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역사 뒤로 한 채 사라진 숭례문

<앵커 멘트>

숭례문은 또 지난 600여년간 임진왜란 등 온갖 국난을 꿋꿋하게 이겨낸 상징성과 역사성을 간직해 왔습니다.

숭례문의 역사를 오수호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조선이 개국한 지 6년만인 1398년, 조선왕조는 수도 한양의 정문으로 숭례문을 세웠습니다.

북한산과 경복궁을 잇는 수도 한양의 중심축에 자리 잡아 도성 8개문 가운데 가장 중요한 문입니다.

이후 세종 때와 성종 때 일부가 낡아 대규모 보수공사가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숭례문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같은 외침을 견뎌내며 서울의 수호신처럼 꿋꿋하게 원형을 유지했습니다.

<인터뷰> 김봉렬(건축문화재분과 문화재위원): "궁궐이고 뭐고 전부 임진왜란 때 불에 탔었는데 남대문만 아주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던 가장 수명이 오래된 건물이었죠."

그러나 일제가 1907년 전찻길과 도로를 내면서 성벽을 철거해 숭례문은 문만 남게됩니다.

이마저도 한국전쟁으로 일부 피해를 입어 1961년 또 한차례 대규모 보수 공사를 받았습니다.

이처럼 긴 풍상을 이기고 서울 최고의 목조 건물로 남은 덕에 숭례문은 1962년 마침내 국보 1호로 지정되는 영예를 안게됩니다.

1996년에는 일제가 붙힌 '남대문'이란 이름도 원래의 '숭례문'으로 되찾았습니다.

관악산에 있는 불의 기운을 막기 위해 양녕대군이 세로로 썼다고 전해지는 현판.

하지만 이 현판도 이번 불길은 막지 못해 숭례문은 600여년의 역사를 뒤로 한 채 사실상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KBS 뉴스 오수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