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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시간]㉝ 딸 선생님과 식사한 조국…수첩에 적은 것은?
입력 2020.07.18 (07:03) 수정 2020.07.18 (07:04) 취재K
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변호인, 2019.12.31.)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 '스펙 품앗이'라뇨?…모두에게 '공평한 기회'입니다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22번째 공판에는, 정 교수 딸 조민 씨의 입시를 담당했던 한영외고 유학반(OSP·Overseas Study Program) 디렉터 김 모 씨가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외국 대학 진학을 준비했던 조 씨는 한영외고 18기 유학반에 속해 있었는데, 같은 반에 장영표 단국대 교수의 아들도 있었죠.

그런데 조 씨가 고등학교 1학년이던 2007년 장 교수의 연구실에서 2주 동안 체험 활동을 하고, 2년 뒤인 2009년엔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에서 발표된 의학 논문의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같은 반 친구의 아버지에게 '특혜'를 받은 게 아니냐는 거죠.

검찰은 이 특혜의 대가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장 교수 아들에게 2009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증명서를 발급해줬다고 지적했습니다. 두 가족 사이에 이른바 '스펙 품앗이'가 있었다는 판단입니다.


이 의혹에 대해, 앞서 정 교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던 장 교수와 장 교수 아들의 증언은 서로 엇갈렸습니다. 장 교수는 약간의 과장은 있어도 체험 활동 확인서가 허위는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논문 제1저자로 조 씨 이름을 올린 것도, 책임저자인 자신의 재량권이고 타당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장 교수 아들은 인턴을 실제로 하지 않았고 4시간짜리 세미나에 참석한 게 전부라며, 허위로 스펙을 만들었던 것이기 때문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다고 진술했습니다. 아버지가 조 씨 스펙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줬으니, 자신도 조 전 장관의 도움을 받은 거라며 '스펙 품앗이' 사실도 인정했죠.

정 교수 변호인은 증인으로 나온 유학반 선생님 김 모 씨를 상대로도 '스펙 품앗이'는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특혜라기보단, 유학반 학생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는 건데요.
김 씨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학생들이 누군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스펙을 쌓을 방법을 찾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고, 우리나라 시스템상 고등학생에게 그런 기회가 쉽게 제공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유학반 학부모들의 면면을 살펴봤더니, 학생들에게 체험 활동 기회를 줄 수 있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더라. 전체 공지를 해서 희망자가 신청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개별적으로 하는 것보다 많은 사람에게 '공평한 기회'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변호인은 "학생 자신의 부모님이 체험 활동 기회를 제공할 수 없더라도, 그 학생이 참여할 기회는 제공되는 게 맞느냐"고 물었고, 김 씨는 "그게 취지였다"고 답했습니다. 또 "서로 (체험학습 기회를) 주고받는 방식은 아니었느냐"는 질문에는 웃음을 지으며 "그런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 씨는 학부모들이 자신의 직장에서 학생들에게 체험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한영외고에만 있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민족사관고등학교나 다른 외고에도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논문 같은 경우도 학교에서 작성을 권장하고 있는 만큼, 보통 졸업 전에 하나씩은 쓰곤 한다고 말했습니다. 어쨌거나 이 모든 게 조민 씨에게만 일어난 특별한 일은 아니라는 얘깁니다.

■ 딸 선생님 만나고 바빠진 조국?…수첩은 알고 있다

검찰은 조국 전 장관의 수첩을 법정에서 제시했습니다. 조민 씨가 고3이던 2009년 7월, 유학반 디렉터인 김 씨와 저녁 식사를 한 조 전 장관이 그다음 날부터 본격적으로 '딸 스펙 만들기'에 열중했다는 겁니다.


검찰은 김 씨와의 저녁 식사 다음 날 오후, 조 전 장관 연구실 컴퓨터에서 조민 씨의 부산 모 호텔 인턴십 확인서가 인쇄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곧바로 한인섭 교수에게 조 씨의 영문 이력서를 첨부한 메일을 보내, 호텔경영학과 진학을 위한 인턴십 자리를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뒤인 8월 4일 일정을 보면, 조 전 장관이 고향인 부산에 내려간 뒤 해당 호텔을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조 전 장관이 김 씨와 상담한 뒤 딸을 위한 스펙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고, 호텔 인턴십 확인서를 마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는 게 검찰 측 주장입니다. 김 씨는 이에 대해 "일반적으로 학부모를 만나면 진학에 관련된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다만 조 전 장관을 만난 게 상담 목적인지, 선생님이니까 간단한 식사를 하자고 해서 만났던 건지까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논문과 관련해서도, 김 씨가 검찰 조사에서 "다른 학생들의 논문은 대부분 쉽게 이해가 가능한 내용인데 조민 씨의 단국대 논문은 상당히 이해하기 어렵고 수준이 높은 것 같다"고 진술한 부분을 강조했습니다. 유학반 학생들이 많이 응시하는 AP 시험 기간인 5월에 조 씨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교외 체험 활동을 한 것도 의심스럽다고도 지적했습니다.

