 과연 차명투자였을까요, 아니면 지인을 위해 도움을 준 것이었을까요? 재판부는 이 의혹에 대해 최종적으로 어떤 판단을 내릴까요? 이제 '입시비리'를 넘어 '사모펀드' 의혹에 대한 심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정 교수 재판, 다음 [법원의 시간]에서도 충실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 [법원의 시간]㉓ 정경심에 계좌 내준 미용사…조국한테 들은 말은?
    • 입력 2020-06-02 07:03:45
    • 수정2020-06-02 07:04:34
    취재K
"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변호인, 2019.12.31.)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 세상 얘기, 가족 얘기, 그리고 투자 얘기

지난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15차 공판에는 정 교수 가족의 단골 미용사 구 모 씨가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구 씨는 정 교수 어머니 소개로 처음 알게 된 2003년쯤부터 10년 넘게 정 교수와 조국 전 장관, 딸 조민 씨 등 가족들의 머리를 손질해준 인물입니다.

법정에서 변호인은 정 교수와 구 씨가 평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며 시시콜콜한 가족 이야기까지 격의 없이 나눠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주식 투자' 또한 이들의 단골 대화 소재였고 어느 회사에 투자했더니 돈을 벌었다, 여긴 그저 그렇더라 대화를 나누던 중 전기자동차 배터리 회사의 전망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정 교수는 자신이 마침 아는 회사가 하나 있다며, 구 씨에게 WFM 주식을 추천해줬다고 합니다. WFM은 잘 알려진 것처럼, 조국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가 관여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가 인수한 회사입니다. 이 무렵 정 교수 역시 조범동 씨 중개로 동생 정 모 씨와 함께 WFM 주식 12만 주를 매수했는데요. 구 씨에게 조만간 주가가 오를 만한 소식이 있다는 '호재성 정보'도 알렸습니다.

실제로 2018년 2월 초부터 구 씨는 갖고 있던 다른 주식을 팔고 자신의 신한금융투자 계좌와 한화투자증권 계좌를 이용해 WFM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검찰이 주목한 건 구 씨의 삼성증권 계좌입니다. 구 씨는 평소 이 계좌를 사용하지 않았는데요. 이 무렵 삼성증권 계좌로도 WFM 주식 거래가 이뤄졌고, 검찰은 정 교수가 구 씨 계좌를 빌려 '차명 투자'를 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정 교수가 2018년 2월 12일 구 씨 명의의 삼성증권 계좌를 빌려 2천1백여만 원을 입금하고, 직접 WFM 주식 3천여 주를 매수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습니다. 미공개 호재성 정보를 이용한 부분에 대해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차명계좌로 투자를 한 부분에 대해선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 "그 정도로 돈 벌 수 있겠어요?"…민정수석 배우자의 제안

구 씨 증언을 종합해보면 당시 상황은 이렇습니다. 구 씨가 정 교수의 종목 추천 이후 '가진 돈이 없어서 WFM 주식을 조금만 샀다', '500만 원도 안 된다'고 말하자 정 교수가 '그 정도로 돈을 벌 수 있겠느냐'며 통 큰 제안을 했다는 겁니다. 자신이 직접 여윳돈을 빌려줄 테니 주식을 좀 더 사보라는 제안이었습니다.

하지만 부담스러웠던 구 씨는 이 제안을 거절합니다. 대신 안 쓰던 자신 명의의 삼성증권 계좌를 정 교수에게 빌려주기로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 교수가 자신은 '민정수석의 배우자'라 주식 거래를 못 한다면서, 직접 계좌를 빌려달라고 부탁했다고도 법정에서 진술했습니다.


계좌를 빌린 정 교수는 이후 삼성증권 계좌와 연동된 구 씨 명의의 국민은행 계좌에 투자금을 입금하며 본격적으로 WFM 주식 매수에 나섭니다. 검찰은 정 교수가 구 씨에게 구체적인 매수 지시를 내렸다고 보고 있습니다. 구 씨 역시 정 교수 지시대로 WFM 주식을 매수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다만 정 교수가 구체적인 수량이나 금액까지 지정해준 건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 갤럭시 쓰는 미용사 계좌에 찍힌 '정경심 아이폰'

구 씨는 첫 거래 이후에는 아예 정 교수에게 계정을 알려줘 직접 주식을 매매하도록 조치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구 씨는 2018년과 2019년에 삼성 갤럭시노트 휴대전화를 사용했고, 직접 주식 거래를 했던 신한과 한화 계좌에는 안드로이드 기기로 거래를 한 내역이 찍혀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의 삼성증권 계좌에는 2018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전부 iOS 기기로 매매를 한 내역이 나와 있습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자신의 아이폰으로 거래를 했기에 이렇게 나오는 게 아니냐고 구 씨에게 물었고, 구 씨는 맞는다고 대답했습니다.

