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시간]㊺ 정경심 아들의 ‘당일치기 상장’…수강후기 2개가 비결?
입력 2020.09.28 (07:00)
수정 2020.09.28 (09:2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변호인, 2019.12.31.)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 정경심 '건강 빨간불'에도 법원의 시간은 계속…"재판 못 받을 정도 아냐"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30번째 공판. 여느 때와 다름없이 증인신문이 진행되던 중, 재판 시작 1시간도 채 안 돼 변호인 측이 뜻밖의 요청을 했습니다. 정 교수가 아침부터 몸이 아주 안 좋고 구역질이 날 것 같다고 하니, 법정을 벗어나 좀 쉬게 해줄 수 있느냐는 겁니다. 남은 증인신문에 대해선 피고인이 자리에 없는 채로 진행하는 '궐석재판'을 요청했습니다.
재판부도 정 교수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인다며 소명자료 없이 궐석재판을 허용했습니다. 그런데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법정을 떠나려던 정 교수가, 순간적으로 몸에 힘이 풀리며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법정은 크게 술렁였고, 재판부는 상황 수습을 위해 방청객을 모두 퇴정시켰습니다. 결국 정 교수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옮겨졌고, 변호인은 정 교수가 평소 뇌 신경계 문제로 다니던 병원에 입원해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재판은 변호인 측이 오후 증인 신청을 철회하면서 1시간 반 만에 마무리됐습니다.
그리고 지난 22일, 31번째 공판을 이틀 앞두고 정 교수 변호인 측은 재판을 한 달 정도 미뤄달라는 신청서를 법원에 냈습니다. 역시 건강 문제로 치료에만 전념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데, 검찰은 다음 날 곧바로 반대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정 교수 측이 호소하는 건강상 문제가 재판을 연기할 정도로 보기 어렵고, 앞으로 예정된 일정에 비춰 그대로 진행하는 게 맞다는 주장입니다.
양측 의견을 살펴본 재판부는, 정 교수 측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제출된 진단서 등을 검토한 결과 "현재 재판을 받지 못할 상태로 보이지 않는다"는 게 주된 이유였습니다. 또 이미 재판이 막바지에 이른 만큼 변론 준비를 위해 시간을 더 줘야 할 필요성도 적다고 설명했습니다.
■ 11월 5일에 '마지막 재판'…올해 안에 선고하나?
정 교수 측은 지난 24일 열린 31번째 공판에서도 다시 한번 건강 이상을 호소하며 궐석재판을 요청했습니다. 재판 시작부터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이던 정 교수는 결국 2시간 반 만에 부축을 받으며 먼저 법정을 떠났습니다. 변호인은 병원에서 강력하게 '두 차례 수술'을 권했다며, 애초 10월 8일에 진행하기로 했던 다음 재판을 일주일 미뤄달라고 했는데요.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정 교수에 대한 다음 재판은 3주 뒤인 10월 15일에 열리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날, 대망의 '마지막 재판' 날짜가 정해졌습니다. 오는 11월 5일, 34번째 공판기일을 끝으로 정 교수 사건의 1심 심리는 종결됩니다. 선고 날짜는 아직 잡히지 않았는데, 올해 안에 선고될 가능성이 큽니다.
남은 일정을 살펴보면 우선 10월 15일, 검찰 측이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쯤까지 서증조사를 진행하고요. 2주 뒤인 10월 29일에는 변호인 측이 같은 시간 동안 서증조사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11월 5일에는 검찰의 최종의견 진술(구형)과 변호인의 최종변론, 정 교수의 최후진술이 있을 예정입니다.
앞서 정 교수에 대한 피고인신문을 진행하느냐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다툼이 있었는데, '변론 시간을 충분히 보장해주고, 부족한 부분은 석명권을 행사하겠다'는 재판부의 제안으로 결국 피고인신문은 안 하는 것으로 정리됐습니다. 이에 따라 정 교수 본인의 목소리는 오는 11월 5일 최후진술 시간에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정경심 아들의 '빈칸 수료증'?…"굳이 필요 없는 줄 알았다"
그럼 지난 24일 진행된 마지막 증인신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볼까요? 이날 쟁점이 된 건 정 교수 아들이 2013년 6월 동양대에서 받은 인문학 강좌 프로그램 수료증과 상장이었습니다. 검찰은 조 씨가 프로그램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았는데도, 허위로 수료증과 상장을 발급받았다고 의심하고 있죠. 사실 이 부분은 정 교수 사건의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정 교수의 범행 동기 등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쟁점으로 등장해왔습니다.
증인으로 나온 前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 김 모 씨는 정 교수 아들 조 씨를 해당 강좌에서 서너 번 정도 봤다고 증언했습니다. 다만 조 씨뿐 아니라 많은 동양대 교직원 자녀들이 인사를 하고 가는 바람에 그게 언제인지, 몇 번인지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출석부에 이상한 점이 있다며 김 씨를 추궁했습니다. 당시 동양대는 6번 이상 강좌에 출석한 학생들에게 수료증을 발급해줬는데, 출석부 맨 끝, '196번'으로 기재된 조 씨는 7번이나 출석했는데도 '수료' 부분이 빈칸으로 남아 있다는 겁니다.
