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시간]⑱ ‘조민 세미나 참석’의 진실게임 : 누구 말이 맞을까?
입력 2020.05.16 (08:04)
수정 2020.05.16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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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변호인, 2019.12.31.)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을 둘러싼 진실게임
정경심 교수가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이후 첫 재판에 출석했습니다. 그제(14일) 열린 정경심 교수의 13차 공판에서는 자녀 입시비리 혐의와 교육청 보조금 부당 수령 의혹이 다뤄졌는데요. 딸 조민 씨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허위로 인턴증명서를 발급받았다는 혐의와 관련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사무국장을 지냈던 서울대 관계자 김 모 씨도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그런데 김 씨는 앞서 1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조민 씨의 동창들과는 전혀 다른 증언을 내놨습니다. 인턴을 둘러싼 진실게임, 지금부터 찬찬히 짚어보겠습니다.
1. 고등학생의 세미나 참석, 어떻게 가능했을까?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의혹의 핵심은 2009년 5월 15일 열렸던 세미나 참석 여부입니다. 2009년 한영외고 3학년이었던 조민 씨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가 주최한 "동북아 사형제도" 세미나에 참석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조민 씨가 여기 전혀 참석하지 않았고, 다른 인턴활동도 안 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입니다.
실제로 당시 열렸던 세미나에 참석한 고등학생들이 있긴 했습니다. 조민 씨의 동창이자 장영표 단국대 교수 아들인 장 모 씨는 세미나를 갔다고 증언했습니다. 조민 씨의 다른 친구인 박 모 씨도 당시 참석한 모습이 영상으로 찍혀 남아있습니다. 이 둘은 지난주 법정에 출석해 "조국 교수 또는 조민의 연락을 받고 세미나에 참석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조국 당시 서울대 교수가 장 씨에게 보낸 이메일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하지만 이날 법정에 출석한 당시 사무국장 김 씨의 증언은 달랐습니다. 김 씨는 세미나가 열리기 며칠 전, 고등학생의 참석이 가능한지 묻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고등학생이 직접 전화를 한 것은 아니지만, 어떤 '기관'으로부터 연락이 왔다는 겁니다.
당사자인 조민 씨의 입장은 어떨까요? 지난해 의혹이 불거지자 조민 씨는 2009년 당시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세미나 개최 공고를 보고 한영외고 인권동아리 친구들과 스스로 참석을 지원했다고 밝혀왔습니다.
2. 단순히 참관한 걸까, 통역을 도와준 걸까?
세미나에 왔다는 고등학생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증언이 서로 다릅니다. 조민 씨의 동창들은 "세미나에 참석했지만, 행사 일을 도와주지는 않았다"고 증언했습니다. 법정에서 공개된 조민 씨의 검찰 조서에 따르면, 조 씨도 "15일에 학회가 열려 아이들과 함께 가서 참관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세미나에 온 학생들에게 통역 일을 시키고, 행사 안내를 맡겼다고 증언했습니다. 행사 당일 현장에 왔던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보고 외고 학생들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마침 통역이 없어 이 학생들에게 통역과 간단한 안내를 부탁했다는 겁니다.
책상을 나르고, 다과를 가져다 놓는 일을 시켰다고도 했습니다. 김 씨는 학생들이 먼저 스스로 "일하고 싶다"고 말해 일을 맡겼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의 이같은 진술에 재판부는 의문을 표했습니다. 검찰과 변호인의 증인신문이 끝난 뒤, 재판부는 김 씨에게 "학생들이 세미나에 온 게 언제냐"고 물었고, 김 씨는 "행사 시작 20분 전쯤"이라고 진술했습니다. 그러자 재판부는 "국제 행사를 하는데 시작 20분 전에 책상을 옮기냐"면서 의문을 표했습니다.
고등학생들에게 통역을 맡겼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재차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재판부는 "사전에 외국인 안내를 위한 사람을 지정해 두는 게 일반적인 행사 준비자의 모습 아니냐"고 물었고, 김 씨는 "국제 행사가 처음이라 그런 것까지 세밀하게 준비하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행사 시작 전에 통역을 맡길 사람을 미처 생각하지 못해, 당일에 현장에 온 고등학생들에게 통역을 맡겼다는 겁니다.
