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재난 대책 전무…예고된 재앙

입력 2008.02.11 (21:58)

<앵커 멘트>

끊이지 않고 있는 문화재 화재참사,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지금처럼 별도의 화재 진압 메뉴얼도 없고 또 우리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한 문화재 수난은 계속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민우 기자가 긴급진단했습니다.

<리포트>

사적지인 왕릉에서 불이 피어오릅니다.

불을 피우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음식물 반입조사 금지된 곳.

그러나 가스통까지 갖다 놓고 만든 음식들은 문화재 수장인 유홍준 문화재청장을 위해 벌인 일이었습니다.

문화재 보존 의식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국보1호가 무너질 일촉즉발의 상황, 그러나 소중한 문화재를 화재로부터 보호해야 할 법규부터 유명 무실합니다.

문화재 화재 관련 유일한 법 규정이라곤 화재 예방과 진화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돼있는 것 뿐이지만 실제론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내용이 전무합니다.

문화재에 소화 시설이나 경보 장치를 구비하지 않아도 불법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대한민국 국보 1호에, 일반 건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스프링 클러 조차 없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최이태(문화재청 안전과장): "스프링클러가 없어서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대책은 없다. 외부에서만 있지, 내부는 시스템이 없다."

규정이 없다보니 목조 문화재의 특성을 감안한 화재때 대처 요령 즉 매뉴얼도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불을 끄는 소방방재청과 문화재를 관리하는 문화재청의 유기적 공조와 판단이 시급했지만 애초 기대하는 게 무리였습니다.

<인터뷰> 유홍준: "발생하고도 5시간동안이나 화재 진압 못한 것은 시스템 부재, 매뉴얼 부재를 드러낸 것..."

화재를 가상한 소방 훈련은 단 한 차례도 없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현장에 동원된 소방 관계자 조차 불이 절로 꺼지길 바랄 뿐이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인터뷰> 김상구(문화재청 과장): "부재를 최대한 수습하는게 최선의 방법이죠. 그런데 예를 들어 낙산사같이 완전전소가 되면 어떤 부재라도 복원하는데..."

이러다보니 국보급 문화재의 수난은 과거에도 끊이질 않았고 또 앞으로도 걱정입니다.

취객의 방화로 불에 타버린 수원 화성.

역시 방화로 피해입은 창경궁 문정전.

사상 최악의 문화재 훼손으로 꼽히는 낙산사 소실.

모두 화재에 무방비 상태였습니다.

<인터뷰> 김상구(문화재청 과장): "(동대문에 불이 나면 막을 방법이 없네요? 뜯을 장비도 없고) 한식 구조의 맹점이라고 하면 맹점이 될 수 있는 그런 사항입니다."

문화재청은 낙산사 화재 이후 목조 문화재 방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만 더디기만 합니다.

현재로선 해인사와 봉정사 등 단 4곳 만이 지정됐을 뿐입니다.

나머지 전국 백 20여 곳은 화재 위험에 여전히 노출돼 있습니다.

<인터뷰> 김엽래(경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소방법과 문화재 보호법 사이의 사각 지대를 없앨 수 있는 시스템 개선이 필요."

한 순간에 형체를 잃은 한국의 얼굴 숭례문.

무대책으로 일관한 우리 사회의 문화재 보존 능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민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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