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3.1절 기념식도 ‘파격’

입력 2008.03.01 (14:40)

이명박 대통령은 1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9주년 3.1절 기념식에서도 취임이후 보여온 `파격 행보'를 이어갔다.
이날 행사는 시작부터 끝까지 과거 대통령이 참석한 국경일 기념식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섬기는 정부'를 표방한 이 대통령이 직접 `권위적인 겉치레는 최대한 줄이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우선 통상 기념식장에서 대통령이 등장할 때 나오는 "대통령님께서 입장하십니다"라는 진행자의 안내멘트는 이날 생략됐다.
이 대통령 부부는 김국주 광복회장을 위시한 독립유공자들과 나란히 단상에 입장했고, 참석자들은 자리에 앉은 채로 박수로 환영했다. 행사 후에는 단상 아래까지 내려와 참석자들과 악수하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단상의 모습도 달라졌다. 과거 대통령 부부 앞에 놓였던 꽃장식이 올려진 전용 탁자가 사라졌고, 맨 앞자리에 따로 앉던 관행을 없애고 다른 참석자들과 같은 선상에 의자가 배치됐다. 대통령 기념사를 하기 위해 준비된 연설대에는 봉황이 그려진 표장도 없어졌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날 훈.포장을 수여하면서 수상자가 관객석을 바라보도록 서게 하고 자신은 관객들에게 뒤통수를 보이는 방향으로 섰다. 과거와는 반대 위치로, 한 측근은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시절부터 상을 받는 사람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볼 수 있도록 서게 했다"고 설명했다.
또 단상위에 독립운동 단체 및 유가족의 자리를 예년보다 많이 배치하고, 이들을 위해 행사가 끝난 뒤에는 별도로 티타임을 갖기도 했다.
티타임에서 이 대통령은 기념식에서 김국주 광복회장이 낭독한 독립선언서에 언급, "지금 봐도 명문장이다. 당대에 이렇게 쓸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한 글자도 버릴 게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서울시장시절 행정부시장을 지낸 원세훈 행정안전부장관이 광복절 행사와 관련, "지난해에는 서울시 행사와 정부 행사가 겹쳐서 애를 먹었다"고 말하자 원 장관 옆에 앉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지목하며 "옆에 앉아 있으니 올해는 그런 일 없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한 참석자가 광복회원 유족 장학금 확대를 건의하자 "챙겨보겠다. 실천하는 정부이니 실천하겠다"면서 "옛날 광복하시던 분들은 고생하느라 자식들 교육을 제대로 못시켰는데 같은 조건이면 선열들에 대해 관심을 갖겠다"고 약속했다.
기념식에는 임채정 국회의장, 이용훈 대법원장, 이강국 헌법재판소장과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 민주노동당 천영세 대표,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 등도 참석했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 앞서 이 대통령은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 대통령은 부부동반으로 마련한 임명장 수여식에서 "앞으로 가능하면 청와대 행사에는 부부동반으로 하겠다"면서 "서울시장 시절 국장급들을 부부동반으로 불러 뮤지컬도 보고 했는데 처음에는 어색해 하더니 나중에는 부인들이 `빨리 또 안 부르느냐'고 요청하기도 했다"는 일화를 전했다.
또 "아침 8시에 임명장 수여하는 것은 아마 역대 가장 빠른 게 아닌가 싶다"고 농담을 던진 뒤 "기록은 깨지기 위해 있다. 그래야 발전한다"면서 "모든 속에 변화의 바람이 불도록 해야 한다. 무풍지대가 없도록 해야 사회가 선진화된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어제 한승수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 인준 직후 총리 및 장관 임명장 수여식, 차관 인사 등에 이어 이날 오전 8시에 수석들에게 임명장을 서둘러 수여한 것은 인선 파문에 따른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빨리 안정적인 국정운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이 대통령은 어젯밤 국무회의를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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