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시간]㊹ ‘실세 교수’ 정경심은 컴맹이었나?…혼전의 표창장

입력 2020.09.15 (07:00) 수정 2020.09.1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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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변호인, 2019.12.31.)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 ‘상관’·‘실세 교수’·‘전권’…정경심을 둘러싼 수식어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28번째 공판에는 동양대 관계자 3명이 잇따라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모두 정 교수 변호인 측이 신청한 증인이었는데요. 동양대 교양학부 동료 교수이자 전 입학처장이었던 강 모 씨와, 교양학부 조교 이 모 씨, 그리고 어학교육원 원어민 교수 A 씨입니다.

쟁점은 역시 ‘표창장 위조 의혹’이었습니다. 세부적인 혐의를 다투기에 앞서, 변호인은 우선 증인들에게 동양대 내에서 정 교수의 지위 내지 권위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물어봤는데요. 당시 정 교수의 높은 위상을 고려했을 때, ‘표창장을 굳이 위조할 필요조차 없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증인들은 정 교수를 어떻게 바라봤을까요? 강 교수는 후임 교수인 정 교수가 ‘상관(上官)’처럼 느껴졌다고 토로했습니다. 최성해 전 총장과 워낙 친분이 두텁고 굉장한 신임을 받고 있다 보니 그렇게 느껴졌다는 건데요. 이런저런 심부름을 한 건 물론이고, 심지어는 직접 터미널까지 나가서 정 교수 아들을 ‘픽업’해온 적도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정 교수의 권위는 어학교육원 운영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고 강 교수는 밝혔습니다. 최 전 총장에게 ‘전권’을 위임받아 어학교육원 원어민 교수 10명을 직접 채용하고 연봉까지 결정했는데, 이는 유례 없는 일이라는 겁니다. 강 교수는 정 교수가 “총장에 버금가는 권위를 가졌다”고도 말했습니다.

이어서 증인석에 앉은 이 조교도 비슷하게 얘기했습니다. 정 교수가 ‘최성해 전 총장의 여동생’이라거나 ‘실세 교수’라는 소문을 익히 들어왔다는 거죠. 보통 일 처리에 문제가 생기면 행정직원을 통해 한 단계씩 위로 올라가며 얘기하게 되는데, 정 교수는 곧바로 부총장이나 처장에게 전화해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봤다고도 증언했습니다.

원어민 교수 A 씨도 다른 대학에서와 달리 동양대에선 정 교수가 자신의 채용 과정을 혼자 담당했다고 밝혔습니다. 면접도, 시험 강의도, 심지어는 연봉과 인센티브 협상과 계약갱신까지도요. A 씨는 다른 대학 10곳 정도에도 지원해봤지만, 동양대는 참 특수한 경우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변호인은 이처럼 정 교수에게 어학교육원 운영을 비롯해 이례적일 정도로 큰 권한이 있었고, 딸의 표창장 역시 그 권한 안에서 정상적으로 발급됐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쉽게 말해, 굳이 위조까지 할만한 특별한 범행동기가 없다는 겁니다.

■ 급여 주려다가 봉사상 권유?…“엄마 일 돕는 조민 기특해서”

그럼 증인들의 증언을 하나하나 짚어볼까요? 먼저 강 교수는 정 교수 딸 조민 씨를 동양대 본관에서 목격했다고 밝혔습니다. 시점은 2012년 여름, 앞서 조민 씨를 다섯 차례 이상 봤다던 최 전 총장의 조카 이 모 씨의 증언과 같습니다.

강 교수 말에 따르면, 당시 정 교수는 과중한 업무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던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같은 해 9월 7일 영어사관학교 개소식을 앞두고 있었고, 여러 인문학 프로그램을 동시에 진행하던 상황이었기 때문인데요. 인력 지원이 없다며 툴툴대던 정 교수가, ‘딸이 동양대에 내려와 일을 도와주고 있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는 겁니다.

당시 입학처장이던 강 교수는 그 얘기를 듣고 “참 기특하다, 고맙다, 그런 딸을 뒀느냐”며 “학교에서 보답해줘야 하는데 돈을 줄 수도 없고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건 봉사상밖에 없으니 ‘보람’이라도 주자”고 권유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조 씨에게 급여를 주려고 알아보기도 했지만, 예산도 없고 줄 방법도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검사는 “급여를 주려고 생각했다는데 (조 씨가) 언제 무슨 일을 해서 급여를 주려 한 것이냐”, “급여를 알아본 건 언제냐”, “문의한 직원을 특정할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강 교수는 명확하게 대답하진 못했습니다. 또 표창장에 적힌 것처럼 조 씨가 학생들의 에세이를 첨삭하는 등 봉사 활동을 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며 가며 조 씨를 본 것, 또 엄마인 정 교수로부터 이야기를 들은 것이 전부라는 거죠.

