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시간]㊴ ‘세상에 없어야 할 표창장’이 정경심 PC에 있었던 이유는?
입력 2020.08.24 (07:01)
수정 2020.08.2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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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변호인, 2019.12.31.)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 김경록 "정경심 요청대로 증거인멸…먼저 제안한 적 없다"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 교수의 25번째 공판. 이번에는 정 교수 가족의 자산을 관리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 김경록 씨와 대검찰청 포렌식 담당 직원 이 모 씨의 증인신문 내용을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우선 증권사 PB라는 직업이 조금 낯설 수 있는데, 김 씨는 2014년쯤부터 정 교수를 VIP 고객으로 전담해오며 그 가족들과도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아 왔습니다. 정 교수로부터 아들이 몸이 약하니 같이 운동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함께 농구 시합을 하기도 했고, 과제를 도와주거나 함께 여행을 떠난 적도 있습니다. 정 교수 가족과 수십 차례 식사했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두세 번 만났다고 했죠.
그러던 중 김 씨는 지난해 8월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던 당시 정 교수 지시로 정 교수 자택에서 하드디스크 3개를 반출해 은닉하고 정 교수의 동양대 사무실 컴퓨터 1대를 통째로 숨긴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 컴퓨터에서는 조 전 장관 자녀의 입시 비리 정황이 담긴 자료 등이 발견됐습니다.
김 씨는 이렇게 증거를 은닉한 혐의로 이미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이준민 판사는 김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죠. 판결에 대해 검찰과 김 씨 양측 모두 항소해, 이제 김 씨 사건은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받게 됐습니다.
김 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지만, 정 교수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워 소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했다는 점을 참작해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 씨가 일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역할도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증거 가운데는 정 교수의 검찰 진술 내용도 있었는데요. 김 씨가 정 교수에게 하드디스크를 건네받은 뒤 "이거 없애버릴 수도 있어요. 해드릴까요?"라고 먼저 말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날 법정에서 잠시 공개된 김 씨의 항소이유서를 보면, 김 씨는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고 적극적으로 증거 인멸을 제안한 적도 없다고 부인하고 있습니다. 증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선 정 교수의 이 진술 내용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누가 먼저 말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정 교수 컴퓨터에 대한 권한이 저한테 없다"며 "제가 먼저 주도적으로 말씀드리기는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 교수가 남부터미널역에 있는 전자상가를 지목하며 신용카드를 건넸고, 자신은 시킨 대로 새 하드디스크를 사 왔을 뿐이라고도 설명했습니다.
또 늦은 밤 정 교수와 함께 경북 영주에 있는 동양대를 찾아 컴퓨터 본체를 들고나온 것과 관련해서도 "제가 어떤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서 교수님이 원하시는 대로 했을 것"이라며 정 교수가 먼저 '동양대에 갈 수 있느냐'고 재차 물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검찰은 신문 과정에서 정 교수가 증거인멸의 공범이 아니라 이를 지시한 '교사범'이라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자신의 형사사건 증거를 은닉한 것은 법적으로 죄를 물을 수 없지만, 다른 사람이 증거를 은닉하도록 교사한 것은 죄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정 교수 측은 정 교수가 공동으로 증거를 은닉한 공범이라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이어질 재판 과정에서도, 정 교수가 김 씨와 공범 관계인지 아니면 교사범인지는 정 교수의 증거은닉교사 혐의를 입증하는 데 핵심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 증거인멸 현장서 '전화 중계'?…"조국도 가담" 주장한 검찰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증거인멸 과정에 가담한 정황이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정 교수 자택 하드디스크를 바꾸는 과정에서 정 교수가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는 김 씨 진술에 기반을 둔 건데요.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 검사: 증인, 검찰 조사에서 정경심 씨가 통화 상대방에게 컴퓨터를 분리하고 있다는 얘기를 하는 걸 들었고, 하드디스크 교체를 중계하는 느낌이었다고 했는데 사실대로 진술한 거죠?
- 증인(김경록): 생각해봤는데 제가 하는 행위를 편하게 얘기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저런 표현으로 진술한 거 같습니다.
- 검사: 증인은 검찰 조사에서 하드디스크 교체에 대해 통화 상대방이 이미 알고 있던 분위기였다, 자연스럽게 말을 주고받았다고 했는데 누군지는 모르지만 사실대로 진술한 거죠?
- 증인(김경록): 네, 제가 집에 있는 걸 편하게 얘기한 듯했습니다.
- 검사: 정경심 씨가 통화한 사람은 조국 씨, 김 모 씨, 이인걸 씨로 확인됩니다. 당시 이인걸 변호사는 하드디스크 교체 사실을 뉴스로 처음 접했다고 했고. 김 씨는 동양대 부총장이라 하드디스크 관련 통화를 했을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당시 통화한 건 조국 전 장관으로 보이는데 당시 정경심 씨가 조국 전 장관과 통화한 사실을 알지 못했나요?
- 증인(김경록): 네, 전 몰랐습니다.
김 씨는 통화 상대방이 남성이었는지 여성이었는지, 정 교수가 전화를 걸었는지 받았는지 등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는데, 검찰은 정 교수 통화기록을 분석한 결과 당시 통화를 한 상대방이 조국 전 장관이라고 지목했습니다.
이어 검찰은 또 다른 통화 하나를 제시했는데요. 바로 지난해 8월 31일 김 씨가 정 교수를 태우고 함께 동양대 사무실 PC를 가지러 갈 때,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이 통화했던 사실입니다. 이 부분은 위 통화와는 달리, 옆자리에 앉은 김 씨도 충분히 들을 수 있는 내용이었죠.
- 검사: 증인, 검찰 조사에서 정 교수가 조국 전 장관에게 '김 대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영주에 가고 있다. 영주에서 하룻밤 자고 부산으로 갈 것이다'라는 얘기를 했다고 진술했는데 사실이죠?
- 증인(김경록): 네.
- 검사: 증인과 함께 동양대에 내려가는 이유를 조국 전 장관이 묻지 않은 이유를 묻자, '자기 부인이 한밤 중에 서울에서 경북 영주까지 가는데 통화하면서 물어보지 않았다는 거 자체가 아마 그 이유를 이미 알고 있을 거 같다'라고 진술했죠?
-증인(김경록): 네, 답을 요구하시니까 제가 답을 그렇게 했습니다.
