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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시간]㊶ 정경심 재판장이 “조국은 집에 안 가나” 물은 이유
입력 2020.08.31 (07:00) 수정 2020.08.31 (07:08) 취재K
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변호인, 2019.12.31.)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 "엄마 일 돕는 조민 봤다"는 최성해 조카…검찰 "시기 달라"

지난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26번째 공판에는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의 조카 이 모 씨와 지난해 조 전 장관의 청문회준비단에서 신상팀장을 지냈던 김미경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먼저 증인석에 앉은 이 씨는, 수년간 동양대에서 카페와 레스토랑을 운영해왔는데, 2017년 여름 계약 파기를 통보받으면서 삼촌인 최성해 전 총장과 사이가 틀어진 인물입니다. 지난해 9월에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가, 최 전 총장의 주장을 반박하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는데요. 2012년 여름에 동양대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조민 씨를 자신이 직접 목격했고, 최 전 총장도 조 씨를 특별히 '예뻐했기' 때문에 이를 모를 리 없다는 게 골자였습니다.

이날 법정에서도 관련 질문이 잇따랐고, 이 씨는 2012년 여름 조 씨가 봉사 활동하는 몇몇 친구들과 함께 아이들을 인솔하거나 원어민 교사와 수업에 관해 이야기하는 걸 본 적이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여름인데 일하기 힘들지 않으냐"며 대화를 나눈 적도 있는데, 이때 조 씨가 "엄마 일을 돕고 있다"고 답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이 씨 증언에 의구심을 드러냈습니다. 시기가 안 맞는다는 겁니다. 관련 공지사항 등을 볼 때, 이 씨가 조민 씨를 봤다는 2012년 여름에는 동양대에 인문학 영재프로그램 자체가 개설된 적이 없다는 지적입니다. 검찰은 이 씨에게 "조민 씨가 아이들을 인솔하고, 원어민 교사와 얘기하고, 커피를 마셨다는 게 확실한 기억인가"라고 재차 물었습니다.

이 씨는 확실한 기억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의 연이은 추궁에 조금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조민 씨가 인솔한 아이들이 초등학생인지 중학생인지, 몇 살 정도 되는 학생들인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겁니다.

그러자 재판부는 이 씨에게 '위증죄'를 언급했습니다. 증언이 객관적인 사실과 다르면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이 씨 증언의 신빙성에 의문을 드러냈죠. 이후로도 이 씨는 정 교수 아들 조 모 씨를 동양대에서 마주친 연도를 헷갈리는 모습을 보이다가, 재판부로부터 재차 경고를 받기도 했습니다.

■ "윤석열과 밥 먹었다, 깝치지 마라"…최성해 전 총장의 협박?

이날 이 씨에 대한 신문 과정에서 최성해 전 총장과 관련한 다소 놀라운 증언도 나왔습니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던 지난해 8월 말에서 9월 초쯤, 최 전 총장이 이 씨에게 이렇게 말했다는 겁니다.

"내가 윤석열과 밥도 먹었고, 윤석열과 더불어 우리나라 최고 권력자인 문재인과 조국을 상대로 싸우고 있다. 그러니 너 깝치지 마라. 조국이 법무부 장관을 하면 절대 안 된다. 너도 잘못하면 구속시켜버리겠다."

이 씨는 최 전 총장에게 직접, 윤석열 검찰총장과 밥을 먹고 이야기를 하며 어떤 일을 '모의한다'고 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동양대 직원들은 모두 경북 영주에 있는 동양대에서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최 전 총장만 서울 서초구에 있는 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들었다는 거죠.

