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변해야 산다] ‘창업’ 실패를 보호하라!

입력 2014.12.04 (21:18) 수정 2014.12.04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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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우리나라 기업들 창업을 한 뒤 3년 뒤에는 어떻게 될까요?

10곳 가운데 6곳 정도는 폐업을 하고 살아남는 기업은 4곳에 불과합니다.

다른 OECD회원국들과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3년생존율 41%는 상당히 낮은 편인데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처럼 창업에 실패한 후에도 재도전을 할 수 있어야 할텐데 우리 현실은 어떨까요?

먼저, 이경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창업 실피는 ‘주홍글씨’▼

<리포트>

이른 새벽.

영하의 추위에 산에 오른 사람들이 절을 백 번 합니다.

<녹취> "60배~"

17명 모두 한 때는 번듯한 중소기업 사장이었지만, 사업에 실패하고 방황하다 이 섬까지 왔습니다.

김성수 씨도 납품을 했던 업체가 도산하면서 자금난에 내몰려 피혁공장의 문을 닫았습니다.

수십억에 달하던 빚을 대부분 갚았는데도, 신용은 최하등급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인터뷰> 김성수(전 피혁제조업체 사장) : "오죽하면 세상을 등질까 이런 생각도 했었어요. 신용 문제라든가 이런 것을 많이 요구하니까, 한 번 실패한 사람은 이거 참 재기하기가 어렵죠."

우리 사회에서 실패는 경험이나 자산이 아니라 패배라는 '낙인'일 뿐.

사장님들이 눈물을 떨구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이명용(전 밸브제조업체 사장) : "개인 파산, 법인 파산 면책이 안돼서 사라져버린 (분들이) 지금 현재로도 너무 많습니다."

재기할 기회를 얻지 못하다보니 기술도, 경험도, 고스란히 묻히고 맙니다.

<인터뷰> 한상하(재기중소기업원장) : "제조라는게 대한민국의 근간산업이지 않습니까. 그분들이 갖고 있는 자원들이 그분들이 무너짐으로 해서 그 모든 것이 사장돼 버리는 겁니다."

▼‘패자 부활’ 외면하는 생태계▼

<기자 멘트>

실패한 뒤 다시 일어서기가 이렇게 힘든 건 무엇보다 돈줄이 막혀버리기 때문입니다.

폐업 때 진 빚에 시달려야 하고, 신용이 나빠져 재창업 자금을 구하기도 어려워집니다.

정부가 보증이나 융자를 통해 연간 20조 원을 창업에 지원하지만 재기 지원 자금은 그 100분의 1 정도에 불과합니다.

실패가 곧 '주홍글씨'가 돼버리는 우리 현실과는 사뭇 다른, 미국의 '패자부활' 생태계를, 박에스더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美 파산은 ‘새출발’…창업자 보호는 철저▼

<리포트>

최근 두 달새 주가가 30% 이상 오르는 등 미 항공업계 부활을 주도하고 있는 델타항공.

델타항공의 오늘을 가능케 한 것은 9년 전의 파산 보호 경험이었습니다.

파산을 신청하자 모든 지불 의무가 유예됐고, 채권단은, 회사가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으로 회생할 때까지 19개월을 기다렸습니다.

이런 대기업부터 개인 기업까지 '파산 신청'은 미국에서 '끝'이 아니라 '재기'의 한 방식입니다.

대법원까지 파산을 '새로운 출발'로 규정해, 채권자가 기업의 회생 노력을 막지 않도록 보호합니다.

<인터뷰> 수지 킴(미국 변호사) : "빚을 떠안고 문을 닫는 게 아니고, 정상적으로 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가장 큰 목적입니다."

사업에 실패했다는 이유만으로 재창업 때 돈줄이 막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창업 대출은, 창업자의 신용이 아니라 사업 모델에 근거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담보 역시, 개인 재산이 아닌, 회사 자산에 대해 잡습니다.

개인 사업자가 파산을 해도 주택과 연금 등은 몰수하지 못합니다.

<인터뷰> 카시러(파산 관재인) : "실패는 다시 시작하는 과정입니다, 기회죠, 하지만 이번엔 더 현명하게, 그리고 앞으로 나가 혁신하는 겁니다."

실패를 밑거름 삼아 재기할 수 있는 생태계 덕분에 두려움 없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고, 애플 같은 혁신적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고 미국인들은 믿고 있습니다.