■ "조민 할아버지가 인턴십 확인서 줬다…계정 사라져 증명 불가"

이날 재판에선 그동안 쟁점이 돼왔던 조민 씨의 '부산 호텔 인턴십 확인서' 확보 경위에 대해, 정 교수 측의 새로운 주장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변호인은 의견서를 통해 해당 호텔 인턴십 확인서는 조 씨 할아버지가 호텔 회장에게 직접 받은 것이고, 확인서 워드 파일이 정 교수 집에서 발견된 건 할아버지가 조 씨에게 워드 파일로 전달해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검찰은, 할아버지가 호텔 인턴십 확인서를 전달해줬다는 건 조 씨 본인이 직접 인턴십 자리를 알아봤다는 기존 진술과도 다르고, 그렇다면 조국 전 장관 컴퓨터에서 이 파일이 저장·수정·출력될 이유도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심지어 조 전 장관 컴퓨터에서 발견된 파일은 호텔의 이름 철자가 잘못돼있고 대표이사가 공백으로 돼 있었는데 그 이유가 뭔지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변호인은 조 씨가 당시 '프리챌' 포털 사이트의 계정을 사용했는데 현재 운영이 중단돼, 할아버지에게 확인서를 받았다는 자료를 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정 교수 측의 의견이 그동안 너무 수시로 바뀌어왔다며, 도저히 주장과 양립할 수 없는 물증이 나오니 그에 따라 새로운 주장을 얘기하는 게 아니냐고 꼬집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최근, 조 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와 부산 호텔 인턴십 확인서의 작성 주체를 조국 전 장관으로 변경하는 공소장 변경 신청을 했습니다. 다음 [법원의 시간]에서는 정 교수의 재판에서 공방이 끊이지 않고 있는 문제의 '동양대 표창장' 의혹에 대해 다시 한번 짚어드리겠습니다.
  • ​[법원의 시간]㉝ 딸 선생님과 식사한 조국…수첩에 적은 것은?
    • 입력 2020-07-18 07:03:35
    • 수정2020-07-18 07:04:02
    취재K
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변호인, 2019.12.31.)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 '스펙 품앗이'라뇨?…모두에게 '공평한 기회'입니다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22번째 공판에는, 정 교수 딸 조민 씨의 입시를 담당했던 한영외고 유학반(OSP·Overseas Study Program) 디렉터 김 모 씨가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외국 대학 진학을 준비했던 조 씨는 한영외고 18기 유학반에 속해 있었는데, 같은 반에 장영표 단국대 교수의 아들도 있었죠.

그런데 조 씨가 고등학교 1학년이던 2007년 장 교수의 연구실에서 2주 동안 체험 활동을 하고, 2년 뒤인 2009년엔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에서 발표된 의학 논문의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같은 반 친구의 아버지에게 '특혜'를 받은 게 아니냐는 거죠.

검찰은 이 특혜의 대가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장 교수 아들에게 2009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증명서를 발급해줬다고 지적했습니다. 두 가족 사이에 이른바 '스펙 품앗이'가 있었다는 판단입니다.


이 의혹에 대해, 앞서 정 교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던 장 교수와 장 교수 아들의 증언은 서로 엇갈렸습니다. 장 교수는 약간의 과장은 있어도 체험 활동 확인서가 허위는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논문 제1저자로 조 씨 이름을 올린 것도, 책임저자인 자신의 재량권이고 타당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장 교수 아들은 인턴을 실제로 하지 않았고 4시간짜리 세미나에 참석한 게 전부라며, 허위로 스펙을 만들었던 것이기 때문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다고 진술했습니다. 아버지가 조 씨 스펙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줬으니, 자신도 조 전 장관의 도움을 받은 거라며 '스펙 품앗이' 사실도 인정했죠.