검찰은 이 두 통화를 통해, 당시 조 전 장관도 증거인멸 상황을 이미 잘 알고 있었고 일부 가담했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 변호인 "유리한 자료 확보 차원"…김경록, 한동훈 검사장 언급?
이어진 반대신문에서 변호인은 우선 동양대 컴퓨터의 경우, 자녀들이 했던 과제 등 정 교수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들을 미리 확보해놓기 위해 가져온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처음부터 컴퓨터 본체를 들고 오려던 것도 아니었고 하드디스크 속 자료를 살펴보려던 건데, 이를 옮겨오기가 쉽지 않자 그냥 통째로 갖고 오게 된 거라는 거죠.
- 변호인: 증인, 검찰 조사에서 정 교수가 하드디스크를 뽑아와서 애들 자료를 챙기시려 한 거 같고 차로 내려가면서 정 교수가 '애들이 열심히 했던 자료를 확보하러 간다'고 말했다고 진술했죠?
- 증인(김경록): 네, 맞습니다.
- 변호인: 이 내용과 관련해 추가로 기억나거나 정 교수에게 들은 내용이 있습니까?
- 증인(김경록): (검찰이) 정확히 무슨 자료인지 진술하게끔 했는데 사실 제가 아는 건 별로 없었고 법무법인 다전에서 이인걸 변호사가 '유리한 자료를 챙기러 갔다'고 진술하라고 한 부분이 이후 조사에서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는 관심 없었습니다. 그런 걸 제가 판단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변호인은 또 "정 교수가 하드디스크를 폐기하라고 말한 적은 없지 않으냐", "컴퓨터 속 자료를 삭제하라고 부탁한 적은 없지 않으냐"고 김 씨에게 물었는데, 김 씨는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증거를 없애달라고 요청하기보단 오히려 잘 보관하고 있어 달라고 부탁한 점으로 미뤄볼 때, 뭔가 숨기려기보단 유리한 증거를 갖고 있기 위함이었다는 게 변호인의 주장입니다.
김 씨는 증인신문 과정에서 검찰 수사에서 느꼈던 압박감을 여러 차례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우선 '내가 검찰 조사에서 그런 대답을 한 건, 검찰이 그렇지 않겠냐는 식으로 답을 정해놓고 재차 물어봤기 때문이다'라는 취지로 여러 번 설명했는데요. 자꾸 물으니 뭐라도 대답하기 위해 자신의 추측이라도 내놓았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후 숨겨뒀던 하드디스크를 임의제출하며 검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게 된 계기에 대해 "오래 알고 지내던 기자가 '한동훈 검사장이 너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며 "'내가 당한 건가'라고 생각했고 그 순간 검찰 조사에 협조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밝혔습니다.
김 씨는 이어 "검찰이 어떤 부분을 확보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조사를 받으러 갔는데, 제 모든 문자와 카카오톡, 이메일 등이 다 문서화 돼 있었다"라며 "조국 전 장관, 정경심 교수와 있었던 거의 10년 동안의 모든 행위를 소명하라고 했을 때 이런 식으로 수사하는 게 맞는지 생각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 정경심에겐 너무 어려운 '표창장 위조'?…"우리가 해보니 안 되더라"
다음 증인으로 나온 대검찰청 포렌식 담당자 이 씨를 상대로는 역시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변호인은 이날 증인신문을 두고, 한 마디로 '과학수사의 허술함이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대검 포렌식 담당자조차 과학적인 인과관계로 입증한 게 아니라, 일반 수사관과 마찬가지로 추측과 추론을 담아 결론을 예단한 것 같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몇 가지 증거를 들었는데요. 먼저 정 교수의 동양대 PC에 저장돼있던 '총장님 직인' 이미지 파일이 문제가 됐습니다. 변호인 측은 픽셀값(1072x371)에 맞게 파일을 캡처하려다 보면 총장직인 밑에 있는 노란 선까지 함께 잘리게 되고, 결국 표창장 위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노란 선을 다시 잘라내는 또 다른 이미지 보정 작업이 필요하다는 거죠.
그런데 당시 정 교수 PC에는 포토샵 같은 전문적인 이미지 편집툴이 없었고, 픽셀값이나 품질값도 조금씩 차이가 있어서 과연 정 교수가 위조한 것이 맞는지 의심스럽다는 게 변호인 지적입니다. 당시 사무실에 있던 복합기 등에 표창장을 출력한 흔적이 남아 있지 않다고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검찰 포렌식 분석에 따르면, '총장님 직인.png' 파일에서 총장 직인만 따로 캡처한 뒤 노란 줄을 지워 보정 작업을 하고 상장 양식을 수정하는 등 이 모든 편집 행위가 약 38분 만에 이뤄졌는데, 누구나 시간 내에 이런 작업을 쉽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아마도 작업에 서툴렀을 정 교수가 혼자 이런 일을 해냈으리라 생각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검찰의 반박은 어땠을까요. '이미 만들어져 있는데 그게 무슨 말이냐'라는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직인 파일이 생겨났고 표창장 파일이 만들어졌으니, 그 과정을 다시 되새김질해보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냐는 거죠.
증인으로 나온 이 씨 역시 변호인이 지적하는 부분들에 대해 직접 실험이나 시뮬레이션을 해본 건 아니라면서도, "일반인 관점에서 밑에 있는 노란 줄을 쉽게 지우고 캡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포렌식 결과) 드러난 시간 정보를 기준으로 타임라인을 구성한 것뿐"이라고 재차 설명했습니다.
■ 재판부 "세상에 없는 게 왜 있나"…정경심 측 "조교가 만든 듯"
재판부 역시 "만들긴 어려운데 (파일이) 있긴 있다"며 "시간이 된다면 검찰 측에서 처음부터 보여달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또 한 번 동양대 강사휴게실에 있던 정 교수 PC에 왜 표창장 파일이 있었던 건지 잘 모르겠다며 갸우뚱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논쟁, 낯설지 않죠? 지난 5월에도 재판부는 같은 의문을 제기했고, 정 교수 측은 "모르는 사이에 백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서도 "동양대 직원이 동양대에서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동양대 표창장 파일에 대한 미스터리는 풀리지 않은 상황. 과연 재판부 제안대로 법정에서 검찰 측의 '표창장 위조 시연'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금 심각해지면서 전국 법원에 2주간 휴정 권고가 내려지는 바람에, 다음 재판 기일은 불투명한 상황인데요. 다음 [법원의 시간]에서는 최성해 동양대 총장의 조카이자 식당 주인인 이 모 씨와 조 전 장관 청문회준비단 신상팀장을 지냈던 김미경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 대한 증인신문 내용을 충실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 김경록 "정경심 요청대로 증거인멸…먼저 제안한 적 없다"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 교수의 25번째 공판. 이번에는 정 교수 가족의 자산을 관리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 김경록 씨와 대검찰청 포렌식 담당 직원 이 모 씨의 증인신문 내용을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우선 증권사 PB라는 직업이 조금 낯설 수 있는데, 김 씨는 2014년쯤부터 정 교수를 VIP 고객으로 전담해오며 그 가족들과도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아 왔습니다. 정 교수로부터 아들이 몸이 약하니 같이 운동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함께 농구 시합을 하기도 했고, 과제를 도와주거나 함께 여행을 떠난 적도 있습니다. 정 교수 가족과 수십 차례 식사했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두세 번 만났다고 했죠.