강 교수는 동양대 간호학과에서 조교로 일했던 자신의 딸 이야기도 꺼냈는데요. 딸에게 전해 들은 경험담에 의하면, 조교가 알아서 상장 발급 절차를 진행하거나 일련번호를 임의대로 부여하기도 했고, 총장 직인을 찍어오는 것도 자유로웠다는 증언입니다. 강 교수의 딸은 오는 24일 정 교수 재판에 직접 증인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 “일하는 조민 봤다” 첫 증언…새롭게 부상한 ‘키즈 캠프’

이날 재판에선 정 교수 입장에서 그야말로 ‘값진’ 증언이 나왔습니다. 그동안 동양대에서 조민 씨를 목격했다는 증언은 여러 번 나왔지만, 조 씨가 학교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는 누구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었죠. 그런데 어학교육원에서 일했던 원어민 A 교수는 달랐습니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조 씨 모습을 직접 봤고, 함께 일했다고 했으니까요.

이번에도 시기는 2012년 여름, 더 정확하게는 7~8월 무렵입니다. 당시 동양대에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영어 프로그램인 ‘에이스 키즈 캠프’가 열리고 있었는데요. A 교수는 “캠프가 거의 끝나갈 무렵 (조 씨가) 정 교수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을 봤는데 서류를 준비하고 있었다”며 “캠프를 마감하며 수강 학생들의 이름을 직접 프린트해서 나눠줘야 해서 한글과 영문 이름이 모두 들어가야 하는데, 그걸 확인하는 과정”이었다고 증언했습니다.

A 교수는 당시 정 교수로부터 딸이 일하고 있으니 도와주라는 지시를 받고 사무실에 갔던 것이었다며, 조 씨와 서로 통성명까지 해서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검사는 혹시 다른 조교나 봉사하는 여학생을 본 건 아닌지 재차 물었지만, A 교수는 조 씨가 분명했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다만 A 교수는 조 씨와 이날 얼마나 긴 시간 동안 일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고, 조 씨가 수료증을 제작하는 것 외에 다른 번역 봉사 등을 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A 교수의 증언으로 조 씨가 정 교수 사무실에서 한 차례 일을 도운 적이 있다는 건 확실하게 입증됐지만, 얼마나 자주, 어떤 활동을 했는지까지는 드러나지 않은 셈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뭔가 의아함을 느끼신 분들 있을 겁니다. 조 씨 표창장에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했던 ‘동양대 인문학 영재프로그램’ 튜터로서 활동한 내용이 담겨있는데, 지금 얘기되고 있는 건 초등학생 대상의 또 다른 영어 캠프니까요. 이 캠프는 2012년 7월 30일부터 8월 17일까지, 3주간 진행됐습니다.

그동안 검찰은 문제의 ‘2012년 여름’엔 조 씨 표창장에 적힌 인문학 영재프로그램이 열리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해왔는데요. 1기는 2012년 1~2월, 2기는 2012년 3~5월에 열렸고 여름방학 때 진행될 예정이던 3기는 수강 인원이 적어 폐강됐기 때문이죠. 그런데 키즈 캠프는 조 씨를 봤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처럼, 정확히 여름에 열렸습니다. 일단 시기가 맞습니다. 변호인은 이날 증인신문 과정에서 키즈 캠프를 여러 번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표창장 내용에 없는 완전히 새로운 캠프의 등장에 의구심을 드러냈습니다. 이렇게 되면 공소사실과는 관련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건데, “재판부가 이걸 계속 심리해야 하는 이유를 말해달라”고 변호인 측에 묻기도 했습니다. 변호인은 조 씨가 엄마 정 교수의 여러 가지 업무를 도와줬는데, 표창장에는 이 가운데 대표적인 것만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추후 의견서를 통해 보완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 정경심 ‘컴맹’ 여부가 쟁점?…‘표창장 의혹’ 혼전

한편 동양대 교양학부 조교 이 씨를 신문하는 과정에선, 정 교수의 ‘컴퓨터 활용 능력’이 쟁점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조교는 동양대 강사휴게실 PC를 임의제출한 조교 김 모 씨의 전임자인데요. 정 교수가 별것 아닌 일로 자신을 자꾸 불러 귀찮게 했을 정도로 “컴맹에 가까웠다”고 증언했습니다. 모니터가 안 나온다고 해서 가보면 케이블이 뽑혀 있고, 한글 프로그램 작동도 서툴러 ‘뭐 이런 것도 못 하나’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는 겁니다.