검찰은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데 믿었느냐"고 물었고, 이 씨는 "믿었다"고 답했습니다. 앞서 최 전 총장은 정 교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지난해 9월 검찰 조사에서 윤 총장을 본 적이 없다고 증언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렇다면 최 전 총장, 대체 왜 이런 이야기를 한 걸까요? 이 씨는 자신의 SNS가 지역에서 파급력이 있다 보니, 혹여나 SNS에 뭔가 방해되는 글을 올릴 것을 걱정해 이렇게 말한 것 같다고 추측했습니다. 예전에 학교로부터 카페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을 때도 SNS에 글을 올렸다가, 최 전 총장의 설득으로 내린 적이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이 씨는 증인으로 나오기 사흘 전, 최 전 총장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었다고도 밝혔습니다. 휴대전화 통화 내역까지 직접 공개했는데요. '성해 삼촌'으로부터 걸려온 통화는 무려 29분간 이어졌습니다. 최 전 총장이 전화로 무슨 말을 했던 거냐는 변호인 질문에, 이 씨는 정 교수와 자신을 이간질하는 말이었다고 답했습니다.

■ "논문 첫 장은 제출한 것 같다"…청문회 답변, 다른 버전도 있었다?

지난해 8월부터 조국 전 장관의 청문회준비단에서 신상팀을 총괄했던 김미경 비서관. 매일 새벽 6시부터 자정 넘어까지 근무하며, 논문 표절이나 위장전입, 부동산 매매계약 등 후보자 개인에게 제기되는 각종 신상 문제들에 대한 대응을 전담해왔다고 합니다. 그만큼 조 전 장관의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겠죠?

이날 법정에서도 청문회를 준비하며 만들어졌던 '예상 문답'이 쟁점이 됐습니다. 정 교수 PC에서 출력된 '190831 딸 이슈'라는 한글 파일을 보면, 마치 조 전 장관의 딸 조민 씨가 제1저자로 적혀 있는 단국대 논문의 첫 장이 고려대 입시에 제출된 것처럼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 있습니다.


'고대 입시에 단국대 논문을 제출 안 했느냐'는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은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로 돼 있지만, 그 아래 check 부분에는 '딸은 논문의 첫 장은 활동 내역에 대한 소명자료로 제출한 것 같다고 하나'라고 돼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이 부분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습니다. 사실 조 전 장관도 딸에게 물어 논문의 첫 장을 고려대에 제출했다는 사실을 파악했지만, 시치미를 떼는 답변을 만들어둔 게 아니냐는 거죠. 재판부도 이런 문구가 예상 답변에 포함된 이유가 궁금했는지, 김 비서관에게 문제의 check 부분은 누가 작성한 것인지 물었습니다.

김 비서관은 해당 문서를 자신이 작성하지 않아 정확한 건 모르겠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면서 8월 31일이란 날짜를 볼 때 이 파일이 과연 최종본이 맞는지 궁금하다고 반문했습니다. 조 전 장관의 기자간담회는 9월 2일, 청문회는 9월 6일이었는데 행사 당일까지도 끊임없이 수정 작업을 했기 때문에 최종본은 이 문서와 다를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이에 재판부는 당시 가장 중요했던 행사를 앞두고 미리 답변을 준비했을 것 아니냐며, 8월 31일쯤이면 이미 완성본이 나왔을 시기라고 따져 물었습니다. 검찰도 자꾸 답변을 회피하려 하지 말고 정확하게 답해달라고 재차 말했습니다. 결국 김 비서관은 해당 문서를 청문회준비단에서 작성한 건 맞는 것 같다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해당 문구가 조민 씨에게 직접 확인한 결과인지, 어떤 경위로 예상 답변에 포함되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끝내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 '사모펀드 보고서' 먼저 받아든 조국, 청문회준비단도 속였나?