그러던 중 김 씨는 지난해 8월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던 당시 정 교수 지시로 정 교수 자택에서 하드디스크 3개를 반출해 은닉하고 정 교수의 동양대 사무실 컴퓨터 1대를 통째로 숨긴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 컴퓨터에서는 조 전 장관 자녀의 입시 비리 정황이 담긴 자료 등이 발견됐습니다.
김 씨는 이렇게 증거를 은닉한 혐의로 이미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이준민 판사는 김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죠. 판결에 대해 검찰과 김 씨 양측 모두 항소해, 이제 김 씨 사건은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받게 됐습니다.
김 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지만, 정 교수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워 소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했다는 점을 참작해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 씨가 일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역할도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증거 가운데는 정 교수의 검찰 진술 내용도 있었는데요. 김 씨가 정 교수에게 하드디스크를 건네받은 뒤 "이거 없애버릴 수도 있어요. 해드릴까요?"라고 먼저 말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날 법정에서 잠시 공개된 김 씨의 항소이유서를 보면, 김 씨는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고 적극적으로 증거 인멸을 제안한 적도 없다고 부인하고 있습니다. 증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선 정 교수의 이 진술 내용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누가 먼저 말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정 교수 컴퓨터에 대한 권한이 저한테 없다"며 "제가 먼저 주도적으로 말씀드리기는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 교수가 남부터미널역에 있는 전자상가를 지목하며 신용카드를 건넸고, 자신은 시킨 대로 새 하드디스크를 사 왔을 뿐이라고도 설명했습니다.
또 늦은 밤 정 교수와 함께 경북 영주에 있는 동양대를 찾아 컴퓨터 본체를 들고나온 것과 관련해서도 "제가 어떤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서 교수님이 원하시는 대로 했을 것"이라며 정 교수가 먼저 '동양대에 갈 수 있느냐'고 재차 물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검찰은 신문 과정에서 정 교수가 증거인멸의 공범이 아니라 이를 지시한 '교사범'이라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자신의 형사사건 증거를 은닉한 것은 법적으로 죄를 물을 수 없지만, 다른 사람이 증거를 은닉하도록 교사한 것은 죄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정 교수 측은 정 교수가 공동으로 증거를 은닉한 공범이라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이어질 재판 과정에서도, 정 교수가 김 씨와 공범 관계인지 아니면 교사범인지는 정 교수의 증거은닉교사 혐의를 입증하는 데 핵심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 증거인멸 현장서 '전화 중계'?…"조국도 가담" 주장한 검찰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증거인멸 과정에 가담한 정황이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정 교수 자택 하드디스크를 바꾸는 과정에서 정 교수가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는 김 씨 진술에 기반을 둔 건데요.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 검사: 증인, 검찰 조사에서 정경심 씨가 통화 상대방에게 컴퓨터를 분리하고 있다는 얘기를 하는 걸 들었고, 하드디스크 교체를 중계하는 느낌이었다고 했는데 사실대로 진술한 거죠?
- 증인(김경록): 생각해봤는데 제가 하는 행위를 편하게 얘기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저런 표현으로 진술한 거 같습니다.
- 검사: 증인은 검찰 조사에서 하드디스크 교체에 대해 통화 상대방이 이미 알고 있던 분위기였다, 자연스럽게 말을 주고받았다고 했는데 누군지는 모르지만 사실대로 진술한 거죠?
- 증인(김경록): 네, 제가 집에 있는 걸 편하게 얘기한 듯했습니다.
- 검사: 정경심 씨가 통화한 사람은 조국 씨, 김 모 씨, 이인걸 씨로 확인됩니다. 당시 이인걸 변호사는 하드디스크 교체 사실을 뉴스로 처음 접했다고 했고. 김 씨는 동양대 부총장이라 하드디스크 관련 통화를 했을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당시 통화한 건 조국 전 장관으로 보이는데 당시 정경심 씨가 조국 전 장관과 통화한 사실을 알지 못했나요?
- 증인(김경록): 네, 전 몰랐습니다.
김 씨는 통화 상대방이 남성이었는지 여성이었는지, 정 교수가 전화를 걸었는지 받았는지 등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는데, 검찰은 정 교수 통화기록을 분석한 결과 당시 통화를 한 상대방이 조국 전 장관이라고 지목했습니다.
이어 검찰은 또 다른 통화 하나를 제시했는데요. 바로 지난해 8월 31일 김 씨가 정 교수를 태우고 함께 동양대 사무실 PC를 가지러 갈 때,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이 통화했던 사실입니다. 이 부분은 위 통화와는 달리, 옆자리에 앉은 김 씨도 충분히 들을 수 있는 내용이었죠.
- 검사: 증인, 검찰 조사에서 정 교수가 조국 전 장관에게 '김 대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영주에 가고 있다. 영주에서 하룻밤 자고 부산으로 갈 것이다'라는 얘기를 했다고 진술했는데 사실이죠?
- 증인(김경록): 네.
- 검사: 증인과 함께 동양대에 내려가는 이유를 조국 전 장관이 묻지 않은 이유를 묻자, '자기 부인이 한밤 중에 서울에서 경북 영주까지 가는데 통화하면서 물어보지 않았다는 거 자체가 아마 그 이유를 이미 알고 있을 거 같다'라고 진술했죠?
-증인(김경록): 네, 답을 요구하시니까 제가 답을 그렇게 했습니다.
검찰은 이 두 통화를 통해, 당시 조 전 장관도 증거인멸 상황을 이미 잘 알고 있었고 일부 가담했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 변호인 "유리한 자료 확보 차원"…김경록, 한동훈 검사장 언급?