그러자 재판부는 "참석한 고등학생들이 영어를 어느 정도 하는지 확인한 바 있냐"고 물었고, 김 씨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럼 뭘 믿고 그렇게 (통역을) 시킨 것이냐"고 의구심을 드러냈습니다.
3. 영상 속 인물, 조민인가 아닌가?
사실 지금까지 살펴본 두 가지 쟁점들에 대해 신문이 이뤄진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행사에 참석했다는 고등학생들 가운데 조민 씨가 있었는지를 가려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조민 씨의 친구들은 세미나에서 조 씨를 보지 못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변호인단이 제시한 세미나 영상 속의 여성도, 조 씨가 아니라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습니다. 각자 혼자 세미나에 참석했고, 조 씨를 전혀 본 적 없다는 증언입니다.
하지만 김 씨는 참석한 학생들 가운데 조 씨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영상 속 여성이 조 씨가 맞다는 겁니다. 그런데 김 씨가 조민 씨의 존재를 인지하게 된 경위에 대해 검찰 진술과 법정 증언이 조금 다릅니다.
검찰 조사에서 김 씨는 "언론에서 사진이 나오는 걸 보니 이 학생이 조민인 것 같다"고 진술한 반면, 법정에 출석해서는 "뒷풀이 장소에서 조 씨를 만났다"고 진술했습니다. 세미나가 끝난 뒤 뒷풀이에 조 씨가 참석했고, 이 학생이 자기 소개를 하면서 조국 교수의 딸이라는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됐다는 겁니다. 왜 진술이 달라졌냐는 검찰의 추궁에는 "조사를 받고 나와 앉아서 다시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아서 말씀드린 것"이라며, 법정 증언이 맞다고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는 김 씨를 향해 "증인, 왜 모든 경우를 다 얘기하고 있냐"며 질타하기도 했습니다. '조국 교수의 딸 조민'이라는 얘기를 당시에 직접 들은 건지, 언론에서 듣고 알게 됐다는 것인지 증언이 명확하지 않다는 겁니다. 김 씨는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왜곡됐을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누구 말이 맞을까? 재판부의 판단은
같은 사안을 놓고 이처럼 상반되는 증언이 나온 만큼, 재판부도 누구의 말이 맞는지 찬찬히 따져볼 것으로 보입니다. 조민 씨가 세미나를 간 것이 맞는지를 가장 먼저 따져봐야 할 겁니다. 하지만 세미나를 간 사실이 입증됐다고 하더라도, 보름 동안 인턴을 했다는 인턴증명서의 내용이 허위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또 다른 판단이 필요합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세미나를 가기 전 센터장인 한인섭 교수의 지시로 미리 학생들이 공부를 했고, 이를 '인턴'이라고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인턴증명서가 왜 조국 교수 연구실에서 나왔는지, 직인은 누가 찍었는지도 쟁점 중 하나입니다. 증인들의 말이 모두 다르고, 검찰과 변호인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영역인 만큼 향후 재판에서도 관심 사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법을 전공하신 교수님이 출석 거부? 납득할 수 없다" 한인섭에 과태료 부과
정 교수의 13차 공판에는 원래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도 증인으로 출석하도록 돼 있었습니다. 한 원장은 당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센터장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원장은 재판 하루 전,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고 법정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유관기관장 회의가 예정돼 있고 자신은 증언 거부권이 있는 데다 기억하는 게 없다"는 이유입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강한 어조로 한 원장을 비판하며 과태료 500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재판부의 경고 발언을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형법과 인권을 가르치고, 현재 형사정책연구원장이라는 공직에 있는 증인이 법정 출석을 거부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증인에게 형사소송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과태료 5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한 향후 또 불출석하면 구인장을 발부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한인섭이 출석해야 되는 이유는 검찰과 법원에서 일방적으로 부르기 때문이 아닙니다. 변호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부르는 겁니다. 공판중심주의에서 심리를 해야 되는데 법을 전공하신 교수님이 이런 사유로 출석 거부한다는 거에 대해서 재판부가 납득을 할 수 없습니다."