이 조교는 당연히 정 교수가 스캔도 직접 못 한다고 생각했고, 포토샵 등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을 다루는 모습을 본 적도 없다고 했습니다. 변호인은 이 조교의 입을 통해 정 교수가 표창장을 위조할 능력이 없었다고 재차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검사는 또 다른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정 교수가 남편 조국 전 장관에게 윈도우 오류를 고치는 방법을 설명한 문자인데요. 이렇게 복잡한 작업도 척척 설명해냈는데, 어떻게 컴맹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지적입니다. 또 정 교수가 자신의 경력증명서를 스캔한 뒤 확장자를 바꾼 사실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조교는 자신이 직접 총장 명의의 상장과 수료증을 만들기도 했는데, 일련번호는 총무복지팀에서 받지 않고 임의로 매긴 경우도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상장에 마음대로 1, 2, 3호로 번호를 써넣었다는 거죠. 이렇게 되면, 조민 씨 표창장의 일련번호가 통상과 다르다는 점을 문제 삼았던 검찰 주장도 힘을 잃게 됩니다.

하지만 검사는 이 조교 증언과는 달리, 실제 상장에는 총무팀에서 부여받은 것으로 보이는 569, 570, 571호라는 일련번호가 적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조교 증언의 신빙성을 흔든 셈입니다. 이 조교는 “이게 왜 이렇게 나갔지”라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도 이 조교에게 “아까 선서를 했다”며 “본인 설명과 왜 차이가 나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질책했지만, 이 조교는 끝내 기억에 없는 일이라고만 대답했습니다.

이번 주 재판에는 정 교수가 출자한 ‘블루펀드’의 최종 목적지라고 볼 수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익성’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합니다.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와 익성의 지배·협력관계, 정 교수의 투자처 인지 여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다음 [법원의 시간]에서도 관계자들의 증언을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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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15 07:00:58
    • 수정2020-09-15 16:01:23
    취재K
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변호인, 2019.12.31.)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 ‘상관’·‘실세 교수’·‘전권’…정경심을 둘러싼 수식어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28번째 공판에는 동양대 관계자 3명이 잇따라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모두 정 교수 변호인 측이 신청한 증인이었는데요. 동양대 교양학부 동료 교수이자 전 입학처장이었던 강 모 씨와, 교양학부 조교 이 모 씨, 그리고 어학교육원 원어민 교수 A 씨입니다.

쟁점은 역시 ‘표창장 위조 의혹’이었습니다. 세부적인 혐의를 다투기에 앞서, 변호인은 우선 증인들에게 동양대 내에서 정 교수의 지위 내지 권위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물어봤는데요. 당시 정 교수의 높은 위상을 고려했을 때, ‘표창장을 굳이 위조할 필요조차 없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증인들은 정 교수를 어떻게 바라봤을까요? 강 교수는 후임 교수인 정 교수가 ‘상관(上官)’처럼 느껴졌다고 토로했습니다. 최성해 전 총장과 워낙 친분이 두텁고 굉장한 신임을 받고 있다 보니 그렇게 느껴졌다는 건데요. 이런저런 심부름을 한 건 물론이고, 심지어는 직접 터미널까지 나가서 정 교수 아들을 ‘픽업’해온 적도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정 교수의 권위는 어학교육원 운영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고 강 교수는 밝혔습니다. 최 전 총장에게 ‘전권’을 위임받아 어학교육원 원어민 교수 10명을 직접 채용하고 연봉까지 결정했는데, 이는 유례 없는 일이라는 겁니다. 강 교수는 정 교수가 “총장에 버금가는 권위를 가졌다”고도 말했습니다.

이어서 증인석에 앉은 이 조교도 비슷하게 얘기했습니다. 정 교수가 ‘최성해 전 총장의 여동생’이라거나 ‘실세 교수’라는 소문을 익히 들어왔다는 거죠. 보통 일 처리에 문제가 생기면 행정직원을 통해 한 단계씩 위로 올라가며 얘기하게 되는데, 정 교수는 곧바로 부총장이나 처장에게 전화해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봤다고도 증언했습니다.