이어진 반대신문에서 변호인은 우선 동양대 컴퓨터의 경우, 자녀들이 했던 과제 등 정 교수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들을 미리 확보해놓기 위해 가져온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처음부터 컴퓨터 본체를 들고 오려던 것도 아니었고 하드디스크 속 자료를 살펴보려던 건데, 이를 옮겨오기가 쉽지 않자 그냥 통째로 갖고 오게 된 거라는 거죠.
- 변호인: 증인, 검찰 조사에서 정 교수가 하드디스크를 뽑아와서 애들 자료를 챙기시려 한 거 같고 차로 내려가면서 정 교수가 '애들이 열심히 했던 자료를 확보하러 간다'고 말했다고 진술했죠?
- 증인(김경록): 네, 맞습니다.
- 변호인: 이 내용과 관련해 추가로 기억나거나 정 교수에게 들은 내용이 있습니까?
- 증인(김경록): (검찰이) 정확히 무슨 자료인지 진술하게끔 했는데 사실 제가 아는 건 별로 없었고 법무법인 다전에서 이인걸 변호사가 '유리한 자료를 챙기러 갔다'고 진술하라고 한 부분이 이후 조사에서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는 관심 없었습니다. 그런 걸 제가 판단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변호인은 또 "정 교수가 하드디스크를 폐기하라고 말한 적은 없지 않으냐", "컴퓨터 속 자료를 삭제하라고 부탁한 적은 없지 않으냐"고 김 씨에게 물었는데, 김 씨는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증거를 없애달라고 요청하기보단 오히려 잘 보관하고 있어 달라고 부탁한 점으로 미뤄볼 때, 뭔가 숨기려기보단 유리한 증거를 갖고 있기 위함이었다는 게 변호인의 주장입니다.
김 씨는 증인신문 과정에서 검찰 수사에서 느꼈던 압박감을 여러 차례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우선 '내가 검찰 조사에서 그런 대답을 한 건, 검찰이 그렇지 않겠냐는 식으로 답을 정해놓고 재차 물어봤기 때문이다'라는 취지로 여러 번 설명했는데요. 자꾸 물으니 뭐라도 대답하기 위해 자신의 추측이라도 내놓았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후 숨겨뒀던 하드디스크를 임의제출하며 검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게 된 계기에 대해 "오래 알고 지내던 기자가 '한동훈 검사장이 너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며 "'내가 당한 건가'라고 생각했고 그 순간 검찰 조사에 협조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밝혔습니다.
김 씨는 이어 "검찰이 어떤 부분을 확보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조사를 받으러 갔는데, 제 모든 문자와 카카오톡, 이메일 등이 다 문서화 돼 있었다"라며 "조국 전 장관, 정경심 교수와 있었던 거의 10년 동안의 모든 행위를 소명하라고 했을 때 이런 식으로 수사하는 게 맞는지 생각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 정경심에겐 너무 어려운 '표창장 위조'?…"우리가 해보니 안 되더라"
다음 증인으로 나온 대검찰청 포렌식 담당자 이 씨를 상대로는 역시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변호인은 이날 증인신문을 두고, 한 마디로 '과학수사의 허술함이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대검 포렌식 담당자조차 과학적인 인과관계로 입증한 게 아니라, 일반 수사관과 마찬가지로 추측과 추론을 담아 결론을 예단한 것 같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몇 가지 증거를 들었는데요. 먼저 정 교수의 동양대 PC에 저장돼있던 '총장님 직인' 이미지 파일이 문제가 됐습니다. 변호인 측은 픽셀값(1072x371)에 맞게 파일을 캡처하려다 보면 총장직인 밑에 있는 노란 선까지 함께 잘리게 되고, 결국 표창장 위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노란 선을 다시 잘라내는 또 다른 이미지 보정 작업이 필요하다는 거죠.
그런데 당시 정 교수 PC에는 포토샵 같은 전문적인 이미지 편집툴이 없었고, 픽셀값이나 품질값도 조금씩 차이가 있어서 과연 정 교수가 위조한 것이 맞는지 의심스럽다는 게 변호인 지적입니다. 당시 사무실에 있던 복합기 등에 표창장을 출력한 흔적이 남아 있지 않다고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검찰 포렌식 분석에 따르면, '총장님 직인.png' 파일에서 총장 직인만 따로 캡처한 뒤 노란 줄을 지워 보정 작업을 하고 상장 양식을 수정하는 등 이 모든 편집 행위가 약 38분 만에 이뤄졌는데, 누구나 시간 내에 이런 작업을 쉽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아마도 작업에 서툴렀을 정 교수가 혼자 이런 일을 해냈으리라 생각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검찰의 반박은 어땠을까요. '이미 만들어져 있는데 그게 무슨 말이냐'라는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직인 파일이 생겨났고 표창장 파일이 만들어졌으니, 그 과정을 다시 되새김질해보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냐는 거죠.
증인으로 나온 이 씨 역시 변호인이 지적하는 부분들에 대해 직접 실험이나 시뮬레이션을 해본 건 아니라면서도, "일반인 관점에서 밑에 있는 노란 줄을 쉽게 지우고 캡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포렌식 결과) 드러난 시간 정보를 기준으로 타임라인을 구성한 것뿐"이라고 재차 설명했습니다.
■ 재판부 "세상에 없는 게 왜 있나"…정경심 측 "조교가 만든 듯"
재판부 역시 "만들긴 어려운데 (파일이) 있긴 있다"며 "시간이 된다면 검찰 측에서 처음부터 보여달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또 한 번 동양대 강사휴게실에 있던 정 교수 PC에 왜 표창장 파일이 있었던 건지 잘 모르겠다며 갸우뚱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논쟁, 낯설지 않죠? 지난 5월에도 재판부는 같은 의문을 제기했고, 정 교수 측은 "모르는 사이에 백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서도 "동양대 직원이 동양대에서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동양대 표창장 파일에 대한 미스터리는 풀리지 않은 상황. 과연 재판부 제안대로 법정에서 검찰 측의 '표창장 위조 시연'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금 심각해지면서 전국 법원에 2주간 휴정 권고가 내려지는 바람에, 다음 재판 기일은 불투명한 상황인데요. 다음 [법원의 시간]에서는 최성해 동양대 총장의 조카이자 식당 주인인 이 모 씨와 조 전 장관 청문회준비단 신상팀장을 지냈던 김미경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 대한 증인신문 내용을 충실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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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의 시간]㊴ ‘세상에 없어야 할 표창장’이 정경심 PC에 있었던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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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0-08-24 07:01:53
- 수정2020-08-24 07:02:23
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변호인, 2019.12.31.)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 김경록 "정경심 요청대로 증거인멸…먼저 제안한 적 없다"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 교수의 25번째 공판. 이번에는 정 교수 가족의 자산을 관리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 김경록 씨와 대검찰청 포렌식 담당 직원 이 모 씨의 증인신문 내용을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우선 증권사 PB라는 직업이 조금 낯설 수 있는데, 김 씨는 2014년쯤부터 정 교수를 VIP 고객으로 전담해오며 그 가족들과도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아 왔습니다. 정 교수로부터 아들이 몸이 약하니 같이 운동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함께 농구 시합을 하기도 했고, 과제를 도와주거나 함께 여행을 떠난 적도 있습니다. 정 교수 가족과 수십 차례 식사했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두세 번 만났다고 했죠.