정경심 입시비리 혐의, 증인신문 막바지
정 교수의 입시비리 혐의와 관련된 증인신문도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이날 재판에서는 조민 씨의 호텔 인턴증명서를 허위로 발급받아 입시에 제출했다는 의혹과, 보조금 부당수령 의혹에 대해서도 증인신문이 이뤄졌습니다. 다음 [법원의시간]에서는 이같은 의혹에 대해 전해드리겠습니다.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을 둘러싼 진실게임
정경심 교수가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이후 첫 재판에 출석했습니다. 그제(14일) 열린 정경심 교수의 13차 공판에서는 자녀 입시비리 혐의와 교육청 보조금 부당 수령 의혹이 다뤄졌는데요. 딸 조민 씨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허위로 인턴증명서를 발급받았다는 혐의와 관련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사무국장을 지냈던 서울대 관계자 김 모 씨도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그런데 김 씨는 앞서 1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조민 씨의 동창들과는 전혀 다른 증언을 내놨습니다. 인턴을 둘러싼 진실게임, 지금부터 찬찬히 짚어보겠습니다.
1. 고등학생의 세미나 참석, 어떻게 가능했을까?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의혹의 핵심은 2009년 5월 15일 열렸던 세미나 참석 여부입니다. 2009년 한영외고 3학년이었던 조민 씨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가 주최한 "동북아 사형제도" 세미나에 참석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조민 씨가 여기 전혀 참석하지 않았고, 다른 인턴활동도 안 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입니다.
실제로 당시 열렸던 세미나에 참석한 고등학생들이 있긴 했습니다. 조민 씨의 동창이자 장영표 단국대 교수 아들인 장 모 씨는 세미나를 갔다고 증언했습니다. 조민 씨의 다른 친구인 박 모 씨도 당시 참석한 모습이 영상으로 찍혀 남아있습니다. 이 둘은 지난주 법정에 출석해 "조국 교수 또는 조민의 연락을 받고 세미나에 참석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조국 당시 서울대 교수가 장 씨에게 보낸 이메일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하지만 이날 법정에 출석한 당시 사무국장 김 씨의 증언은 달랐습니다. 김 씨는 세미나가 열리기 며칠 전, 고등학생의 참석이 가능한지 묻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고등학생이 직접 전화를 한 것은 아니지만, 어떤 '기관'으로부터 연락이 왔다는 겁니다.
당사자인 조민 씨의 입장은 어떨까요? 지난해 의혹이 불거지자 조민 씨는 2009년 당시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세미나 개최 공고를 보고 한영외고 인권동아리 친구들과 스스로 참석을 지원했다고 밝혀왔습니다.
2. 단순히 참관한 걸까, 통역을 도와준 걸까?
세미나에 왔다는 고등학생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증언이 서로 다릅니다. 조민 씨의 동창들은 "세미나에 참석했지만, 행사 일을 도와주지는 않았다"고 증언했습니다. 법정에서 공개된 조민 씨의 검찰 조서에 따르면, 조 씨도 "15일에 학회가 열려 아이들과 함께 가서 참관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세미나에 온 학생들에게 통역 일을 시키고, 행사 안내를 맡겼다고 증언했습니다. 행사 당일 현장에 왔던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보고 외고 학생들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마침 통역이 없어 이 학생들에게 통역과 간단한 안내를 부탁했다는 겁니다.
책상을 나르고, 다과를 가져다 놓는 일을 시켰다고도 했습니다. 김 씨는 학생들이 먼저 스스로 "일하고 싶다"고 말해 일을 맡겼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의 이같은 진술에 재판부는 의문을 표했습니다. 검찰과 변호인의 증인신문이 끝난 뒤, 재판부는 김 씨에게 "학생들이 세미나에 온 게 언제냐"고 물었고, 김 씨는 "행사 시작 20분 전쯤"이라고 진술했습니다. 그러자 재판부는 "국제 행사를 하는데 시작 20분 전에 책상을 옮기냐"면서 의문을 표했습니다.
고등학생들에게 통역을 맡겼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재차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재판부는 "사전에 외국인 안내를 위한 사람을 지정해 두는 게 일반적인 행사 준비자의 모습 아니냐"고 물었고, 김 씨는 "국제 행사가 처음이라 그런 것까지 세밀하게 준비하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행사 시작 전에 통역을 맡길 사람을 미처 생각하지 못해, 당일에 현장에 온 고등학생들에게 통역을 맡겼다는 겁니다.
그러자 재판부는 "참석한 고등학생들이 영어를 어느 정도 하는지 확인한 바 있냐"고 물었고, 김 씨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럼 뭘 믿고 그렇게 (통역을) 시킨 것이냐"고 의구심을 드러냈습니다.