이 삼성증권 계좌는 지난해 9월 20일, 그러니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가 한창일 무렵 해지됐습니다. 전날인 9월 19일부터 다수 언론에서 정 교수의 WFM 주식 차명 매입 의혹이 제기되고 있었죠. 구 씨는 삼성증권 계좌를 해지하면서 갖고 있던 WFM 주식을 모두 팔았고, 신한과 한화 계좌 주식 역시 한꺼번에 매도했습니다.

구 씨는 정 교수가 "지금과 같은 계좌는 없애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며, 정 교수 부탁으로 계좌를 정리했다고 법정에서 밝혔습니다. 또 처음에는 삼성증권 계좌로 매수한 주식을 신한이나 한화 계좌로 이관하려 했지만, 너무 힘들어서 그냥 다 팔아버리고 계좌 이체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 "빌려준 돈"이라던 미용사 진술, 나흘 만에 180도 달라진 사연

시간이 흘러 같은 해 11월 1일, 미용사 구 씨는 첫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그날은 구 씨 자택이 압수수색을 당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정 교수는 이미 그보다 일주일 전쯤 구속된 상태였죠.

당황한 구 씨는 첫 조사에서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했습니다. 정 교수에게 돈을 빌려 주식을 샀고, 이자를 내고 갚을 돈이라고 거짓말을 한 겁니다. 그러다가 나흘 뒤 두 번째 조사에서 말을 완전히 바꿔 "사실대로 진술하지 못한 것이 있고, 가족들과 상의 후에 사실대로 진술하기로 했다"며 정 교수에게 돈을 빌린 게 아니라 차명 계좌를 빌려준 게 맞는다고 시인했습니다.


구 씨가 이렇게 진술을 바꾼 배경엔 조국 전 장관과의 통화가 있었습니다. 첫 조사를 받고 돌아온 구 씨는 놀란 마음에 조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했는데요. 조 전 장관이 이를 듣고 전혀 몰랐다는 듯 깜짝 놀라며 "사실대로 차명계좌를 빌려준 게 맞는다고 검찰에서 말하라"고 했다는 겁니다.

검찰은 또 구 씨가 처음에 허위 진술을 한 게 정 교수 측 요청 때문이 아니냐고 캐물었지만, 구 씨는 완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먼저 정 교수 측에 '문제가 되면 돈을 빌린 것으로 이야기하겠다', '삼성증권 계좌는 제가 사용한 걸로 말하겠다'는 취지로 제안했다는 게 구 씨 주장입니다. 구 씨 역시 차명계좌를 빌려주는 게 불법이란 건 잘 알고 있었고, 당시 조국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청문회 등에서 문제가 될까 봐 걱정됐다는 설명입니다.

■ "여동생처럼 챙겨주고 싶어서"…도움과 투자 사이

이처럼 구 씨가 차명계좌를 빌려준 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 정 교수에게 불리한 상황이 됐는데요. 정 교수 측은 반대신문에서 우선 구 씨와 가족이나 다름없는 가까운 사이였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차명계좌를 사용했더라도 위법한 목적은 아니었고, 그저 구 씨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정 교수 변호인은 "당시 정 교수가 여자 형제가 없어서 증인을 여동생처럼 챙겨주고 싶다 했다는데 맞느냐"고 물었고, 구 씨는 "네"라고 답했습니다. 정 교수가 항상 서서 일하는 구 씨를 위해 신발을 사주기도 했고 주식 투자로 수익이 나면 구 씨 아들의 학비로 쓰면 되겠다, 가족처럼 함께 가자는 말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2018년 3월, 예상과 달리 WFM 주가가 내려가자 정 교수가 미안해하며 구 씨에게 "이 주식이 가기는 확실히 가는 주식인데 선생님은 종일 서서 일하니 제가 직접 계좌를 운영해서 손해를 만회해야겠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구 씨도 그 대화가 기억이 난다며, 자신이 주식 투자로 손해를 크게 입은 걸 알자 정 교수가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신한과 한화 계좌에서 손해가 난 걸 직접 메워주겠다고 언급했다고도 했습니다.


변호인은 또 삼성증권 계좌를 통한 투자액이 모두 법적으로 허용된 규모라 굳이 차명계좌를 빌릴 필요도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정에서 구 씨에게 "혹시 공직자 가족이라도 3천만 원 미만의 주식 투자는 제한 없이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알고 있느냐"고 물었고, 구 씨는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고위공직자는 가진 주식을 모두 매각하거나 백지신탁 해야 하지만, 3천만 원 이하 규모에서는 자유가 보장된다는 겁니다.

정 교수가 구 씨 계좌로 한 WFM 주식 거래는 과연 차명투자였을까요, 아니면 지인을 위해 도움을 준 것이었을까요? 재판부는 이 의혹에 대해 최종적으로 어떤 판단을 내릴까요? 이제 '입시비리'를 넘어 '사모펀드' 의혹에 대한 심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정 교수 재판, 다음 [법원의 시간]에서도 충실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