그러던 중 김 씨는 지난해 8월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던 당시 정 교수 지시로 정 교수 자택에서 하드디스크 3개를 반출해 은닉하고 정 교수의 동양대 사무실 컴퓨터 1대를 통째로 숨긴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 컴퓨터에서는 조 전 장관 자녀의 입시 비리 정황이 담긴 자료 등이 발견됐습니다.
김 씨는 이렇게 증거를 은닉한 혐의로 이미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이준민 판사는 김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죠. 판결에 대해 검찰과 김 씨 양측 모두 항소해, 이제 김 씨 사건은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받게 됐습니다.
김 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지만, 정 교수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워 소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했다는 점을 참작해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 씨가 일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역할도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증거 가운데는 정 교수의 검찰 진술 내용도 있었는데요. 김 씨가 정 교수에게 하드디스크를 건네받은 뒤 "이거 없애버릴 수도 있어요. 해드릴까요?"라고 먼저 말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날 법정에서 잠시 공개된 김 씨의 항소이유서를 보면, 김 씨는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고 적극적으로 증거 인멸을 제안한 적도 없다고 부인하고 있습니다. 증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선 정 교수의 이 진술 내용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누가 먼저 말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정 교수 컴퓨터에 대한 권한이 저한테 없다"며 "제가 먼저 주도적으로 말씀드리기는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 교수가 남부터미널역에 있는 전자상가를 지목하며 신용카드를 건넸고, 자신은 시킨 대로 새 하드디스크를 사 왔을 뿐이라고도 설명했습니다.
또 늦은 밤 정 교수와 함께 경북 영주에 있는 동양대를 찾아 컴퓨터 본체를 들고나온 것과 관련해서도 "제가 어떤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서 교수님이 원하시는 대로 했을 것"이라며 정 교수가 먼저 '동양대에 갈 수 있느냐'고 재차 물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검찰은 신문 과정에서 정 교수가 증거인멸의 공범이 아니라 이를 지시한 '교사범'이라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자신의 형사사건 증거를 은닉한 것은 법적으로 죄를 물을 수 없지만, 다른 사람이 증거를 은닉하도록 교사한 것은 죄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정 교수 측은 정 교수가 공동으로 증거를 은닉한 공범이라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이어질 재판 과정에서도, 정 교수가 김 씨와 공범 관계인지 아니면 교사범인지는 정 교수의 증거은닉교사 혐의를 입증하는 데 핵심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 증거인멸 현장서 '전화 중계'?…"조국도 가담" 주장한 검찰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증거인멸 과정에 가담한 정황이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정 교수 자택 하드디스크를 바꾸는 과정에서 정 교수가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는 김 씨 진술에 기반을 둔 건데요.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 검사: 증인, 검찰 조사에서 정경심 씨가 통화 상대방에게 컴퓨터를 분리하고 있다는 얘기를 하는 걸 들었고, 하드디스크 교체를 중계하는 느낌이었다고 했는데 사실대로 진술한 거죠?
- 증인(김경록): 생각해봤는데 제가 하는 행위를 편하게 얘기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저런 표현으로 진술한 거 같습니다.
- 검사: 증인은 검찰 조사에서 하드디스크 교체에 대해 통화 상대방이 이미 알고 있던 분위기였다, 자연스럽게 말을 주고받았다고 했는데 누군지는 모르지만 사실대로 진술한 거죠?
- 증인(김경록): 네, 제가 집에 있는 걸 편하게 얘기한 듯했습니다.
- 검사: 정경심 씨가 통화한 사람은 조국 씨, 김 모 씨, 이인걸 씨로 확인됩니다. 당시 이인걸 변호사는 하드디스크 교체 사실을 뉴스로 처음 접했다고 했고. 김 씨는 동양대 부총장이라 하드디스크 관련 통화를 했을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당시 통화한 건 조국 전 장관으로 보이는데 당시 정경심 씨가 조국 전 장관과 통화한 사실을 알지 못했나요?
- 증인(김경록): 네, 전 몰랐습니다.
김 씨는 통화 상대방이 남성이었는지 여성이었는지, 정 교수가 전화를 걸었는지 받았는지 등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는데, 검찰은 정 교수 통화기록을 분석한 결과 당시 통화를 한 상대방이 조국 전 장관이라고 지목했습니다.
이어 검찰은 또 다른 통화 하나를 제시했는데요. 바로 지난해 8월 31일 김 씨가 정 교수를 태우고 함께 동양대 사무실 PC를 가지러 갈 때,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이 통화했던 사실입니다. 이 부분은 위 통화와는 달리, 옆자리에 앉은 김 씨도 충분히 들을 수 있는 내용이었죠.
- 검사: 증인, 검찰 조사에서 정 교수가 조국 전 장관에게 '김 대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영주에 가고 있다. 영주에서 하룻밤 자고 부산으로 갈 것이다'라는 얘기를 했다고 진술했는데 사실이죠?
- 증인(김경록): 네.
- 검사: 증인과 함께 동양대에 내려가는 이유를 조국 전 장관이 묻지 않은 이유를 묻자, '자기 부인이 한밤 중에 서울에서 경북 영주까지 가는데 통화하면서 물어보지 않았다는 거 자체가 아마 그 이유를 이미 알고 있을 거 같다'라고 진술했죠?
-증인(김경록): 네, 답을 요구하시니까 제가 답을 그렇게 했습니다.