3. 영상 속 인물, 조민인가 아닌가?
사실 지금까지 살펴본 두 가지 쟁점들에 대해 신문이 이뤄진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행사에 참석했다는 고등학생들 가운데 조민 씨가 있었는지를 가려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조민 씨의 친구들은 세미나에서 조 씨를 보지 못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변호인단이 제시한 세미나 영상 속의 여성도, 조 씨가 아니라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습니다. 각자 혼자 세미나에 참석했고, 조 씨를 전혀 본 적 없다는 증언입니다.
하지만 김 씨는 참석한 학생들 가운데 조 씨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영상 속 여성이 조 씨가 맞다는 겁니다. 그런데 김 씨가 조민 씨의 존재를 인지하게 된 경위에 대해 검찰 진술과 법정 증언이 조금 다릅니다.
검찰 조사에서 김 씨는 "언론에서 사진이 나오는 걸 보니 이 학생이 조민인 것 같다"고 진술한 반면, 법정에 출석해서는 "뒷풀이 장소에서 조 씨를 만났다"고 진술했습니다. 세미나가 끝난 뒤 뒷풀이에 조 씨가 참석했고, 이 학생이 자기 소개를 하면서 조국 교수의 딸이라는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됐다는 겁니다. 왜 진술이 달라졌냐는 검찰의 추궁에는 "조사를 받고 나와 앉아서 다시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아서 말씀드린 것"이라며, 법정 증언이 맞다고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는 김 씨를 향해 "증인, 왜 모든 경우를 다 얘기하고 있냐"며 질타하기도 했습니다. '조국 교수의 딸 조민'이라는 얘기를 당시에 직접 들은 건지, 언론에서 듣고 알게 됐다는 것인지 증언이 명확하지 않다는 겁니다. 김 씨는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왜곡됐을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누구 말이 맞을까? 재판부의 판단은
같은 사안을 놓고 이처럼 상반되는 증언이 나온 만큼, 재판부도 누구의 말이 맞는지 찬찬히 따져볼 것으로 보입니다. 조민 씨가 세미나를 간 것이 맞는지를 가장 먼저 따져봐야 할 겁니다. 하지만 세미나를 간 사실이 입증됐다고 하더라도, 보름 동안 인턴을 했다는 인턴증명서의 내용이 허위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또 다른 판단이 필요합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세미나를 가기 전 센터장인 한인섭 교수의 지시로 미리 학생들이 공부를 했고, 이를 '인턴'이라고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인턴증명서가 왜 조국 교수 연구실에서 나왔는지, 직인은 누가 찍었는지도 쟁점 중 하나입니다. 증인들의 말이 모두 다르고, 검찰과 변호인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영역인 만큼 향후 재판에서도 관심 사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법을 전공하신 교수님이 출석 거부? 납득할 수 없다" 한인섭에 과태료 부과
정 교수의 13차 공판에는 원래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도 증인으로 출석하도록 돼 있었습니다. 한 원장은 당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센터장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원장은 재판 하루 전,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고 법정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유관기관장 회의가 예정돼 있고 자신은 증언 거부권이 있는 데다 기억하는 게 없다"는 이유입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강한 어조로 한 원장을 비판하며 과태료 500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재판부의 경고 발언을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형법과 인권을 가르치고, 현재 형사정책연구원장이라는 공직에 있는 증인이 법정 출석을 거부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증인에게 형사소송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과태료 5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한 향후 또 불출석하면 구인장을 발부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한인섭이 출석해야 되는 이유는 검찰과 법원에서 일방적으로 부르기 때문이 아닙니다. 변호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부르는 겁니다. 공판중심주의에서 심리를 해야 되는데 법을 전공하신 교수님이 이런 사유로 출석 거부한다는 거에 대해서 재판부가 납득을 할 수 없습니다."