검찰은 출석부 수료 칸에 동그라미가 그려진 학생의 수와 실제 수료증을 발급받은 학생의 수가 정확히 일치했다며, 조 씨 칸에 동그라미가 없는데도 수료증이 발급된 경위를 재차 물었습니다. 사실은 조 씨가 출석을 안 했는데, 누군가 허위로 출석 표시를 해둔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그러자 김 씨는 수료증 발급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한 차례 번복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김 씨는 "동양대가 그렇게 좋은 학교도 아닌데 굳이 수료증까지 필요하겠는가 생각해 처음에는 발급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이후 도우미 학생을 통해 확인해보니 조 씨가 수료증을 발급받고 싶어 해서 다시 주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애초에 6번 이상 출석한 학생에겐 모두 수료증을 줬는데 굳이 의사를 확인할 이유가 있느냐며, 도우미 학생이 진짜로 조 씨에게 물어본 게 맞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김 씨는 분명히 그런 지시를 했고, 조 씨가 수료증을 받고 싶어 했다고 답했습니다.
■ 수료식 아침에 수상자 된 정경심 아들…'수강 후기 2개'가 뭐길래?
정 교수 아들 조 씨는 이 프로그램에서 수료증뿐 아니라 상장도 받았습니다. 앞서 [법원의 시간]에서 한 번 소개해드린 적이 있죠. 조 씨에게 '논증과 비평' 부문 우수상을 주기로 결정된 건 수료식 당일 아침이었습니다. 상을 주게 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료식 전날 밤, 조 씨가 '가르'라는 닉네임으로 온라인 카페에 2개의 수강 후기 게시글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관련기사: [법원의 시간]㉟ 정경심 ‘표창장 의혹’ 최종병기 등장…PC는 알고 있다(20.07.25.))
검찰은 이미 4명의 수상자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조 씨에게 상장을 주기로 변경된 것에 의문을 제기했는데요. 특히 주목한 건 수강 후기의 대상이 된 이 2개 강의(강사: 정경심 교수, 진중권 교수)가 있었던 날 조 씨에게 다른 일정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검찰은 이 중 하루는 한영외고 중간고사를 앞둔 기간이었고, 다른 하루는 조 씨가 일종의 대외활동인 서울시 청소년참여위원회에 참석했던 날이라고 주장했죠. 조 씨가 경북 영주의 동양대까지 가는 게 사실상 어려웠을 텐데 출석체크가 된 점, 그리고 수강 후기를 올린 점이 이상하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재판부도 "왜 그렇게 급하게 (상장 수여를) 결정하느냐", "줄 만한 사람이면 전날이나 이틀 전에 결정하지 않느냐"고 의구심을 드러냈는데, 김 씨는 전날 밤에 수강 후기가 올라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취지로 대답했습니다.
한편 김 씨는 2012년 여름 정 교수 딸 조민 씨가 엄마 일을 도와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도 증언했습니다. 조 씨가 표창장에 적힌 것처럼 실제로 동양대에서 봉사활동을 했는지가 계속 쟁점이 되는 상황이죠. 김 씨는 "(조 씨가) 영어 에세이 첨삭이나 자료수집 등을 도와줬다고 들었다"고 구체적으로 밝히기도 했는데, 조 씨를 동양대에서 직접 목격한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 前 KIST 연구원 "실험실 분란 있었다"…정경심 딸 진술에 힘 실리나?
이날 재판에선 정 교수 딸 조민 씨의 2011년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인턴 실습과 관련해 새로운 진술도 나왔습니다. 앞선 검찰 조사에서 조 씨는 인턴 근무를 할 당시 실험실에 분란이 생기는 바람에, '너를 챙겨줄 수 없으니 출근하지 말고 대기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진술했는데요. 인턴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한 건 실험실 사정 때문이지, 자신이 임의로 결정한 게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증인으로 나온 전직 연구원 이 모 씨는 "옆 팀이랑 약간의 문제가 있었던 건 맞다"며 조 씨 입장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했습니다. "당시 두 팀이 같이 실험실을 쓰고 있었는데, 같은 공간에 있다 보니 실험 기자재를 쓰는 부분에서 서로 오해가 있었다"며, 이 일로 신경을 굉장히 많이 썼었다고 증언한 겁니다.
다만 분란이 있던 시기가 조 씨가 인턴을 했던 시기와 일치하는지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며, 조 씨와 한 차례 점심을 먹은 것 외에는 별다른 접점이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자신의 연구를 진행하기도 바빠, 조 씨가 무슨 일을 하는지까지는 잘 몰랐다고도 했습니다.
변호인은 이를 두고 내부 분란을 바깥에 알리고 싶지 않아서 조 씨에게 출근하지 말라고 한 게 아니냐고 물었는데, 이 씨는 그런 이유로 인턴을 배척하진 않았을 거라고 대답했습니다.