검찰은 이 두 통화를 통해, 당시 조 전 장관도 증거인멸 상황을 이미 잘 알고 있었고 일부 가담했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 변호인 "유리한 자료 확보 차원"…김경록, 한동훈 검사장 언급?
이어진 반대신문에서 변호인은 우선 동양대 컴퓨터의 경우, 자녀들이 했던 과제 등 정 교수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들을 미리 확보해놓기 위해 가져온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처음부터 컴퓨터 본체를 들고 오려던 것도 아니었고 하드디스크 속 자료를 살펴보려던 건데, 이를 옮겨오기가 쉽지 않자 그냥 통째로 갖고 오게 된 거라는 거죠.
- 변호인: 증인, 검찰 조사에서 정 교수가 하드디스크를 뽑아와서 애들 자료를 챙기시려 한 거 같고 차로 내려가면서 정 교수가 '애들이 열심히 했던 자료를 확보하러 간다'고 말했다고 진술했죠?
- 증인(김경록): 네, 맞습니다.
- 변호인: 이 내용과 관련해 추가로 기억나거나 정 교수에게 들은 내용이 있습니까?
- 증인(김경록): (검찰이) 정확히 무슨 자료인지 진술하게끔 했는데 사실 제가 아는 건 별로 없었고 법무법인 다전에서 이인걸 변호사가 '유리한 자료를 챙기러 갔다'고 진술하라고 한 부분이 이후 조사에서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는 관심 없었습니다. 그런 걸 제가 판단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변호인은 또 "정 교수가 하드디스크를 폐기하라고 말한 적은 없지 않으냐", "컴퓨터 속 자료를 삭제하라고 부탁한 적은 없지 않으냐"고 김 씨에게 물었는데, 김 씨는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증거를 없애달라고 요청하기보단 오히려 잘 보관하고 있어 달라고 부탁한 점으로 미뤄볼 때, 뭔가 숨기려기보단 유리한 증거를 갖고 있기 위함이었다는 게 변호인의 주장입니다.
김 씨는 증인신문 과정에서 검찰 수사에서 느꼈던 압박감을 여러 차례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우선 '내가 검찰 조사에서 그런 대답을 한 건, 검찰이 그렇지 않겠냐는 식으로 답을 정해놓고 재차 물어봤기 때문이다'라는 취지로 여러 번 설명했는데요. 자꾸 물으니 뭐라도 대답하기 위해 자신의 추측이라도 내놓았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후 숨겨뒀던 하드디스크를 임의제출하며 검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게 된 계기에 대해 "오래 알고 지내던 기자가 '한동훈 검사장이 너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며 "'내가 당한 건가'라고 생각했고 그 순간 검찰 조사에 협조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밝혔습니다.
김 씨는 이어 "검찰이 어떤 부분을 확보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조사를 받으러 갔는데, 제 모든 문자와 카카오톡, 이메일 등이 다 문서화 돼 있었다"라며 "조국 전 장관, 정경심 교수와 있었던 거의 10년 동안의 모든 행위를 소명하라고 했을 때 이런 식으로 수사하는 게 맞는지 생각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 정경심에겐 너무 어려운 '표창장 위조'?…"우리가 해보니 안 되더라"
다음 증인으로 나온 대검찰청 포렌식 담당자 이 씨를 상대로는 역시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변호인은 이날 증인신문을 두고, 한 마디로 '과학수사의 허술함이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대검 포렌식 담당자조차 과학적인 인과관계로 입증한 게 아니라, 일반 수사관과 마찬가지로 추측과 추론을 담아 결론을 예단한 것 같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몇 가지 증거를 들었는데요. 먼저 정 교수의 동양대 PC에 저장돼있던 '총장님 직인' 이미지 파일이 문제가 됐습니다. 변호인 측은 픽셀값(1072x371)에 맞게 파일을 캡처하려다 보면 총장직인 밑에 있는 노란 선까지 함께 잘리게 되고, 결국 표창장 위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노란 선을 다시 잘라내는 또 다른 이미지 보정 작업이 필요하다는 거죠.
그런데 당시 정 교수 PC에는 포토샵 같은 전문적인 이미지 편집툴이 없었고, 픽셀값이나 품질값도 조금씩 차이가 있어서 과연 정 교수가 위조한 것이 맞는지 의심스럽다는 게 변호인 지적입니다. 당시 사무실에 있던 복합기 등에 표창장을 출력한 흔적이 남아 있지 않다고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검찰 포렌식 분석에 따르면, '총장님 직인.png' 파일에서 총장 직인만 따로 캡처한 뒤 노란 줄을 지워 보정 작업을 하고 상장 양식을 수정하는 등 이 모든 편집 행위가 약 38분 만에 이뤄졌는데, 누구나 시간 내에 이런 작업을 쉽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아마도 작업에 서툴렀을 정 교수가 혼자 이런 일을 해냈으리라 생각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검찰의 반박은 어땠을까요. '이미 만들어져 있는데 그게 무슨 말이냐'라는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직인 파일이 생겨났고 표창장 파일이 만들어졌으니, 그 과정을 다시 되새김질해보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냐는 거죠.
증인으로 나온 이 씨 역시 변호인이 지적하는 부분들에 대해 직접 실험이나 시뮬레이션을 해본 건 아니라면서도, "일반인 관점에서 밑에 있는 노란 줄을 쉽게 지우고 캡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포렌식 결과) 드러난 시간 정보를 기준으로 타임라인을 구성한 것뿐"이라고 재차 설명했습니다.
■ 재판부 "세상에 없는 게 왜 있나"…정경심 측 "조교가 만든 듯"
재판부 역시 "만들긴 어려운데 (파일이) 있긴 있다"며 "시간이 된다면 검찰 측에서 처음부터 보여달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또 한 번 동양대 강사휴게실에 있던 정 교수 PC에 왜 표창장 파일이 있었던 건지 잘 모르겠다며 갸우뚱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논쟁, 낯설지 않죠? 지난 5월에도 재판부는 같은 의문을 제기했고, 정 교수 측은 "모르는 사이에 백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서도 "동양대 직원이 동양대에서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동양대 표창장 파일에 대한 미스터리는 풀리지 않은 상황. 과연 재판부 제안대로 법정에서 검찰 측의 '표창장 위조 시연'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금 심각해지면서 전국 법원에 2주간 휴정 권고가 내려지는 바람에, 다음 재판 기일은 불투명한 상황인데요. 다음 [법원의 시간]에서는 최성해 동양대 총장의 조카이자 식당 주인인 이 모 씨와 조 전 장관 청문회준비단 신상팀장을 지냈던 김미경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 대한 증인신문 내용을 충실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 김경록 "정경심 요청대로 증거인멸…먼저 제안한 적 없다"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 교수의 25번째 공판. 이번에는 정 교수 가족의 자산을 관리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 김경록 씨와 대검찰청 포렌식 담당 직원 이 모 씨의 증인신문 내용을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우선 증권사 PB라는 직업이 조금 낯설 수 있는데, 김 씨는 2014년쯤부터 정 교수를 VIP 고객으로 전담해오며 그 가족들과도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아 왔습니다. 정 교수로부터 아들이 몸이 약하니 같이 운동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함께 농구 시합을 하기도 했고, 과제를 도와주거나 함께 여행을 떠난 적도 있습니다. 정 교수 가족과 수십 차례 식사했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두세 번 만났다고 했죠.