정경심 입시비리 혐의, 증인신문 막바지
정 교수의 입시비리 혐의와 관련된 증인신문도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이날 재판에서는 조민 씨의 호텔 인턴증명서를 허위로 발급받아 입시에 제출했다는 의혹과, 보조금 부당수령 의혹에 대해서도 증인신문이 이뤄졌습니다. 다음 [법원의시간]에서는 이같은 의혹에 대해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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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의 시간]⑱ ‘조민 세미나 참석’의 진실게임 : 누구 말이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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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0-05-16 08:04:18
- 수정2020-05-16 08:04:49
"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변호인, 2019.12.31.)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을 둘러싼 진실게임
정경심 교수가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이후 첫 재판에 출석했습니다. 그제(14일) 열린 정경심 교수의 13차 공판에서는 자녀 입시비리 혐의와 교육청 보조금 부당 수령 의혹이 다뤄졌는데요. 딸 조민 씨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허위로 인턴증명서를 발급받았다는 혐의와 관련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사무국장을 지냈던 서울대 관계자 김 모 씨도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그런데 김 씨는 앞서 1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조민 씨의 동창들과는 전혀 다른 증언을 내놨습니다. 인턴을 둘러싼 진실게임, 지금부터 찬찬히 짚어보겠습니다.
1. 고등학생의 세미나 참석, 어떻게 가능했을까?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의혹의 핵심은 2009년 5월 15일 열렸던 세미나 참석 여부입니다. 2009년 한영외고 3학년이었던 조민 씨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가 주최한 "동북아 사형제도" 세미나에 참석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조민 씨가 여기 전혀 참석하지 않았고, 다른 인턴활동도 안 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입니다.
실제로 당시 열렸던 세미나에 참석한 고등학생들이 있긴 했습니다. 조민 씨의 동창이자 장영표 단국대 교수 아들인 장 모 씨는 세미나를 갔다고 증언했습니다. 조민 씨의 다른 친구인 박 모 씨도 당시 참석한 모습이 영상으로 찍혀 남아있습니다. 이 둘은 지난주 법정에 출석해 "조국 교수 또는 조민의 연락을 받고 세미나에 참석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조국 당시 서울대 교수가 장 씨에게 보낸 이메일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하지만 이날 법정에 출석한 당시 사무국장 김 씨의 증언은 달랐습니다. 김 씨는 세미나가 열리기 며칠 전, 고등학생의 참석이 가능한지 묻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고등학생이 직접 전화를 한 것은 아니지만, 어떤 '기관'으로부터 연락이 왔다는 겁니다.
당사자인 조민 씨의 입장은 어떨까요? 지난해 의혹이 불거지자 조민 씨는 2009년 당시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세미나 개최 공고를 보고 한영외고 인권동아리 친구들과 스스로 참석을 지원했다고 밝혀왔습니다.
2. 단순히 참관한 걸까, 통역을 도와준 걸까?
세미나에 왔다는 고등학생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증언이 서로 다릅니다. 조민 씨의 동창들은 "세미나에 참석했지만, 행사 일을 도와주지는 않았다"고 증언했습니다. 법정에서 공개된 조민 씨의 검찰 조서에 따르면, 조 씨도 "15일에 학회가 열려 아이들과 함께 가서 참관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세미나에 온 학생들에게 통역 일을 시키고, 행사 안내를 맡겼다고 증언했습니다. 행사 당일 현장에 왔던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보고 외고 학생들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마침 통역이 없어 이 학생들에게 통역과 간단한 안내를 부탁했다는 겁니다.
책상을 나르고, 다과를 가져다 놓는 일을 시켰다고도 했습니다. 김 씨는 학생들이 먼저 스스로 "일하고 싶다"고 말해 일을 맡겼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의 이같은 진술에 재판부는 의문을 표했습니다. 검찰과 변호인의 증인신문이 끝난 뒤, 재판부는 김 씨에게 "학생들이 세미나에 온 게 언제냐"고 물었고, 김 씨는 "행사 시작 20분 전쯤"이라고 진술했습니다. 그러자 재판부는 "국제 행사를 하는데 시작 20분 전에 책상을 옮기냐"면서 의문을 표했습니다.
고등학생들에게 통역을 맡겼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재차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재판부는 "사전에 외국인 안내를 위한 사람을 지정해 두는 게 일반적인 행사 준비자의 모습 아니냐"고 물었고, 김 씨는 "국제 행사가 처음이라 그런 것까지 세밀하게 준비하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행사 시작 전에 통역을 맡길 사람을 미처 생각하지 못해, 당일에 현장에 온 고등학생들에게 통역을 맡겼다는 겁니다.