3주 뒤에 돌아오는 다음 재판은 검찰 측 서증조사로 진행됩니다. 이날 검찰은 논란의 동양대 표창장을 직접 위조하는 시연을 해 보일 예정입니다. 또 지금까지 나왔던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증거인멸 관련 혐의들의 중요 쟁점들과 증언들을 정리할 텐데요. 검찰의 시선으로 바라본 지난 1년간의 재판은 어떤 모습일까요? 다음 [법원의 시간]에서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 정경심 '건강 빨간불'에도 법원의 시간은 계속…"재판 못 받을 정도 아냐"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30번째 공판. 여느 때와 다름없이 증인신문이 진행되던 중, 재판 시작 1시간도 채 안 돼 변호인 측이 뜻밖의 요청을 했습니다. 정 교수가 아침부터 몸이 아주 안 좋고 구역질이 날 것 같다고 하니, 법정을 벗어나 좀 쉬게 해줄 수 있느냐는 겁니다. 남은 증인신문에 대해선 피고인이 자리에 없는 채로 진행하는 '궐석재판'을 요청했습니다.
재판부도 정 교수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인다며 소명자료 없이 궐석재판을 허용했습니다. 그런데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법정을 떠나려던 정 교수가, 순간적으로 몸에 힘이 풀리며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법정은 크게 술렁였고, 재판부는 상황 수습을 위해 방청객을 모두 퇴정시켰습니다. 결국 정 교수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옮겨졌고, 변호인은 정 교수가 평소 뇌 신경계 문제로 다니던 병원에 입원해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재판은 변호인 측이 오후 증인 신청을 철회하면서 1시간 반 만에 마무리됐습니다.
그리고 지난 22일, 31번째 공판을 이틀 앞두고 정 교수 변호인 측은 재판을 한 달 정도 미뤄달라는 신청서를 법원에 냈습니다. 역시 건강 문제로 치료에만 전념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데, 검찰은 다음 날 곧바로 반대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정 교수 측이 호소하는 건강상 문제가 재판을 연기할 정도로 보기 어렵고, 앞으로 예정된 일정에 비춰 그대로 진행하는 게 맞다는 주장입니다.
양측 의견을 살펴본 재판부는, 정 교수 측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제출된 진단서 등을 검토한 결과 "현재 재판을 받지 못할 상태로 보이지 않는다"는 게 주된 이유였습니다. 또 이미 재판이 막바지에 이른 만큼 변론 준비를 위해 시간을 더 줘야 할 필요성도 적다고 설명했습니다.
■ 11월 5일에 '마지막 재판'…올해 안에 선고하나?
정 교수 측은 지난 24일 열린 31번째 공판에서도 다시 한번 건강 이상을 호소하며 궐석재판을 요청했습니다. 재판 시작부터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이던 정 교수는 결국 2시간 반 만에 부축을 받으며 먼저 법정을 떠났습니다. 변호인은 병원에서 강력하게 '두 차례 수술'을 권했다며, 애초 10월 8일에 진행하기로 했던 다음 재판을 일주일 미뤄달라고 했는데요.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정 교수에 대한 다음 재판은 3주 뒤인 10월 15일에 열리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날, 대망의 '마지막 재판' 날짜가 정해졌습니다. 오는 11월 5일, 34번째 공판기일을 끝으로 정 교수 사건의 1심 심리는 종결됩니다. 선고 날짜는 아직 잡히지 않았는데, 올해 안에 선고될 가능성이 큽니다.
남은 일정을 살펴보면 우선 10월 15일, 검찰 측이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쯤까지 서증조사를 진행하고요. 2주 뒤인 10월 29일에는 변호인 측이 같은 시간 동안 서증조사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11월 5일에는 검찰의 최종의견 진술(구형)과 변호인의 최종변론, 정 교수의 최후진술이 있을 예정입니다.
앞서 정 교수에 대한 피고인신문을 진행하느냐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다툼이 있었는데, '변론 시간을 충분히 보장해주고, 부족한 부분은 석명권을 행사하겠다'는 재판부의 제안으로 결국 피고인신문은 안 하는 것으로 정리됐습니다. 이에 따라 정 교수 본인의 목소리는 오는 11월 5일 최후진술 시간에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정경심 아들의 '빈칸 수료증'?…"굳이 필요 없는 줄 알았다"
그럼 지난 24일 진행된 마지막 증인신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볼까요? 이날 쟁점이 된 건 정 교수 아들이 2013년 6월 동양대에서 받은 인문학 강좌 프로그램 수료증과 상장이었습니다. 검찰은 조 씨가 프로그램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았는데도, 허위로 수료증과 상장을 발급받았다고 의심하고 있죠. 사실 이 부분은 정 교수 사건의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정 교수의 범행 동기 등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쟁점으로 등장해왔습니다.
증인으로 나온 前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 김 모 씨는 정 교수 아들 조 씨를 해당 강좌에서 서너 번 정도 봤다고 증언했습니다. 다만 조 씨뿐 아니라 많은 동양대 교직원 자녀들이 인사를 하고 가는 바람에 그게 언제인지, 몇 번인지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출석부에 이상한 점이 있다며 김 씨를 추궁했습니다. 당시 동양대는 6번 이상 강좌에 출석한 학생들에게 수료증을 발급해줬는데, 출석부 맨 끝, '196번'으로 기재된 조 씨는 7번이나 출석했는데도 '수료' 부분이 빈칸으로 남아 있다는 겁니다.