원어민 교수 A 씨도 다른 대학에서와 달리 동양대에선 정 교수가 자신의 채용 과정을 혼자 담당했다고 밝혔습니다. 면접도, 시험 강의도, 심지어는 연봉과 인센티브 협상과 계약갱신까지도요. A 씨는 다른 대학 10곳 정도에도 지원해봤지만, 동양대는 참 특수한 경우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변호인은 이처럼 정 교수에게 어학교육원 운영을 비롯해 이례적일 정도로 큰 권한이 있었고, 딸의 표창장 역시 그 권한 안에서 정상적으로 발급됐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쉽게 말해, 굳이 위조까지 할만한 특별한 범행동기가 없다는 겁니다.

■ 급여 주려다가 봉사상 권유?…“엄마 일 돕는 조민 기특해서”

그럼 증인들의 증언을 하나하나 짚어볼까요? 먼저 강 교수는 정 교수 딸 조민 씨를 동양대 본관에서 목격했다고 밝혔습니다. 시점은 2012년 여름, 앞서 조민 씨를 다섯 차례 이상 봤다던 최 전 총장의 조카 이 모 씨의 증언과 같습니다.

강 교수 말에 따르면, 당시 정 교수는 과중한 업무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던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같은 해 9월 7일 영어사관학교 개소식을 앞두고 있었고, 여러 인문학 프로그램을 동시에 진행하던 상황이었기 때문인데요. 인력 지원이 없다며 툴툴대던 정 교수가, ‘딸이 동양대에 내려와 일을 도와주고 있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는 겁니다.

당시 입학처장이던 강 교수는 그 얘기를 듣고 “참 기특하다, 고맙다, 그런 딸을 뒀느냐”며 “학교에서 보답해줘야 하는데 돈을 줄 수도 없고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건 봉사상밖에 없으니 ‘보람’이라도 주자”고 권유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조 씨에게 급여를 주려고 알아보기도 했지만, 예산도 없고 줄 방법도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검사는 “급여를 주려고 생각했다는데 (조 씨가) 언제 무슨 일을 해서 급여를 주려 한 것이냐”, “급여를 알아본 건 언제냐”, “문의한 직원을 특정할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강 교수는 명확하게 대답하진 못했습니다. 또 표창장에 적힌 것처럼 조 씨가 학생들의 에세이를 첨삭하는 등 봉사 활동을 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며 가며 조 씨를 본 것, 또 엄마인 정 교수로부터 이야기를 들은 것이 전부라는 거죠.

강 교수는 동양대 간호학과에서 조교로 일했던 자신의 딸 이야기도 꺼냈는데요. 딸에게 전해 들은 경험담에 의하면, 조교가 알아서 상장 발급 절차를 진행하거나 일련번호를 임의대로 부여하기도 했고, 총장 직인을 찍어오는 것도 자유로웠다는 증언입니다. 강 교수의 딸은 오는 24일 정 교수 재판에 직접 증인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 “일하는 조민 봤다” 첫 증언…새롭게 부상한 ‘키즈 캠프’

이날 재판에선 정 교수 입장에서 그야말로 ‘값진’ 증언이 나왔습니다. 그동안 동양대에서 조민 씨를 목격했다는 증언은 여러 번 나왔지만, 조 씨가 학교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는 누구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었죠. 그런데 어학교육원에서 일했던 원어민 A 교수는 달랐습니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조 씨 모습을 직접 봤고, 함께 일했다고 했으니까요.

이번에도 시기는 2012년 여름, 더 정확하게는 7~8월 무렵입니다. 당시 동양대에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영어 프로그램인 ‘에이스 키즈 캠프’가 열리고 있었는데요. A 교수는 “캠프가 거의 끝나갈 무렵 (조 씨가) 정 교수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을 봤는데 서류를 준비하고 있었다”며 “캠프를 마감하며 수강 학생들의 이름을 직접 프린트해서 나눠줘야 해서 한글과 영문 이름이 모두 들어가야 하는데, 그걸 확인하는 과정”이었다고 증언했습니다.