그러자 재판부는 "참석한 고등학생들이 영어를 어느 정도 하는지 확인한 바 있냐"고 물었고, 김 씨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럼 뭘 믿고 그렇게 (통역을) 시킨 것이냐"고 의구심을 드러냈습니다.
3. 영상 속 인물, 조민인가 아닌가?
사실 지금까지 살펴본 두 가지 쟁점들에 대해 신문이 이뤄진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행사에 참석했다는 고등학생들 가운데 조민 씨가 있었는지를 가려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조민 씨의 친구들은 세미나에서 조 씨를 보지 못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변호인단이 제시한 세미나 영상 속의 여성도, 조 씨가 아니라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습니다. 각자 혼자 세미나에 참석했고, 조 씨를 전혀 본 적 없다는 증언입니다.
하지만 김 씨는 참석한 학생들 가운데 조 씨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영상 속 여성이 조 씨가 맞다는 겁니다. 그런데 김 씨가 조민 씨의 존재를 인지하게 된 경위에 대해 검찰 진술과 법정 증언이 조금 다릅니다.
검찰 조사에서 김 씨는 "언론에서 사진이 나오는 걸 보니 이 학생이 조민인 것 같다"고 진술한 반면, 법정에 출석해서는 "뒷풀이 장소에서 조 씨를 만났다"고 진술했습니다. 세미나가 끝난 뒤 뒷풀이에 조 씨가 참석했고, 이 학생이 자기 소개를 하면서 조국 교수의 딸이라는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됐다는 겁니다. 왜 진술이 달라졌냐는 검찰의 추궁에는 "조사를 받고 나와 앉아서 다시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아서 말씀드린 것"이라며, 법정 증언이 맞다고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는 김 씨를 향해 "증인, 왜 모든 경우를 다 얘기하고 있냐"며 질타하기도 했습니다. '조국 교수의 딸 조민'이라는 얘기를 당시에 직접 들은 건지, 언론에서 듣고 알게 됐다는 것인지 증언이 명확하지 않다는 겁니다. 김 씨는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왜곡됐을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누구 말이 맞을까? 재판부의 판단은
같은 사안을 놓고 이처럼 상반되는 증언이 나온 만큼, 재판부도 누구의 말이 맞는지 찬찬히 따져볼 것으로 보입니다. 조민 씨가 세미나를 간 것이 맞는지를 가장 먼저 따져봐야 할 겁니다. 하지만 세미나를 간 사실이 입증됐다고 하더라도, 보름 동안 인턴을 했다는 인턴증명서의 내용이 허위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또 다른 판단이 필요합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세미나를 가기 전 센터장인 한인섭 교수의 지시로 미리 학생들이 공부를 했고, 이를 '인턴'이라고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인턴증명서가 왜 조국 교수 연구실에서 나왔는지, 직인은 누가 찍었는지도 쟁점 중 하나입니다. 증인들의 말이 모두 다르고, 검찰과 변호인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영역인 만큼 향후 재판에서도 관심 사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법을 전공하신 교수님이 출석 거부? 납득할 수 없다" 한인섭에 과태료 부과
정 교수의 13차 공판에는 원래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도 증인으로 출석하도록 돼 있었습니다. 한 원장은 당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센터장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원장은 재판 하루 전,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고 법정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유관기관장 회의가 예정돼 있고 자신은 증언 거부권이 있는 데다 기억하는 게 없다"는 이유입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강한 어조로 한 원장을 비판하며 과태료 500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재판부의 경고 발언을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형법과 인권을 가르치고, 현재 형사정책연구원장이라는 공직에 있는 증인이 법정 출석을 거부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증인에게 형사소송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과태료 5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한 향후 또 불출석하면 구인장을 발부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한인섭이 출석해야 되는 이유는 검찰과 법원에서 일방적으로 부르기 때문이 아닙니다. 변호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부르는 겁니다. 공판중심주의에서 심리를 해야 되는데 법을 전공하신 교수님이 이런 사유로 출석 거부한다는 거에 대해서 재판부가 납득을 할 수 없습니다."