뉴욕에서 KBS 뉴스 박에스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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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조업 변해야 산다] ‘창업’ 실패를 보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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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4-12-04 22:3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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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기업들 창업을 한 뒤 3년 뒤에는 어떻게 될까요?

10곳 가운데 6곳 정도는 폐업을 하고 살아남는 기업은 4곳에 불과합니다.

다른 OECD회원국들과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3년생존율 41%는 상당히 낮은 편인데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처럼 창업에 실패한 후에도 재도전을 할 수 있어야 할텐데 우리 현실은 어떨까요?

먼저, 이경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창업 실피는 ‘주홍글씨’▼

<리포트>

이른 새벽.

영하의 추위에 산에 오른 사람들이 절을 백 번 합니다.

<녹취> "60배~"

17명 모두 한 때는 번듯한 중소기업 사장이었지만, 사업에 실패하고 방황하다 이 섬까지 왔습니다.

김성수 씨도 납품을 했던 업체가 도산하면서 자금난에 내몰려 피혁공장의 문을 닫았습니다.

수십억에 달하던 빚을 대부분 갚았는데도, 신용은 최하등급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인터뷰> 김성수(전 피혁제조업체 사장) : "오죽하면 세상을 등질까 이런 생각도 했었어요. 신용 문제라든가 이런 것을 많이 요구하니까, 한 번 실패한 사람은 이거 참 재기하기가 어렵죠."

우리 사회에서 실패는 경험이나 자산이 아니라 패배라는 '낙인'일 뿐.

사장님들이 눈물을 떨구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이명용(전 밸브제조업체 사장) : "개인 파산, 법인 파산 면책이 안돼서 사라져버린 (분들이) 지금 현재로도 너무 많습니다."

재기할 기회를 얻지 못하다보니 기술도, 경험도, 고스란히 묻히고 맙니다.

<인터뷰> 한상하(재기중소기업원장) : "제조라는게 대한민국의 근간산업이지 않습니까. 그분들이 갖고 있는 자원들이 그분들이 무너짐으로 해서 그 모든 것이 사장돼 버리는 겁니다."

▼‘패자 부활’ 외면하는 생태계▼

<기자 멘트>

실패한 뒤 다시 일어서기가 이렇게 힘든 건 무엇보다 돈줄이 막혀버리기 때문입니다.

폐업 때 진 빚에 시달려야 하고, 신용이 나빠져 재창업 자금을 구하기도 어려워집니다.

정부가 보증이나 융자를 통해 연간 20조 원을 창업에 지원하지만 재기 지원 자금은 그 100분의 1 정도에 불과합니다.

실패가 곧 '주홍글씨'가 돼버리는 우리 현실과는 사뭇 다른, 미국의 '패자부활' 생태계를, 박에스더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美 파산은 ‘새출발’…창업자 보호는 철저▼

<리포트>

최근 두 달새 주가가 30% 이상 오르는 등 미 항공업계 부활을 주도하고 있는 델타항공.

델타항공의 오늘을 가능케 한 것은 9년 전의 파산 보호 경험이었습니다.

파산을 신청하자 모든 지불 의무가 유예됐고, 채권단은, 회사가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으로 회생할 때까지 19개월을 기다렸습니다.

이런 대기업부터 개인 기업까지 '파산 신청'은 미국에서 '끝'이 아니라 '재기'의 한 방식입니다.

대법원까지 파산을 '새로운 출발'로 규정해, 채권자가 기업의 회생 노력을 막지 않도록 보호합니다.

<인터뷰> 수지 킴(미국 변호사) : "빚을 떠안고 문을 닫는 게 아니고, 정상적으로 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가장 큰 목적입니다."

사업에 실패했다는 이유만으로 재창업 때 돈줄이 막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창업 대출은, 창업자의 신용이 아니라 사업 모델에 근거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담보 역시, 개인 재산이 아닌, 회사 자산에 대해 잡습니다.

개인 사업자가 파산을 해도 주택과 연금 등은 몰수하지 못합니다.

<인터뷰> 카시러(파산 관재인) : "실패는 다시 시작하는 과정입니다, 기회죠, 하지만 이번엔 더 현명하게, 그리고 앞으로 나가 혁신하는 겁니다."

실패를 밑거름 삼아 재기할 수 있는 생태계 덕분에 두려움 없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고, 애플 같은 혁신적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고 미국인들은 믿고 있습니다.

뉴욕에서 KBS 뉴스 박에스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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