검찰은 출석부 수료 칸에 동그라미가 그려진 학생의 수와 실제 수료증을 발급받은 학생의 수가 정확히 일치했다며, 조 씨 칸에 동그라미가 없는데도 수료증이 발급된 경위를 재차 물었습니다. 사실은 조 씨가 출석을 안 했는데, 누군가 허위로 출석 표시를 해둔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그러자 김 씨는 수료증 발급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한 차례 번복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김 씨는 "동양대가 그렇게 좋은 학교도 아닌데 굳이 수료증까지 필요하겠는가 생각해 처음에는 발급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이후 도우미 학생을 통해 확인해보니 조 씨가 수료증을 발급받고 싶어 해서 다시 주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애초에 6번 이상 출석한 학생에겐 모두 수료증을 줬는데 굳이 의사를 확인할 이유가 있느냐며, 도우미 학생이 진짜로 조 씨에게 물어본 게 맞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김 씨는 분명히 그런 지시를 했고, 조 씨가 수료증을 받고 싶어 했다고 답했습니다.
■ 수료식 아침에 수상자 된 정경심 아들…'수강 후기 2개'가 뭐길래?
정 교수 아들 조 씨는 이 프로그램에서 수료증뿐 아니라 상장도 받았습니다. 앞서 [법원의 시간]에서 한 번 소개해드린 적이 있죠. 조 씨에게 '논증과 비평' 부문 우수상을 주기로 결정된 건 수료식 당일 아침이었습니다. 상을 주게 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료식 전날 밤, 조 씨가 '가르'라는 닉네임으로 온라인 카페에 2개의 수강 후기 게시글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관련기사: [법원의 시간]㉟ 정경심 ‘표창장 의혹’ 최종병기 등장…PC는 알고 있다(20.07.25.))
검찰은 이미 4명의 수상자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조 씨에게 상장을 주기로 변경된 것에 의문을 제기했는데요. 특히 주목한 건 수강 후기의 대상이 된 이 2개 강의(강사: 정경심 교수, 진중권 교수)가 있었던 날 조 씨에게 다른 일정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검찰은 이 중 하루는 한영외고 중간고사를 앞둔 기간이었고, 다른 하루는 조 씨가 일종의 대외활동인 서울시 청소년참여위원회에 참석했던 날이라고 주장했죠. 조 씨가 경북 영주의 동양대까지 가는 게 사실상 어려웠을 텐데 출석체크가 된 점, 그리고 수강 후기를 올린 점이 이상하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재판부도 "왜 그렇게 급하게 (상장 수여를) 결정하느냐", "줄 만한 사람이면 전날이나 이틀 전에 결정하지 않느냐"고 의구심을 드러냈는데, 김 씨는 전날 밤에 수강 후기가 올라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취지로 대답했습니다.
한편 김 씨는 2012년 여름 정 교수 딸 조민 씨가 엄마 일을 도와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도 증언했습니다. 조 씨가 표창장에 적힌 것처럼 실제로 동양대에서 봉사활동을 했는지가 계속 쟁점이 되는 상황이죠. 김 씨는 "(조 씨가) 영어 에세이 첨삭이나 자료수집 등을 도와줬다고 들었다"고 구체적으로 밝히기도 했는데, 조 씨를 동양대에서 직접 목격한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 前 KIST 연구원 "실험실 분란 있었다"…정경심 딸 진술에 힘 실리나?
이날 재판에선 정 교수 딸 조민 씨의 2011년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인턴 실습과 관련해 새로운 진술도 나왔습니다. 앞선 검찰 조사에서 조 씨는 인턴 근무를 할 당시 실험실에 분란이 생기는 바람에, '너를 챙겨줄 수 없으니 출근하지 말고 대기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진술했는데요. 인턴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한 건 실험실 사정 때문이지, 자신이 임의로 결정한 게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증인으로 나온 전직 연구원 이 모 씨는 "옆 팀이랑 약간의 문제가 있었던 건 맞다"며 조 씨 입장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했습니다. "당시 두 팀이 같이 실험실을 쓰고 있었는데, 같은 공간에 있다 보니 실험 기자재를 쓰는 부분에서 서로 오해가 있었다"며, 이 일로 신경을 굉장히 많이 썼었다고 증언한 겁니다.
다만 분란이 있던 시기가 조 씨가 인턴을 했던 시기와 일치하는지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며, 조 씨와 한 차례 점심을 먹은 것 외에는 별다른 접점이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자신의 연구를 진행하기도 바빠, 조 씨가 무슨 일을 하는지까지는 잘 몰랐다고도 했습니다.
변호인은 이를 두고 내부 분란을 바깥에 알리고 싶지 않아서 조 씨에게 출근하지 말라고 한 게 아니냐고 물었는데, 이 씨는 그런 이유로 인턴을 배척하진 않았을 거라고 대답했습니다.
3주 뒤에 돌아오는 다음 재판은 검찰 측 서증조사로 진행됩니다. 이날 검찰은 논란의 동양대 표창장을 직접 위조하는 시연을 해 보일 예정입니다. 또 지금까지 나왔던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증거인멸 관련 혐의들의 중요 쟁점들과 증언들을 정리할 텐데요. 검찰의 시선으로 바라본 지난 1년간의 재판은 어떤 모습일까요? 다음 [법원의 시간]에서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법원의 시간]㊺ 정경심 아들의 ‘당일치기 상장’…수강후기 2개가 비결?