정경심 입시비리 혐의, 증인신문 막바지
정 교수의 입시비리 혐의와 관련된 증인신문도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이날 재판에서는 조민 씨의 호텔 인턴증명서를 허위로 발급받아 입시에 제출했다는 의혹과, 보조금 부당수령 의혹에 대해서도 증인신문이 이뤄졌습니다. 다음 [법원의시간]에서는 이같은 의혹에 대해 전해드리겠습니다.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을 둘러싼 진실게임
정경심 교수가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이후 첫 재판에 출석했습니다. 그제(14일) 열린 정경심 교수의 13차 공판에서는 자녀 입시비리 혐의와 교육청 보조금 부당 수령 의혹이 다뤄졌는데요. 딸 조민 씨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허위로 인턴증명서를 발급받았다는 혐의와 관련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사무국장을 지냈던 서울대 관계자 김 모 씨도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그런데 김 씨는 앞서 1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조민 씨의 동창들과는 전혀 다른 증언을 내놨습니다. 인턴을 둘러싼 진실게임, 지금부터 찬찬히 짚어보겠습니다.
1. 고등학생의 세미나 참석, 어떻게 가능했을까?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의혹의 핵심은 2009년 5월 15일 열렸던 세미나 참석 여부입니다. 2009년 한영외고 3학년이었던 조민 씨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가 주최한 "동북아 사형제도" 세미나에 참석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조민 씨가 여기 전혀 참석하지 않았고, 다른 인턴활동도 안 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입니다.
실제로 당시 열렸던 세미나에 참석한 고등학생들이 있긴 했습니다. 조민 씨의 동창이자 장영표 단국대 교수 아들인 장 모 씨는 세미나를 갔다고 증언했습니다. 조민 씨의 다른 친구인 박 모 씨도 당시 참석한 모습이 영상으로 찍혀 남아있습니다. 이 둘은 지난주 법정에 출석해 "조국 교수 또는 조민의 연락을 받고 세미나에 참석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조국 당시 서울대 교수가 장 씨에게 보낸 이메일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하지만 이날 법정에 출석한 당시 사무국장 김 씨의 증언은 달랐습니다. 김 씨는 세미나가 열리기 며칠 전, 고등학생의 참석이 가능한지 묻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고등학생이 직접 전화를 한 것은 아니지만, 어떤 '기관'으로부터 연락이 왔다는 겁니다.
당사자인 조민 씨의 입장은 어떨까요? 지난해 의혹이 불거지자 조민 씨는 2009년 당시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세미나 개최 공고를 보고 한영외고 인권동아리 친구들과 스스로 참석을 지원했다고 밝혀왔습니다.
2. 단순히 참관한 걸까, 통역을 도와준 걸까?
세미나에 왔다는 고등학생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증언이 서로 다릅니다. 조민 씨의 동창들은 "세미나에 참석했지만, 행사 일을 도와주지는 않았다"고 증언했습니다. 법정에서 공개된 조민 씨의 검찰 조서에 따르면, 조 씨도 "15일에 학회가 열려 아이들과 함께 가서 참관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세미나에 온 학생들에게 통역 일을 시키고, 행사 안내를 맡겼다고 증언했습니다. 행사 당일 현장에 왔던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보고 외고 학생들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마침 통역이 없어 이 학생들에게 통역과 간단한 안내를 부탁했다는 겁니다.
책상을 나르고, 다과를 가져다 놓는 일을 시켰다고도 했습니다. 김 씨는 학생들이 먼저 스스로 "일하고 싶다"고 말해 일을 맡겼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의 이같은 진술에 재판부는 의문을 표했습니다. 검찰과 변호인의 증인신문이 끝난 뒤, 재판부는 김 씨에게 "학생들이 세미나에 온 게 언제냐"고 물었고, 김 씨는 "행사 시작 20분 전쯤"이라고 진술했습니다. 그러자 재판부는 "국제 행사를 하는데 시작 20분 전에 책상을 옮기냐"면서 의문을 표했습니다.
고등학생들에게 통역을 맡겼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재차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재판부는 "사전에 외국인 안내를 위한 사람을 지정해 두는 게 일반적인 행사 준비자의 모습 아니냐"고 물었고, 김 씨는 "국제 행사가 처음이라 그런 것까지 세밀하게 준비하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행사 시작 전에 통역을 맡길 사람을 미처 생각하지 못해, 당일에 현장에 온 고등학생들에게 통역을 맡겼다는 겁니다.
그러자 재판부는 "참석한 고등학생들이 영어를 어느 정도 하는지 확인한 바 있냐"고 물었고, 김 씨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럼 뭘 믿고 그렇게 (통역을) 시킨 것이냐"고 의구심을 드러냈습니다.