또 한 가지 쟁점이 된 건 정 교수와 정 교수 동생, 그리고 자녀들이 투자했던 '펀드운용현황보고서'의 행방이었습니다. 지난해 8월 14일,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한 최초 언론 보도가 나오자 김 비서관은 정 교수에게 정관이나 보고서 등 펀드 관련 자료를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가지고 있던 자료가 없던 정 교수는 코링크PE 측에 자료를 요청했는데,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정 교수는 코링크PE 측이 작성한 1차 펀드운용현황보고서를 처음엔 서울 종로구 적선동 청문회준비단 사무실에 있는 김 비서관에 전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이내 말을 바꿔 코링크PE 측에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 주소를 알려줬고, 자료는 16일에 조 전 장관에게 직접 전달됐습니다. 앞서 법정에 나온 이상훈 전 코링크PE 대표는 이때 정 교수가 "준비단도 못 믿겠다", "해당 사모펀드에 동생이 출자한 사실은 청문회준비단에도 절대 알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증언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청문회 당사자인 조 전 장관이 이 펀드 자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준비단 측에서는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김 비서관은 이미 자료가 조 전 장관 손에 들어간 건 꿈에도 모른 채 다음날인 17일에 자료를 다시 요청했고, 19일이 되어서야 준비단 소속 사모펀드 담당 검사를 통해 자료를 건네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자료, 조 전 장관이 받은 것과 같은 것이었을까요? 아닙니다. 일부 내용이 수정됐습니다. 대략적인 투자처만 적혔던 1차 보고서와 달리 2차 보고서에는 "사전에 고지해 드린 바와 같이 본 PEF(사모펀드)의 방침상 투자대상에 대하여 알려드릴 수 없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추가됐습니다. 조 전 장관 측 주장대로, '블라인드 펀드'라는 점이 좀 더 명확히 드러나게 바뀐 거죠. 검찰은 조 전 장관과 정 교수가 1차 운용현황보고서를 은폐하기 위해 청문회준비단도 속였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김 비서관은 이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한 적은 없다고 증언했습니다. 개인정보 문제로 제공할 수 없다던 자료를 사모펀드 담당 검사가 구해서 들고 왔을 때도, '검사가 요청하니까 주는구나' 정도로 생각했지 별다른 의심을 하진 않았다는 겁니다. 워낙 바쁘다 보니 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고도 말했습니다.

■ 박지원 휴대폰 속 '동양대 표창장', 검찰발 아닌 청문회준비단발?

이날 새롭게 밝혀진 사실 하나가 또 있었습니다. 박지원 당시 청문회 위원이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에서 공개한 조민 씨의 동양대 표창장 '컬러 사진' 출처가, 바로 김미경 비서관일 수 있다는 증언이 나온 겁니다.

당시 박 전 위원은 "후보자(조국)는 공개하지 않았는데 검찰에 압수수색이 된 표창장은 저한테도 들어와 있다"며, 마치 검찰이 표창장 사진을 외부로 흘렸다는 식으로 말했었죠. 하지만 검찰이 '컬러 사진'이 아닌 부산대 의전원에 제출된 '흑백 사본'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재판에서 김 비서관은 자신이 해당 사진을 박 전 위원 측에 넘겼을 수도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정 교수 가족 중 누군가한테 받은 사진을 보좌진 측에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건데, 사진을 최초에 누구로부터 받은 건지, 또 자신이 누구에게 전달했는지 등 정확한 건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김 비서관은 "저도 저밖에 없을 것 같다"며 "많이들 물어보셔서 제가 보냈을 수는 있었을 것 같다"고 여지를 남겼습니다.

■ 재판부 "조국은 집에 가서 대화 안 하나"…'가담 여부' 공방

정 교수 재판이었지만, 이날도 조 전 장관이 증인신문 곳곳에 등장했습니다. 검찰은 김 비서관에게 수시로 조 전 장관의 반응을 물었습니다. 펀드 출자금액이 지나치게 크다는 첫 의혹보도부터 5촌 조카 조범동 씨의 펀드 운용사 관여 의혹 보도, 정 교수 동생이 펀드 투자자 가운데 하나였다는 보도 등 사건의 중요 국면마다 조 전 장관이 어떻게 반응했고,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가담 정도를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김 비서관은 이와 관련해 "조국 전 장관도 저만큼 놀라고 당황했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보도된)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질 때마다 저는 너무 놀랐고, 제가 놀란 거나 후보자가 놀란 게 다르지 않았다"는 겁니다. 조국 전 장관은 대부분 의혹에 대해 잘 몰랐고, 그래서 오히려 배우자인 정 교수나 딸 조민 씨 등에게 자료나 설명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고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임정엽 재판장은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조 전 장관도 보도를 통해 관련 의혹이 불거졌으면 집에 가서 아내나 자녀에게 직접 물어볼 법도 한데, 어떻게 매번 모를 수 있느냐는 거죠. 재판장은 "다른 게 빵빵 터지고 있는데 조국 씨는 집에 가서 정 교수한테 확인할 거 아닌가", "분명히 정 교수에게 물어봤을 텐데 정 교수한테 대답을 못 들었단 것인가"라며 재차 물었습니다.