A 교수는 당시 정 교수로부터 딸이 일하고 있으니 도와주라는 지시를 받고 사무실에 갔던 것이었다며, 조 씨와 서로 통성명까지 해서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검사는 혹시 다른 조교나 봉사하는 여학생을 본 건 아닌지 재차 물었지만, A 교수는 조 씨가 분명했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다만 A 교수는 조 씨와 이날 얼마나 긴 시간 동안 일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고, 조 씨가 수료증을 제작하는 것 외에 다른 번역 봉사 등을 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A 교수의 증언으로 조 씨가 정 교수 사무실에서 한 차례 일을 도운 적이 있다는 건 확실하게 입증됐지만, 얼마나 자주, 어떤 활동을 했는지까지는 드러나지 않은 셈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뭔가 의아함을 느끼신 분들 있을 겁니다. 조 씨 표창장에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했던 ‘동양대 인문학 영재프로그램’ 튜터로서 활동한 내용이 담겨있는데, 지금 얘기되고 있는 건 초등학생 대상의 또 다른 영어 캠프니까요. 이 캠프는 2012년 7월 30일부터 8월 17일까지, 3주간 진행됐습니다.

그동안 검찰은 문제의 ‘2012년 여름’엔 조 씨 표창장에 적힌 인문학 영재프로그램이 열리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해왔는데요. 1기는 2012년 1~2월, 2기는 2012년 3~5월에 열렸고 여름방학 때 진행될 예정이던 3기는 수강 인원이 적어 폐강됐기 때문이죠. 그런데 키즈 캠프는 조 씨를 봤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처럼, 정확히 여름에 열렸습니다. 일단 시기가 맞습니다. 변호인은 이날 증인신문 과정에서 키즈 캠프를 여러 번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표창장 내용에 없는 완전히 새로운 캠프의 등장에 의구심을 드러냈습니다. 이렇게 되면 공소사실과는 관련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건데, “재판부가 이걸 계속 심리해야 하는 이유를 말해달라”고 변호인 측에 묻기도 했습니다. 변호인은 조 씨가 엄마 정 교수의 여러 가지 업무를 도와줬는데, 표창장에는 이 가운데 대표적인 것만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추후 의견서를 통해 보완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 정경심 ‘컴맹’ 여부가 쟁점?…‘표창장 의혹’ 혼전

한편 동양대 교양학부 조교 이 씨를 신문하는 과정에선, 정 교수의 ‘컴퓨터 활용 능력’이 쟁점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조교는 동양대 강사휴게실 PC를 임의제출한 조교 김 모 씨의 전임자인데요. 정 교수가 별것 아닌 일로 자신을 자꾸 불러 귀찮게 했을 정도로 “컴맹에 가까웠다”고 증언했습니다. 모니터가 안 나온다고 해서 가보면 케이블이 뽑혀 있고, 한글 프로그램 작동도 서툴러 ‘뭐 이런 것도 못 하나’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는 겁니다.

이 조교는 당연히 정 교수가 스캔도 직접 못 한다고 생각했고, 포토샵 등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을 다루는 모습을 본 적도 없다고 했습니다. 변호인은 이 조교의 입을 통해 정 교수가 표창장을 위조할 능력이 없었다고 재차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검사는 또 다른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정 교수가 남편 조국 전 장관에게 윈도우 오류를 고치는 방법을 설명한 문자인데요. 이렇게 복잡한 작업도 척척 설명해냈는데, 어떻게 컴맹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지적입니다. 또 정 교수가 자신의 경력증명서를 스캔한 뒤 확장자를 바꾼 사실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조교는 자신이 직접 총장 명의의 상장과 수료증을 만들기도 했는데, 일련번호는 총무복지팀에서 받지 않고 임의로 매긴 경우도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상장에 마음대로 1, 2, 3호로 번호를 써넣었다는 거죠. 이렇게 되면, 조민 씨 표창장의 일련번호가 통상과 다르다는 점을 문제 삼았던 검찰 주장도 힘을 잃게 됩니다.

하지만 검사는 이 조교 증언과는 달리, 실제 상장에는 총무팀에서 부여받은 것으로 보이는 569, 570, 571호라는 일련번호가 적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조교 증언의 신빙성을 흔든 셈입니다. 이 조교는 “이게 왜 이렇게 나갔지”라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도 이 조교에게 “아까 선서를 했다”며 “본인 설명과 왜 차이가 나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질책했지만, 이 조교는 끝내 기억에 없는 일이라고만 대답했습니다.

이번 주 재판에는 정 교수가 출자한 ‘블루펀드’의 최종 목적지라고 볼 수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익성’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합니다.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와 익성의 지배·협력관계, 정 교수의 투자처 인지 여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다음 [법원의 시간]에서도 관계자들의 증언을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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