-
- 입력 2020-09-28 07:00:12
- 수정2020-09-28 09:25:38
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변호인, 2019.12.31.)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 정경심 '건강 빨간불'에도 법원의 시간은 계속…"재판 못 받을 정도 아냐"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30번째 공판. 여느 때와 다름없이 증인신문이 진행되던 중, 재판 시작 1시간도 채 안 돼 변호인 측이 뜻밖의 요청을 했습니다. 정 교수가 아침부터 몸이 아주 안 좋고 구역질이 날 것 같다고 하니, 법정을 벗어나 좀 쉬게 해줄 수 있느냐는 겁니다. 남은 증인신문에 대해선 피고인이 자리에 없는 채로 진행하는 '궐석재판'을 요청했습니다.
재판부도 정 교수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인다며 소명자료 없이 궐석재판을 허용했습니다. 그런데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법정을 떠나려던 정 교수가, 순간적으로 몸에 힘이 풀리며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법정은 크게 술렁였고, 재판부는 상황 수습을 위해 방청객을 모두 퇴정시켰습니다. 결국 정 교수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옮겨졌고, 변호인은 정 교수가 평소 뇌 신경계 문제로 다니던 병원에 입원해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재판은 변호인 측이 오후 증인 신청을 철회하면서 1시간 반 만에 마무리됐습니다.
그리고 지난 22일, 31번째 공판을 이틀 앞두고 정 교수 변호인 측은 재판을 한 달 정도 미뤄달라는 신청서를 법원에 냈습니다. 역시 건강 문제로 치료에만 전념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데, 검찰은 다음 날 곧바로 반대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정 교수 측이 호소하는 건강상 문제가 재판을 연기할 정도로 보기 어렵고, 앞으로 예정된 일정에 비춰 그대로 진행하는 게 맞다는 주장입니다.
양측 의견을 살펴본 재판부는, 정 교수 측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제출된 진단서 등을 검토한 결과 "현재 재판을 받지 못할 상태로 보이지 않는다"는 게 주된 이유였습니다. 또 이미 재판이 막바지에 이른 만큼 변론 준비를 위해 시간을 더 줘야 할 필요성도 적다고 설명했습니다.
■ 11월 5일에 '마지막 재판'…올해 안에 선고하나?
정 교수 측은 지난 24일 열린 31번째 공판에서도 다시 한번 건강 이상을 호소하며 궐석재판을 요청했습니다. 재판 시작부터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이던 정 교수는 결국 2시간 반 만에 부축을 받으며 먼저 법정을 떠났습니다. 변호인은 병원에서 강력하게 '두 차례 수술'을 권했다며, 애초 10월 8일에 진행하기로 했던 다음 재판을 일주일 미뤄달라고 했는데요.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정 교수에 대한 다음 재판은 3주 뒤인 10월 15일에 열리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날, 대망의 '마지막 재판' 날짜가 정해졌습니다. 오는 11월 5일, 34번째 공판기일을 끝으로 정 교수 사건의 1심 심리는 종결됩니다. 선고 날짜는 아직 잡히지 않았는데, 올해 안에 선고될 가능성이 큽니다.
남은 일정을 살펴보면 우선 10월 15일, 검찰 측이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쯤까지 서증조사를 진행하고요. 2주 뒤인 10월 29일에는 변호인 측이 같은 시간 동안 서증조사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11월 5일에는 검찰의 최종의견 진술(구형)과 변호인의 최종변론, 정 교수의 최후진술이 있을 예정입니다.
앞서 정 교수에 대한 피고인신문을 진행하느냐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다툼이 있었는데, '변론 시간을 충분히 보장해주고, 부족한 부분은 석명권을 행사하겠다'는 재판부의 제안으로 결국 피고인신문은 안 하는 것으로 정리됐습니다. 이에 따라 정 교수 본인의 목소리는 오는 11월 5일 최후진술 시간에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정경심 아들의 '빈칸 수료증'?…"굳이 필요 없는 줄 알았다"
그럼 지난 24일 진행된 마지막 증인신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볼까요? 이날 쟁점이 된 건 정 교수 아들이 2013년 6월 동양대에서 받은 인문학 강좌 프로그램 수료증과 상장이었습니다. 검찰은 조 씨가 프로그램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았는데도, 허위로 수료증과 상장을 발급받았다고 의심하고 있죠. 사실 이 부분은 정 교수 사건의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정 교수의 범행 동기 등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쟁점으로 등장해왔습니다.
증인으로 나온 前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 김 모 씨는 정 교수 아들 조 씨를 해당 강좌에서 서너 번 정도 봤다고 증언했습니다. 다만 조 씨뿐 아니라 많은 동양대 교직원 자녀들이 인사를 하고 가는 바람에 그게 언제인지, 몇 번인지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출석부에 이상한 점이 있다며 김 씨를 추궁했습니다. 당시 동양대는 6번 이상 강좌에 출석한 학생들에게 수료증을 발급해줬는데, 출석부 맨 끝, '196번'으로 기재된 조 씨는 7번이나 출석했는데도 '수료' 부분이 빈칸으로 남아 있다는 겁니다.