김 비서관은 이에 대해 당시 조 전 장관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너무나 많았고, 신상팀 내에서 나름의 역할 분담이 있었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조 전 장관에게 물어봐도 모른다고 하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계속 물어볼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고 덧붙였죠.

■ '정경심 1심' 증인신문 막바지…이르면 11월 선고

정 교수의 1심 재판, 이제 막바지로 향하고 있습니다. 남은 증인은 모두 11명인데요.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남편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오는 3일에 예정돼 있습니다. 같은 법원 형사합의21부(재판장 김미리)에 나란히 기소돼있긴 하지만, 부부가 함께 법정에 서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증언대에 설 조 전 장관이 증언거부권을 행사할지, 아니면 적극적인 해명을 이어갈지 주목됩니다.

재판부는 정 교수 재판 증인신문을 다음 달 24일까지 마무리하고, 10월 8일에는 검찰 측 서증조사, 10월 15일에는 변호인 측 서증조사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후 정 교수에게 직접 신문사항을 묻는 피고인신문과 양측의 최종 의견을 듣는 결심공판이 이어지고, 판결이 선고될 예정인데요. 이르면 10월 말에는 변론 절차가 종결될 테니, 11월 안에는 정 교수에 대한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 [법원의 시간]에서는 정 교수 재판에 나온 조국 전 장관의 증언 내용,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 [법원의 시간]㊶ 정경심 재판장이 “조국은 집에 안 가나” 물은 이유
    • 입력 2020-08-31 07:00:10
    • 수정2020-08-31 07:08:32
    취재K
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변호인, 2019.12.31.)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 "엄마 일 돕는 조민 봤다"는 최성해 조카…검찰 "시기 달라"

지난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26번째 공판에는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의 조카 이 모 씨와 지난해 조 전 장관의 청문회준비단에서 신상팀장을 지냈던 김미경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먼저 증인석에 앉은 이 씨는, 수년간 동양대에서 카페와 레스토랑을 운영해왔는데, 2017년 여름 계약 파기를 통보받으면서 삼촌인 최성해 전 총장과 사이가 틀어진 인물입니다. 지난해 9월에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가, 최 전 총장의 주장을 반박하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는데요. 2012년 여름에 동양대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조민 씨를 자신이 직접 목격했고, 최 전 총장도 조 씨를 특별히 '예뻐했기' 때문에 이를 모를 리 없다는 게 골자였습니다.

이날 법정에서도 관련 질문이 잇따랐고, 이 씨는 2012년 여름 조 씨가 봉사 활동하는 몇몇 친구들과 함께 아이들을 인솔하거나 원어민 교사와 수업에 관해 이야기하는 걸 본 적이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여름인데 일하기 힘들지 않으냐"며 대화를 나눈 적도 있는데, 이때 조 씨가 "엄마 일을 돕고 있다"고 답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이 씨 증언에 의구심을 드러냈습니다. 시기가 안 맞는다는 겁니다. 관련 공지사항 등을 볼 때, 이 씨가 조민 씨를 봤다는 2012년 여름에는 동양대에 인문학 영재프로그램 자체가 개설된 적이 없다는 지적입니다. 검찰은 이 씨에게 "조민 씨가 아이들을 인솔하고, 원어민 교사와 얘기하고, 커피를 마셨다는 게 확실한 기억인가"라고 재차 물었습니다.