3. 영상 속 인물, 조민인가 아닌가?
사실 지금까지 살펴본 두 가지 쟁점들에 대해 신문이 이뤄진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행사에 참석했다는 고등학생들 가운데 조민 씨가 있었는지를 가려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조민 씨의 친구들은 세미나에서 조 씨를 보지 못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변호인단이 제시한 세미나 영상 속의 여성도, 조 씨가 아니라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습니다. 각자 혼자 세미나에 참석했고, 조 씨를 전혀 본 적 없다는 증언입니다.
하지만 김 씨는 참석한 학생들 가운데 조 씨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영상 속 여성이 조 씨가 맞다는 겁니다. 그런데 김 씨가 조민 씨의 존재를 인지하게 된 경위에 대해 검찰 진술과 법정 증언이 조금 다릅니다.
검찰 조사에서 김 씨는 "언론에서 사진이 나오는 걸 보니 이 학생이 조민인 것 같다"고 진술한 반면, 법정에 출석해서는 "뒷풀이 장소에서 조 씨를 만났다"고 진술했습니다. 세미나가 끝난 뒤 뒷풀이에 조 씨가 참석했고, 이 학생이 자기 소개를 하면서 조국 교수의 딸이라는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됐다는 겁니다. 왜 진술이 달라졌냐는 검찰의 추궁에는 "조사를 받고 나와 앉아서 다시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아서 말씀드린 것"이라며, 법정 증언이 맞다고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는 김 씨를 향해 "증인, 왜 모든 경우를 다 얘기하고 있냐"며 질타하기도 했습니다. '조국 교수의 딸 조민'이라는 얘기를 당시에 직접 들은 건지, 언론에서 듣고 알게 됐다는 것인지 증언이 명확하지 않다는 겁니다. 김 씨는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왜곡됐을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누구 말이 맞을까? 재판부의 판단은
같은 사안을 놓고 이처럼 상반되는 증언이 나온 만큼, 재판부도 누구의 말이 맞는지 찬찬히 따져볼 것으로 보입니다. 조민 씨가 세미나를 간 것이 맞는지를 가장 먼저 따져봐야 할 겁니다. 하지만 세미나를 간 사실이 입증됐다고 하더라도, 보름 동안 인턴을 했다는 인턴증명서의 내용이 허위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또 다른 판단이 필요합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세미나를 가기 전 센터장인 한인섭 교수의 지시로 미리 학생들이 공부를 했고, 이를 '인턴'이라고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인턴증명서가 왜 조국 교수 연구실에서 나왔는지, 직인은 누가 찍었는지도 쟁점 중 하나입니다. 증인들의 말이 모두 다르고, 검찰과 변호인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영역인 만큼 향후 재판에서도 관심 사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법을 전공하신 교수님이 출석 거부? 납득할 수 없다" 한인섭에 과태료 부과
정 교수의 13차 공판에는 원래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도 증인으로 출석하도록 돼 있었습니다. 한 원장은 당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센터장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원장은 재판 하루 전,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고 법정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유관기관장 회의가 예정돼 있고 자신은 증언 거부권이 있는 데다 기억하는 게 없다"는 이유입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강한 어조로 한 원장을 비판하며 과태료 500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재판부의 경고 발언을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형법과 인권을 가르치고, 현재 형사정책연구원장이라는 공직에 있는 증인이 법정 출석을 거부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증인에게 형사소송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과태료 5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한 향후 또 불출석하면 구인장을 발부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한인섭이 출석해야 되는 이유는 검찰과 법원에서 일방적으로 부르기 때문이 아닙니다. 변호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부르는 겁니다. 공판중심주의에서 심리를 해야 되는데 법을 전공하신 교수님이 이런 사유로 출석 거부한다는 거에 대해서 재판부가 납득을 할 수 없습니다."
정경심 입시비리 혐의, 증인신문 막바지
정 교수의 입시비리 혐의와 관련된 증인신문도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이날 재판에서는 조민 씨의 호텔 인턴증명서를 허위로 발급받아 입시에 제출했다는 의혹과, 보조금 부당수령 의혹에 대해서도 증인신문이 이뤄졌습니다. 다음 [법원의시간]에서는 이같은 의혹에 대해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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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기자 easynew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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