검찰은 출석부 수료 칸에 동그라미가 그려진 학생의 수와 실제 수료증을 발급받은 학생의 수가 정확히 일치했다며, 조 씨 칸에 동그라미가 없는데도 수료증이 발급된 경위를 재차 물었습니다. 사실은 조 씨가 출석을 안 했는데, 누군가 허위로 출석 표시를 해둔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그러자 김 씨는 수료증 발급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한 차례 번복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김 씨는 "동양대가 그렇게 좋은 학교도 아닌데 굳이 수료증까지 필요하겠는가 생각해 처음에는 발급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이후 도우미 학생을 통해 확인해보니 조 씨가 수료증을 발급받고 싶어 해서 다시 주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애초에 6번 이상 출석한 학생에겐 모두 수료증을 줬는데 굳이 의사를 확인할 이유가 있느냐며, 도우미 학생이 진짜로 조 씨에게 물어본 게 맞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김 씨는 분명히 그런 지시를 했고, 조 씨가 수료증을 받고 싶어 했다고 답했습니다.
■ 수료식 아침에 수상자 된 정경심 아들…'수강 후기 2개'가 뭐길래?
정 교수 아들 조 씨는 이 프로그램에서 수료증뿐 아니라 상장도 받았습니다. 앞서 [법원의 시간]에서 한 번 소개해드린 적이 있죠. 조 씨에게 '논증과 비평' 부문 우수상을 주기로 결정된 건 수료식 당일 아침이었습니다. 상을 주게 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료식 전날 밤, 조 씨가 '가르'라는 닉네임으로 온라인 카페에 2개의 수강 후기 게시글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관련기사: [법원의 시간]㉟ 정경심 ‘표창장 의혹’ 최종병기 등장…PC는 알고 있다(20.07.25.))
검찰은 이미 4명의 수상자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조 씨에게 상장을 주기로 변경된 것에 의문을 제기했는데요. 특히 주목한 건 수강 후기의 대상이 된 이 2개 강의(강사: 정경심 교수, 진중권 교수)가 있었던 날 조 씨에게 다른 일정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검찰은 이 중 하루는 한영외고 중간고사를 앞둔 기간이었고, 다른 하루는 조 씨가 일종의 대외활동인 서울시 청소년참여위원회에 참석했던 날이라고 주장했죠. 조 씨가 경북 영주의 동양대까지 가는 게 사실상 어려웠을 텐데 출석체크가 된 점, 그리고 수강 후기를 올린 점이 이상하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재판부도 "왜 그렇게 급하게 (상장 수여를) 결정하느냐", "줄 만한 사람이면 전날이나 이틀 전에 결정하지 않느냐"고 의구심을 드러냈는데, 김 씨는 전날 밤에 수강 후기가 올라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취지로 대답했습니다.
한편 김 씨는 2012년 여름 정 교수 딸 조민 씨가 엄마 일을 도와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도 증언했습니다. 조 씨가 표창장에 적힌 것처럼 실제로 동양대에서 봉사활동을 했는지가 계속 쟁점이 되는 상황이죠. 김 씨는 "(조 씨가) 영어 에세이 첨삭이나 자료수집 등을 도와줬다고 들었다"고 구체적으로 밝히기도 했는데, 조 씨를 동양대에서 직접 목격한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 前 KIST 연구원 "실험실 분란 있었다"…정경심 딸 진술에 힘 실리나?
이날 재판에선 정 교수 딸 조민 씨의 2011년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인턴 실습과 관련해 새로운 진술도 나왔습니다. 앞선 검찰 조사에서 조 씨는 인턴 근무를 할 당시 실험실에 분란이 생기는 바람에, '너를 챙겨줄 수 없으니 출근하지 말고 대기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진술했는데요. 인턴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한 건 실험실 사정 때문이지, 자신이 임의로 결정한 게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증인으로 나온 전직 연구원 이 모 씨는 "옆 팀이랑 약간의 문제가 있었던 건 맞다"며 조 씨 입장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했습니다. "당시 두 팀이 같이 실험실을 쓰고 있었는데, 같은 공간에 있다 보니 실험 기자재를 쓰는 부분에서 서로 오해가 있었다"며, 이 일로 신경을 굉장히 많이 썼었다고 증언한 겁니다.
다만 분란이 있던 시기가 조 씨가 인턴을 했던 시기와 일치하는지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며, 조 씨와 한 차례 점심을 먹은 것 외에는 별다른 접점이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자신의 연구를 진행하기도 바빠, 조 씨가 무슨 일을 하는지까지는 잘 몰랐다고도 했습니다.
변호인은 이를 두고 내부 분란을 바깥에 알리고 싶지 않아서 조 씨에게 출근하지 말라고 한 게 아니냐고 물었는데, 이 씨는 그런 이유로 인턴을 배척하진 않았을 거라고 대답했습니다.