이 씨는 확실한 기억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의 연이은 추궁에 조금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조민 씨가 인솔한 아이들이 초등학생인지 중학생인지, 몇 살 정도 되는 학생들인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겁니다.

그러자 재판부는 이 씨에게 '위증죄'를 언급했습니다. 증언이 객관적인 사실과 다르면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이 씨 증언의 신빙성에 의문을 드러냈죠. 이후로도 이 씨는 정 교수 아들 조 모 씨를 동양대에서 마주친 연도를 헷갈리는 모습을 보이다가, 재판부로부터 재차 경고를 받기도 했습니다.

■ "윤석열과 밥 먹었다, 깝치지 마라"…최성해 전 총장의 협박?

이날 이 씨에 대한 신문 과정에서 최성해 전 총장과 관련한 다소 놀라운 증언도 나왔습니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던 지난해 8월 말에서 9월 초쯤, 최 전 총장이 이 씨에게 이렇게 말했다는 겁니다.

"내가 윤석열과 밥도 먹었고, 윤석열과 더불어 우리나라 최고 권력자인 문재인과 조국을 상대로 싸우고 있다. 그러니 너 깝치지 마라. 조국이 법무부 장관을 하면 절대 안 된다. 너도 잘못하면 구속시켜버리겠다."

이 씨는 최 전 총장에게 직접, 윤석열 검찰총장과 밥을 먹고 이야기를 하며 어떤 일을 '모의한다'고 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동양대 직원들은 모두 경북 영주에 있는 동양대에서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최 전 총장만 서울 서초구에 있는 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들었다는 거죠.

검찰은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데 믿었느냐"고 물었고, 이 씨는 "믿었다"고 답했습니다. 앞서 최 전 총장은 정 교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지난해 9월 검찰 조사에서 윤 총장을 본 적이 없다고 증언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렇다면 최 전 총장, 대체 왜 이런 이야기를 한 걸까요? 이 씨는 자신의 SNS가 지역에서 파급력이 있다 보니, 혹여나 SNS에 뭔가 방해되는 글을 올릴 것을 걱정해 이렇게 말한 것 같다고 추측했습니다. 예전에 학교로부터 카페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을 때도 SNS에 글을 올렸다가, 최 전 총장의 설득으로 내린 적이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이 씨는 증인으로 나오기 사흘 전, 최 전 총장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었다고도 밝혔습니다. 휴대전화 통화 내역까지 직접 공개했는데요. '성해 삼촌'으로부터 걸려온 통화는 무려 29분간 이어졌습니다. 최 전 총장이 전화로 무슨 말을 했던 거냐는 변호인 질문에, 이 씨는 정 교수와 자신을 이간질하는 말이었다고 답했습니다.

■ "논문 첫 장은 제출한 것 같다"…청문회 답변, 다른 버전도 있었다?

지난해 8월부터 조국 전 장관의 청문회준비단에서 신상팀을 총괄했던 김미경 비서관. 매일 새벽 6시부터 자정 넘어까지 근무하며, 논문 표절이나 위장전입, 부동산 매매계약 등 후보자 개인에게 제기되는 각종 신상 문제들에 대한 대응을 전담해왔다고 합니다. 그만큼 조 전 장관의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겠죠?

이날 법정에서도 청문회를 준비하며 만들어졌던 '예상 문답'이 쟁점이 됐습니다. 정 교수 PC에서 출력된 '190831 딸 이슈'라는 한글 파일을 보면, 마치 조 전 장관의 딸 조민 씨가 제1저자로 적혀 있는 단국대 논문의 첫 장이 고려대 입시에 제출된 것처럼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 있습니다.


'고대 입시에 단국대 논문을 제출 안 했느냐'는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은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로 돼 있지만, 그 아래 check 부분에는 '딸은 논문의 첫 장은 활동 내역에 대한 소명자료로 제출한 것 같다고 하나'라고 돼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이 부분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습니다. 사실 조 전 장관도 딸에게 물어 논문의 첫 장을 고려대에 제출했다는 사실을 파악했지만, 시치미를 떼는 답변을 만들어둔 게 아니냐는 거죠. 재판부도 이런 문구가 예상 답변에 포함된 이유가 궁금했는지, 김 비서관에게 문제의 check 부분은 누가 작성한 것인지 물었습니다.