그러던 중 김 씨는 지난해 8월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던 당시 정 교수 지시로 정 교수 자택에서 하드디스크 3개를 반출해 은닉하고 정 교수의 동양대 사무실 컴퓨터 1대를 통째로 숨긴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 컴퓨터에서는 조 전 장관 자녀의 입시 비리 정황이 담긴 자료 등이 발견됐습니다.
김 씨는 이렇게 증거를 은닉한 혐의로 이미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이준민 판사는 김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죠. 판결에 대해 검찰과 김 씨 양측 모두 항소해, 이제 김 씨 사건은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받게 됐습니다.
김 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지만, 정 교수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워 소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했다는 점을 참작해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 씨가 일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역할도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증거 가운데는 정 교수의 검찰 진술 내용도 있었는데요. 김 씨가 정 교수에게 하드디스크를 건네받은 뒤 "이거 없애버릴 수도 있어요. 해드릴까요?"라고 먼저 말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날 법정에서 잠시 공개된 김 씨의 항소이유서를 보면, 김 씨는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고 적극적으로 증거 인멸을 제안한 적도 없다고 부인하고 있습니다. 증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선 정 교수의 이 진술 내용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누가 먼저 말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정 교수 컴퓨터에 대한 권한이 저한테 없다"며 "제가 먼저 주도적으로 말씀드리기는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 교수가 남부터미널역에 있는 전자상가를 지목하며 신용카드를 건넸고, 자신은 시킨 대로 새 하드디스크를 사 왔을 뿐이라고도 설명했습니다.
또 늦은 밤 정 교수와 함께 경북 영주에 있는 동양대를 찾아 컴퓨터 본체를 들고나온 것과 관련해서도 "제가 어떤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서 교수님이 원하시는 대로 했을 것"이라며 정 교수가 먼저 '동양대에 갈 수 있느냐'고 재차 물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검찰은 신문 과정에서 정 교수가 증거인멸의 공범이 아니라 이를 지시한 '교사범'이라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자신의 형사사건 증거를 은닉한 것은 법적으로 죄를 물을 수 없지만, 다른 사람이 증거를 은닉하도록 교사한 것은 죄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정 교수 측은 정 교수가 공동으로 증거를 은닉한 공범이라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이어질 재판 과정에서도, 정 교수가 김 씨와 공범 관계인지 아니면 교사범인지는 정 교수의 증거은닉교사 혐의를 입증하는 데 핵심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 증거인멸 현장서 '전화 중계'?…"조국도 가담" 주장한 검찰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증거인멸 과정에 가담한 정황이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정 교수 자택 하드디스크를 바꾸는 과정에서 정 교수가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는 김 씨 진술에 기반을 둔 건데요.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 검사: 증인, 검찰 조사에서 정경심 씨가 통화 상대방에게 컴퓨터를 분리하고 있다는 얘기를 하는 걸 들었고, 하드디스크 교체를 중계하는 느낌이었다고 했는데 사실대로 진술한 거죠?
- 증인(김경록): 생각해봤는데 제가 하는 행위를 편하게 얘기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저런 표현으로 진술한 거 같습니다.
- 검사: 증인은 검찰 조사에서 하드디스크 교체에 대해 통화 상대방이 이미 알고 있던 분위기였다, 자연스럽게 말을 주고받았다고 했는데 누군지는 모르지만 사실대로 진술한 거죠?
- 증인(김경록): 네, 제가 집에 있는 걸 편하게 얘기한 듯했습니다.
- 검사: 정경심 씨가 통화한 사람은 조국 씨, 김 모 씨, 이인걸 씨로 확인됩니다. 당시 이인걸 변호사는 하드디스크 교체 사실을 뉴스로 처음 접했다고 했고. 김 씨는 동양대 부총장이라 하드디스크 관련 통화를 했을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당시 통화한 건 조국 전 장관으로 보이는데 당시 정경심 씨가 조국 전 장관과 통화한 사실을 알지 못했나요?
- 증인(김경록): 네, 전 몰랐습니다.
김 씨는 통화 상대방이 남성이었는지 여성이었는지, 정 교수가 전화를 걸었는지 받았는지 등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는데, 검찰은 정 교수 통화기록을 분석한 결과 당시 통화를 한 상대방이 조국 전 장관이라고 지목했습니다.
이어 검찰은 또 다른 통화 하나를 제시했는데요. 바로 지난해 8월 31일 김 씨가 정 교수를 태우고 함께 동양대 사무실 PC를 가지러 갈 때,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이 통화했던 사실입니다. 이 부분은 위 통화와는 달리, 옆자리에 앉은 김 씨도 충분히 들을 수 있는 내용이었죠.
- 검사: 증인, 검찰 조사에서 정 교수가 조국 전 장관에게 '김 대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영주에 가고 있다. 영주에서 하룻밤 자고 부산으로 갈 것이다'라는 얘기를 했다고 진술했는데 사실이죠?
- 증인(김경록): 네.
- 검사: 증인과 함께 동양대에 내려가는 이유를 조국 전 장관이 묻지 않은 이유를 묻자, '자기 부인이 한밤 중에 서울에서 경북 영주까지 가는데 통화하면서 물어보지 않았다는 거 자체가 아마 그 이유를 이미 알고 있을 거 같다'라고 진술했죠?
-증인(김경록): 네, 답을 요구하시니까 제가 답을 그렇게 했습니다.
검찰은 이 두 통화를 통해, 당시 조 전 장관도 증거인멸 상황을 이미 잘 알고 있었고 일부 가담했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 변호인 "유리한 자료 확보 차원"…김경록, 한동훈 검사장 언급?