3주 뒤에 돌아오는 다음 재판은 검찰 측 서증조사로 진행됩니다. 이날 검찰은 논란의 동양대 표창장을 직접 위조하는 시연을 해 보일 예정입니다. 또 지금까지 나왔던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증거인멸 관련 혐의들의 중요 쟁점들과 증언들을 정리할 텐데요. 검찰의 시선으로 바라본 지난 1년간의 재판은 어떤 모습일까요? 다음 [법원의 시간]에서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 정경심 '건강 빨간불'에도 법원의 시간은 계속…"재판 못 받을 정도 아냐"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30번째 공판. 여느 때와 다름없이 증인신문이 진행되던 중, 재판 시작 1시간도 채 안 돼 변호인 측이 뜻밖의 요청을 했습니다. 정 교수가 아침부터 몸이 아주 안 좋고 구역질이 날 것 같다고 하니, 법정을 벗어나 좀 쉬게 해줄 수 있느냐는 겁니다. 남은 증인신문에 대해선 피고인이 자리에 없는 채로 진행하는 '궐석재판'을 요청했습니다.
재판부도 정 교수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인다며 소명자료 없이 궐석재판을 허용했습니다. 그런데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법정을 떠나려던 정 교수가, 순간적으로 몸에 힘이 풀리며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법정은 크게 술렁였고, 재판부는 상황 수습을 위해 방청객을 모두 퇴정시켰습니다. 결국 정 교수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옮겨졌고, 변호인은 정 교수가 평소 뇌 신경계 문제로 다니던 병원에 입원해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재판은 변호인 측이 오후 증인 신청을 철회하면서 1시간 반 만에 마무리됐습니다.
그리고 지난 22일, 31번째 공판을 이틀 앞두고 정 교수 변호인 측은 재판을 한 달 정도 미뤄달라는 신청서를 법원에 냈습니다. 역시 건강 문제로 치료에만 전념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데, 검찰은 다음 날 곧바로 반대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정 교수 측이 호소하는 건강상 문제가 재판을 연기할 정도로 보기 어렵고, 앞으로 예정된 일정에 비춰 그대로 진행하는 게 맞다는 주장입니다.
양측 의견을 살펴본 재판부는, 정 교수 측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제출된 진단서 등을 검토한 결과 "현재 재판을 받지 못할 상태로 보이지 않는다"는 게 주된 이유였습니다. 또 이미 재판이 막바지에 이른 만큼 변론 준비를 위해 시간을 더 줘야 할 필요성도 적다고 설명했습니다.
■ 11월 5일에 '마지막 재판'…올해 안에 선고하나?
정 교수 측은 지난 24일 열린 31번째 공판에서도 다시 한번 건강 이상을 호소하며 궐석재판을 요청했습니다. 재판 시작부터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이던 정 교수는 결국 2시간 반 만에 부축을 받으며 먼저 법정을 떠났습니다. 변호인은 병원에서 강력하게 '두 차례 수술'을 권했다며, 애초 10월 8일에 진행하기로 했던 다음 재판을 일주일 미뤄달라고 했는데요.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정 교수에 대한 다음 재판은 3주 뒤인 10월 15일에 열리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날, 대망의 '마지막 재판' 날짜가 정해졌습니다. 오는 11월 5일, 34번째 공판기일을 끝으로 정 교수 사건의 1심 심리는 종결됩니다. 선고 날짜는 아직 잡히지 않았는데, 올해 안에 선고될 가능성이 큽니다.
남은 일정을 살펴보면 우선 10월 15일, 검찰 측이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쯤까지 서증조사를 진행하고요. 2주 뒤인 10월 29일에는 변호인 측이 같은 시간 동안 서증조사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11월 5일에는 검찰의 최종의견 진술(구형)과 변호인의 최종변론, 정 교수의 최후진술이 있을 예정입니다.
앞서 정 교수에 대한 피고인신문을 진행하느냐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다툼이 있었는데, '변론 시간을 충분히 보장해주고, 부족한 부분은 석명권을 행사하겠다'는 재판부의 제안으로 결국 피고인신문은 안 하는 것으로 정리됐습니다. 이에 따라 정 교수 본인의 목소리는 오는 11월 5일 최후진술 시간에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정경심 아들의 '빈칸 수료증'?…"굳이 필요 없는 줄 알았다"
그럼 지난 24일 진행된 마지막 증인신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볼까요? 이날 쟁점이 된 건 정 교수 아들이 2013년 6월 동양대에서 받은 인문학 강좌 프로그램 수료증과 상장이었습니다. 검찰은 조 씨가 프로그램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았는데도, 허위로 수료증과 상장을 발급받았다고 의심하고 있죠. 사실 이 부분은 정 교수 사건의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정 교수의 범행 동기 등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쟁점으로 등장해왔습니다.
증인으로 나온 前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 김 모 씨는 정 교수 아들 조 씨를 해당 강좌에서 서너 번 정도 봤다고 증언했습니다. 다만 조 씨뿐 아니라 많은 동양대 교직원 자녀들이 인사를 하고 가는 바람에 그게 언제인지, 몇 번인지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출석부에 이상한 점이 있다며 김 씨를 추궁했습니다. 당시 동양대는 6번 이상 강좌에 출석한 학생들에게 수료증을 발급해줬는데, 출석부 맨 끝, '196번'으로 기재된 조 씨는 7번이나 출석했는데도 '수료' 부분이 빈칸으로 남아 있다는 겁니다.