김 비서관은 해당 문서를 자신이 작성하지 않아 정확한 건 모르겠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면서 8월 31일이란 날짜를 볼 때 이 파일이 과연 최종본이 맞는지 궁금하다고 반문했습니다. 조 전 장관의 기자간담회는 9월 2일, 청문회는 9월 6일이었는데 행사 당일까지도 끊임없이 수정 작업을 했기 때문에 최종본은 이 문서와 다를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이에 재판부는 당시 가장 중요했던 행사를 앞두고 미리 답변을 준비했을 것 아니냐며, 8월 31일쯤이면 이미 완성본이 나왔을 시기라고 따져 물었습니다. 검찰도 자꾸 답변을 회피하려 하지 말고 정확하게 답해달라고 재차 말했습니다. 결국 김 비서관은 해당 문서를 청문회준비단에서 작성한 건 맞는 것 같다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해당 문구가 조민 씨에게 직접 확인한 결과인지, 어떤 경위로 예상 답변에 포함되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끝내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 '사모펀드 보고서' 먼저 받아든 조국, 청문회준비단도 속였나?

또 한 가지 쟁점이 된 건 정 교수와 정 교수 동생, 그리고 자녀들이 투자했던 '펀드운용현황보고서'의 행방이었습니다. 지난해 8월 14일,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한 최초 언론 보도가 나오자 김 비서관은 정 교수에게 정관이나 보고서 등 펀드 관련 자료를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가지고 있던 자료가 없던 정 교수는 코링크PE 측에 자료를 요청했는데,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정 교수는 코링크PE 측이 작성한 1차 펀드운용현황보고서를 처음엔 서울 종로구 적선동 청문회준비단 사무실에 있는 김 비서관에 전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이내 말을 바꿔 코링크PE 측에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 주소를 알려줬고, 자료는 16일에 조 전 장관에게 직접 전달됐습니다. 앞서 법정에 나온 이상훈 전 코링크PE 대표는 이때 정 교수가 "준비단도 못 믿겠다", "해당 사모펀드에 동생이 출자한 사실은 청문회준비단에도 절대 알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증언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청문회 당사자인 조 전 장관이 이 펀드 자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준비단 측에서는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김 비서관은 이미 자료가 조 전 장관 손에 들어간 건 꿈에도 모른 채 다음날인 17일에 자료를 다시 요청했고, 19일이 되어서야 준비단 소속 사모펀드 담당 검사를 통해 자료를 건네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자료, 조 전 장관이 받은 것과 같은 것이었을까요? 아닙니다. 일부 내용이 수정됐습니다. 대략적인 투자처만 적혔던 1차 보고서와 달리 2차 보고서에는 "사전에 고지해 드린 바와 같이 본 PEF(사모펀드)의 방침상 투자대상에 대하여 알려드릴 수 없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추가됐습니다. 조 전 장관 측 주장대로, '블라인드 펀드'라는 점이 좀 더 명확히 드러나게 바뀐 거죠. 검찰은 조 전 장관과 정 교수가 1차 운용현황보고서를 은폐하기 위해 청문회준비단도 속였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김 비서관은 이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한 적은 없다고 증언했습니다. 개인정보 문제로 제공할 수 없다던 자료를 사모펀드 담당 검사가 구해서 들고 왔을 때도, '검사가 요청하니까 주는구나' 정도로 생각했지 별다른 의심을 하진 않았다는 겁니다. 워낙 바쁘다 보니 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고도 말했습니다.

■ 박지원 휴대폰 속 '동양대 표창장', 검찰발 아닌 청문회준비단발?