정 교수 변호인은 증인으로 나온 유학반 선생님 김 모 씨를 상대로도 '스펙 품앗이'는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특혜라기보단, 유학반 학생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는 건데요.
김 씨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학생들이 누군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스펙을 쌓을 방법을 찾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고, 우리나라 시스템상 고등학생에게 그런 기회가 쉽게 제공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유학반 학부모들의 면면을 살펴봤더니, 학생들에게 체험 활동 기회를 줄 수 있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더라. 전체 공지를 해서 희망자가 신청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개별적으로 하는 것보다 많은 사람에게 '공평한 기회'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변호인은 "학생 자신의 부모님이 체험 활동 기회를 제공할 수 없더라도, 그 학생이 참여할 기회는 제공되는 게 맞느냐"고 물었고, 김 씨는 "그게 취지였다"고 답했습니다. 또 "서로 (체험학습 기회를) 주고받는 방식은 아니었느냐"는 질문에는 웃음을 지으며 "그런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 씨는 학부모들이 자신의 직장에서 학생들에게 체험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한영외고에만 있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민족사관고등학교나 다른 외고에도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논문 같은 경우도 학교에서 작성을 권장하고 있는 만큼, 보통 졸업 전에 하나씩은 쓰곤 한다고 말했습니다. 어쨌거나 이 모든 게 조민 씨에게만 일어난 특별한 일은 아니라는 얘깁니다.

■ 딸 선생님 만나고 바빠진 조국?…수첩은 알고 있다

검찰은 조국 전 장관의 수첩을 법정에서 제시했습니다. 조민 씨가 고3이던 2009년 7월, 유학반 디렉터인 김 씨와 저녁 식사를 한 조 전 장관이 그다음 날부터 본격적으로 '딸 스펙 만들기'에 열중했다는 겁니다.


검찰은 김 씨와의 저녁 식사 다음 날 오후, 조 전 장관 연구실 컴퓨터에서 조민 씨의 부산 모 호텔 인턴십 확인서가 인쇄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곧바로 한인섭 교수에게 조 씨의 영문 이력서를 첨부한 메일을 보내, 호텔경영학과 진학을 위한 인턴십 자리를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뒤인 8월 4일 일정을 보면, 조 전 장관이 고향인 부산에 내려간 뒤 해당 호텔을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조 전 장관이 김 씨와 상담한 뒤 딸을 위한 스펙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고, 호텔 인턴십 확인서를 마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는 게 검찰 측 주장입니다. 김 씨는 이에 대해 "일반적으로 학부모를 만나면 진학에 관련된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다만 조 전 장관을 만난 게 상담 목적인지, 선생님이니까 간단한 식사를 하자고 해서 만났던 건지까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논문과 관련해서도, 김 씨가 검찰 조사에서 "다른 학생들의 논문은 대부분 쉽게 이해가 가능한 내용인데 조민 씨의 단국대 논문은 상당히 이해하기 어렵고 수준이 높은 것 같다"고 진술한 부분을 강조했습니다. 유학반 학생들이 많이 응시하는 AP 시험 기간인 5월에 조 씨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교외 체험 활동을 한 것도 의심스럽다고도 지적했습니다.

■ "조민 할아버지가 인턴십 확인서 줬다…계정 사라져 증명 불가"

이날 재판에선 그동안 쟁점이 돼왔던 조민 씨의 '부산 호텔 인턴십 확인서' 확보 경위에 대해, 정 교수 측의 새로운 주장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변호인은 의견서를 통해 해당 호텔 인턴십 확인서는 조 씨 할아버지가 호텔 회장에게 직접 받은 것이고, 확인서 워드 파일이 정 교수 집에서 발견된 건 할아버지가 조 씨에게 워드 파일로 전달해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검찰은, 할아버지가 호텔 인턴십 확인서를 전달해줬다는 건 조 씨 본인이 직접 인턴십 자리를 알아봤다는 기존 진술과도 다르고, 그렇다면 조국 전 장관 컴퓨터에서 이 파일이 저장·수정·출력될 이유도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심지어 조 전 장관 컴퓨터에서 발견된 파일은 호텔의 이름 철자가 잘못돼있고 대표이사가 공백으로 돼 있었는데 그 이유가 뭔지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변호인은 조 씨가 당시 '프리챌' 포털 사이트의 계정을 사용했는데 현재 운영이 중단돼, 할아버지에게 확인서를 받았다는 자료를 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정 교수 측의 의견이 그동안 너무 수시로 바뀌어왔다며, 도저히 주장과 양립할 수 없는 물증이 나오니 그에 따라 새로운 주장을 얘기하는 게 아니냐고 꼬집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최근, 조 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와 부산 호텔 인턴십 확인서의 작성 주체를 조국 전 장관으로 변경하는 공소장 변경 신청을 했습니다. 다음 [법원의 시간]에서는 정 교수의 재판에서 공방이 끊이지 않고 있는 문제의 '동양대 표창장' 의혹에 대해 다시 한번 짚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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