검찰은 출석부 수료 칸에 동그라미가 그려진 학생의 수와 실제 수료증을 발급받은 학생의 수가 정확히 일치했다며, 조 씨 칸에 동그라미가 없는데도 수료증이 발급된 경위를 재차 물었습니다. 사실은 조 씨가 출석을 안 했는데, 누군가 허위로 출석 표시를 해둔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그러자 김 씨는 수료증 발급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한 차례 번복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김 씨는 "동양대가 그렇게 좋은 학교도 아닌데 굳이 수료증까지 필요하겠는가 생각해 처음에는 발급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이후 도우미 학생을 통해 확인해보니 조 씨가 수료증을 발급받고 싶어 해서 다시 주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애초에 6번 이상 출석한 학생에겐 모두 수료증을 줬는데 굳이 의사를 확인할 이유가 있느냐며, 도우미 학생이 진짜로 조 씨에게 물어본 게 맞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김 씨는 분명히 그런 지시를 했고, 조 씨가 수료증을 받고 싶어 했다고 답했습니다.
■ 수료식 아침에 수상자 된 정경심 아들…'수강 후기 2개'가 뭐길래?
정 교수 아들 조 씨는 이 프로그램에서 수료증뿐 아니라 상장도 받았습니다. 앞서 [법원의 시간]에서 한 번 소개해드린 적이 있죠. 조 씨에게 '논증과 비평' 부문 우수상을 주기로 결정된 건 수료식 당일 아침이었습니다. 상을 주게 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료식 전날 밤, 조 씨가 '가르'라는 닉네임으로 온라인 카페에 2개의 수강 후기 게시글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관련기사: [법원의 시간]㉟ 정경심 ‘표창장 의혹’ 최종병기 등장…PC는 알고 있다(20.07.25.))
검찰은 이미 4명의 수상자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조 씨에게 상장을 주기로 변경된 것에 의문을 제기했는데요. 특히 주목한 건 수강 후기의 대상이 된 이 2개 강의(강사: 정경심 교수, 진중권 교수)가 있었던 날 조 씨에게 다른 일정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검찰은 이 중 하루는 한영외고 중간고사를 앞둔 기간이었고, 다른 하루는 조 씨가 일종의 대외활동인 서울시 청소년참여위원회에 참석했던 날이라고 주장했죠. 조 씨가 경북 영주의 동양대까지 가는 게 사실상 어려웠을 텐데 출석체크가 된 점, 그리고 수강 후기를 올린 점이 이상하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재판부도 "왜 그렇게 급하게 (상장 수여를) 결정하느냐", "줄 만한 사람이면 전날이나 이틀 전에 결정하지 않느냐"고 의구심을 드러냈는데, 김 씨는 전날 밤에 수강 후기가 올라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취지로 대답했습니다.
한편 김 씨는 2012년 여름 정 교수 딸 조민 씨가 엄마 일을 도와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도 증언했습니다. 조 씨가 표창장에 적힌 것처럼 실제로 동양대에서 봉사활동을 했는지가 계속 쟁점이 되는 상황이죠. 김 씨는 "(조 씨가) 영어 에세이 첨삭이나 자료수집 등을 도와줬다고 들었다"고 구체적으로 밝히기도 했는데, 조 씨를 동양대에서 직접 목격한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 前 KIST 연구원 "실험실 분란 있었다"…정경심 딸 진술에 힘 실리나?
이날 재판에선 정 교수 딸 조민 씨의 2011년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인턴 실습과 관련해 새로운 진술도 나왔습니다. 앞선 검찰 조사에서 조 씨는 인턴 근무를 할 당시 실험실에 분란이 생기는 바람에, '너를 챙겨줄 수 없으니 출근하지 말고 대기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진술했는데요. 인턴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한 건 실험실 사정 때문이지, 자신이 임의로 결정한 게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증인으로 나온 전직 연구원 이 모 씨는 "옆 팀이랑 약간의 문제가 있었던 건 맞다"며 조 씨 입장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했습니다. "당시 두 팀이 같이 실험실을 쓰고 있었는데, 같은 공간에 있다 보니 실험 기자재를 쓰는 부분에서 서로 오해가 있었다"며, 이 일로 신경을 굉장히 많이 썼었다고 증언한 겁니다.
다만 분란이 있던 시기가 조 씨가 인턴을 했던 시기와 일치하는지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며, 조 씨와 한 차례 점심을 먹은 것 외에는 별다른 접점이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자신의 연구를 진행하기도 바빠, 조 씨가 무슨 일을 하는지까지는 잘 몰랐다고도 했습니다.
변호인은 이를 두고 내부 분란을 바깥에 알리고 싶지 않아서 조 씨에게 출근하지 말라고 한 게 아니냐고 물었는데, 이 씨는 그런 이유로 인턴을 배척하진 않았을 거라고 대답했습니다.
3주 뒤에 돌아오는 다음 재판은 검찰 측 서증조사로 진행됩니다. 이날 검찰은 논란의 동양대 표창장을 직접 위조하는 시연을 해 보일 예정입니다. 또 지금까지 나왔던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증거인멸 관련 혐의들의 중요 쟁점들과 증언들을 정리할 텐데요. 검찰의 시선으로 바라본 지난 1년간의 재판은 어떤 모습일까요? 다음 [법원의 시간]에서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
-
최유경 기자 60@kbs.co.kr
최유경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시리즈
법원의 시간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