이날 새롭게 밝혀진 사실 하나가 또 있었습니다. 박지원 당시 청문회 위원이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에서 공개한 조민 씨의 동양대 표창장 '컬러 사진' 출처가, 바로 김미경 비서관일 수 있다는 증언이 나온 겁니다.

당시 박 전 위원은 "후보자(조국)는 공개하지 않았는데 검찰에 압수수색이 된 표창장은 저한테도 들어와 있다"며, 마치 검찰이 표창장 사진을 외부로 흘렸다는 식으로 말했었죠. 하지만 검찰이 '컬러 사진'이 아닌 부산대 의전원에 제출된 '흑백 사본'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재판에서 김 비서관은 자신이 해당 사진을 박 전 위원 측에 넘겼을 수도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정 교수 가족 중 누군가한테 받은 사진을 보좌진 측에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건데, 사진을 최초에 누구로부터 받은 건지, 또 자신이 누구에게 전달했는지 등 정확한 건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김 비서관은 "저도 저밖에 없을 것 같다"며 "많이들 물어보셔서 제가 보냈을 수는 있었을 것 같다"고 여지를 남겼습니다.

■ 재판부 "조국은 집에 가서 대화 안 하나"…'가담 여부' 공방

정 교수 재판이었지만, 이날도 조 전 장관이 증인신문 곳곳에 등장했습니다. 검찰은 김 비서관에게 수시로 조 전 장관의 반응을 물었습니다. 펀드 출자금액이 지나치게 크다는 첫 의혹보도부터 5촌 조카 조범동 씨의 펀드 운용사 관여 의혹 보도, 정 교수 동생이 펀드 투자자 가운데 하나였다는 보도 등 사건의 중요 국면마다 조 전 장관이 어떻게 반응했고,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가담 정도를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김 비서관은 이와 관련해 "조국 전 장관도 저만큼 놀라고 당황했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보도된)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질 때마다 저는 너무 놀랐고, 제가 놀란 거나 후보자가 놀란 게 다르지 않았다"는 겁니다. 조국 전 장관은 대부분 의혹에 대해 잘 몰랐고, 그래서 오히려 배우자인 정 교수나 딸 조민 씨 등에게 자료나 설명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고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임정엽 재판장은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조 전 장관도 보도를 통해 관련 의혹이 불거졌으면 집에 가서 아내나 자녀에게 직접 물어볼 법도 한데, 어떻게 매번 모를 수 있느냐는 거죠. 재판장은 "다른 게 빵빵 터지고 있는데 조국 씨는 집에 가서 정 교수한테 확인할 거 아닌가", "분명히 정 교수에게 물어봤을 텐데 정 교수한테 대답을 못 들었단 것인가"라며 재차 물었습니다.

김 비서관은 이에 대해 당시 조 전 장관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너무나 많았고, 신상팀 내에서 나름의 역할 분담이 있었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조 전 장관에게 물어봐도 모른다고 하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계속 물어볼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고 덧붙였죠.

■ '정경심 1심' 증인신문 막바지…이르면 11월 선고

정 교수의 1심 재판, 이제 막바지로 향하고 있습니다. 남은 증인은 모두 11명인데요.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남편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오는 3일에 예정돼 있습니다. 같은 법원 형사합의21부(재판장 김미리)에 나란히 기소돼있긴 하지만, 부부가 함께 법정에 서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증언대에 설 조 전 장관이 증언거부권을 행사할지, 아니면 적극적인 해명을 이어갈지 주목됩니다.

재판부는 정 교수 재판 증인신문을 다음 달 24일까지 마무리하고, 10월 8일에는 검찰 측 서증조사, 10월 15일에는 변호인 측 서증조사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후 정 교수에게 직접 신문사항을 묻는 피고인신문과 양측의 최종 의견을 듣는 결심공판이 이어지고, 판결이 선고될 예정인데요. 이르면 10월 말에는 변론 절차가 종결될 테니, 11월 안에는 정 교수에 대한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 [법원의 시간]에서는 정 교수 재판에 나온 조국 전 장관의 증언 내용,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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