이어진 반대신문에서 변호인은 우선 동양대 컴퓨터의 경우, 자녀들이 했던 과제 등 정 교수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들을 미리 확보해놓기 위해 가져온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처음부터 컴퓨터 본체를 들고 오려던 것도 아니었고 하드디스크 속 자료를 살펴보려던 건데, 이를 옮겨오기가 쉽지 않자 그냥 통째로 갖고 오게 된 거라는 거죠.
- 변호인: 증인, 검찰 조사에서 정 교수가 하드디스크를 뽑아와서 애들 자료를 챙기시려 한 거 같고 차로 내려가면서 정 교수가 '애들이 열심히 했던 자료를 확보하러 간다'고 말했다고 진술했죠?
- 증인(김경록): 네, 맞습니다.
- 변호인: 이 내용과 관련해 추가로 기억나거나 정 교수에게 들은 내용이 있습니까?
- 증인(김경록): (검찰이) 정확히 무슨 자료인지 진술하게끔 했는데 사실 제가 아는 건 별로 없었고 법무법인 다전에서 이인걸 변호사가 '유리한 자료를 챙기러 갔다'고 진술하라고 한 부분이 이후 조사에서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는 관심 없었습니다. 그런 걸 제가 판단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변호인은 또 "정 교수가 하드디스크를 폐기하라고 말한 적은 없지 않으냐", "컴퓨터 속 자료를 삭제하라고 부탁한 적은 없지 않으냐"고 김 씨에게 물었는데, 김 씨는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증거를 없애달라고 요청하기보단 오히려 잘 보관하고 있어 달라고 부탁한 점으로 미뤄볼 때, 뭔가 숨기려기보단 유리한 증거를 갖고 있기 위함이었다는 게 변호인의 주장입니다.
김 씨는 증인신문 과정에서 검찰 수사에서 느꼈던 압박감을 여러 차례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우선 '내가 검찰 조사에서 그런 대답을 한 건, 검찰이 그렇지 않겠냐는 식으로 답을 정해놓고 재차 물어봤기 때문이다'라는 취지로 여러 번 설명했는데요. 자꾸 물으니 뭐라도 대답하기 위해 자신의 추측이라도 내놓았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후 숨겨뒀던 하드디스크를 임의제출하며 검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게 된 계기에 대해 "오래 알고 지내던 기자가 '한동훈 검사장이 너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며 "'내가 당한 건가'라고 생각했고 그 순간 검찰 조사에 협조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밝혔습니다.
김 씨는 이어 "검찰이 어떤 부분을 확보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조사를 받으러 갔는데, 제 모든 문자와 카카오톡, 이메일 등이 다 문서화 돼 있었다"라며 "조국 전 장관, 정경심 교수와 있었던 거의 10년 동안의 모든 행위를 소명하라고 했을 때 이런 식으로 수사하는 게 맞는지 생각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 정경심에겐 너무 어려운 '표창장 위조'?…"우리가 해보니 안 되더라"
다음 증인으로 나온 대검찰청 포렌식 담당자 이 씨를 상대로는 역시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변호인은 이날 증인신문을 두고, 한 마디로 '과학수사의 허술함이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대검 포렌식 담당자조차 과학적인 인과관계로 입증한 게 아니라, 일반 수사관과 마찬가지로 추측과 추론을 담아 결론을 예단한 것 같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몇 가지 증거를 들었는데요. 먼저 정 교수의 동양대 PC에 저장돼있던 '총장님 직인' 이미지 파일이 문제가 됐습니다. 변호인 측은 픽셀값(1072x371)에 맞게 파일을 캡처하려다 보면 총장직인 밑에 있는 노란 선까지 함께 잘리게 되고, 결국 표창장 위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노란 선을 다시 잘라내는 또 다른 이미지 보정 작업이 필요하다는 거죠.
그런데 당시 정 교수 PC에는 포토샵 같은 전문적인 이미지 편집툴이 없었고, 픽셀값이나 품질값도 조금씩 차이가 있어서 과연 정 교수가 위조한 것이 맞는지 의심스럽다는 게 변호인 지적입니다. 당시 사무실에 있던 복합기 등에 표창장을 출력한 흔적이 남아 있지 않다고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검찰 포렌식 분석에 따르면, '총장님 직인.png' 파일에서 총장 직인만 따로 캡처한 뒤 노란 줄을 지워 보정 작업을 하고 상장 양식을 수정하는 등 이 모든 편집 행위가 약 38분 만에 이뤄졌는데, 누구나 시간 내에 이런 작업을 쉽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아마도 작업에 서툴렀을 정 교수가 혼자 이런 일을 해냈으리라 생각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검찰의 반박은 어땠을까요. '이미 만들어져 있는데 그게 무슨 말이냐'라는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직인 파일이 생겨났고 표창장 파일이 만들어졌으니, 그 과정을 다시 되새김질해보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냐는 거죠.
증인으로 나온 이 씨 역시 변호인이 지적하는 부분들에 대해 직접 실험이나 시뮬레이션을 해본 건 아니라면서도, "일반인 관점에서 밑에 있는 노란 줄을 쉽게 지우고 캡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포렌식 결과) 드러난 시간 정보를 기준으로 타임라인을 구성한 것뿐"이라고 재차 설명했습니다.
■ 재판부 "세상에 없는 게 왜 있나"…정경심 측 "조교가 만든 듯"
재판부 역시 "만들긴 어려운데 (파일이) 있긴 있다"며 "시간이 된다면 검찰 측에서 처음부터 보여달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또 한 번 동양대 강사휴게실에 있던 정 교수 PC에 왜 표창장 파일이 있었던 건지 잘 모르겠다며 갸우뚱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논쟁, 낯설지 않죠? 지난 5월에도 재판부는 같은 의문을 제기했고, 정 교수 측은 "모르는 사이에 백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서도 "동양대 직원이 동양대에서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동양대 표창장 파일에 대한 미스터리는 풀리지 않은 상황. 과연 재판부 제안대로 법정에서 검찰 측의 '표창장 위조 시연'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금 심각해지면서 전국 법원에 2주간 휴정 권고가 내려지는 바람에, 다음 재판 기일은 불투명한 상황인데요. 다음 [법원의 시간]에서는 최성해 동양대 총장의 조카이자 식당 주인인 이 모 씨와 조 전 장관 청문회준비단 신상팀장을 지냈던 김미경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 대한 증인신문 내용을 충실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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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경 기자 6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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